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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음으로 투쟁에 나서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100호
김세균

새로운 마음으로 투쟁에 나서자


김 세 균
이사장





ꡔ현장에서 미래를ꡕ은 1995년 7월 15일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한노정연)의 기관지이다. 이번 호로 100호를 발간하게 된 것과 관련하여 다년간 한노정연의 소장 직을 맡아왔고, 지금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한노정연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무엇보다 이 기관지를 통해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위한 이론적-이데올로기적 투쟁에 앞장서 온 것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때문에 나는 이 기관지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해온 모든 분들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동지적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노정연의 그간의 성과를 자축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매우 엄혹한 것 같다.

새로운 마음으로 투쟁에 나서자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은 무엇보다 민주노조운동의 본격적인 진출에 의해 특징져진다. 그런데 이 운동은 애초에는 대체로 최소생계 유지를 위한 임금인상과 노동3권 쟁취와 같은, 노동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수준의 권리들을 쟁취하기 위한 운동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최소수준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이었지만, 그러나 이 운동에는 ‘전노협정신’ 등으로 대변되는 변혁지향성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이 점에서 초기 민주노조운동은 기본적으로 개량을 위한 투쟁의 성격을 지녔지만, 단순한 개량을 위한 투쟁에서 더 나아가 노동자계급을 노동해방, 사회해방의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 상승시키는 변혁지향성과 결합된 운동이기도 했다.
민주노조운동은 국가와 자본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데에 성공했고, 아직도 불충분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민주노총의 합법화 등은 그런 투쟁의 중요한 성과들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의 합법화와 더불어 민주노조운동의 우경화 역시 진척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노동자계급의 노동해방, 사회해방의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의 상승은 내부적으로 크게 방해 받게 된다. 민주노조운동의 우경화 경향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점들이 지적될 수 있다.
권두언
먼저, 민주노총은 출범과 더불어 이른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론’을 운동노선으로 내세웠는데, 노동운동의 시민운동화를 지향하는 이 노선 하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변혁운동으로의 성장-발전을 봉쇄하는 내적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이 노선 하에서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최종적 결전을 피하기 위해 96년 말~97년 초 노동자 총파업투쟁을 운동이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에 조기 종결시킴으로써 총파업투쟁에 참여한 많은 노동자대중에게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98년 초 IMF위기국면에 전교조의 합법화와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등을 대가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등을 수용했는데, 이는 노동유연화에 반대하는 노동자대중의 요구를 저버린 중대한 배신행위였다.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내건 지도부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우경적 흐름이 민주노조 상층간부들에게 이미 강력하게 뿌리내린 조건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가운데 오늘날 이수호 집행부 하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우경화는 한층 더 진척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이 노무현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사회적 합의주의’노선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럴 경우 민주노총은 노동자대중을 하나의 계급으로 상승시키고 권력과 자본에 대항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기구라기보다는 노동자대중을 신자유주의정책에 포섭시키는 대노동자통제기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둘째, 민주노총 노선이 우경화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오늘날 대체로 대규모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과 구조조정반대투쟁을 지원하는 투쟁에 집중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차별 철폐, 파견 철폐, 여성,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들의 희생 없는 주 5일제 근무, 최저임금제 실시 등 노동자들 간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투쟁을 말과 구호 상의 투쟁으로 만들고 있고, 탄압의 초점이 되고 있는 투쟁단위들 ― 대공장 하청노조들, 건설일용직노조, 이주농성투쟁단 등 수많은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투쟁단위들 ― 에 대한 연대전선 역시 적극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에는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실리주의 경향이 크게 대두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어둡게 하는 사태 전개임에 틀림없다.
셋째, 민주노조운동이 우경화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명분으로 ‘국민승리 21운동’을 주도한 데에 이어 이후에는 그 후신인 민주노동당을 뒷받침하는 대중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노선은 대중투쟁에 대해 의회투쟁을 우선시하고 개량의 누적만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사민주의노선에 의해 특징져진다. 때문에 이런 노선 하에서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 나름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으로는 성장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성장은 변혁성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루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성장하면 할수록 노동자정치운동은 한층 더 변혁성이 거세된 개량주의 운동 그자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노동운동의 그간의 전개과정은 한노정연이 추구해온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과는 거리가 먼 과정이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노정연이 앞으로 행해야 할 역할 역시 새삼 무거운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위한 한노정연의 노력은 노동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노정연은 무엇보다 그런 모든 노력들을 이론적-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그런 모든 노력들이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결집하는 데에 기여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ꡔ현장에서 미래를ꡕ 100호 발간을 맞이하여 노동운동의 미래를 여는 투쟁에 우리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자. 한/노/정/연

2004-06-25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7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