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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적녹연정의 아겐다 2010과 신자유주의 정치

현장에서 미래를  제93호
정병기



독일 적녹연정의 ‘아겐다 2010’과

신자유주의 정치



정병기/ 연구위원





독일 최대의 명절 크리스마스는 올해 들어 유난히 추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이후 논란을 거듭해온 ‘아겐다 2010’이 12월 19일 압도적인 다수로 상하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겐다 2010’은 독일 노조와 연정 내부의 일부 반대로 인해 절대다수 획득이 불가능해지자 기민연과 자민당의 동의를 얻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더욱 강화시킨 형태로 의회를 통과했다.1) 이제 남은 것은 노조의 반대를 무마하는 것이며, 정부와 야당은 실제 ‘아겐다 2010’의 규정과 언론을 통해 조합주의적 기제의 작동을 시작했다.

‘아겐다 2010’의 주요 내용은 조세인하를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와 재정감축에 의한 사회저변층의 생존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개혁법안이 기존 노선을 새로운 노선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다. 1998년 1기 집권 당시 ‘제3의 길’로 알려진 ‘신중도’ 정책에서 이미 그 구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2기 적녹연정의 이른바 ‘경제회생법안’인 ‘아겐다 2010’을 1기 적녹연정 정책의 연장선 상에서 다룰 것이다. 글의 순서는 재정ㆍ조세 정책과 노동ㆍ고용 정책 및 기타 사회정책으로 나누어 그 주요 내용을 고찰한 후, 전반적 평가에 대신하여 공급조절 조합주의의 성격을 밝히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1. 재정․조세정책

‘아겐다 2010’의 재정ㆍ조세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 개선 및 정부자산 매각과 소득세 인하로 요약된다.

우선 지방자체단체의 재정상태 개선은 재건은행(KfW)을 통한 장기저리자금의 융자를 통해 공공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는 사회부조금중 일부를 연방정부로 이관하고 홍수피해보상기금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기여금을 면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세출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국외에 예치된 예금을 국내로 반입할 경우 과거 이자소득에 대한 미납부 세금을 불문에 부치고 이자소득세 제도를 현재 30%에서 25%의 원천과세로 단순화해 징수함으로써 세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재건은행을 통해 150억 유로의 저리 투자자금을 지원하며 이중 70억 유로는 지자체의 인프라 투자프로그램에, 나머지 80억 유로는 민간주택부문에 지원하여 침체된 건설 및 관련분야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사용하려 한다.2)

정부자산 매각도 재정부족액 조달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한다. 적녹연정은 당초 30%로 기획했던 정부 신규채무를 야당과의 타협 끝에 25%로 한정하는 대신 정부자산 매각액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에 따라 우선적으로 정부가 최대주주인 통신업체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과 우편업체 도이체포스트(Deutsche Post) 등 공기업 지분의 대규모 매각이 예상된다.

소득세율 인하도 3월 14일의 당초 계획이 반발에 부딪혀 비율 면에서는 완화된 형태로 통과되었다. 12월 19일에 최종 승인된 개혁법안에 따르면, 최저세율은 현재 19.9%에서 2004년 1월 1일부터 16%로 그리고 2005년부터는 15%로 인하되며, 최고세율은 현재 48.5%에서 같은 단계를 밟아 46%로 낮춘 후 45%로 내릴 계획이다.3) 그에 따라 내년도 소득세 감면 총액은 150억 유로에 달하며, 1인당 소득세 면제 연소득 하한선은 7,235 유로에서 7,664 유로로 인상된다.

이와 같은 재정ㆍ조세정책은 1기 적녹연정의 ‘신자유주의적 강령’으로 비판받는 ‘미래강령 2000(Zukunftsprogramm 2000)’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강령은 기민연/기사연-자민당 연정 당시 재정장관이었던 바이겔(Th. Waigel)이 세웠던 예산보다 2000년 한 해에만 300억 마르크를 더 절약하고 집권 4년 동안에는 무려 1,500억 마르크를 절약한다는 계획이었다.4) 이 강령에 의한 재정절약은 두 단계를 거치는데, 우선 75억 마르크까지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통해 달성하고, 나머지는 과감한 지출삭감을 통해 이룬다는 것이었다.5) 그러나 이러한 긴축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1998년도 적녹연정 출범당시 2.1%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재정적자가 2003년 말에 이르러서는 유럽통화동맹 회원 가입 및 유지조건인 3.0%를 넘는 3.4 내지 3.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새로운 정책적 대안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래강령 2000’이나 ‘아겐다 2010’이 각종 조세부담률을 경감하여 조세수입 증가폭을 일정하게 묶어두는 가운데, 재정지출 증가폭을 조세수입 증가폭보다 더욱 낮게 책정하여 장기적으로 재정절약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데 있다. 실제 초기 정부의 정책은 조세수입을 2001년도 이후 매해 3.2% 내지 5.5%씩 증대시키는 반면, 재정지출폭은 2001년도 이후에도 매해 1.5% 내지 2.2% 사이에서 완만하게 증가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이러한 조세인하의 효과는 사회저변층보다는 중소기업에,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였음이 드러난다. 2000년도 당시에 예상한 수치로 보더라도 중소기업이 약 26억 마르크의 조세경감 혜택을 누리는 반면, 대기업은 오히려 약 67억 마르크의 조세부담 경감효과를 얻는 것이었다.6) 더욱이 노동자와 일반 가계의 경우에는 사회보장 정책들의 감축으로 개인들의 조세경감분이 상쇄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미래강령 2000’과 ‘아겐다 2010’은 사회보장 정책의 감축을 통해 임금의존 노동자들에게는 소득세 인하를 상쇄시키는 반면, 이를 통해 기업을 위해서는 조세부담률 자체뿐만 아니라 임금외비용의 부담까지 경감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적녹연정의 재정․조세정책은 부유층과 기업에 유리한, 아래로부터 위로의 재분배를 촉진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 노동․고용정책

‘아겐다 2010’의 노동ㆍ고용정책은 신자유주의적 탈규제에 더욱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긍정적 효과라면 수공업에서 전문기술자의 자격과 창업조건(전문기술자만 창업할 수 있다는 조건: 종전 94개 직종에서 41개 직종으로 감축)을 완화하여 창업의 기회를 신장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고용증진과 노동시장 참여 유인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실업과 해고제한 관련 조치는 명백히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삶의 조건을 위협한다.

우선 실업정책에서 ‘아겐다 2010’은 현재 최장 32개월로 되어 있는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연령에 따라 12~18개월로 축소하고, 실업급여 지급기간 종료 후 지급되는 실업보조금을 일정한 기간이 다시 경과한 후 마지막으로 지급되는 더 낮은 수준의 사회부조금에 통합한다는 것이다.7)

고용과 관련해서는 종전 5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던 해고보호법의 적용 면제를 완화하여 2008년 말까지로 일시적 단서조항을 두기는 했지만 10인 이하 사업장으로까지 확대한다. 또한 경영상의 이유로 종업원을 해고할 경우에도 해고기준이 연령이나 근속연수로 제한되어 있으나 노사합의에 의해 업무능력 등도 기준으로 할 수 있도록 권유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동정책의 의도는 12월 19일 ‘아겐다 2010’이 의회를 통과하던 날 슈뢰더 총리가 한 연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곧, “노숙하는 것보다는 불안정한 직장이라도 다니는 것이 낫다”8)는 것이다.

임금단협과 관련된 적녹연정의 노동ㆍ고용정책은 일반 임금수준의 하락, 일괄단체협약에 따른 단협안의 보편적 적용 폐지, 부문 내 또는 부문간 임금격차의 확대, 지역간 임금격차의 확대라는 네 가지 성격을 띤다.9) 우선 일반 임금수준의 하락을 겨냥하는 적녹연정의 정책은 개별 가계소득의 감소를 피하는 동시에 생산요소로서의 노동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임금부대비용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기업의 임금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임금인상을 생산성 상승 범위 안에 묶어 두고 그 대신 고용을 늘린다는 논리로 정당화된다.

적녹연정은 임금이 비용이기도 하지만 수요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는 관념을 거부한다. 이는 신고전 경제학의 논리에 따라 임금 외의 요인들, 즉 환율변화, 해외시장의 경기 발전, 국가 투자정책 등도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임금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논리에 따라 적녹연정은 노조에 대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임금인상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10)

일괄단체협약의 폐지와 관련하여 적녹연정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기조에 입각하여 일괄단체협약을 고용 증진을 저해하는 독약으로 규정한다. 그에 따라 부문별이나 산별 영역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단체협약인 일괄단체협약을 폐지하고 기업별 협약을 강화하여 사용자의 입지를 넓혀 주고자 한다. 부문 내 또는 부문간 임금격차의 확대는 저임금그룹의 형성을 구체적 내용으로 한다. 그것은 “실업보다는 어떠한 일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11)는 논리로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며, 낮은 생산성 영역에 낮은 임금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 630마르크의 최저 임금 일자리와 비정규직 및 반자영업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욱이 긴축재정과 관련하여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려면 사회보장제도의 감축이 필연적이 된다. 기존 제도에 의하면, 630마르크 이하의 소득을 하는 사람에게는 세금이 면제될 뿐만 아니라 이 그룹들과 실업자를 비롯한 열악한 생활조건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각종 사회부조 혜택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겐다 2010’을 통해 통근수당이나 자가주택 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이 대폭 축소된다. 결국 열악한 노동조건을 일자리로 규정하여 대폭 확대함으로써 실업률을 줄이고 재정절약도 달성하려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적녹연정은 또한 부문간뿐만 아니라 지역간에도 임금격차를 확대해 왔다. 동일한 통화권역에서 임금을 차별화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동독지역과 서독지역의 임금 차이를 유지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생산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임금부담을 경감시켜 그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또한 이를 통해 지역의 고용을 증진시킨다는 정책이다. 적녹연정의 논리에 따르면, 단기간의 임금격차는 결국 장기적으로 지역간 이전을 통해 균형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경제정책그룹(Arbeitsgruppe Alternative Wirtschaftspolitik)이 발간하는 메모란둠(Memorandum) 2001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적녹연정의 고용정책은 일시적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안정적인 고용상황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12) 우선, 지역간 임금격차 확대 정책에 따라 구동독지역에서는 고용창출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1991년 10.3%였던 구동독지역의 실업률―당시 구서독 지역 6.3%―이 2000년도에는 무려 8.5%가 증가한 18.8%―구서독지역 8.7%―에 달했다.

또한 고용창출은 임시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에 집중되었다. 그에 따라 1999년도와 비교해 2000년도의 정규노동시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정규직 노동은 0.03% 증가한 것에 불과해 적녹연정의 고용정책기조를 볼 때 감소하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정도이다.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정규직이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0년도 적녹연정의 고용정책 효과가 안정적 고용상태 개선이 아니라는 마지막 근거로 메모란둠 2001이 제시한 것은 고용창출이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근거는 위에서 제시한 고용증가율은 연평균 수치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경기에 따라 고용변동이 심하다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은 정규직이 비정규직화되는 현상과도 중첩되어 나타났다.



3. 기타 사회정책

연금과 관련해 적녹연정은 ‘세대간 연대의 원칙’은 고수한다고 하지만, 연금분담금의 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킬 계획이다. 곧 ‘아겐다 2010’은 연금분담금을 19.5%까지 상향조정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사보험 가입도 지속적으로 장려할 것을 규정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와 같이 사용자의 부담이 11.8%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부담은 그 두 배인 23.6%에까지 달할 수 있게 된다.13)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연금 수령연령을 60세까지로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적녹연정의 연금관련 개혁조치 중 이미 시작된 중요한 변화는 ‘직장연금(Betriebliche Altersversorgung)’을 통해 법적 연금제도를 보완케 한 것이다. 그에 따라 2002년부터 노동자들은 성탄절수당이나 휴가수당 등을 직장에 적립하여 연금보험료를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직장평의회나 노조가 사용자와 협상을 통해 연금의 크기와 종류를 선택하게 하였다.14) 물론 구체적인 사항들의 결정은 노사간 교섭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겠지만, 노동자들이 이러한 제도를 수용할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결정뿐만 아니라 연금 기구와 크기의 선택에 대한 사용자의 권한이 커지게 된다.15)

적녹연정의 이러한 연금관련 정책은 결국, 생활보장적 법정 연금제와 노후보장의 평등주의적 재정조달을 포기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에 노후보장 일부를 맡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16)

재정ㆍ조세 정책이 ‘미래강령 2000’을 지속ㆍ강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겐다 2010’의 보건의료정책도 경쟁제도의 도입과 보험가입자의 책임 증대 및 보험사의 부담 경감이라는 ‘보건개혁 2000’ 프로그램의 맥락에서 세부 항목들을 더 강화한 것이다. ‘보건개혁 2000’은 이미 2000년부터 5년 동안 매년 2%씩 의료보험료를 인상하여 10%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17) 또한 1년 중 한 번에 한해 의료보험기금을 변경할 수 있는 규정을 2001년 1월 1일부터는 8주에서 12주가 지나면 변경할 수 있게 개정했고,18) 의료보험의 민영화 수준을 높여 거주지별로 의료보험 수가를 협약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19) 이러한 조치들은 보험가입자들의 보험기금 선택권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의료보험의 구체적 내용을 보험기금과 의사단체에 일임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보험가입자의 참여권과 결정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게다가 1990년대 말에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증대하는 조치는 보험가입자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결국 ‘아겐다 2010’에 따라 법정 의료보험의 부담은 보험가입자의 부담 증가를 통해 2004년에 100억 유로를 절약하며 2006년까지 206억 유로까지 절약하게 된다.  



4. 공급조절 조합주의적 동원

대부분의 경제사회개혁안들은 사회 각계 각층과 여야의 이해관계와 깊이 얽혀 있어 갈등과 타협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의회 통과에 이르기까지 9개월간의 공방을 거친 데에서 드러나듯이 ‘아겐다 2010’의 경우도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소수의 지속적인 반대에 부딪혔을 뿐,20) 투표결과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을 보였다. 결국 여야간 타협에 의해 당초 사민당의 제안보다 신자유주의적 색채가 더욱 짙어진 이 법안을 두고 독일 언론들은 슈뢰더의 ‘자랑스럽지 않은 승리’라고 평하고 있지만, 이미 현대화론자로서 전통적인 사민주의정책을 포기한 현 적녹연정으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으며 적어도 절반은 이미 예상했던 타협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론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여야 정치권과 자본은 상호 타협을 통해 구체적 방안을 추가하되 이 법안의 계획이 변질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며, 이제 노조 측의 동의를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교육, 연금, 의료보험, 고용, 임금 부문에서 일괄적 단체협상을 파기하여 개별 혹은 기업별 협약을 체결하여 새로운 기획들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집행 정책은 필시 ‘일자리와 교육과 경쟁력을 위한 동맹’을 통해 추진되어 온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적 조합주의의 맥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그 성격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21)

‘아겐다 2010’을 실현하기 위한 적녹연정의 정책은 노동과 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생산성협정을 통해 공급중시의 조합주의 혹은 공급조절 조합주의(supply-side corporatism)의 성격을 지속할 것이다. 곧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협의하는 기제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측 행위자인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동자들의 협조를 조직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급조절 조합주의는 또한 국제적 압력에 대응한 경제 성장에 유용하도록 사회정책과 소득정책을 재조정하려는 개방시장 조합주의 혹은 개방경제 조합주의(open-economy corporatism)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분배정책이나 각종 사회정책 등 노동자들의 생활조건과 밀접한 국가정책에 있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통로가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동자들의 양보를 조직화하는 기제라는 의미이다.

‘아겐다 2010’은 ‘더 수월하고 더 효율적인 국가’도 한 목표로 하고 있다.22) 공급조절 조합주의와 관련하여 볼 때 이것은 모든 사회생활영역에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경쟁력뿐만 아니라 제반 분배조건도 개선하려는 조합주의적 사회조정 혹은 조합주의적 사회통치(corporatist social governance)를 수단으로 함을 의미한다. 사회통치의 수단이라는 것은 산업현장에서의 노사관계 차원이나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사회ㆍ경제정책적 차원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곧 정부가 노사정 협의를 통해 일자리와 경쟁력 및 교육에까지 이르는 노동자들의 모든 사회생활영역에 개입함으로써 전 사회적 이슈들을 제도화된 노동자조직을 통해 통치한다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적 조합주의’―관료적 독재정치에서 의회의 활동을 정지시키고 통치자가 직접 대중을 동원하는 기제로서 사용되는 ‘전통적 조합주의’와 구별하는 의미에서―는 완전고용과 소비성장을 통해 자본의 축적을 일정하게 제약하는 기능도 수행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 조직의 내부에 이윤동기를 수용케 하고 확대하는 것도 ‘민주적 조합주의’의 기능이다. 적녹연정의 공급조절 조합주의에서는 전자의 기능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후자의 기능이 중심이 되어 작동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기민연과 자민당의 지지까지 안고 등장한 적녹연정의 ‘아겐다 2010’은 1998년부터 시작된 ‘신중도’의 연장선 속에서 신자유주의 시기 합리화의 수혜자들을 위한 것으로서, ‘아래로부터 위로의 재분배’를 통해 사각지대나 사회 저변층을 더욱 벼랑으로 몰고 가는 기획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한/노/정/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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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원의 경우, 총의석 603명 중 과반수는 302명 이상이다. 그러나 사민당과 녹색당의 총 의원 306명 중 10여명은 ‘아겐다 2010’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여 연정만으로는 절대다수를 획득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실제 투표 결과도 예상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곧, 출석의원 597명 가운데 581명이 찬성하고, 16명이 반대하였다. 반대표는 사민당 6표, 녹색당 6표, 민사당 2표, 기민연 2표였으며, 여당과 야당의 찬성비율은 294 : 287이었다. Berliner Morgenpost, 2003년 12월 20일.


2) 『해외경제포커스』제2003-11호 (2003.3.9~3.15), pp. 19~24 참조.


3) “Die Maßnahmen der Agenda 2010 im Uberblick.” http://www.bundesregierung.de/Themen-A-ZAgenda-2010- ,9913/Agenda-2010-im-Ueberblick.htm (검색일 2003.12.20). 현재 시행중인 세재개혁법안은 2001년, 2003년 및 2005년 초 3단계에 걸쳐 최고세율은 51.0%에서 단계별로 48.5%, 47.0%, 42.0%로 인하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지난해 여름 홍수피해에 대한 지원자금 마련을 위해 금년 1월로 예정되었던 2단계 세율인하시기를 2004년으로 1년 연기한 바 있다.『해외경제포커스』제2003-11호.


4) http://www.dagmar-freitag.de/bundespolitisches/zukunftsprogramm_2000.htm (검색일: 2002년 10월 5일).


5) Sitte (2000), p. 359.


6) Sitte (2000), p. 361.


7) 실업급여는 실업전 월평균 순급여의 60~67%이고 실업보조금은 52~57%인데 반해, 사회부조금은 1인당 140~230유로 내외로 일반적으로 실업보조금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8) http://www.bundesregierung.de/Anlage/original_578908/Deutschland-nimmt-die-Herausforderungen-des-21. -Jahrhunderts-an.audio_x-ms-wma (검색일: 2003년 12월 20일).


9) Heine & Herr (1999), pp. 377~394 참조.


10) Heine & Herr (1999), p. 384.


11) Heine & Herr (1999), p. 387.


12) Arbeitsgruppe Alternative Wirtschaftspolitik (2001), pp. 15~17 참조.


13) Arbeitsgruppe Alternative Wirtschaftspolitik (2001), p. 21.


14) Die neue Rente: Solidaritat mit Gewinnen. Broschure vom Bundesministerium fur Arbeit und Sozialordnung (2001); “Reform der Alterssicherung: Gunstige Bedingungen fur Betriebsrenten” (2001).


15) 정병기 (2001) 참조.


16) Arbeitsgruppe Alternative Wirtschaftspolitik (2001), p. 21.


17) 2000년 1월 보험료는 2,000마르크에서 약 7,740마르크(서독)나 6,450마르크(동독)의 월소득자의 경우 월소득의 13.5%이며, 상한선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는 의료보험 가입의 의무가 면제된다. http://www.msu-gmbh.de/gesund1.htm (검색일: 2001년 7월 23일).


18) Pressemitteilungen 2001, No. 75.


19) Pressemitteilungen 2001, No. 74.


20) 특히 민사당(PDS)은 사민당의 ‘아겐다 2010’ 초안에도 정면으로 반대하여 분배 정의와 시장 제약 및 자결적 삶을 주요 목표로 하는 ‘아겐다 조치알(Agenda Sozial)’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Argumentation und Leitbilder der Agenda sozial." http://www.pds-online.de/politik/agenda_sozial/leitlinien.htm (검색일: 2003년 12월 20일).


21) 이 ‘동맹’의 성격에 관해서는 Zuege (1999), pp. 89~90와 김수행ㆍ안삼환ㆍ정병기ㆍ홍태영 (2003), pp. 199~200 참조.


22) “Die Maßnahmen der Agenda 2010 im Uberblick.”


2003-12-24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