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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을 복원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미래를  제103호
양규현



양 규 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을 복원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되어야 한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올해로써 17년째를 맞고 있다. 11월 중순, 겨울의 문턱에서 밤공기가 심장을 휘감는 날씨에 날밤을 지새우며 1박 2일의 대회를 기획한 취지는 우선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의 이유는 정기국회를 겨냥한 것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함성을 모아 88년 전국의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사정신을 계승하고 당면한 제도적 과제에 대한 계급투쟁을 결의하고 노동해방을 향한 과제를 실천하는 장이 바로 노동자대회였다. 그간 우리는 노동자대회를 통해 전태일열사의 삶과 죽음을 통해 가장 인간이고 싶었던 고뇌를 되새기고, 열사가 뿌린 작은 불씨가 오랜 세월동안 요원의 불길로 타오르기까지 노동운동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평가하는 자리였다. 70년 11월 13일 전태일열사를 과거가 아닌 현재로 기억하며 열사정신을 노동운동의 기본노선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정권과 자본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노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자주적이어야 하는 자주성,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성, 노동자는 늘 피지배계급의 요구와 투쟁에 대해 함께 한다는 민중연대성, 그리고 궁극적 과제일 수 있는 노동해방을 추구하기 위한 변혁지향성의 기조가 이 대회에 깔려있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당면한 과제에 대해 전국노동자가 투쟁결의를 대중적으로 한 단계 높여내는 장이 바로 전국노동자 대회이다.
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요구와 재도개선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로 활용되었고, 내적으로는 노동조합 내부의 조직력을 확대, 강화시키는 계기의 자리이기도 했다.
이러한 연례행사의 조직적 성과로 결국 민주노총이 건설되었고,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전망으로 민주노동당이 만들어 졌다는 역사적 성과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양적 성과는 노동자대회와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질적 정체를 보여주고 있으며, 끊임없이 노동자의 목을 조여 오는 신자유주의의 제도적 장치와 노동법개악은 더더욱 노동자들의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전국노동자대회를 17번째 맞는 지금, 노동자들에게 34년 전 전태일열사의 절규가 낯설지 않게 들려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열악한 근로조건, 비인간적 처우, 임금착취의 고리가 변형된 상태에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해 노동자들은 정규와 비정규라는 이름으로 갈라지고. 인간성은 파멸되고 노동기본권이 실종된 지금, 비정규노동자의 삶은 암울한 유신시대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은 과도한 표현일까? 이미 60%에 근접하는 비정규노동자의 처절한 삶이 유신시대의 청계천 다락방의 삶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 같은 서울시내 거리에서 불속으로 자신을 던진 이용석열사의 정신은 전혀 다른 것인가?
과반수가 훨씬 넘어서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을 일부 한정된 노동자들의 상태로 왜곡할 수는 없다. 노동3권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한시적 권리박탈로 참아 넘길 문제는 더욱 아니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는 현장에서의 절박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울려진 가운데 파견법개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옴을 목격하고 있다.
권두언 • • •

양적 노동운동의 발전과 질적 정체는 엄청난 차이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질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양적 발전은 진정한 발전이라고 볼 수도 없다. 최근의 노동자대회의 분위기도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긴장이 보이지 않는 노동자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질적 노동운동의 미래를 규정지을 중요한 시기에 노무현 정권은 비정규보호입법을 입법예고 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전 업종으로 파견업무를 확대하고, 파견허용기간을 연장하며 계약직을 무제한적으로 사용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전체노동자를 비정규 대상화시켜 한번 비정규직 노동자는 영원한 비정규직노동자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며, 언제든지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기본권리를 박탈하여 노동3권은 허울만 씌워놓고자 하는 발상인 것이다.

노무현정권이 초기부터 주장해 왔던 노동정책의 핵심은 “노동유연화는 확대하고, 차별은 해소 한다”였다. 기업도시, 경제특구를 통한 규제의 완화 그 핵심에는 유연화의 확대가 도사리고 있다.
고용은 유연화하고, 차별은 없애겠다는 자신의 노동정책의 본질이 뿌리까지 드러났다. 정규직을 모조리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차별을 없애겠다니 노예제 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노무현정권의 노동법개악 의도는 음흉한 잔꾀도 아니고, 교묘한 술책도 아니다. 전체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법 도입이후 기본권을 유린당하고 삶이 벼랑 끝에 서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노동계급 전체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작금의 발상은 “자본이 원하는 대로 고용하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자본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총자본의 공세가 본격화 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우리는 노동자대회를 맞고 있다. 개악안을 입법예고 한 후 지난 9월 16일 비정규노조연대회의가 열린우리당사를 점거했다. 이들은 노동법개악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계급내부에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노조의 점거투쟁이후 잠잠했던 분위기는 변화되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사를 점거하며 중앙의 점거 투쟁을 지지, 엄호했고. 결국 민주노총이 만장일치로 총파업결의를 모아냈다.
이러한 시기에 임박한 노동자대회는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정세적 의미를 갖는다. 수세적 방어 형국에서 공세적 공격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이번 노동자대회의 기조와 상으로 자리매김해야한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자본과 정권의 전면적 공세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으로 정세를 반전시켜야 하는 역사적 임무가 이번 노동자대회에 기조에 깔려야 한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대중적 긴장을 높이고,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을 복원시켜야 한다. 노동계급 내부를 정규, 비정규라는 대립적 구도로 계급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차단하고, 계급적 노동운동의 면모로 탈바꿈 시켜내야 하는 과제가 이번 노동자대회의 핵심적인 과제일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FTA, 쌀개방, 사립학교법, 공무원노동조합 특별법, 경제특구법 시행, 기업도시 관련,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등등의 투쟁들이 주체가 분리된 채, 진행되고 있다. 노동법개악 투쟁을 중심 고리로 총자본과 노무현정권을 향한 투쟁전선으로 묶어내야 한다. 분리된 사안들을 결집하여 노동법개악저지 투쟁에서 파견법철폐투쟁으로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타격방향을 정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의 고리로 모아야 한다. 정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노동법개악저지 투쟁을 파견법 철폐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보다 완강하고 끈질긴 총파업투쟁의 전선을 세워내기 위해서는 노동자대회에 대중적 참여를 확대하고, 긴장과 결의를 높여내는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다. 대중의 참여가 결여된 노동조합은 그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다. 침체된 일상 활동을 복원시켜야 한다. 매우 험난하고 어려운 시기에 조합원 대중을 조직화하고 일상 활동을 강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활동의 경험을 되살려 내야한다. 각 각의 부서활동과 문화활동이 대중적 동력의 단초였음을 기억하자. 무기력해진 현장에 동력이 살지 않는 한 민주노조운동의 질적 발전은 과거에 그토록 비판하고 우려했던 한국노총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무긴장과 무관심의 바탕에는 자본과 정권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먹혀들어가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대중을 조직하고 적들의 공세를 차단시켜 낼 수 있는 허리의 부재함이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코 한시적이지 않다. 과거 노동계급이 그토록 열망했던 민주노조운동의 전망은 노동해방이 아니었던가? 기나긴 역사의 어두운 터널을 질주하며 먼 미래의 전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았는가? 노동계급의 삶과 민주노조운동은 한정된 생명력이 아니다. 역사를 관통하며 먼 미래를 향한 무한한 질주일 것이다.
이번 노동자대회를 민주노조운동의 질적인 계급성을 복원할 주요한 교두보로 삼고 노동조합 간부와 현장 활동가들의 참여와 대중조직에 대한 결의를 조직하자. 노동자대회 이전에 간부 활동가들이 결의를 높이는 자리를 확보하고 선전, 선동을 복원시켜낼 조직적 결의를 모아내자.
그리하여 노동자대회를 전태일열사의 투혼이 살아나는 투쟁의 장으로, 완강한 총파업투쟁을 결의하는 장으로, 노동자 대중 교육의 장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전망을 부여잡는 계기가 되는 대회로 만들어내자. 이러한 실천들이 정세를 반전시켜낼 수 있으며 진정한 전국노동자대회의 역사적 의의가 될 것이며 현 시기 노동자들의 임무가 될 것이다. 한/노/정/연

2004-11-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1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