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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출발은?

현장에서 미래를  제100호
강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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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출발은?


강 연 자
연구위원






중소영세사업장과는 머나먼 얘기지만 주5일제 실시가 목전에 다가왔다.
주5일제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주5일제 실시를 앞두고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 의견이 상충하고,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어려움의 반증일 수 있다. 그러나 주5일제 실시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신규고용창출로 이어지려면 전제되어야 할 일이 있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법정 노동시간 이외의 연장근로를 폐지하는 일과 월급제 노동자들은 무급잔업(서비스잔업?)을 폐지하는 일이 그것이다.
IMF 이후 잠시 줄어들었던 1인당 실질노동시간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급속히 늘어왔다. 한편에선 높은 실업률 운운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과다노동시간이 문제인 것이다. 한쪽은 죽도록 일하고, 한쪽은 일하고 싶어도 놀 수밖에 없는 현실……. 이 책임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왜 정규직노동자들은 법정노동시간, 단협에서 규정한 노동시간이 있음에도 초과노동을 일상적으로 하는 것일까? 초과노동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애써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연장근로 폐지로 모든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의 비정규직, 실업문제 해결의 출발은 연장근로 폐지를 포함한 노동시간단축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연장근로를 중단하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 운운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자기기만일 뿐이다.

최근 비정규직 문제해결 운운하면서 정규직의 고임금을 걸고넘어지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조합에서조차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서 대기업과 대기업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한다.
6월 10일에는 각계원로(?)144명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임금을 동결, 삭감하여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주자는 것이다.
한편 6월 8일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경총을 불러놓고 ‘연대기금,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 날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은 토론회를 계기로 비정규직의 임금복지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가능한 실천방안을 모색할 것을 기대한다며 상대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대기업과 노동자들의 연대기금 조성은 한 방안이 될 것임을 주장하였다.
과거에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연대기금을 모아 투쟁사업장노조를 지원하는 일은 있어왔다. 이는 노동자간 연대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고, 이것이 확대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어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와 차별을 해결하자는 것은 올바른 발상이며 현실가능성은 있는가?
이렇게 본다
작년부터 느닷없이 생산직 정규노동자 연봉 5~6천만 원 운운하며 정규직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이데올로기가 유포되고 있고, 노동조합도 그런 이데올로기에 당당하지만은 않은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진정 대기업 노동자들은 고임금인가? 올 1분기 한국 기업은 경상이익 13.5%로 사상 최대의 흑자이고 이중 5대기업은 20.3%의 흑자를 냈다고 한다. 기업이 그런 이윤을 내고 있는데, 고임금은 나쁜 것인가? 고임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일단 대기업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고 있는지, 검토해보자.

이를 위해 편의상 한국사회에서 가장 강성노조이고, 가장 고임금이라고 지탄(?) 받는 A자동차공장의 총 노동시간과 임금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한국의 법정노동시간이 주 44시간일 때도 힘(?)있는 노조답게 A자동차는 단협으로 주 42시간노동을 쟁취하였다. 단협대로라면 A자동차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적게 노동하는 사업장 중의 한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A자동차의 2003년 연평균 노동시간은 2,525시간이고 자동차경기가 상대적으로 호황이었던 2002년에는 2,750시간이었다. 2003년 노동자 1인당 주당평균노동시간은 48.55시간이다. 그러나 연장근로 없이 휴일 20일(연차휴가 10일과 법정공휴일 10일-법정공휴일 18일 중 일요일과의 중복 감안) 사용을 전제하고 주42시간 노동하면 실질노동시간은 주당 약 39시간 정도이다. 따라서 2003년 A자동차 노동자는 1인당 주당 평균 10시간 정도 과노동을 한 셈이고, 2002년은 약 14시간 과노동을 하였다.
2003년 연간 3,000시간 이상을 근무한 노동자도 16.1%나 되며 3,200시간 이상도 8.4%나 된다.
연장근로 없는 주 42시간 노동이 정착된다고 가정해 보자. 연차휴가 10일과 법정공휴일 10일(법정공휴일 18일 중 일요일과의 중복 감안) 사용을 전제하면 연평균노동시간은 2,000시간 내외면 충분하고, 주40시간을 적용하면 연평균노동시간은 1,900시간 내외면 충분하다. 일례로 주 40시간을 노동하는 도요타자동차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50시간이고, BMW 노동자는 연평균 1,450~1,590시간 노동한다. 도요타나 BMW도 연장근로를 원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장근로를 일상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연장근로는 천재지변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다.
A자동차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노동시간보다 1인당 무려 연평균 500시간 이상을 초과 노동함으로써 결국은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장근로 없이 주42시간만 노동한다면 A자동차는 현재보다 무려 25~30% 이상의 노동자가 더 필요하게 된다. 25%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자동차 공장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고 자동차공장의 비정규직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
이처럼 연장근로가 일상화된 생산직 노동자에겐 법정노동시간이 주44시간에서 주42시간으로 단축됐다고 해서 결코 실 노동시간 단축이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단순히 임금인상 효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는 주40시간, 주 5일제가 정착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공장 노동자의 총 노동시간은 현재의 구조에서는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장(라인)의 차량판매량과 연동되어 있을 뿐이다. 즉 차량판매량이 많은 공장(라인)은 연간노동시간이 많고, 판매량이 적은 공장(라인)은 연간노동시간이 적게 된다. 이처럼 일상화된 연장근로에 따른 장시간 노동과 이에 기반한 상대적 고임금은 A자동차뿐만 아니라 완성차 4사 모두가 비슷하다.

A공장의 임금실태를 간단히 살펴보자.
2003년 기준, 평균 근속이 14년이고 상여금 포함하여 월평균급여가 약 366만원이다. 이중 심야와 연장근로, 휴일근무를 포함한 변동수당이 약 119만원으로, 상시주간(8시간 기준) 생산직 임금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하여 평균 243만원이다. 이 금액은 세금 공제 이전이기 때문에 각종세금과 대출금을 공제하고 나면 실 수령액은 200만원 미만으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A자동차 생산직 노동자 중 연봉 5~6천만 원인 노동자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연장근로로 3,200시간 이상 노동하는 노동자가 8.4%나 되는 현실에서 연장근로에 기반한 5~6천 고임금은 가능할 수도 있다. 상시주간 노동자와 1천 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문제 해결(시급제의 월급제로 전환 등)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노동시간을 단축하라고 노동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자동차공장에서 임금문제와 노동시간 단축은 연동되어 있고 이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도 지금까지 이 문제를 끌고 왔을 수도 있다. 그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따라서 연장근로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힘과 결단이 요구된다. 이는 어느 노동조합이 선도적으로 해결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4사가 공히 나서야 할 문제이고 상급단체가 풀어가야 할 핵심과제이다. 앞의 사례는 자동차공장에 한정하고 있지만 어쩌면 연장근로를 일상적으로 하는 시급제 노동자와 무급잔업에 노출된 월급제 노동자 전체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반복하지만 일상적으로 연장근로를 하는 사업장에서 이를 중단하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을 논의하는 것은 임금인상 효과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생계비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다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연장근로와 이에 의존한 임금으로 살아갈 것인가?
연장근로로 다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고임금 운운한다던지, 연대기금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던지 그런 식의 비껴난 행위는 더 이상 하지 말자. 먼저 정규직 노동조합은 정규직 자신들의 강력한 힘으로 연장근로를 폐지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건강성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더 이상 회피해선 안 될 기본 출발점일 뿐이다. 한/노/정/연

2004-06-25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7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