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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경기
 노동자민중세상: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114호
이정하

이정하의 세상이야기


서울 상경기

이정하 / 노동자


“야! 이제는 그런데 그만 쫓아 다녀라.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
노동자 대회가 있는 서울만 가면 늘 만나는 고향친구가 몇 년 전부터 하던 말이다. 처음 집회 장소에서 친구를 만났을 땐 추운겨울 내가 서울결사대로 계동에서 텐트치고 농성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 택시운전을 하던 친구는 바쁜 중에도 틈만 나면 찾아와 이것저것 챙겨주곤 했다. 그 후 자기도 노동조합 대의원도 하고 한다고 자랑도 하고 자기네는 한국노총이라며 노동조합을 비판하던 그런 친구가 이번엔 개인택시를 운전하며 전야제 행사장으로 찾아왔다. 올해도 같은 말을 들었다. 하여튼 요즘은 그 말이 따듯한 정으로 느껴진다. 나에 대한 격려의 말이나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말로 생각한다.

전야제도 예전 같지가 않다. 같이 간 동지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흥분되지도 않고 기대감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술을 먹으니 술맛도 없고 그저 재정사업을 하는 사업장이 많구나 하는 느낌뿐이다. 어려운 사업장이 많아졌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만 아프다. 주 행사장 쪽보다는 독자집회 쪽으로 서있는 나를 보면 주최 측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비주류도 숙달이 될 때도 되었는데…….  날 밤 새는 것이 즐거움이었던 때는 분명 옛날이 아닌데 말이다.
아침 일찍 청계천으로 갔다.
우리가 신청한 동판이 어디쯤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전태일” 거리가 있다는데 어떻게 꾸며놨는지 보고도 싶고 시간도 남고 옛날 어용들의 코스와 비슷하네. 농담도하며 씁쓸히 평화시장을 돌아봤다. 마음이 그런지 작품을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초라해 보이는 다소 스산하고 쓸쓸해 보이는 것 같은 전태일의 동상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흉상도 아니고 하여튼 내 생각엔 좀 없어 보이고 뭔가 모자란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바닥에 깔려있는 동판사업도 계속해서 온 거리를 다 동판으로 깔았으면 좋겠던데…….

온 거리가 하얗게 홍보물로 덮여있고 하늘은 온통 흰 깃발만 나부끼니 이것은 무슨 백색 물결인가? 대회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노동조합 깃발을 흰색으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흰 깃발은 항복을 의미 한다는데 투쟁의 상징인 노동조합의 깃발을 단지 잘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흰 색으로 하지는 않았을 텐데.) 가슴 아픈 꼴을 또 봤다. 사측과 담합해서 당선된 위원장이 열사정신 계승대회에 버젓이 단상에 앉아 있다니 이것은 문제가 아닌가?
“사측과 담합해서 당선된 지ㅇㅇ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쓴 현수막이 대회단상 앞쪽에 걸려 있었다. 얼마 후 찢겨져 한참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현수막이 찢겨지는 게 우리의 가슴을 파는 것 같다. 우리도 연맹에서 제명되지 않았으면 저 모습과 같지 않았겠느냐? 옆의 동지가 말한다.
동병상련이라던가?

연맹을 탈퇴하고 별도의 연맹을 만들어 총연맹에 직가입 했다던데... 그것을 허용한 총연맹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현수막이 찢기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대회 사회자는 방송을 통해서 “큰 대회를 치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있기 마련이다. 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중앙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또 한 번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다. 대회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번에도 대회 중에 서둘러 빠져나오려니 또 한 번 섭섭하다. 수많은 홍보물이나 다 챙겨다가 대회에 참석하지 못한 동지들에게 보여 줘야 되겠다.

2005-11-30 18:05:28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