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노정연 > 현장에서 미래를 > 글읽기 ]

한국사회의 빈곤현황과 대책

현장에서 미래를  제90호
류정순

한국사회의 빈곤문제



류정순∙한국 사회의 빈곤현황과 대책

김  혁∙2003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와 이후 과제

정미진∙연이은 빈곤 자살을 보며

한국 사회의 빈곤현황과 대책

류 정 순 /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





Ⅰ. 들어가며

국가신용등급 A등급회복, 외환보유액 1167억 달러로서 세계 4위, 세계경제의 불황 속에서도 2002년 6%의 경제성장달성, 일인당 국민소득 만달러 회복 등의 지표로 볼 때 한국은 2002년에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여러 가지 지표들은 IMF 이후 지난 5년 동안의 경제성장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하에 경쟁력이 미약한 사람들을 대거 노동시장에서 내쫓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고,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여성, 조기은퇴자, 청년실업자, 농민, 저학력자, 무주택자 등의 노동시장 취약계층을 희생시킨 정책의 결과물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에 의하면 구조조정의 결과 경기가 살아나면 부의 총량이 커져서 국민 모두가 다같이 잘 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체제는 정부의 적절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한 시장개입이 없이는 성장의 열매가 소수의 승자들에게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체제의 원초적 결함을 사회정책을 통하여 보완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로 이끄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는 IMF 극복과정에서 앞서 제시한 국가본연의 사명을 무시하고 의도적인 구조조정, 적당한 투기를 조장한 부동산 정책, 과소비를 유발시키는 신용정책 등을 통하여 경기부양을 꾀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바로 경제성장의 열매를 다국적 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 소수의 시장승자, 재산소득자, 정보화로 무장된 신지식층 및 기득권을 이용하여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분배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불평등구조를 악화시키고 사회적 약자의 빈곤화 및 사회적 배제를 심화시켰다.

과거의 성장정책이 고용흡수를 통하여 가계 구매력을 향상시키고, 가계는 향상된 구매력을 통하여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고, 또한 가계는 경제자원을 우선적으로 교육(인적자원개발)에 투자하여 양질의 노동력을 다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제공하는 선순환 방식이었다면, IMF 이후 국민의 정부 정책은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능력 미약자들을 시장 밖으로 배제시킴으로써 소수의 기업과 기업가들에게 성장의 열매를 몰아주는 방식의 경제성장으로서, IMF 이전의 정책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IMF 이전 완전고용실업 상태에 있었을 때는 절대빈곤선(최저생계비) 이하의 빈민은 주로 장애인, 환자,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의 근로무능력층 이었다. 그러나 사회정책의 전환으로 인하여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나 부업 같은 일밖에 얻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일을 하더라도 빈곤의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하는 빈곤층이 양산되어 기존의 근로무능력 빈곤층에 새롭게 합세하고 있다.

본고는 여러 가지 지표를 이용하여 IMF 이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우리사회의 불평등 심화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청년실업자․조기은퇴자․여성․신용불량자․농민․무주택자 등의 사회취약계층의 빈곤화 가능성을 짚어 본 후에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한다.



Ⅱ. IMF 이후 한국사회의 빈곤

1. 빈곤규모

1.1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


필자가 추정한 바에 의하면 최저생계비 이하 절대빈곤규모는 ’97년 1/4분기에는 5,903천명이었는데, ‘98년 1/4분기에는 10,002천명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그 후, 경기가 회복되었던 99년 1/4분기에는 약간 줄어들어 8,667천명을 기록하였다. 그런데 이 빈곤규모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비근로자의 소득자료가 없기 때문에 소비를 경제력의 기준으로 삼아 추정되었다.

소비, 지출 및 저축을 토대로 비근로자가구의 소득을 추정한 자료를 이용하여 필자가 연세대학교 통계학과의 이상우 교수와 함께 소득기준으로 빈곤규모를 다시 추정했다. 4인 가구의 소득이 평균소득의 35%선을 빈곤선으로 삼고 가구균등화지수를 이용하여 4인 이외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구한 후 각 가구원수 가구 소득의 최저생계비 즉, 상대빈곤선 이하의 빈곤규모를 추정한 결과, 상대빈곤의 규모는 02년 1/4분기에 8백만명 정도로 추정되었다.


1.2 상대빈곤

국민의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IMF 극복과정에서 사회보험제도를 확충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개선하였으나 급격히 악화되어 가는 시장의 불평등을 보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사실을 우리나라 통계자료 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조사자료를 분석한 박찬용(200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인 <그림 1>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하위 4/10 분위를 기점으로 하위 계층으로 갈수록 소득이 점점 더 감소하고 상위계층으로 갈수록 소득이 점점 더 증가되고 있는데, 하위 10%이하 계층은 1996년에 비하여 2000년에 연간경상소득이 18.66% 감소했고, 하위 10~20% 계층은 11.35%가 줄어든 데 비하여 상위계층으로 갈수록 연간경상소득은 더 큰 폭으로 증가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며 상위 10% 계층은 불과 4년 동안에 경상소득이 무려 31.91%가 증가되었다.




계층을 더욱 세분하여 100 분위로 나누어 살펴보면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96년~2000년 사이의 최하위 1/100계층의 경상소득은 28.9%가 감소되었고 하위 2/100계층의 소득은 19.3%가 감소한 데 반하여, 상위 1/100계층의 경상소득은 무려 77.5%가 증가되었고, 이 값은 상위 2/100계층의 소득증가율 29.2%보다도 월등히 더 높다. 최상위 1%계층 소득증가의 주된 원인이 사업주의 사업소득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자료는 구조조정이 누구를 위하여 단행되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구조조정은 기업에게 경쟁력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주에게도 폭리를 취하도록 해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바로 상대적 빈곤의 심화현상을 나타내 준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상위 1.6%의 소비가 전국민의 소비의 25%를 차지하는 소비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박순일, 2001).


<표 1>최하위와 최상위 소득계층의 연간 경상소득 증감율(1996년~2000년)

 

1/100 분위

2/100 분위

99/100 분위

100/100 분위

증감율(%)

-28.9

-19.3

29.2

77.5



2. 신빈곤

1997년부터 2001년 사이의 IMF 극복과정 중에 새롭게 나타난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증가현상 및 사회적 약자의 빈곤화 가능성은 <표 2>가 잘 보여주고 있다.


<표 2> 불평등 구조의 심화와 취약집단의 빈곤화 가능성

 

1997년

2001년

출처

비고

소득5분위배수

4.49

5.36

박순일

불평등의 심화

지니계수(도시근로자가구)

0.283

0.319

통계청

지니계수(도시전가구)

0.394

0.427

김진욱

조기유학생수

3,274명

7,944명

한국무역협회

교육투자의 불평등 심화

노동소득분배율

62.8

62.0

한국은행

노동자의 빈곤화 시사

중졸자에 대한 대졸자의 임금배수

1.84배

1.86배

한국노동연구원

저학력자의 빈곤화 시사

농가소득에 대한 도시근로자가구 소득배수

1.17배

1.32배

통계청

농촌의 빈곤화 시사

농가빈곤율의 도시빈곤율에 대한 배수

1.9배

2.7배

이홍규

중산층의 비율

68.5%

65.3%

한국개발연구원

중산층의 빈곤화  시사

청년실업율

5.3%

7.0%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청년의 빈곤화 시사

55세~64세 실업율

2.1%

4.0%

조기은퇴자의 빈곤화 시사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

47%

56%

통계청,

부가조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빈곤화

비정규직 중 여성의 비율

53%

70%

여성의 빈곤화 시사

신용불량자수

1,441천명

2,636천명

은행연합회

신용불량자의 빈곤화 시사

주택가격지수

107.4

132.4

주택은행

무주택자의 빈곤화  시사


위의 표에 나타난 증빙자료만으로는 우리사회가 소득의 양극화로 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80:20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지표들은 모두 한결같이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갑자기 불평등이 심화되고 취약계층의 빈곤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산물이다.



Ⅲ. 정부정책의 문제점

1.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MF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불평등구조가 심화되고 신빈곤층이 양산되었는데, 왜 한국 사회의 현실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일까? <표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99년 한국의 조세 및 사회부조정책의 소득재분배효과는 약 7.9%이다. 이 값은 OECD국가들 중에서 스웨덴(1995) 52.9%, 벨기에(1995) 48.4%, 덴마크(1994) 48.3%, 독일(1994) 35.3%, 영국(1995) 24.5%, 일본(1994) 22.0%과 비교하여 볼 때 현저하게 낮다(현진권,임병인, 2000).


<표 3> 조세 및 사회부조의 소득재분배 효과(1999년)

조세 및 사회부조 전 지니계수

0.331

조세 및 사회부조 후 지니계수

0.305

조세 및 사회부조의 소득재분배효과(%)

-7.9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미한 가장 큰 이유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1천1백57만원의 소득을 벌지 못하는 근로자(과세미달자)가 전체 근로자의 41%인데 비하여, 사업소득자의 경우 근로자보다 훨씬 낮은 면세점 금액인 연간 4백60만원을 벌지 못하는 자가 전체의 62%에 달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면세점 이상의 사업소득자 38% 중에서도 60%가 월 38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세무보고가 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자영업자의 소득이 누락되고 있는지 알 만 하다.


2. 자활사업을 통한 빈민의 소득보장

근로능력이 있고 일할 의욕도 있으나 사회에서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하는 실업자들은 자활사업의 참여를 통하여 소득을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 국민의 정부의 생산적 복지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현재 자활사업 참여자는 4만 명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도 업그레이드(up grade)형 자활사업 참여자는 만명이 채 못된다. 취로형 자활사업참여자는 소득이 한 달에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업그레이드형 자활사업 참여자의 소득 또한 50~60만원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마저도 배제되었다고 할 수 있는(우리사회의 구성원도 아닌) 주민등록 말소자는 55만명이 넘는데, 이들은 완전히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활사업은 명맥만 겨우 유지시키는 시범사업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3. 사회보험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독일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고 있으며, 영국이나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장애인이나 노인들과 같이 장기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나 간병이 조세방식을 통한 의료보험 제도 내에서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없는 가운데 건강보험은 단기질환 위주로 설계되어 있으며 본인부담율이 높다. 뿐만 아니라 <표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크기 때문에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표 4>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국민연금

경로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2002년 수혜율

및 수혜자의 수

경제활동인구의

52%(240만명)

72만명*

임금근로자의

52%

임금근로자의

80%

* 2002년 수급권자들이 몰라서 찾아가지 않은 경로연금이 402억원이 이른다고 한다.



4. 모성보호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우리 사회는 모자가정이나 저소득 자녀 양육가정을 위한 별도의 공적부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만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어머니는 근로능력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일선 읍․면․동의 복지사들은 장애인이나 환자가 아닌 경우에 설령 어린아이를 돌봐야 할지라도 젊고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추정소득을 부과하여 탈락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돌보아 줄 수 없는 차상위 계층을 위한 복지제도는 모자가정 보호가 있는데 이 제도는 어린이집 무료 이용 혹은 감면뿐이고 소득보조 정책은 아니다. 전체 편모들의 총소득 중에서 국가의 공적부조를 통하여 얻는 소득은 영국이 63%(1993년), 미국이 61%, 일본이 26%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 모자가정의 소득 중에서 공적부조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통계자료조차 없다. 만약 통계가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1%에도 못 미칠 것이 뻔하다.


5. 노인복지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우리 사회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섰는데, 불과 19년 후에는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인 노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현 시점은 전 사회정책을 노령사회대비체제로 운용하여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노인복지 정책은 나오지 않고 공론만 무성할 뿐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연령은 2000년에 60세이었는데, 해마다 한 살씩 상향조정되어 올해는 63세, 2005년에는 65세로 책정될 예정이다. 그리고 경로연금 수급대상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노인연령은 65세이고, 일반저소득층은 70세이다. 이와 같이 노인연령이 예산에 맞추어 노인연령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 노인복지정책인가? 이와 같이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정책은 아직도 노인의 개념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또한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간병부담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지움에 따라 귀중한 인적자원이 간병부담 때문에 시장노동을 못하고 가족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와병노인을 모시는 가구에 대한 부양 부담을 완화하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6. 공적부조 제도를 통한 소득재분배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빈민은 8백만명 정도로 추정된다(2002년 1/4분기 기준). 그러나 대표적인 공적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의 수는 135만명으로서 665만명에 이르는 수급권자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실제 소득은 최저생계비이하이나 사각지대에 많은 적격자를 방치시키는 대표적인 지침들이 추정소득의 적용, 지나치게 높은 간주부양비, 과도한 재산의 소득환산율 및 주민등록 등재지역 기준 적용이다. 설령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책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최옥란 열사가 죽음으로 그 열악상을 고발하였듯이, 생계보장 수준은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수준이다.


7. 국민을 우롱하는 복지부의 긴급보호대책

복지부장관은 8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긴급빈곤대책을 발표하였다. 최근 생계곤란으로 인한 자살과 생계형 범죄의 증가와 빈곤문제의 심화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에 방치된 수급권자들을 보장해 주기 위해 극빈층에 대한 긴급보호대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하나, 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무런 실질적인 개선책이 아닌 말장난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기존의 대책들을 마치 새 것인 양 포장하여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는 한심한 작태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Ⅳ.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MF 이후 5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에 불평등 구조는 급격히 심화되었으며 사회적 약자의 빈곤화가 심각하게 이행되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가 소수의 강자(시장승자)의 세상으로 급격히 이행되면, 다수의 약자(시장경쟁력 미약자)들은 결집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회체제로의 이행을 추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경험한 공산주의 체제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공산주의의 도전에 대한 응전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기적인 강자의 양보를 받아내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보완하였다. 이 과정에서 마련된 보완책이 노조활동의 합법화, 누진세, 사회보험, 공공부조제도 등의 약자보호 제도와 시장경제 논리에 의하여 지배되지 않는 공교육, 공공의료 등의 공적 영역의 구축을 통한 복지국가의 건설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에 대응하여 유럽 선진복지국가들은 자선으로 간주되던 빈민에 대한 도움의 제공을, 조건부권리보장에서 소극적 생존권보장을 거쳐 적극적 청구권으로까지 발전시켰다. 그러나 90년대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바람이 불면서, 공동체 사회의 통합을 위한 안전장치는 노인, 장애인과 같은 근로무능력자 조차 국가에 대하여 급여제공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없도록, 소극적 생존권의 보장으로 약화되어 가고 있으며, 공공의 영역 또한 축소되어 가고 있다.

선진국들에게 있어서는 자본주의 도입 초기의 좌파활동이 기존에 존재하는 자본주와 기득권층의 힘의 남용 구조에 대한 저항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도전적 운동이었다면, 공산권의 붕괴 이후에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대항운동은 강대국과 기득권층의 권력 남용에 의하여 주도되는 삶의 전방위적 시장화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도전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가 가진 것과 약자보호 장치를 빼앗는 것을 막고자 하는 수세적인 운동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청구권을 보장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하나, 실제 제도의 시행은 자선으로 간주되던 복지가 겨우 조건부 권리보장으로 진입된 단계에 불과하다. 빈곤대책은 노동시장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구조 완화 →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 5대 사회보험(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장기요양보험) → 장애, 노령, 양육 등의 각종 수당 → 공적부조(기초생활보장)로 나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로도 빈민의 생존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생계형 자살과 생계형 범죄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당면한 우리의 과제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론자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 사회를 시장승자의 세상으로 몰고 가는 것을 막고,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사회로 이행시키는 것이다. 우리사회를 ‘더불어 공존하는 평등과 나눔의 공동체 사회’로 이행시키기 위하여 먼저 공공영역확보, 노동착취방지, 시민의 사회적 권리보장, 소득재분배기능강화, 4대 보험을 비롯한 복지제도 확충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

2003-09-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5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