| 정부의 대 언론 조치는 제도적 개혁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
현장에서 미래를 제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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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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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 언론 조치는 제도적 개혁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김 서 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2년은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보여 준 한해였다.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서 이전 어떤 선거
시기보다 언론의 왜곡보도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부터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
권력화된 언론들이 보여 준 보도 행태는 언론 권력의 사유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특히 민주당 경선 시기 언론권력에 대립하고,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 조·중·동이 보도했던
언론국유화론, 폐간론 등은 매우 노골적이고, 악의적이었다.
게다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한 후, 선거 당일 긴급히 수정한 사설을 통해 노골적으로
노무현을 찍지 말 것을 유도한 것은 조선일보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도 노무현 후보가
그런 악조건을 뚫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면 권력화된 신문들로부터 가장 피해를 받은 정치인 중의
하나인 노무현 대통령의 새 정부가 언론개혁진영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제도적 개혁을 비롯한 각종의 언론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2002년 대선은 한마디로 언론권력과 벌인 싸움이었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일정한 의미에서 언론권력과 싸워서 얻은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조선, 동아, 중앙으로
대표되는 신문권력 특히 조선, 동아가 이념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지지했고, 그들과 일정 정도
유착관계를 보였던 수구 보수 진영 후보의 패배와 더불어 그들이
지향하는 이념은 다수에 의해 배척 당했다. 조갑제가 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었던 마지막 안간힘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언론권력과
정면충돌을 해서 승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노무현 당선자는
언론개혁 진영이 오랫동안 뿌린 씨앗의 수혜자가 된 것이었다.
언론개혁진영의 꾸준한 노력과 탈세라는 객관적인 비리로 인해
조·중·동의 영향력은 분명히 감소하였다. 노무현 후보는 이
덕을 본 것이다. 더군다나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신문들과
네티즌들의 활약으로 조중동의 왜곡보도가 그때그때 수정되면서
이전 선거들에서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언론개혁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에 비해서 노무현 정부가 정당한 언론개혁
논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개혁 진영이 힘을 받을 것이며, 유례 없는 언론의
왜곡보도를 경험한 유권자인 수용자들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런 점에서
언론개혁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전 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해야 했던 언론개혁을 정권
후기에 함으로써 받았던 역풍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개혁 중 제도적인 부분은 국회라는 틀을 통과해야 하고,
여전히 구태의 보수적인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는
언론개혁의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언론개혁의
전망은 맑고 흐림이 교차할 것이다. 최근까지 보여 온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 조치들은 그 예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이제까지 언론개혁의 핵심적 과제들이 무엇이었는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서 취한 대 언론 조치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조치는 정당하였는가,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1. 언론개혁의 과제
신문 개혁의 핵심과제는 3가지로 압축된다. 즉, 소유구조 개혁,
편집권의 독립 그리고 시장의 정상화이다. 우선 소유구조 개혁은
대주주의 소유지분 한계를 정하자는 것으로서, 신문의 사유화를
막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신문 시장 독과점화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사유화이다. 이 점을 해결해야 사실 상 편집권의 독립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의 방종을 언론의 자유인 양
오도하는 족벌 신문들의 행태와, 사적 소유를 선진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소유구조 개혁 요구는 어려움이 있다. 관건은 소유지분 제한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별개의 차원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는가에 있다.
편집권의 독립에 대해서는 사회적 명분이 있다. 언론의 자유가
편집권의 독립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은 일정 정도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편집권의 독립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을 정부의
개입으로 몰아가는 상징 투쟁에서 보수 언론들이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실 상 편집권의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일부 언론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작년 신문들의 보도행태에
대한 수용자들의 경험이 운동력으로 전화하면 획득 가능한
과제일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운동력을 확보할 것인가이다.
시장 정상화 과제는 신문고시와 공동배달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문고시는 작년 그 심각성을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신문고시 제정 당시 이미 유명무실할 것이라 우려했던 무가지,
경품 20% 규정을 비웃듯이 자전거일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신문고시 위반 사례들로부터 신문고시 개정의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신문협회,
공정거래위원회의 행태인데, 노무현 정권의 경우 이 문제는 적극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었고, 최근 신문고시의
개정에서 일단의 성과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동 판매제의 도입이라는 과제가 있다. 현재의
신문배달 체계는 신문시장에서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기제이다. 신문사에 의한 독자 선택이 아닌 ‘독자에 의한
신문선택’이라는 정상적인 신문 유통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공동판매제를 가능케 해야 한다. 현재 일부 신문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배달제(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공동판매제 대신
공동배달제를 선택하였음)의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결과를 맺게
되면 기사 내용(상품의 질)에 따른 신문(상품) 선택이라는
신문시장의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시장 개혁을 의미하며, 현재로서는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개혁 과제이다.
2.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 조치
사실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 조치들은 언론정책이라고 보기에는
그 조치들이 단발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대 언론
조치라기보다는 대 언론 대응 지침인 것도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일관된 정책의 흐름을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언론개혁을 위한 전술적 단계들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이를 입증하기에는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입지가 약한 것을
전제로 언론개혁을 위한 단계적 접근이라는 호의적 해석이
가능할 뿐이다.
1) 오보에 대한 대응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적극
대처했다. 인수위 단계의 오보에 대해 인수위 브리핑을 통해
반박했을 뿐만 아니라 인수위를 마감하면서 오보 백서를
내겠다고 공언했으며, 4월 7일에는 48건의 오보를 지적하는
백서를 발간하였다. 3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론의 오보와 전쟁을 치를 것을 표명한 것도 이
일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보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은 언론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 피해자로서 자기
권리 구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권리 구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 청구나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에도 오보 백서를 발간한 것은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 현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권력화한 언론과 정부는 사실 상 유착관계에 이르기 쉬우며
언론의 오보도 뒷거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보에 공개적으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은 유착관계를 끊겠다는
선언의 의미를 지닌다.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 조치는 정부와 언론의 홀로서기를 통해
언론의 과도한 권력화를 막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가판 구독금지 조처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
2) 가판구독금지
가판은 초판, 시내 배달판, 시험판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신문사들은 가판은 지방에 내려보내기 위해 일찍
인쇄한 판인데 이 중 일부를 시내에 판매용으로 돌리는 것이며,
기사의 오류가 생기면 독자들을 위해 이를 수정하여 판갈이를
하는 관례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판을 구독 금지하는 것이 왜 정부의 언론
조치로서 의미가 있는가. 가판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가판의
존재이유가 경제적, 행정적 편의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는 가판 판매 시스템(총판제도)이 특정 집단의
이권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문사에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지방
배달용의 일부라는 명분도 배달 12시간 전에 찍는 것이 과연
필요하냐는 의문은 당연히 존재한다.
가판이 얼마나 문제인가는, 가판이 나오는 시점이면 가판 판매
현장인 광화문일대가 기업의 홍보 담당 직원 그리고 관공서
공무원들로 북적인다는 현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가판은
언론 권력에 취약한 제반 집단과 언론이 거래하는 고리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판과 종판 사이에 변경된 기사의
40.2% 정도가 권력기관이나 이들과 관련된 인물의 기사였다고
한다. 또한 정치권과 관련된 기사 중 44.6%가 기사를 삭제한
경우였다고 한다. 따라서 가판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과 비판에
취약한 권력이 거래하는 고리였다.
가판은 정치 권력, 경제 권력에 언론이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기도 하였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소수의 언론이 다른
언론의 의제 설정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천편일률적
언론을 양산하는 문제의 근원이기도 했다. 가판은 여론주도층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광고협상을 용이하게 하고,
독자들로부터 질책을 피하기 위해 낙종을 피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왔다. 중앙일보가 2001년 조선일보의 의제 설정
선도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가판 폐지를
선언한 것도 낙종을 피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베꼈던 과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권언 유착의 주요 수단인 가판을 청와대, 정부가 구독
금지하겠다는 것은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동시에 가판을 통한 몇몇 수구 보수 언론의 여론 선도력을
막아 보겠다는 속내도 읽혀진다.
3) 기자실 운용 방침 변화
기존의 기자실 운영은 폐쇄적인 것으로 통상 11개 조석간
종합지와 경제신문, 영자신문, 텔레비전-라디오 방송사가
회원자격을 갖는 것으로 운영되고, 인터넷 매체나
주․월간지는 예외적으로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었다.
회원사가 일정한 운영비를 내고서 운영하고 있지만 그 기본
운영은 출입처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기자들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곳이
출입처 기자실이고, 이 곳은 주요 뉴스 거리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는 보다 쉽게
언론에 접할 수 있고,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원자재를
구할 수 있어, 피차간에 효율적인 방법인 것처럼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기자실은 다른 나라의 기자실과
달리 폐쇄적이라는데 있다. 심지어는 출입처 기자실을 만들어준
기관의 근무자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이러한 취재 시스템의 결과는 기사의 획일화를 초래하기 쉽다.
한국언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신문 1면과 사회면 머릿기사
1년 분에서 관급기사가 8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취재시스템을
“발표저널리즘”, “떼거리저널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이유이다. 출입처의 공보담당자들이 갖다주는 보도자료를 기초로
직접 발로 뛰어 국민이 알권리를 보장하려는 취재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자실운영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매체가
정보를 과점하고 기자실이 권언유착의 산실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와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
사이에 발생하는 제한된 정보의 흐름은 한편으로는 소수 언론을
권력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의 유지를 위해 언론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수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또, 제한된
정보접근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쟁력, 우월성은 우리 언론을
속보성으로만 평가하는 잘못된 잣대를 만들어 냈다.
기자실 개방은 정보 접근의 기회를 개방함으로써 다양한 언론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데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다. 모든
매체의 언론활동을 위해서 일부 언론의 기득권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출입기자 등록제, 등록 언론사의
확대, 브리핑(정례, 수시)제도의 실시, 정보 공개의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등록제를 실시하고 브리핑 제도를 실시하는
대신, 개별 인터뷰는 취재지원실을 이용한 공개 취재를 원칙으로
하고, 미등록 기자에게도 자료를 제공하고, 사무실 방문 취재를
제한하며, 불가피한 사무실 방문취재는 공보관의 협조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내부 고발 등과 같은 사안이 아니면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고, 취재원이 불리하게 보도될 것이라고 예측을 하면
취재 내용을 공보관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기자실 특권을 누려오던 일부 언론들은 이것이 언론의 취재를
제한함으로써 위축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언론운동단체들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언론의 접근권을
높임으로써 언론의 질적 향상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 신문고시 개정
신문 구독에 대한 경품으로 선풍기, 청소기, 믹서기, 킥보드,
자동응답 전화기 등을 사용하던 신문사들이 2002년 봄부터는
자전거를 경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9월에 들어서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이 자전거를 경품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일대를 휩쓸던 이른바
‘자전거 일보’는 10월에 거의 전국으로 확산됐다. 10월말에는
대전에서 조선일보 지국이 20인치 컬러TV를 경품으로 제공하며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품 제공 문제는 전국지
싸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신문시장의 집중은 지역
신문들의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2년 ‘자전거 일보’, ‘비데 신문’이라고 부를 만큼 한 해
동안 내내 불법 고가경품 제공이 극성을 부렸지만 신문협회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신문협회는
적발된 회원사의 불응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협회의
자율규약을 우선으로 하는 신문고시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였다. 일부 신문들은 불법 경품제공으로 인해
신문공정경쟁위원회로부터 위약금을 부과받았지만, 오히려 이런
제재에 이의를 제기하며 위약금 납부를 하지 않았다.
명백한 불법행위로부터 비롯된 문제의 해결이 근본적으로
어려웠던 이유는 신문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공포된
신문고시가 11조에서 사업자단체의 자율규약을 우선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신문협회간의 업무 양해각서가 필요했지만
신문협회의 적극적 거부로 체결되지 못했다. 신문협회는 10월
6일 이사회를 열고 신문공정경쟁위원회에서 의결, 통보한
양해각서안 중 자율규약을 3회 이상 위반하거나 3회 이상 동일
유형의 위반사례가 나올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처리하도록
한 항목에 대해 “신문공정경쟁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사항을 추가하도록 주장했다. 이것은 신문협회가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의 간섭을 일체 받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었다.
최근 노무현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 11조를 개정해
직접 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개정과정에서 보여 준
신문들의 반발, 이 반발을 의식한 규제개혁위원회의 미온적인
자세 등에서 규제의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
3. 평가와 과제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 조치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권언 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에 집중해 있다.
국회 소수 정당의 대통령으로서 입법을 통한 제도적 개혁이
난망함을 감안한다면, 현 정부의 언론개혁 조치들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물론 이 조치들은 각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보의 대응은
대중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 언론 개혁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으나, 그 대중성 확보를 위한 추후의 조치가
청와대나 정부로서는 어렵다는 사실이 간과되었다. 오히려
오보에 대한 대응은 언론중재위원회나 사법적 대응을 통해
명백한 언론의 오류를 평가받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중적 동의를 획득하는 것이다. 가판 구독 금지 조처를
취하면서 기업에서 가판 구독이 필요한 지를 탐문하는 잘못을
범하거나, 가판 구독이 권언유착의 고리임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이를 끊겠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전술적 실패,
기자실 개방의 전제인 정보공개 강화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나감으로써 맞은 역풍, 신문고시 11조 개정에 머무른
시장정상화 조치, 공동배달제 실시 지원에서 보여 준 미온적
태도 등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언론 개혁의 명분을 대중적
전술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조치를 완벽한 조건 아래서 진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언론조치에 대해 의구심과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언론개혁 진영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조치들이
언론개혁의 대전제를 이루기에는 전술적 한계를 보이고 있거나,
오히려 정권 유지 기반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세 가지 점에서 비롯한다. 첫 번째는 소수정당
대통령으로서 제도적 개혁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으나,
언론개혁 의지의 표명이나 제도적 언론개혁의 기반을 지금 닦지
못한다면 원내 다수 정당이 된다 하더라도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겠는가 라는 의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최근 방송계 인사에서 보여 준 난맥상이다. 인사에서
개혁의 의지를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적 절차의 훼손, 무
적격자의 추천 등 개혁성향의 권력으로 보기 어려운 행태들이
반복된 측면이 있다.
셋째는 언론개혁은 사회개혁을 위한 기반 구축의 의미가 있는데
최근 방미에서 보여 준 바와 같이 수구 보수세력(언론을
포함한)의 눈치를 보는 행보, 개혁 과제에 대한 미온적 행태,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의 노출 등에서 현 정부의 언론개혁이 과연
진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것인지, 정치적 고려가 담겨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노무현 정부가 취한 대 언론 조치들은 기존
언론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개혁 과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단지 제도적 개혁을 위한 초석을 다져
나가지 않는다면, 부분에 불과한 현재의 조치들이 전체
언론개혁의 과제들을 대치하는 전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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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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