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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노동자 토론회 참관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92호
박용현

반전 노동자 토론회 참관기



박 용 현
기초세미나 정치경제학비판(화요반)

참 관 기





미국에 맞선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이 본격화되면서 전세계적인 반전 움직임이 되살아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수렁에 빠진 부시정부가 한국에 추가파병을 요청하면서 국내에서도 반전 목소리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익을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2차 파병 결정 자체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실제 파병을 막아내기 위한 싸움은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반전의 목소리가 파병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주된 원인 중의 하나로 아직 반전 투쟁에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반전 운동은 주로 학생이나 시민운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그 가운데 반전투쟁을 폭발적인 대중투쟁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계기는 찾기 어려웠다. 파병을 실제적으로 저지시킬 수 있을 만큼 힘 있는 반전투쟁은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반전을 외치며 파업에 나섰던 유럽의 경우와 같이 노동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운동이 반전투쟁에 주요한 역할을 맡는다면, 전쟁을 사유화나 구조조정과 같은 자본의 공세와 연관지어 투쟁함으로써 반전투쟁을 보다 변혁적인 운동으로 상승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22일 열린 󰡔반전노동자 토론회󰡕는 이 같은 반전투쟁에서 노동운동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층 현장의 단위노동조합과 활동가로부터 시작되는 반전운동의 출발점을 만들기 위해 <반전노동자연대(준)>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날씨가 쌀쌀했지만,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2층 토론회장을 가득 매운 70여명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온기는 이를 녹여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토론회는 사전마당으로 이라크 현지상황에 대한 강연을 들은 후에, 본마당에서 금속노동자와 공공부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펼치고 있는 반전운동에 대해 발제를 하고 마지막으로 <반전노동자연대>의 문제의식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질의응답 및 토론시간을 가지는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사전마당으로 이라크 현지상황에 대해서 이라크에서 구호활동을 하셨던 우석균 선생님(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연합 정책국장)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에 따르면 이라크의 상황은 지난 5월에서 7월 사이 급격히 변했다고 한다. 전쟁이 막 끝난 5월만 해도 이라크 민중들의 후세인정권에 대한 반감이 일반적으로 높았고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7월이 되자 사정이 급변해 미군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이라크의 전반적인 상황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세인 정권하의 행정구조가 그대로 존속됨으로 부패가 만연하고 있고 전기공급이 재개되지 않아서 상․하수도 시설은 계속 마비된 상태이며 현지의 일자리 역시 몹시 부족해 대부분의 가계가 1달에 30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점령군인 미군은 시급한 민생문제의 해결은 도외시한 채 치안유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현지의 관습을 고려하지 않고 치안유지에 나서면서 현지인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으며 또 치안유지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서 현재 미군은 점령군으로 적진에서 사면초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미군의 총알받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파병이 시행될 경우 직접적으로 노동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임을 이야기하면서 강연은 마무리 됐다. 현지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연은 현장에서 반전운동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 이전에 다시 한번 반전운동의 당위성을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강연회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기아자동차 화성분회”의 김우용 동지의 발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반전운동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김우용 동지의 첫 발제는「야만의 세계!! 제국에 도전하는 노동자」라는 제목으로 ‘노동자들이 왜 반전운동에 나서야 하는가’와 이를 ‘기아자동차 화성분회에서 어떻게 실현시켜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발제자는, 세계자본주의 체제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언론과 매스미디어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하고, 또 유럽의 제국들이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게 된 것은 국제적 규모의 반전운동 때문임을 지적했다. 또 서구 유럽의 노동자들이 총파업까지 하면서 전쟁반대에 나섰던 것은 그들이 지금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민영화, 정리해고, 구조조정, 복지축소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과 이라크 전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정치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임을 지적하며, 남한의 노동자들 역시 이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반전운동에 나서야 함을 이야기했다. 또 반전투쟁이 성공할 경우 이는 세계 민중들에게 승리의 자신감을 부여하여 이후 투쟁의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함께 반전운동을 건설할 것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같은 관점을 지니고 지난 3월과 5월을 거쳐 9월 27일 국제반전 행동의 날까지 기아 화성공장에서 조직했던 반전캠페인과 반전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노동자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토론회를 개최했고, 주말에 열린 반전집회에 항상 10여명에서 2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을 조직했으며,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과 신문광고모금운동, 선전물 제작 등의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 결과 1,300여명의 반전 서명을 받고 모금을 통해 한겨레신문에 2차례 광고를 하는 등 현장 조합원들의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으며 위원장 유세선거의 가장 주요한 구호 가운데 하나가 ‘이라크 전쟁 중단하라’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을 통해 기아자동차에서는 대의원 대회에서 모든 공장에 파병반대 현수막을 걸 것을 결정하고 민주노총에 파병반대 총력투쟁을 제기할 것을 결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서의 반전운동에 대한 두 번째 발제는 “공무원노조 반전평화실천”의 이신구 동지가 「공무원 노조의 반전활동, 그 성과와 의미」라는 제목으로 ‘관성화 되고 있는 기존 활동에 물꼬를 열어줄 수 있는 계기로서 반전활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무원 노조에서는 올해 초 처음 반전모임을 결성하고 반전운동에 결합할 때 당장의 노동3권 쟁취합법화 투쟁과제와 공무원 신분으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노조 내에서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결국 이를 노동조합이 노조만의 문제에 머물러선 안 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하는 의무가 공무원 노조에 있음을 근거로 이겨냈고, 올 겨울에서 상반기로 이어진 반전활동을 꾸준히 조직한 결과 9월 27일 국제반전 공동행동의 날에는 반전운동의 저변을 조합원들 사이에서 보다 대중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무원도 노동자다”라는 선언 하에 1년 전에 탄생한 공무원 노조는 정부의 탄압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공무원이 노동자라고 하면서도 노조 내에서는 아직도 공무원 신분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면서 일반 노동자와 스스로를 분리하려는 경향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발제자는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된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러한 노조 내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병반대 활동이 공무원 노조가 싸워야 할 투쟁의 대상과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 땅에도 크고 작은 자본주의와의 전쟁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생존권을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공무원 노동자들이 전쟁을 외면할 수 있는 이유와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금속과 공공부문에서 건설되고 있는 현장에서 반전운동에 대한 발제를 들었고 마지막으로 “KT 민주동지회”의 이해관 동지가 토론회를 주최한 <반전노동자연대(준)>의 문제의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반전노동자연대(준)>는 올해 3월의 반전투쟁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3월의 반전투쟁에서 노동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지 못함에 따라 한국의 반전운동은 계급적인 것이 되지 못하고 시민적인 한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노동현장으로 반전운동이 확산되지 못한 문제는 투쟁의 내용에 있어서 전쟁을 세계적 규모의 자본주의 위기와 연관해 바라보지 못하게 해 반전운동이 인도주의적 비판이나 국제법적 수준의 비판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게끔 했다. 이를 극복해야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전노동자연대(준)>태동의 한축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반전노동자연대>의 태동은 대기업 현장 노동자들의 비판적 자아성찰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한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 속에서 노동자들의 임금투쟁을 실리주의적 노동운동으로 보는 대중이데올로기가 팽배해지는 가운데, 반전운동을 통해 노조의 정치․사회적 의제에 대한 현장 활동을 강화함으로 노조를 실리추구의 도구가 아닌 투쟁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지난 5월 <반전노동자연대(준)>이 출범하게 됐으며,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반전투쟁하는 날로 설정해 지금까지 선전전을 전개해 오고 있다고 한다.
발제자는,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지난 5개월 동안 <반전노동자 연대>가 벌여낸 활동은 무엇보다 현장노동자 중심의 반전운동은, 현장에서 정치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냈으며, 또한 다른 사업장,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현장 조직 간의 공동실천이 가능함을 체감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과들을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토론회에 모인 동지들의 힘으로 노동자대회의 사전집회로 반전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발제가 모두 끝난 후에는 자유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토론회 자체가 어떤 쟁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현장에서의 반전운동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그다지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다. 9.27 국제반전공동행동의날 집회당시 노동자들이 300명 정도 깃발을 들고 참여한 것이 반전노동자 운동의 의미 있는 출발이며 이후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서 더 많은 실천이 가능하도록 노력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전쟁반대 현장 노동자 시국회의’에 대한 제안서를 읽은 후에 토론회는 곧 마무리 됐다.
22일 반전노동자 토론회에 갈 때와 참관기를 쓰고 있는 지금, 그 10일 정도의 시간 사이에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토론회 시작 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떠올렸던 김주익 열사 이후에도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혹자는 이 죽음을 정권, 재벌, 보수언론이 주도한 ‘죽음의 정치 프로젝트’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조돈문, 「노무현 정권과 노동자: 희망의 정치와 죽음의 정치」, 󰡔노동자 자결사태와 대책 토론회 자료집󰡕

그 죽음의 프로젝트 중 한 가지로 노동 운동세력을 일반 시민들 및 시민사회단체와 고립시키는 전략을 지적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토론회에 발제자들이 이야기하던 현장에서의 반전운동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정치를 끊어내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 스스로의 몫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을 고양시키는 계기로 반전운동을 자리매김 시키려는 현장에서의 고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토론회 자리였다. 한/노/정/연

2003-11-24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5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