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 1년,
노동자 민중의 상태와 노동운동의 과제 |
선 지 현/ 연구원 |
다수의 노동자 계급은 출범 당시부터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권임을 모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합의주의 재시도’라는 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분명 김대중 정권의 연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와 개혁’이데올로기로 포장된 ‘친노동’의 허울은 노동자․민중에게 지난 5년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큼의 환상이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 환상도 취임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산산이 조각나 버렸지만 말이다.
특히 지난 1년간의 노무현의 노동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참여와 개혁’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잇따른 노동자 분신과 자살, 노동(조합)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들, 파업현장의 공권력투입과 대량의 구속, 합의파기와 노조탄압 등 지난 1년이 노동자들에게는 노무현 정권의 향후 4년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예감케 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노동자들이 절감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을 평가하고 2004년 예측되는 노동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면서 노동자․민중운동의 과제를 간략하게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1. 노무현정권의 노동정책의 흐름
1)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와 글로벌스탠다드
당선이후 인수위원회의 12대 국정과제를 통해 구체화 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방향은 ‘노동자도 함께 책임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실현’이었다. 글로벌스탠다드로 표현되었던 국제기준의 적용 역시 명백하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하는 노동정책1)이었을 뿐 노동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확장시킬 수 것도 아니었고 노자관계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무현 정권에게 공무원 노조 인정, 직권중재 축소 등의 요구수용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는데 전혀 걸림돌이 아니었고 오히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동자계급을 끌어들일 유인책이었으며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의 과제 역시 지난 5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로 드러난 문제를 일부분 해소하면서 취약한 정권의 기반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참여복지가 김대중의 생산복지와 다른 내용을 갖는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1년이 지난 지금에는 예산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표 1>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의 내용(2003. 1)
신뢰에 기초한 참여?협력의 노사관계 구축 |
공무원노조, 직권중재 축소,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법 개정으로 국제기준 적용. 노사정위원회 및 노사중층적 교섭구조의 활성화 |
차별 및 사회적 갈등 해소와 국민통합 |
여성, 중고령자, 청년, 장애인,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문제 및 일자리 확대/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해소 |
참여복지를 통한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
사회적 보호장치 제도화/비정규직 포함 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 제도구축 |
사회적 통합?연대와 ‘경제효율 증대’간의 선순환 추구 |
성장잠재력확충과 삶의 질 향상 결합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정책 *신성장정책 |
노동행정 선진화를 통한 예방적 기능강화 |
사전예방을 위한 노동행정
다양한 노사정대화채널 활성화
노동시장?노사관계?산업안전인프라 확충 |
자료 : 노무현 정부 12대 국정과제 中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요약, 인수위원회, 2003.1
신성장 정책이야말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목표를 드러내는 것인데 ‘성장을 전제로 한 분배의 약속’, 그것이 얼마 되지 않아 그 실체를 드러낸다 하더라도 노동자계급의 동의를 끌어내야 할 핵심적 이유였다.
초기 노무현 정권에게 핵심은 지난 5년간 지속되어왔던 노동자계급의 신자유주의 전면 저항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넘어서는 것이 문제였고, 이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동의가 수반되는 신자유주의의 지속을 수행해내는 것이었다. 김대중 정권에게 노동자계급이, 구조조정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배제해야할 대상이었고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계급을 들러리로 만드는 기구였다면 노무현 정권에게 노동자계급은 ‘신자유주의를 함께 지속시킬 동반자’로 만들어야 할 대상이었고 노사정위원회는 이를 실현시킬 유일한 기구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권은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했다. 소위 김대중 정권의 노동배제정책을 비판하며 노동자들의 참여와 민주적 구조조정을 주장했던 노동운동 일부 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노사정위원회 참여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예전의 노동인사들이 민주노총을 ‘전투적 경제주의’로 몰아 부치며 ‘투쟁을 통한 요구의 관철’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소수의 견해로 전락시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함으로써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 노무현정권의 초기 구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한편에서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운 조직(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유연화 공격2)으로 나타나고 소위 ‘2만불 시대와 동북아 중심국가’와 ‘기업하기 좋은 노동환경3)’만들기가 대두되면서 노동자계급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2)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기 좋은 노동환경’ 만들기 : 본격화되는 노동탄압
2003년 7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발표와 더불어 본격화된 동북아중심국가 건설’ 구상은 계속 유보되어왔던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동시에 근기법을 개악시키고 ‘기업하기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동탄압으로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자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월차휴가를 폐지, 유급 주휴, 생리휴가를 무급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고령자고용촉진법 등이 정한 의무고용을 면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정한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 연장,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 등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은 근기법 개악으로 연결되었고, 1998년부터 투쟁해왔던 ‘주 5일제’는 2004년, 단위 사업장에서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투쟁사안으로 올려져 있다. 주 5일제 도입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이루겠다는 약속은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초과임금 할증률 축소, 월차 무급화 등 유연성을 가속화시키는 등 근기법 개악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자동차 임단협 합의를 계기로 쟁점화 된 이른바 ‘노동귀족’이데올로기 공세는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된 비정규직의 문제를 정규직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방안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수언론은 연일 ‘1년 연봉 5,000만 원’을 떠들어대며 조직(정규직)노동자 투쟁을 양심불량행위로 전락시키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 조직(정규직)노동자의 고용경직성(고용안정성)에
있음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리고 이후에 서술하겠지만 이러한 공격은 조직(정규직)노동자의 고용 유연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통해 ‘정규직을 줄이고(또는 노동조건을 개악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교조, 철도, 조흥은행,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정합의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5월 NEIS 시행발표를 시작으로 줄줄이 파기되었고 노정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재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 화물연대에 대해 노무현 정권은 공권력투입과 강제해산, 전원연행방침 등 강경기조로 일관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집행이라는 낡은 수법을 동원하여 노동탄압을 전면화하기에 이른다.
성장잠재력을 높이면서 사회통합적 연대를 주장했던 노무현정권의 논리가 허구였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후 노무현 정권은 파업사업장에 대해 대규모 징계, 손해배상․가압류, 지도부 구속 등 노동탄압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투쟁을 ‘집단이기주의’로 내모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는 등 역대 정권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노동자들에게 확인시켰다.
6월부터 열사정국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노동탄압은 지속되었고 그 결과 민주노총 노동탄압백서에서 확인되듯이 2003년 10월 말 기준으로 노무현 정권 출범 9개월 만에 144명의 구속자가 생겼고, 40여개의 사업장에 손배가압류(김대중 정권시절 포함), 1천여 명에 달하는 (징계)해고자수와 장기투쟁사업장의 증가(김대중 정권 시절 포함) 등으로 하반기에는 노동탄압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탄압은 노동자들에게는 지난 5년간 지속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이 지속된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었고 이는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열사들의 유서에도 확인되는 되듯이 노무현의 개혁정책에 기대하며 자본의 악랄한 노동탄압이 중단되기를 바랬던 소박한 노동자의 희망은 절망이 되었고, 신자유주의 자본정권에게 절대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진실을 죽음을 통해 재확인시켰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죽음을 통해 알려야 하는, 마치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80년대 노동자들의 투쟁의 구호가 2만불 시대를 준비하는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대응은 ‘기획분신, 노동계 선동’ 운운하며 탄압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근본적으로 제한할 제도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3)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결정판 :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노무현 정권 출범초기에 나타났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문제는 합의파기, 노동탄압과 열사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그 가능성조차 완전히 상실하면서 민주노총 선거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으로 유보되었다. 노사정위원회 김금수 위원장은 2004년 노사정위원회 힘 있는 가동을 위한 준비, 예컨데 업종협의회 구성과 활성화방안, 기업연금 등 노사정위원회에서 의제화 할 수 있는 모든 주제들에 대한 안은 활발하게 구성하였다. 그리고 언론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표성’(현장과 괴리된 총파업)을 문제 삼았고 2004년 지도부 교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이데올로기공세도 계속되었는데 때로는 ‘대화조차 거부하며 불법파업만 일삼는 민주노총’으로 내몰면서 현장노동자들과의 분리를 시도하며 ‘협조주의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을 강요해왔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월 구성된 노사관계선진화기획단의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이하 선진화방안)』이 9월에 제출되었다.
정부에서 발표한 선진화방안의 기본 기조는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유연화고 안정된 노동시장 구현 △근로계층간 격차 완화 등이다. 이후에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만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함으로써 파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선진화방안의 핵심이다. “노동쟁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노무현대통령의 발언은 선진화방안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축소함으로써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관심을 모았던 ‘동일노동․동일임금’ 추진과 비정규직 차별해소방안은 9월 4일 노사관계선진화방안과 더불어 ‘비정규직 보호대책’으로 제출되었는데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이미 예상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 모든 업무에 파견제 사용 가능 (금지업종을 제외하고는 파견제 사용 자유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 파견기간의 연장
-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사업완성에 일정한 기간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필요한 기간만큼 파견기간 연장
- 고령자 등 재취업이 어려운 계층에 대하여 파견기간 연장
- 제조업이 파견허용 업무에서 제외되면, 일시적 필요에 따른 파견을 1년까지 허용
○ 특정 일자리에 파견근로자를 교체하여 계속 사용하는 것을 제한
- 파견기간 종료 후 일정기간 동안은 파견제 사용을 제한
- 이 제한기간 중 계약직으로 일시 전환 허용 검토
○ 기간제근로자 : 2년까지는 자유롭게 사용하도록하고 2년을 초과한 경우에는 해고제한규정을 적용(예외 허용)
○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특수고용에 대한 보호는 특별법('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 제정방안을 검토 |
자료 : 비정규직 보호대책의 기본방향의 주요내용, 노동부, 2003.9.4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이란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전제한 위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취약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혹은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제목으로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인 것처럼 포장되어 알려져 있다4). 파견기
간 연장과 확대 등 근로자 파견제를 자유화하고, 기간제에 대해서도 해고제한규정에 예외를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자유화를 시키며,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보호 특별법 제정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을 제정하는 등 비정규직 양산을 제도화하는 대책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선진화방안과 함께 2004년 노사관계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2. 노동자․민중(운동)의 상태
1) 빈곤, 자살, 생활의 파괴로 이어지는 민중의 삶
|
2002년 |
2001년 |
2000년 |
1999년 |
1998년 |
자살 |
6,576 |
5,446 |
5,266 |
5,875 |
7,337 |
(통계청, 2003연보)
1999년 잠시 감소했던 자살자수가 2000년부터 다시 증가하여 2002년까지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실제 자살자수는 통계청 자료보다 훨씬 많다(통계청 통계와 경찰청 통계 사이의 차이가 심한데 최대 4,000명 차이가 남) 실제로 2003년 자살자수가 13,000명(2002년 1만 3055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19.1명 꼴이다5).
|
2003년 |
2002년 |
2001년 |
2000년 |
(전체자살 중)
생계형 자살비율 |
6.8 |
4.6 |
4.28 |
3.9 |
(통계청, 2003연보)
2003년은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사회적 자살과 가족동반 자살 급증(생계형 자살 700명)했는데 양극화 현상의 구조화와 빈곤의 확대는 노동자․민중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2003년도 역시 빈곤지수(0.358)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격차는 절대빈곤의 확대로, 생활의 파괴와 자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다한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수의증가는 노동자․민중의 생활 파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1999년 말 214조원에 불과하던 가계금융부채는 2000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3년 2/4분기말 현재 509조원에 달하고 있고 2002년 262만 명이던 신용불량자수는 2003년 37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증가하고 있는 신용카드 범죄 중에 27.1%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물품판매, 가장 현금대출(카드깡)이었다는 점6)에서 악순환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가 2003년 5.1배(전년도 4.4배)로 증가하는 등 10대90의 사회로 치닫고 이혼이 50%가 가까워지고, 자살, 신용불량자수, 가계부채 증가 등 노동자․민중의 삶은 그야말로 벼랑끝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2) 실업/비정규직의 확대 구
조 안착
< 실업률 추이 > (단위 : %, 배)
구 분 |
`97 |
`98 |
`00 |
`02 |
|
`03.12 |
`02.11 |
전체실업율(A) |
2.6 |
7.0 |
4.1 |
3.1 |
2.8 |
3.6 |
청년실업율(B) |
5.7 |
12.2 |
7.6 |
6.6 |
6.2 |
8.6 |
B/A |
2.2 |
1.7 |
1.9 |
2.1 |
2.2 |
2.4 |
(2003년 고용현황. 통계청)
통계청의 통계수치가 실질적인 실업자수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변화양상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하향추세에 있던 실업률이 2000년 이후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의 증가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2003년 현재 전체 실업자수의 절반(39만 명)이 상회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대 청년층 중 생산인구 가운데 졸업을 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유휴화률) 20.9%로 5명당 1명이 실업자로 나타나고 있다.7)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신규고용이 급격하게 줄어든 가운데 20대 노동자수의 과반수 이상이 임시직, 일용직으로 다수의 비정규직과 소수의 정규직이라는 고용구조가 안착화 되어가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20~29세 임금노동자 4백만8천 명 중 임시직과 일용직이 각각 162만2천 명, 39만천 명을 합쳐 2백만3천 명(50.2%)으로 신규취업부터 다수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고용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은 대단히 열악한데, 동일노동에 대한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2003년 공공연맹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중에서 임금평균이 가장 낮은 직종은 건물환경미화로서 평균 635,000원8)으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저임금구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대공장의 하청노동자들도 연장근로수당까지를 포함(평균노동시간 주 53시간)해 134만원9)으로 최저생계비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장시간 노동과 각종 노동재해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3)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지난해 열사정국을 계기로 사회쟁점화 되었던 손배가압류를 통한 노동탄압은 자본측이 노동조합활동을 탄압하기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자본뿐만 아니라 직권중재 등으로 합법파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정부차원의 손배가압류는 발전, 철도 등에서 와 같이 자본측 못지 않았다. 여기에 법원판례10)까지 사용자편을 들어주는 등 손배가압류를 통한 노조탄압은 이후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03년 12월 확정된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서 보여지듯이 법․제도화가 추진됨으로써 정부가 사용자의 손배
가압류를 양산하는 기본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구속도 어느 정권 때보다 많았는데 2월의 배달호 열사 투쟁에서 금속노동자들을 시작으로 공무원노조의 부당해고, 현대자동차 등의 근골격계 투쟁, 6월 화물연대, 철도파업, 인천지하철과 부산지하철 파업, 현대아산 사내하청 투쟁, 조흥은행 파업, 안산 상록운수, 당진 한보철강투쟁, 11월 노동자대회, 최근 건설일용노조투쟁에 이르기까지 구속자수는 150명을 넘어서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방법도 그 역할을 의심할 정도인데 지난 해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은 전부 인정된 경우가 총 4,253건 중 506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부 인정된 경우까지 포함해봤자 550건도 채 안된다. 오히려 기각 혹은 각하된 경우만도 900건을 훨씬 넘었다11).
4) 지속되는 상시적 구조조정
2001년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 안착이라는 목표아래 추진되어온 구조조정은 2003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정부차원에서는 퇴직금제도를 없애고 퇴직금을 기업연금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입법안이 추진 중이고 국민연금 개악안도 2003년에 국회에 상정되었다가 유보된 상태이지만 2004년에 다시 입법추진 예정 등 노동자들의 유일한 노후보장비 조차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또 다른 임금삭감인 것이다. 여기에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등 임금유연화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공부문 사유화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가운데 철도공사법․공단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전력 배전부문의 분할매각 역시 본격적인 추진단계에 돌입해 있다. 이와 더불어 외주하청과 민간위탁 계획도 제출되고 있는데 철도 7,700명 외주화, 지하철 및 도시철도에서의 민간위탁과 용역확대 등 흑자경영으로의 전환이라는 이름 하에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매년 확대되어 추진되고 있다.
또한 03년 국회를 통과한 정산법에 따라 정부산하기관의 구조조정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정부출연기관의 구조개편 논의 역시 03년 대부분 마무리되어 2004년에 이행을 앞두고 있다.
ERP시스템 구축, 6시그마 등 정보화에 기반한 노동통제 역시 2003년에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본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노동비용을 절감시키면서도 동시에 노조무력화 전략을 함께 구사하면서 현장을 통제해 들어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하철분야의 스마트카드 도입, 자동화 등을 통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산인수 방식으로 부품사를 흡수하고 있고, 전기전자 산업은 대부분 중국 등 해외공장으로 이전했고, 올해부터 철강, 자동차 등 전체 산업의 해외이전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한편으로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을 지향하는 자본은 별도법인(외주)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아웃소싱, 소사장제 등 현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금속노조는 현재 부도,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사업장이 15개이며, 70여개 사업장이 인원조정을 포함한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다. (금속노조 자료) 여기에 자본합작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휴는 노동자들에게 ‘합작제휴에 성공하려면 노사관계 안정화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가 사측에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만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퍼뜨리면서 대공장을 중심으로 한 협조적 노조운동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3. 2004년, 노무현정부의 노동정책 전망
- 주요쟁점을 중심으로
1)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국
가경제지도자회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하 사회협약) 발표, 경제활성화 등 일련의 노무현 정권의 모습은 1997년 IMF 시기 ‘금모으기 운동’, ‘실업극복국민운동’ 등으로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이어 1998년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등 노동법을 개악시켰던 과정을 상기케 한다.
청년실업문제는 최근 몇 년간 계속 제기되어 왔던 문제였고 이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앞두고 보여지는 상황은 노무현 정권에 총선이 정권 재창출여부로 위치 지워져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사회협약은 크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 △고용안정과 격차완화를 통한 성장기반확충 △취업애로계층에 대한 일자리 만들기 강화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화 등 4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항목별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자본의 의도와 계획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표 2>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 中 주요내용 요약
기업하기 좋은 환경 |
- 투자확대에 장애가 되는 모든 경제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 세제 및 고용보험에 의한 지원방안 강구
- 임금?근로시간의 조정, 배치전환의 원활화등 기업내부의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 인력자원개발(교육훈련 등)
-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
고용안정과 격차완화를 통한 성장기반 확충 |
-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
- 퇴직근로자 재취업을 위한 지원프로그램
-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통한 고용증대
- 하도급업체의 경영안정 지원, 불합리한 차별 지양, 비정규직을 배려하는 노동운동, 임금안정
- 저소득층 주택해결
- 사회안전망 확충 |
취업애로계층에 대한 일자리 만들기 시책 강화 |
- 공공?복지?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확대
- 중고령 계속고용과 청년층 고용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화 |
- 법테두리내에서 대화와 타협
-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고용안정-임금안정-노사화합」구현 |
자료 :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 노사정위원회, 2004.2.9
우선 자본에게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혜택을 보장하고 임금체계․근무형태 변화, 배치전환 등 내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거기에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안정(실질임금 삭감), 노사평화선언을 유도하고 있다. 협약(안) 발표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고용안정은 ‘고용조정 자제하되 불가피하면 협의하라’고 되어
있는 것이 전부다. 고용안정협약서를 체결해도 휴지조각이 되었던 경험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불가피하면 협의하라’는 문구를, ‘고용안정’에 합의했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격차완화의 내용도 사실상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비정규직으로 한다(이헌재 부총리 인터뷰)는 것이어서 결국 일자리 협약은 조직(정규직)노동자의 실질임금삭감과 고용불안, 노동조건 개악을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대대적 구조조정 공세에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며, 또한 사회적 합의를 매개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유연화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협약을 인정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과 자본이 작년 한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조직(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경직성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 더욱 열악해졌다’는 논리를 인정하는 것이며, ‘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성도 버리고 임금삭감도 감수하고 구조조정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그의 다짐은 기대할 만한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그 뿐만 아니라, 천명된 그의 정책이 만일 현실화된다면, 아니, 현실화되면 될수록, 일자리는 더욱 사라지고 실업문제, 불완전 취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회견에서 확인된,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그의 인식과 처방은 문제에 대한 철저히 부르주아적인, 부르주아적 탐욕 때문에 논리적 정합성을 잃고 오로지 대중을 현혹시키기 위해서 현란하게 수식(修飾)된 기만적인 진단
과 이론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철저하게 독점자본의 이해를 반영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가일층 “흔들리지 않고” 강화해가겠다는 선언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12)
2)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13)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선진화방안은 반드시 추진하겠다. 대화는 하겠지만 대화할 용의가 있는 집단을 우선시 하겠다. 이를 통해 향후에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절반이상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렇듯 2003년 12월 노동부,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선진화방안은 결론적으로 노동운동의 투쟁기풍을 거세하고 협조적 노동운동을 안착화 시키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법․제도로 구체화한 것이다.
△ 단결권에서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자본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축소 또는 폐지 등으로 실업자조합원 자격을 형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그 대가로 자본의 부당노동행위를 최소한이나마 제한해왔던 것을 폐지하고 노동조합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 단체교섭에서는 교섭대상을 제한하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함으로써 자본의 교섭해태와 거부를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이는 교섭해태와 거부가 일상화되어 실질적인 교섭권의 효력을 축소하고 단협 파기 불이행 등에 대해서조차도 노동자들은 대항할 수단이 차단되는 것이다.
△ 교섭대상에 대해서는 대상의 제한,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자본의 교섭 해태와 거부를 정당화함으로써, 자본의 의도적인 교섭해태와 거부가 일상화되고 교섭권 효력은 현저히 약화되게 된다. 교섭권이 형식화되면 사측에 일방적인 단협파기나 불이행에 대해 노동자들이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물리력을 동원한 투쟁밖에 없게 되는데 이 역시 이후 쟁의행위를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불법파업을 유도하여 노조탄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 쟁의행위와 관련해서는 합법․불법을 불문한 직장폐쇄, 공익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대체근로 전면허용, 대체근로 사업장 확대 등으로 공공부문의 경우 직권중재조항 폐지를 대체하는 악법으로 파업도 어렵지만 설사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파괴력을 갖지 못하고 무늬만 파업이 되어, ‘투쟁을 통한 요구의 관철’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임무는 사라지고 결국 노동 3권은 그야말로 형식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조정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결국 단체행동은 제약하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정부개입을 통해 단체행동
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조정제도의 효과는 노동자들에게 투쟁시기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근본적으로 제한한다는데 있다. 특히 공공부문은 조정 경과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파업으로, 시한을 지킬 경우에는 파업의 동력은 이미 유실되어 버리게 된다.
△ 부당해고에 대해서조차 사측의 원직복직의
의무를 면하게 함으로써 현장통제와 탄압의 기제로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단위 사업장에서 투쟁을 책임지고 조직해야 할 노조간부 및 활동가들은 항상적으로 부당해고 위협에 놓이게 되어 사람은 없고 노조깃발만 나부끼는 상황의 도래가 결코 과도한 상상이 아님을 선진화방안은 말해주고 있다.
많은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했는데 실제 선진화방안의 전체내용은 각 주제별로 노동(조합)운동을 제약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아주 세밀하게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선진화방안은 노무현 정권이 출범 초기부터 겨냥하고 있었던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적 기풍,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강성노조의 전투적 운동방식을 협조적 운동방식으로 전환시켜내기 위해서는 파업권에 대한 실질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부터 현실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제도적 변화를 통해 노동환경을 바꾸어냄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확대하고 성장정책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3) 노사정위원회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축의 의미는 앞서 서술했으므로 결론만 요약해 본다면, 2004년 노사정위원회는 부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의 부활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현실화시킬 것이다. 노무현정권이 말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신자유주의를 지속시킬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의제들이 다루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리고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권은 이미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인데 지난 1월 민주노총 선거에서 제기되었던 ‘정권에 대한 태도의 모호함’ 이 이제는 모호함을 넘어 현실의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는 점이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론이나 교섭, 대화 이런 것들을 우선 순위로 잡으려고 하고 있다. 이제 무조건 무력을 동원하고 겁을 주고 그런 것은 이제 양쪽 모두 지양해야 한다. 제조업 공동화,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이런 것은 분명 노사정위원회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부득이한 구조조정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공기업에 인력 낭비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변한 만큼 정부도 변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인권위원회 등과 같이 위상으로 바꾸고 합의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약간의 보완과 강화를 통해서도 참여 가능하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결국 민주노총 지도부가 주장한 변화라는 것이 실리적 조합주의이고 노무현 정권이 의도하는 ‘신자유주의를 지속시킬 동반자 관계’에 편입하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의 노개위부터 노무현정권의 노사정위원회에 이르기까지, 2004년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안)을 보더라도 다시 부활하는 노사정위원회가 어떤 실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실리가 과연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실리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회의스럽다. 더 나아가서는 노동자는 국민 속에 파묻혀, 국민 여론을 항상적으로 동원하며 노동에 대한 공격을 유감없이 발휘해왔던 정권에 기대어도 개혁과 개량이 가능하다고 보는 그 관점 자체가 큰 문제이다. 이러한 과점은 노동자계급을 자본의 룰 안에 가두어 관리통제하는, 그리하여 단위현장의 투쟁조차 거세하는 개량적이고 관료적 지도부에 의해 노동자계급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을 넘어 저항의 가능성조차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 참여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구체적으로는 노사정위원회가 근본적으로 타협체제 ‘일반선의 추구’를 인정하고 노동자를 사회의 한 특수한 부류로 협애화 시키면서 ‘국민’을 마치 모든 계급과 계층을 포괄하는 실체적인 총체성의 개념으로 보는 관점, 자본주의 체제의 ‘룰’을 인정한 상태에서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협의기구에 참여하여 점진적 ‘개량’을 이룸으로써 노동자들의 본질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개량주의적’ 환상을 극복하지 않는 한 되풀이될 논쟁14)이라면 이러한 환상을 거두어내는 논쟁이 2004년 본격화되어야 할 것이다.
4. 노동운동의 과제
필자의 생각에 2004년 노동(조합)운동은 몇 가지 지점에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우선 민주노총지도부 교체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이른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에 의한 혼란과 동요, 그리고 계급적 노동(조합)운동의 위축과 고립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세력이 민주노총 지도부로 재등장한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에 걸친 민주노총 투쟁이 위력적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지도부의 오류로 중도하차 해왔던 과정에 대한 대중적 평가가 분명 자리잡고 있다. 또한 대공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협조주의 세력이 계속되는 투쟁에도 불구하고 돌파하지 못하는 조건을 비판하며, 개별화된 노동자대중의 의식과 영합해 들어가면서 전체운동을 잠식해오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도 쳐내지도 못하는 계급적 노동(조합)운동의 객관적 역량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2007년 복수노조시대 예비, 2만불 시대를 향한 성장일로의 경제정책 추진,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할 협조적 노자관계 구축(민주노총 포섭), 이를 위한 정권과 자본의 총공세가 2004년부터 시작된다고 할 때, 계급적 노동(조합)운동 대응은 그 힘 자체가 투쟁전선을 구축할 수 없는 객관적 역량으로 인해 오히려 고립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아래부터 조직되어 확산되어지는 전국적 대중투쟁의 고양이 핵심적이라고 생각된다.
둘째는 열사정국의 마무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총선에서 심판하자’는 논리가 4.15 총선을 앞두고 다시 등장하면서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 의회전술에 모든 것을 걸고 대중투쟁을 유보하거나 교란하면서 노동자계급이 ‘의회’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이를 통해 정치행동을 대리하고, 노동자 계급정치의 전망을 가두게 될 가능성이다. 4.15 총선이 노무현 정권에게는 개혁 대 수구(반개혁) 구도를 부각시키면서 정권재창출(열린우리당의 다수 의석 확보)을 통해 개혁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격시동을 걸 것인가의 기로점이지만, 노동자계급에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을 폭로하고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적 정책과 행위에 대한 대중적 심판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전망을 확보해 나가는 계기일 것이다. 그러한 계기로써 의회진출이 완전 무시될 수는 없겠으나 ‘의회를 통한 대리정치’로의 제한은 노동자계급의 전망을 여전히 자본의 룰 안에 가두는 의식, 그 속에서의 점진적 개량의 획득 요구, 이를 위한 타협체제의 활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제야 말로 본격적인 논쟁 ― 노사정위원회로 표현되던 아니던 ― 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체제를 넘어서는 정치주체로 노동자계급 자신이 설 수 있도록 하는 계급적인 정치운동의 고양이 중요할 것이다.
앞선 문제의식을 전제로 한다면 2004년 노동(조합)운동은 우선 노무현 정권의 개혁정책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해내고 사회적합의주의 정착시도를 현실 실천운동 속에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세적 대중투쟁을 전개해야 하는데 그 정점에 비정규 철폐 투쟁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이 개혁으로 치장하고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을 포섭해오면 올수록 빈곤의 심화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문제는 모순이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빈곤의 문제를 실물의 투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역시 비정규투쟁과 맞닿아 있다.
둘째는 반제투쟁과 노동자투쟁을 결합시켜내는 것이다. 작년 한해 이라크 파병문제 등을 계기로 확산된 반제투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해 들어가는 노무현 정권의 본질을 유감없이 폭로해 들어갔다. 이러한 반제반세계화투쟁이 현장에서부터 조직되고 전국적으로 확대될 때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더욱 고양시켜낼 것이다.
셋째는 2004년 예상되는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사회적합의주의 등에 대항하는 이데올로기 투쟁을 상반기부터 예각화해야 한다. 계급적․전투적 노동(조합)운동의 기풍을 거세하고자 하는 총공세가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으로 구체화되고 협조적 노동(조합)운동의 정착과 사회적합의주의 안착화를 위한 노사정위원회 부활과 활성화(지역/업종까지로 확대되는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이 중요하다. 혼란과 동요의 부침을 거듭하는 현장을 조직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에게, 명확한 관점의 제시와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공격을 방어해낼 수 있는 대항이데올로기 구축은 대단히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2004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살과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2004년 어렵지만 현장에서부터 투쟁을 다시 조직해내자!!
1) 노무현 정부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그 기준이 ‘세계화’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고, 노동력 재생산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통한 일자리의 창출은 이미 고용창출의 전제로 고용 유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기업연금제의 도입, 정부안을 토대로 한 노동시간단축 입법추진 등을 놓고 보았을 때도 달라질 내용은 없다. 다만, 대량의 급격한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줄어든 정황을 십분 활용하여 노동쪽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신자유주의 정책에 확실하게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김혜란, 「노무현의 노동정책」, 현장에서 미래를, 2003년 3월호.)
2) “노동유연성은 불가피한 것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이미 수용돼 있다. 비정규직이 56%에 이르는 것은 비정상적인 유연성이다. 이 부분은 시정하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유연성이 경직돼 있는 부분도 있다. 대규모 노동조합에서는 해고가 어렵도록 버틸 힘도 있고 제도적 보장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보고 한국에 노동유연성이 없다고 하는데 부분적으로 경직된 부분은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겠다” … “해고가 까다롭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있다. 합리적 구조조정을 통해 불가피한 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대통령, 기자간담회 中 요약)
3)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 유입이 중요한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 노사화합이다. 이 노사화합의 과도한 투쟁 지양과 과도한 임금인상의 지양 없이는 안된다. … (중략) …”「노무현 대통령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4) 「비정규직 양산하고 차별은 유지하는 비정규직대책은 필요없다」, 질라라비 2003.11 월호.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
5) 매일경제신문 2003. 12. 30
6) 경찰청 통계발표 2004. 1. 22
7) 정인수 부원장, 열린우리당 청년실업 정책토론회, 한국노동연구원, 2004. 1. 27
8) 구미영, 공공부문 서비스부문 간접고용노동자의 실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와 해결방안 토론회』, 2003.12.4
9) 기능인력의 근로조건 및 노동과정 실태와 근로생활 질향상 방안 연구보고서(이하보고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03. 11 이 보고서는 자동차, 조선, 화학섬유부문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면접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0.1시간 고용형태별로는 직영 49.2시간 하청노동자 53.02시간이다. 일하는 조건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정규직노동자들이 ‘현재의 일이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내가 하는 일의 미래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일자를 잃을까 두렵다’는 항목이 높은 점수로 나왔는데 특히 비정규직노동자들 보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한 내용은 보고서 참조(노동부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음)
10) 지난 1월 18일 서울고법 민사2부는 1999년 서울지하철노조파업과 관련해 서울지하철공사가 노조와 노조간부 68명을 상대로 낸 57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는 물론 간부도 연대해 4억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의 행위는 노조 집행기관으로서의 행위라는 측면 외에 개인행위라는 측면도 있다”고 밝히면서 “쟁의행위가 조정전치주의를 어겨 국민생활과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과 손해를 끼친 경우 정당성이 없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이같은 판결을 내리고 있다.
11) 허은영, 「목숨을 구걸한 결과 분석」, 현장에서 미래를 특별호, 2003. 11.
12) 채만수, 『명실상반한 노무현 대통령의 ‘일자리 만들기 최우선정책’』디지털 말, 2004. 2.
13) 여기에서는 주요 항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다룸. 자세한 내용은 선지현,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은 노동자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있는가」, 『현장에서 미래를』, 12월호 참조.
14) 김혜란, 「노무현의 노동정책」, 현장에서 미래를, 200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