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의 원인을 외면하지 말자 |
현장에서 미래를 제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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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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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원인을 외면하지 말자
이 철 의
교육위원장
올해가 벌써 저물어 간다. 저녁 여섯 시도 안되어 날이 저물고
쓸쓸해오는 마음을 둘 곳이 없어진다. 한여름 철도노조 파업이
백기항복으로 끝난 뒤 그 뒷수습마저 패배로 끝났다. 결사항전을
주장했던 서울 지방본부가 재선거도 치르지 못하고 또다시
직무대리를 바꾸게 되었다. 간부들은 새까맣게 탄 가슴을 안고
짐을 싸고 있다. 활기는 사라지고 파장 때의 쓸쓸함이 노동조합
주위를 감돌고 있다.
파업 뒤 세 달 동안 나는 조합 전임으로 일을 했다. 씁쓸한
기분을 감춰두고 여유있는 웃음으로 위장한 채 “뭘, 그 정도를
가지고 그래?”하며 후배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무엇을 해도
힘이 붙지 않고 사기가 오를만한 일도 없었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후배들은 고사하고 나부터 힘들어 죽겠다. 체면
때문에 말은 못하지만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거리는 심정이다.
자꾸만 어디론가 멀리 바람을 쐬고 싶은 생각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막막한 심정이다. 새봄이 다가오고 또다시 씨를 뿌려야 하는데
철도노조는 이번에 씨앗까지 다 털어먹었다. 총선거를 치르자면
대략 200여명의 핵심 활동가들이 필요한데 남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선거를 치르나.
한숨만 나온다.
철도노조 파업 뒤 화물연대 파업도 참패로 끝났다. 인천
지하철도, 부산 지하철도 파업 뒤 허덕거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길래 싸웠다 하면 깨지고 그 뒤에는
조직도 사람도 온통 허덕거려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근로기준법도 경제자유구역 특구도 다 노무현이 맘대로
해먹었다. 어리벙한 대통령 만나 자본가들은 살 판이 나고, 그
어리벙한 사람은 신임투표로 몰려 있는데 오로지 노동자들만
우습게 보고 ‘노사관계 로드맵’인가 하는 파업금지법을
밀어붙인다고 한다. 이런 한심한 사람에게 당하는 우리 민주노조
운동은 또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 때 10만을 모은다고 한다. 10만
명이라니. 철도노조 파업이나 화물연대 파업을 이겼다면 그
정도쯤은 모을 수 있겠다. 그런데 주력으로 싸운 노조들이
박살이 나 있는데 무슨 수로 10만을 모을 수 있나? 헛된 계획을
세우면 그 노력에도 힘이 붙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올해에 깨지지 않은 노조라고 할지언정 무슨 신명으로
10만씩이나 노동자 대회에 몰려들까?
파업이 왜 깨졌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이다. 철도노조는 지도부가
백기를 들었지만 그것 말고는 원인이 또 없는 것인지? 화물과
철도를 묶어서 함께 싸울 수는 없었는지 반성을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산별노조가 그 해결책이라고 한다. 또 누구는
정치세력화가 문제라고 한다. 또 누구는 비정규직 조직이
안돼서라고 한다. 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서
그런 일들을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다 헛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지금 파업에서 지는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하는 일들이 아닌가? 더 완강하게, 더
위력적으로, 더 파괴력이 큰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서 하는
일들이 아닌가?
그것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파업을 회피하고, 파업 사업장의 일로만 생각하고, 파업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없는데 대충 인정해 주거나 적당히 손을
잡는 분위기로는 그 어떤 일도 잘 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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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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