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위원안은 ‘비정규노동자 보호’라는 기만적 이름의 노동유연화 공세이다 |
현장에서 미래를 제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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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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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위원안은 ‘비정규노동자 보호’라는 기만적 이름의
노동유연화 공세이다
이 지 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교육부장
지난 5월 23일 노사정위 비정규직특별위원회는 ‘공익위원안’을
채택하고, 2년여에 걸친 비정규직 보호방안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예상대로 공익위원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기간제 노동의 사유규제>나 <파견법폐지>,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비켜가면서, 자본의 노동유연화에 조응하고 있는
노사정위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만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노사정위원회가 그
태생에서부터 노동자들을 합의체제로 끌어들여 자본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기에 그러했고,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복수노조금지조항유예, 여성노동법개악 등
지금까지 보여온 노사정위의 발자취만 보더라도 그 친자본적
성격은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았다. 노사정위원회는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일관되게 정권과 자본의 노동유연화 정책과 괘를
같이해왔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철저히 기만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에서 공익위원안이 확정되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에서는 1면 탑기사를 통해
노사정위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낸 것인 양 선전해댔다. 경총 등 자본측에서는 발빠르게
반대성명을 조직하고 노사정위원회의 안이 노동자의 입장만을
대변한 안이라며 엄살을 떨고 있다. 5월 29일 본회의 때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공익위원안은 바로 정부로
이송되어 정부입법안 마련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저들의 공세는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시기 노동의 대응이
미비할 경우, 정부 논의에 있어서 공익위원안은 당연히도
비정규직 보호 법안의 기준틀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결정과정은 공익위원안 대 자본안의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공익위원안보다도 더욱 후퇴되는
내용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난 2년간 노사정위원회의 반노동자적 입장이 이러저러한
통로로 표출되기는 하였으나, 이번 공익위원안의 확정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자. 현시기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 커녕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
양산하는 길을 열어놓은 안임을 낙인찍고 이에 대한 반대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노동유연화에 철저히 조응하고 있는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기간제 사용 : 엄격한 사유제한이 아닌 ‘적절한 규제’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기간제노동자에 대한 보호의 골자
기간제근로가 노동시장내 중요한 고용형태라는 현실을 감안하되,
그 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규제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 기간제 근로는 계약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종료된다.
그럼에도, 근로관계가 일정한 기간이 경과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
이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된다. 단, 예외적인
경우에는 위의 기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다.
○ 기간제 노동자 보호의 핵심은 철저한 사유규제에 있다.
근로기간을 정하지 않는 근로계약(정규직)과 달리, 근로계약이
정해진 기간동안만 보장되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자체가 바로
차별을 양산해 내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일정기간마다 돌아오는
계약만료시기에 재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상적인 저임금과
차별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있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채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익위원안은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에서
양산된 기간제노동을 중요한 고용형태로 승인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규제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 공익위원안은, 근로관계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는
보호조항을, 가장 주요한 기간제 노동자 보호방안으로 내놓았다.
상시적인 업무에 비정규직이 사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보호조치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조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의 안정성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와 유사한 경험을 우리는 파견법을 통해 이미 혹독하게 겪어
왔다. 1998년 파견법이 통과 시행될 때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한답시고 만든 6조 3항 - 파견노동자 2년이상 고용시
직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직접고용의제조항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기만했는지 돌아보자. 직고용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자본은 2000년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대학살을 시작했고, 이후
계속해서 2년마다 무더기 대량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가 또다시 보호명목으로 파견노동자들처럼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기 직전의 주기적 해고를 당한다면 이를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공익위원안에는 심지어 예외적인 경우에는 기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있다며 기간제 사용 확대의 여지를 남겼다. 파견노동의
보호방안에서 고령의 노동력이 활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 2년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이미 공익위원안을 상시업무에도 비정규직이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 기타로 차별금지 원칙과 근로조건 서면명시 의무, 통상근로자
채용시 우선채용 조항, 계약기간 원칙 규정 등이 존재하지만,
원칙적인 차별금지는 벌칙조차 규정하지 않은 원칙적인
수준이며, 근로조건 서면명시의무는 서면계약의무를 위반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의제하는 조처가 함께
규정되지 않고서는 권고조항에 불과하다. 통상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기고용된 기간제 근로자를 우선해서 고용하도록 노력한다는
조항은 말 그대로 ‘노력’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조항에
불과하다. 계약기간의 원칙은 1년에서 일정기간으로 확대하고,
일정기간 이상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간주한다고 하나, ‘일정기간’이 2~3년으로 확대되고
나면, 자본은 오히려 정규직 노동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시켜
상시적인 업무의 계약직 사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파견법 폐지 없는 형식적인 ‘불법파견 규제’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의 골자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도모한다.
- 이를 위하여 불법파견 적발시 인허가 취소 및 사용사업주 처벌
등 행정감독을 강화한다.
- 근로자파견업종의 경우 불법파견에 의한 파견근로자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근로자로 본다.
근로자파견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불법파견에 의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
- 향후, 파견, 용역, 도급 등에 관한 현재의 법률을 노무공급에
관한 하나의 통일적 법률로 정비하여 규율하도록 한다는
필요성이 있음에 공감한다.
○ 파견노동자 관련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은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를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불법파업 적발시 인허가
취소, 사용사업주 처벌 등 행정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노사정위와 정부가 언제나 외쳐왔던 불법파견 규제는 수십년간
이미 노동부의 묵인과 방조속에 용인되어왔다. 실효성 없는
규제조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실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파견대상업무의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는 속에서 대부분의 노동자가 합법적인 파견업종으로 전환되어
간다면 과연 이 규제를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 오히려 가장 중요한 쟁점, 합법파견 노동자들에게 2년마다의
주기적 해고를 강요하고 있는 파견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는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의 핵심을 노사정위가
의도적으로 비켜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이다.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는 법임은 이미
증명되고도 남았다. 파견법은 중간착취를 합법적으로
용인함으로써 파견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양산해냈고,
직접고용의제조항은 오히려 노동자들을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하는 철퇴가 되었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용사업주에
대해서는 노동법상 어떠한 권리도 요구할 수 없었으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면 업체 계약해지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는 파견노동자들의 고통의 근원, 파견법 폐지를
통해서만 이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했다.
게다가 파견근로허용 대상업무 범위를 조정하기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마련키로 했다고 하니,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파견노동을 억제하기는커녕 파견대상업무를 계속
확대하는 데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다. 자본이 계속해서 주장해온
파견노동의 범위 확대에 당장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 대상업무 확대를 전제로 한 새로운 기구로
노동자들을 끌어들여 노사정 합의라는 이름으로 파견업종의
확대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 기타
‘동종업무’단위 파견근로의 사용에 제한을 설정할 것인 지
여부에 대해서는 허용업무 범위와 연계하여 검토하겠다고 했다.
상시업무에 파견노동자들이 계속해서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도 파견업종 확대문제와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파견노동자들의 집단적 권리 및 노사협의회 참여를
보장한다 하였으나, 사용사업주의 사용자성이 법원에서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있는 이 시점에 실효성 있는 조치일 수 없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여
파견노동자들의 실질적 지배를 행사하고 있는 사용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전제조건일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제정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보호의 골자
공익위원들이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들의 보호방안의 하나로
다음과 같이 특별법(‘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
제정방안을 검토하였다.
-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해지로부터의
보호․성희롱으로부터의 보호․보수에 대한
보호방안을 조속히 강구하도록 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조속히 적용하도록 한다.
- 단체조직권․교섭권․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
- 교섭결렬시 분쟁조정을 위해 직권중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 특수고용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기존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노동자가 아닌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보호로 의견을 모았다.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특정 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이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 △타인을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자 △노무제공에 있어서 직간접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 등과 같이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해서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기존의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전면, 또는 일부적용
문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독립적인 특별법으로 특수고용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 유사근로자 특별법에서의 단체조직권, 교섭권, 체결권은
전교조와 같이 노동3권의 일부를 제약하는 노동2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보호방안에서 특수고용이
노동자라는 기본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가 아닌
자이지만 보호가 필요하기에 (예를 들면 학습지교사협회)등의
단체를 결성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교섭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별법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며, 오히려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필증을 받고
임단협에서 파업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서 이미 보장되고 있던 노동3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조를 해산하고 협회로 헤쳐
모여라. 이것이 공익위원 검토안의 실체인 것이다.
○ 2000년 노동3권 보장과 임금, 해고 등의 근로기준법
일부적용을 골자로 한 준근로자 보호방안 때와 비교해 보아도
특수고용직 관련 보호안은 지속적인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의 강제발부를 통해 자본의 입맛대로 멀쩡한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노사정위는 또다시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행법상으로도
충분히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재차
인정하기는커녕 유사근로자 특별법 운운하며 오히려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노동자냐
유사근로자냐 사업주냐의 경계에 서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현재 비공식부문에서 노동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당연히도 유사근로자로 분류되어
노동기본권은 여지없이 박탈되어버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견법이 통과된 이후 파견노동이 급속히
확산되었듯이, 유사근로자 특별법의 통과 이후에는 정규직
노동에 대한 특수고용직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유사근로자의
범위를 새롭게 규정하게 되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자본의 특수고용직 선호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5월 23일 결정된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직
보호 관련 공익위원안은 비정규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
오히려 비정규직보호라는 이름을 건 노동유연화의 결정판일
뿐이다. 빠르면 이번 하반기 정기국회 때 비정규직 보호의 탈을
쓴 노동유연화 법안이 상정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된 싸움을
위해, 투쟁을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비정규직 확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보호법안의 문제는
비정규노동자들만의 문제인가? 오히려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은 오히려
정규직노동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가!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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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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