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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민중봉기에 화답하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98호
유영주

이라크 민중봉기에 화답하자


유영주 (활동가)
www.another0415.net 2004년04월09일




내전이라고 말하지 마라. 이라크 민중의 투쟁을 모독하는 말이다. 미영 제국주의가 쏘아대는 포탄 속에서 목숨을 걸고 벌이는 민중들의 위대한 저항이다. 그렇게 불러라. 이라크 민중의 저항을 이라크 안의 문제로, 이라크 영토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가두지 마라. 이라크 민중은 미영 제국주의 침략 국가에 맞서 반제, 반전의 물러서지 않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제국주의에 맞서, 전쟁세력에 맞서 위대한 민중봉기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민중들은 저항세력들과 함께 포화를 뚫고 쿠트, 나자프, 쿠파 등 3개 도시를 완전 또는 부분 점령하였다. 미국의 대대적인 포위 공세로 닷새 동안 3백명 이상의 사망자가 속출한 팔루자에는 이라크 민중들의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 의해 포위, 고립된 채 공중에서 융단폭격을 맞는 팔루자 시민들의 고통에 분노한 바그다드 시민들이 미국의 봉쇄를 뚫고 팔루자에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는 대대적인 평화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80년 광주항쟁의 모습이 이와 같았을 것이다. 의미에 있어서는 부안민중의 투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들의 행진보다 더 위대한 역사적 장면이 어디에 있는가!
미 제국주의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이라크 민중들은 점령군을 몰아내기 위해 끈질긴 투쟁을 전개해왔다. 지금은 그 투쟁이 격화된 것일 뿐이다. 수니파와 시아파가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도 사실이고, 그에 따라 이라크 민중의 저항이 팔루자 나자프와 중남부 나시리야 등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라크 민중들이 제국주의에 맞서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봉기를 조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민중들은 점령자인 미영 제국주의와 직접 맞붙어 반제국주의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세계 노동자 민중의 반제, 반전운동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두 가지 시각만이 존재한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자의 시각과,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의 시각. 우리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부시는 블레어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연쇄 회동을 갖고, 유엔 다국적군 구성을 추진하는 등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프랑스와 인도, 파키스탄 등 10여 개 국에 파병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동맹국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NBC방송은 “영국조차 추가 파병을 거절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카자흐스탄은 파병한 30여 명의 병력을 오는 5월 근무 기간이 끝나는대로 모두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은 알마흐디 민병대의 공격으로 자국군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자 7일 관할지역인 쿠트에서 병력을 철수해 버렸다. 폴란드 역시 철군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은 민간인 3명을 억류하고 자위대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 민중의 저항에 부딪혀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작년 말 중동에 친미 민주정권을 확산시킨다는 ‘대중동 구상(Greater Middle East Initiative)’을 내놓은 바 있다. 명백히, 이것은 세계 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제국주의의 음모다. 이 구상의 핵심 고리가 이라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라크에서 노골적인 반미 세력들을 진압해야 하는데, 강압적인 물리력만으로는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입중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부시 진영은 스스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발표를 하였다. 대선을 앞둔 부시의 지지율은 다시 떨어져 지금은 대선 경쟁자인 존 케리 후보에게도 밀리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권은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라크 선수들을 불러다 공차기나 하고 자빠져 있는가. 한국인 2명 억류사건이 벌어지자 국무회의를 소집해서 여행경보시스템이나 발동하고, 파병 후보지에 15명의 군 조사단이나 보내겠다고 하고 있다.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어떤 전쟁인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오직 밀어붙이기식 파병 추진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파병 추진은 한-미간 정치, 군사적 동맹 관계에 따라, 미국의 압력에 따라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이 앞장 서서 능동적으로 파병을 결정, 추진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돌아보라! 작년 초에는 국익을 위한 파병이라고 국회 통과를 강행했고, 작년 말부터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추가 파병을 밀어부치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미국이 패퇴할 징후가 커지고, 반동적인 미영 제국주의의 정치적 위기가 커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을 위시로 한 지배계급들은 파병을 강행하고자 혈안이 되어있지 않는가!
이것처럼 노무현 정권의 계급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또 있는가. 노동유연화 공세나 신노사관계 추진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은 정말 천배 만배 양보해서 노동자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치자. 개혁세력들이 냉전-개발 세력을 몰아냄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이러저러한 공헌을 했다고 다 인정한다 치자. 그렇지만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하는 노무현정권의 막가파식 파병 추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것처럼 지배계급으로서의 노무현 정권이 어떤 계급의 이해와 같이 하는지, 어떤 계급의 이해를 추동하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는가?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철회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국 정부는 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에 봉사하는 똘마니들에 불과하다. 몰아내야 할 양아치 패거리들일뿐이다. 총선은 총선대로 진보정당의 성과를 내며 간다고 하자. 그렇지만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최대한의 성과를 낸다고 해도 그것으로 파병을 막아내리라 믿는 사람은 없다. 파병 철회 입장을 표명한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국회 안에서 파병반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파병을 막아낼 수 있는 진정한 힘은 거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직 노동자 민중의 압도적인 파병반대 여론과 동반한 대중행동만이 파병을 막아낼 수 있다.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이 파병반대 행동을 한다고 모였던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이미 ‘행동’을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현재로서는 파병 찬성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고작이다. 3․20을 이끌었던 반전운동 주체들은 지금 격화되고 있는 이라크전쟁과 노무현정권의 파병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릇 3․20을 올바르게 이끌어내지 못했던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계급운동 진영은 ‘신자유주의 개혁심판 민중행동’이라는 연대단위를 구성했지만, 탄핵 국면 막바지에 구성한데다, 안정적인 집행력조차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대중과 직접 만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하기는커녕 관성적이고 구태의연한 방식을 재연하고 있을 따름이다. 탄핵 국면과 총선 시기에 보인 계급운동 진영의 실천적 무기력에 대한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민중행동’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탄핵무효, 민주수호’에 비판적이고, 총선 시기 대중행동이 중요하고, 신자유주의 개혁정권을 심판해야하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모든 코드가 총선으로 모아지고 있는 지금, 규모에 상관없이 의미있는 실천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는가. 어떤 주장과 어떤 행동이 필요한가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은 누구든 이라크 민중과 연대를 선언하고, 전쟁반대를 호소하고, 파병철회를 주장하는 실천을 제안하고, 추가파병 기도를 무력화하는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 총선 공간에서는 민주노동당이 파병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충분하다.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처럼 반전과 파병 문제를 총선의 요릿감으로 전락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반제, 반전, 파병정권 반대 전선을 만들기 위해, 6월 추가파병을 막아내기 위한 행동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민주노총 상층의 결정에 미뤄놓지 말고 현장 어느 곳에서 어떻게 시작해도 좋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추가파병을 막아야만 한다.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압도적 여론을 모아내는 일과 함께 노동자 민중의 실천을 준비함으로써, 제국주의에 맞서 온 몸으로 항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 민중에게 연대와 투쟁의 소식을 전하자. 한국 민중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이라크 파병 철회를 위한 행동이다. ■

2004-04-27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