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마을호 여승무원은 정규직의 총알받이,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 |
현장에서 미래를 제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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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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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여승무원은 정규직의 총알받이, 비정규직은 현대판
노예
- 철도노동자의 양대 투쟁 전선
김 병 구
철도노조 청량리지구 사무장
부정직한 투쟁
“상황실 나오세요! 여기 쪽문입니다. 조합원들이 복귀하겠다고
버스에 타고 있습니다”
“상황실입니다. 위원장님이 10분 있으면 교섭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농성장에 도착하니 설득하기 바랍니다.”
교섭이 중지된 12월 3일 0시 20분 철도노조 파업전야제 장소에서
발생한 일이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이들은 사수대와 시비를
붙고 있었다. 서울지역본부 간부들이 이들을 설득하고 있을 때
도착한 본조 국장은 ‘이들은 새벽차 승무를 해야 하는
인원이므로 사전에 미리 복귀하기로 약속되었다’면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조 국장의 허락 하에 그들은 그렇게
농성장을 떠났다. 그 버스 안에는 과거 중앙간부를 했던 사람도
있었다.
철도노조 20대 중앙집행부의 사업풍토는 민주노조 1기 집행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2004년 하반기 투쟁의 전과정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철노의 중앙간부들은 자발적으로 벌어진 현장투쟁을 교묘히
억누름으로써 현장의 투쟁동력을 거세하는데 성공하였다. 오직
집회동원력을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철도청 및 정부와의
투쟁에서 실제적인 타격이 될 수 있는 현장투쟁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집회동원력으로 교섭력을 높이려 한 것이다. 연대투쟁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총파업 전선과의 연결을 철저히 차단하고,
형식적인 운수공동 투쟁에 머무르면서 단독투쟁만을 고수하였다.
파업투쟁 일시를 공무원노조 파업과 민주노총 총파업이 전부
마무리된 후로 결정한 것은 총노동 전선에서 이탈한 것이고,
이것은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추파이다.
철도노조가 준비한 것은 위력적인 파업투쟁이 아니라 전야제
조직전술이었다. 실제로 본조간부들과 현장지부장들은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니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전야제만이라도
참석해줄 것을 조합원들에 선전하고 다녔다. 이들은 교섭에서
무엇을 따내올 것보다 철도청의 최종안을 어떤 형식으로
조합원들에게 무리 없이 설득해 파업대오를 마무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전야제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작년 지도부는 파업 돌입 후에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있었지만, 이들은 파업을 준비하면서 파업하면 전멸
당한다는 생각과 해고되면 생계조차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투쟁의 구심이 되어야할 철노
간부들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긍정적 투쟁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체념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부정직한 투쟁을 전개해 온 것이다. 그들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투쟁에 나서지 않는 위축된 조합원들과 강공으로만
나가는 노무현 정부에게 돌릴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민주노조 사수’ 운운하면서 책임사퇴론을 봉쇄하고
조직적 기득권 유지에 급급할 것이다.
2004년 투쟁의 과정에서 철도노조는 6ㆍ28 파업투쟁의 패배를
조직적, 이념적으로 극복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결과를 철저히
내화시켜 노사협조주의적 노선으로 안착하였다. 과거로 회귀한
것이다. 김영훈위원장은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 그들이
스스로 철도청과 야합한 어용세력이라고 규정한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 그룹에서 추천한 사람을 중앙의 핵심적인 간부로
기용하였다. 98년 서울지방본부의 범민주위원장이었다가
구세력과 결탁하여 철저한 어용으로 돌아선 이들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2000년도에는 서울지방본부 범민주위원장이 공투본
조합원을 구타할 각목을 운반하다 입건되었는데, 공투본 때 함께
투쟁한 동지이었던 20대 집행부의 미래는 이보다 더한 비극으로
전개될까 걱정된다.
이번 특단협 투쟁에서 철노는 구조조정에 대해 인정하면서
구조조정에 함께 하는, 사용자에게 예속된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제 철도노동자는 2009년까지의 고강도의
제2차 구조조정 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합원의 생존권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이 위태로워졌으며, 지난 5년간의 지난한
투쟁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지부별
지역별 개별전선만 남게 되었다.
87명의 철도해고자들은 이제 철도공사의 인사관리규정에 의해
최소한 3년 또는 5년 이상이 되어야 복직에 대해 거론할 수
있도록 합의되었다. 그리고 원직복직은 안 되고 신규채용으로만
입사하게 되었다. 철도노조간부들의 투쟁성은 철저히 거세될
것이고, 이미 해고된 간부들은 극심한 피해의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투쟁적인 간부층의 재생산 구조가 철저히 파괴된
것이다.
2004년 세밑의 철도 정규직 조합원의 생존권 투쟁 전선은 이렇게
귀결되었다.
철도 비정규직의 투쟁
“새마을호 승무원이란 것은 정말로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딱
좋을 것 같아요. 허울 좋아 승무원이지, 철도청 정규직 직원들의
총알받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정규직이란 말이오? 전 아직
학생이라 그런지 그런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던 말들이었지만,
얼마 전 우리 누나의 일기장을 보면서 비정규직은 인간이 아닌
현대판 노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차를 타면 곳곳에 철도 노조연맹에서 비정규직 철폐라고 아주
크게 현수막을 걸어 놓은 걸 봤습니다. 이미 게시판엔
여승무원들이 써 놓은 글들이 많더라고요. 철도의 만행과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노조의 실태나, 누나처럼 절박한
승무원들이 하나 둘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아마도 노조 역시
정규직을 위한 노조이고 비정규직에 대해선 생각조차도 안 하는
모양입니다. 비정규직 철폐란 말은 뭣 때문에 내 걸어놨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업적 세우긴가? 공적이라도 세울 작정인가? 전
아직 어려서 도대체가 철도노조는 뭣 하는 단체인지 모르겠고
존립 자체가 의심스러웠습니다.”
- 철노 홈페이지‘새마을호 여승무원의 유통기한은 12월
31일’여승무원동생
2004년 11월 22일,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에서는 각계
노동ㆍ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새마을호 여승무원 정규직화 쟁취
및 철도 비정규직 철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였다. 정규직 노조간부들의 부끄러움이었던 철도청
비정규직의 집단해고 저지 및 정규직화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지역본부의 간부들은 철도노조 확대쟁의대책위원회에서
서명투쟁을 확대 결의하고자 하였으나, ‘새마을호 여승무원은
입사 때 관리자들과 관련이 있으므로 문제가 있다’는
본조국장의 발언 등 정규직 노조 간부들의 편협한 사고에 의해
부결되었다. 비정규직 투쟁을 본부조합에서 도와주기는커녕
교묘히 방해하고, 생색내기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닌 듯싶다.
‘공대위’에서 집회를 가진다고 할 때, 계약직 여승무원들은
처음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화풀이라도 하는 심정에서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를 의심했는데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기 위해 합숙소와 철도현장을
돌아다니고, 전동차와 열차 스티커 부착투쟁에 나서면서 투쟁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20명밖에 안 되는 어린 여승무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면서 철도노조운동의 투쟁정신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들의 정규직화투쟁은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 2. 새마을호 계약직 여승무원은 기관사 1인 승무를 시행하지
않음에 따른 인력 충원 시 정규직원으로 전환한다.”
2003년 4월 20일 김세호(현 건교부차관)철도청장과 체결한
철도단체협약 부대합의서의 인력충원에 관한 합의문 제2항에
명문화 되어 있는 내용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이
단체합의사항 이행 문제로 쟁점화 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외주용역화가 현안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조건에서 이
투쟁은 3,000여명의 철도비정규직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정규직 조합원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철도청의 1차 교란술인 현장역무원으로 계약연장을
해주겠다는 제의에 의해 주체동력이 흔들리고 있다. 당장 몇
달이라도 더 일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 열악한
비정규직의 현실이고 정규직화는 너무도 멀게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12월 말에 해고되었을 때 철도노조에서
조직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투쟁할 것인가에 대해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지금 좀 더 대담하고 공세적인
전술의 구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사회여론화에 성공했으므로,
이제부터는 철도노조 조합원과의 의사소통의 폭을 넓혀 서로를
이해하고 동지적 관계로 발전시켜 투쟁의 주체를 확대시켜야
한다. 함께 승무하는 서울열차조합원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현장
순회를 통해 조합원과 만남을 확대시켜야 한다. 철도조합원으로
하여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단결하였을 때 비로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는 물적 기초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노조에는
아직 비정규직 전담부서조차 없고, 한시적으로 구성된
‘공대위’는 대중적 토대가 약하다. 철도조합원들은 아직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연대는 약한 자의 실천론이다
“약한 물이 강고한 것을 이기는 힘을 노자는 무엇보다 낮은
곳을 지향하는 물의 특성에서 찾는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물은 반드시 모이기 마련이며 드디어 바다에
이른다는 것이다. 물의 철학은 한마디로 하방지향(下方指向)의
연대성이다. ‘바다’의 뜻은 ‘받다’이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강한 것, 높은 곳을 지향하는 것은 연대가 아니다. 그것은
추종과 타협이다. 결국 흡수 병합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연대방향도 마찬가지이다. 정치권력이나 자본이 아님은 물론이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여성노동자, 하청현장, 비정규직, 임시 고용직, 실업자, 농민,
소시민 등을 지향하는 연대이어야 한다. 하방연대는 민중적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다”
- 연대는 약한 자의
실천론이다. (신영복)
철노 정규직의 2004년 하반기 특단협 전선과 새마을호 여승무원
정규직화 투쟁을 2004년 하반기 두 개의 주요 전선이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전선은 철도구조조정 저지와 고용보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양 측면이다. 비정규직이 철폐 되는 것은 정규직의
확실한 고용보장을 의미한다. 이 전선을 더 확대시키고 강력한
구심을 형성시키는 것이 이번 특단협 투쟁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었다. 12월 2일 철도노조는 구조조정을 수용하고 철도청의
최종안을 받아들였다. 2002년 노사합의에 의거 산출된 8,938명의
인력충원 요구안은 1,793명으로 합의되었다. 나머지 필요인원은
‘철도노사는 외주용역화 및 자회사를 추후 논의한다.’라고
정하였다. 투쟁과 연대의 원칙을 포기하고 현장성을 상실한
상층교섭에만 의존한 협조주의적 지도부의 당연한 귀결이다.
2005년에는 철도노동자의 고용을 지키고 외주ㆍ용역화를 막기
위한 투쟁이 전면화 될 것이다. 그 전초전이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 투쟁이다. 총 전선에서는 완패했지만
비정규직화 저지를 위한 방어적인 투쟁전선은 견고하고 완강하게
구축하여야 한다. 이 투쟁은 이미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열차지부를 비롯한 정규직들의 이탈
조짐이 보이면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이 투쟁까지 참패하게
되면 2000년 이후로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주요전선이었던 철노
운동은 이념적ㆍ조직적으로 휴지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투쟁주체가 약하기 때문에 이 전선은 연대투쟁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재 조건이다. 현 시기 우리 모두가
새마을호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투쟁에 연대하여 집중해야 하는
실천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한 노동운동을 바라는 많은 동지들이여!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 투쟁 전선에 동참하여 비정규직
철폐투쟁과 구조조정저지투쟁의 돌파구를 열어보자!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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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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