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노후소득에 대한 자본의 끊임없는 공격 |
현장에서 미래를 제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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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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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 도입의 허상* 이 글은 정부의 퇴직연금제 도입
추진을 바라보며 드는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로, 한노정연
사회복지세미나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 임금, 노후소득에 대한 자본의 끊임없는 공격
권 나 현
사회복지세미나팀
1. 퇴직연금제 입법안 추진을 바라보며
퇴직연금제 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대로는
퇴직금제도가 폐지되고 퇴직연금제도로 대체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퇴직연금제 도입을 주장해오던 자본그룹과 정부는 애초에
주식시장의 부양과 기업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목적으로는 노동자들을 쉽사리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퇴직금의 문제점에 대해 일일이 열거하면서 마치
퇴직연금제가 퇴직금제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으려 노력하고 있다. 대체 퇴직금제도의
문제가 무엇이고, 퇴직연금제는 어떻게 현행 퇴직금제도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본다•••
퇴직금제도의 문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고 있지만 정부와
재계가 지적하고 있는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은 거의 유사하다.
첫째, 퇴직금제도가 법정강제제도이고 누진율이 높아 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둘째, 사회보험제도가 확충되어
퇴직금제도의 사회보장 기능이 축소되었고, 기업에서 사외적립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기업의 부도/도산 시 급여 보장이
취약하다고 한다. 셋째, 퇴직금제도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비정규직이 증가함에 따라 실제로 퇴직금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후불임금인
퇴직금을 줄여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며, 퇴직연금제를 이용하여
기업의 국민연금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전체 자본의
입장에서는 퇴직금의 사내 개별 적립보다 금융시장 투입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적용배제의 문제는 퇴직연금제 도입의 의도를 감추고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 끌어들인 궁여지책으로 보일 뿐이다.
다만, 퇴직연금제 도입과 상관없이 현행 퇴직금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퇴직연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보장성이다. 소위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대다수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운 상태이다. 또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배제된다는 점에서도 퇴직금제도는 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을
퇴직연금제가 해소할 수 있는가? 아니면 최소한 보완이라도 할
수 있는가? 퇴직연금제도의 어떤 특성이 보장성과 적용대상의
문제를 모두 보완할 것이라고 얘기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발생되는 문제들은 없는지, 그 문제들은 현행
퇴직금제도의 문제점보다 덜 중요한 문제인지도 검토해보고,
퇴직연금제 도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제 도입의 허상
2. 퇴직연금제도의 골격
- 지급보장제도의 미비와 영세사업장 ․ 비정규 노동자
소외
정부가 제출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의 골자는 2006년부터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퇴직금제도는 유지 또는 노사합의에 맡기며 법시행이후 새로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퇴직연금제만 시행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이 12%에 불과한 상황에서 노사합의에
의해 퇴직금제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사실상
퇴직금제도의 폐지와 동일하다. 정부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구체적인 상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제도 입법안의
주된 골격은 퇴직금 유지, 확정급여/기여 퇴직연금제 도입,
적용범위 확대이다. 그러나 그 실상은 퇴직급여 보장성의 약화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철저한
배제이다.
퇴직급여 지급보장의 악화
퇴직연금제도의 실시여부를 노사합의에 맡기고 새로이
적용되는 사업장에는 퇴직연금제도를 적용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퇴직금제도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퇴직금제도는
법정강제제도로서 임금채권보장에 의해 우선변제가 강제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퇴직연금제도는 임의로 선택되기 때문에
법적인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경우 보험회사 등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영손실 및 파산에 대해 노동자의 급여를 보장해줄 장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이 좋게도 퇴직연금기금운용이
원활히 수행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현행퇴직금보다 급여액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조망하기에 앞서 퇴직연금제도가
어떻게 도입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Plan)과
확정기여(Defined Contribution Plan)형의 두 방식 모두
도입된다. 확정급여는 노동자가 퇴직 후 받을 연금급여액을 미리
정해놓고 기업이 기금운용의 책임을 지고, 확정기여는 월임금의
일정비율을 기여금으로 정하여 기금의 운용수익 결과에 따라
퇴직 후 받을 연금급여액이 달라지며 노동자 개인이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의 책임을 안게 된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퇴직금보다 사외적립을 유도하는 퇴직연금제도가 훨씬
지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물론이고 확정급여형의 경우에도 급여지급의 안정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부담해야할 최소적립금을
규정한다고 하지만, 기업이 이를 적립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리고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의 기금운용 책임이
기업에 있다고 하지만 퇴직연금 급여 자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퇴직(기업)연금
위탁금융기관의 파산형태를 취한 엔로사의 경우가 그
실제이다.
퇴직연금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노사의 동의 하에 규약으로
결정한다. 이 때 위탁기관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퇴직연금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위탁대상기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퇴직연금제를 운용하려는 위탁기관들에서 홍보물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전문성을 구비할 수 있는 사업장은 일부
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선정한 몇몇 우량기관 중에서 위탁기관을 선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위탁기관과 사업주의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실례로 영국에서는 퇴직(기업)연금을 제도적으로 확대한
1980년대 이후에 위탁기관이 연금운용을 과장하여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였고, 정부는 항상 이에 대한
사후적인 대책마련에 급급하였다.
퇴직연금제도 하에서 급여수준은 어떠한가. 먼저 확정급여형의
경우, 정부의 제안대로라면 현행 퇴직금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달라지는 점은 이를 일시금이 아니라 규약에서 정한대로
분할 지급한다는 것이다. 분할 지급받는 동안에 발생할
평균임금의 상승과 물가상승률의 변화를 반영하여 회계기준을
규약에서 정해야 하고, 이 과정에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는 노동자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물론 연금수급이 종료될
시점까지 관리․책임져야 하는 사업주의 부담이 있지만,
이는 또한 사업주가 확정급여형 설정을 기피하고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확정기여형의 급여수준은
확정급여형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 도무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정기여형은 매년 1회씩 30일분의 임금을 위탁기관에
사용주가 적립하는 것으로, 그 순간 퇴직급여에 대한 책임은
노동자의 손으로 넘어간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위탁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자칫 원금도 못 받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원리금보전을 약속한다고
할지라도 퇴직금에서 적용되는 높은 누진율이 쏙 빠져서,
운용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노동자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확정기여형을 유도하는 정부정책의 목적이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이다.
‘그럼 나의 사업장에서는 확정급여형으로 선택하면
된다’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용주의 입장에서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는가! 답은 하나다.
확정급여형은 노동자를 배려하는 척하는 수단일 뿐이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퇴직보험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퇴직보험제를 폐지하고서 굳이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려는 속셈은, 퇴직보험이 일부금융기관에
제한되어 있는 것을 풀어주어 금융시장을 키워보겠다는 목적과
확정기여형으로 퇴직연금제를 굳혀서 노동자에게 기금운용의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목적이 결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의 부도/도산 시에 퇴직금에
대한 보장성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은 앞에서도 지적하였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 또한 이 문제에서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정강제제도가 아니라, 노사합의에 의해 선택한
제도인 만큼 퇴직급여에 대한 보상규정이 철저하게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퇴직금과 퇴직연금 둘 중 하나를
설정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적용하는 것으로
간주해 도산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퇴직금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정되어 있다. 즉, 퇴직연금의 지급보장
문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발생하게 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배제
현행 퇴직금제도는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발맞출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이 정부가 내세운 또 하나의 퇴직연금제 도입
이유이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퇴직연금제도 법안에서는 영세사업장의
재정상태를 배려하여 적용시기를 무제한 연기하고 있다. 2008년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기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퇴직연금제를 적용받게 되는 시기인 것이다. 2008년까지
기다리고 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이
된단 말인가! 또한 퇴직연금제는 1년 미만의 단기간 노동자들
또한 배제하고 있다. 개인적립계좌를 퇴직연금사업자가 운영할
수 있게 하여 노동자가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일시금을 계속
적립․통산하여 노후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개인퇴직계좌의 가입자격은 퇴직연금과
동일하기 때문에 역시 1년 미만의 단기간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직이 잦은 노동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여
적용되는 것은 현행 퇴직금보다 조금 나아진 측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1년 이상의 기간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퇴직금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운용방식이
확정기여형과 동일하기 때문에 투자위험만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즉,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과 노동일이 1년 미만인
노동자에게는 퇴직금도 퇴직연금도 아무 소용이 없고, 이는
정부와 재계가 퇴직금을 폐지하려는 허울 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다.
3. 노후소득을 담보로 한 도박!
결국 현행 퇴직금의 문제인 약한 보장성과 협소한 적용대상은
퇴직연금제에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정부와 재계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명분상으로는 노동자의
노후소득을 잘 보장할 수 있게 하고 퇴직금의 적용을 못 받는
노동자들을 모두 포괄한다고 하고서 다른 이득을 취하려고 함이
명백하다.
금융시장의 부양을 위한 정부와 재계의 발악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기업연금
도입을 요구하는 일련의 흐름이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신문에
오르내리던 기업연금이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증시하락이라는
적신호가 켜져 있었다. 2002년 3월, 6월, 10월, 2003년 3월 등의
주가폭락 시점마다 정부는 기업연금의 조기도입방침을 밝혔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가장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그 이유는 사내적립이 지배적인
퇴직금을 사외적립으로 주식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일시불로 지급되지 않고 노동자가 노동하는 긴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자금이 적립되기 때문에 가장 쉽게 선호될
수 있는 자금원이다.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만큼
안전성보다는 고수익을 노린 투기에 활용될 위험이 다분하다.
정상적이고 건전한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주식시장이라는 거대한 도박판에
노동자의 임금을 끝없이 쏟아 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강조하여 투기의 위험을 노동자
개인에게 완벽하게 전가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즉,
퇴직금을 퇴직연금제로 전환하는 것은 자본의 돈놀이에 노동자의
주머니를 털려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기업의 임금부담 경감과 노후소득보장의 위협
재계는 퇴직연금을 도입하여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퇴직금은 퇴직시점까지 임금지급을
보류하는 것으로 엄연히 노동자 임금의 일부이며, 이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업에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떡고물이
아니라 응당 주어야 할 노동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퇴직연금제도는 이러한 임금보상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퇴직금에 비해 당장 적립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퇴직금에 적용되는 누진율을 낮추거나 아예 없어지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인 전망에서 볼 때,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이는 경총의
입장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7월부터 2003년
7월까지 2년 동안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논의한 노사정위원회에서
경총은 꾸준히 확정기여형만 도입할 것을 주장하였다. 바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근거이고 이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통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퇴직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재계는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통해 기업의
부담 보험료율을 조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입장과 유사하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수지 장기전망결과가
적자로 산출되는 것을 근거로 보험요율은 올리고 급여는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이대로는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들이민
것이 퇴직연금제 도입이다.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통해서 삭감된
국민연금 급여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노동자들에게
퇴직연금이라는 새로운 급여가 탄생하는 듯이 말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국민연금도 줄어들고 퇴직금도 줄어드는 손해만 보는
장사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데도 눈가림을 하려고 들고 있다.
즉, 퇴직연금제를 도입함으로써 정부와 자본이 노리는 것은
노후소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금융시장과 개별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4. 우리에게 대안이 없는가?
퇴직연금제 도입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
퇴직금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정부와 재계가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어 퇴직연금제 도입이 대세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세에 부합하여 퇴직연금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더라도 일단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퇴직금제도에 문제가 있으니 당연히 퇴직연금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상은 퇴직연금제도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이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대세를 수용하면서
퇴직연금제도를 수정․보완하자는 입장과 퇴직금제도를
지켜야한다는 입장 모두 넘어야 할 산들이 높은 난감한
상황이다.
확정급여형으로 한정된 퇴직연금제 도입은 안전한가?
퇴직연금제 유형 중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위험부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덜 위험한
확정급여형은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확정급여형만 한정하여 퇴직연금제를 도입하였을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국민연금과의
이중부담을 강조하여 노후소득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퇴직연금급여의 지급보장장치 마련도 보장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퇴직연금을 위탁금융기관에 맡기고 나면
관리감독은 물론 위탁기관에서 발생한 손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불분명하다. 위탁기관의 파산 시에도 기업이 전적으로
퇴직연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퇴직연금은 공중분해 될 것이다. 이밖에도 확정급여 설정에 따른
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 것인가 등의 전문적인 내용들을 모두 파악하여 현행
퇴직금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장에서 퇴직연금규약으로 정하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안일한
방식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확정급여형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바대로는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이 확대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산장치인 계인퇴직계좌는 확정급여형에서 차단되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퇴직금을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들이 요구될 것이다.
정부와 자본가들 역시 확정급여형으로 한정되고 엄격한 규제가
따르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의사는 없을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부담을 줄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전략과 책임과 부담이
증가하는 제도도입은 모순이다. 확정급여 퇴직연금제도는
수용가능하다는 의견에는 퇴직연금제도 전체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선행되고 신중을 기해 제시해야 한다. 위험하긴 하지만
전략적으로 확정급여형의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여 정부와 재계가
퇴직연금제 자체를 포기하도록 할 수 있다면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준비하는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할 것이다.
퇴직금제도의 유지 ․ 강화
많은 위험과 노력이 따르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굳이
받아들여야 할까? 사외적립 및 지급보장의 문제와 적용대상
확대의 문제는 현행퇴직금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퇴직연급제도가 퇴직금제도의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굳이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전화해야할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노후소득의 위험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정부가 퇴직금제도의
지급보장, 적용확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별
상관없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아니라 퇴직금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출했어야 했다. 결국 퇴직연금제를 도입하려는 의도가
퇴직금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며, 정부는 지급보장과
적용확대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퇴직금제도를 유지․강화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받을지도 모른다. 이미 흐름이 정해져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 재정
추진계획이 진행되고 있고, 2006년부터 시행한다고 하지만
정부와 재계는 당장이라도 도입할 태세다. 그러나 이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언제나 옳은 일은 아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하고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하려면 퇴직금제도를
강화하고 공적연금제도를 확실히 구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 지급보장과
적용확대를 현행 퇴직금제도에서 충분히 고려하여 진행하지도
않고서 새로운 퇴직연금제도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퇴직금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들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치러야할 노력에 비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급보장과 적용확대의 목적과 의지가 분명하다면
해볼만하고 해야만 하는 일일 것이다.
계급적 연대를 통한 노후소득의 확보
퇴직연금제 도입을 저지하고 퇴직금을 유지․강화하는
데에는 노동자계급의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퇴직금제도
자체가 장기근속자, 자금사정이 좋은 대기업 노동자에게 매우
유리하고 대부분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이는 퇴직연금을 도입해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퇴직금제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서
퇴직연금제 저지투쟁을 비정규투쟁과 연대하여 전체 노동계급의
단일한 주장과 요구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퇴직금제도를
유지․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 인상과 급여삭감은 노후소득 보장에 치명적인
손해를 준다. 퇴직금제도 유지․강화 전략과 더불어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투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퇴직금과 국민연금 모두 금융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계급 전체에 득이 되는
퇴직금제도와 공적연금제도를 강구하려는 노력과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노동자계급의 연대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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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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