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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과 열린우리당의 ‘우왕좌왕’

현장에서 미래를  제102호
한노정연

보안법과 열린우리당의 ‘우왕좌왕’
(8월 30일 한겨레 신문 사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처럼 보였던 열린우리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한나라당과 그들을 대변해온 신문들의 여론몰이가 거세지면서, 열린우리당 내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최근 이부영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볼 때 폐지보다 개정이 낫지 않으냐”고 거든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해서 이는 정부·여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짓이다. 줄기차게 보안법 폐지운동을 벌였던 인권단체들이 열린우리당에 보냈던 ‘불신’의 눈길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여당 안에서 폐지론과 개정론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에 예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강력히 추진해나가야 할 당 지도부에서 ‘대체입법론’이 대안으로 제기되는 상황은 실망스럽다. 대표적 개혁론자인 천정배 원내대표마저 “열린우리당 안의 폐지 주장과 개정 주장은 사실 내용상으로 거의 일치한다”며 이를 ‘명칭의 문제’라고 강변했다. 대체입법으로 가칭 ‘민주질서수호법’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보안법이라는 상징적 명칭을 폐기함으로써 폐지론자들을 설득하는 한편, 대체법안으로 개정론자들을 다독이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야말로 ‘명칭의 문제’일 뿐, 보안법을 이름만 달리해 존속시키겠다는 주장 아닌가. 지도부로서는 열린우리당 내부에 개정론이 적지 않고 한나라당도 개정론이 다수라는 현실론을 펴지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개정론은 내용에서 큰 차이가 있다. 차라리 여당 내부를 설득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이던 16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거론하던 대체입법을 지금 꺼내들고 ‘새로운 안’인듯 내세우는 것은 딱한 일이다. 게다가 보안법은 국회의 의석비율로 따질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 아닌가. 정부·여당의 보안법 처리에 유권자들의 눈길이 쏠려 있음을 유념할 때다.

2004-10-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7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