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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손자병법
 <연재예고>

현장에서 미래를  제115호
노자(勞者)

<연재예고> 노동조합 손자병법

손자병법을 연재할까 합니다. 지난 1년간 ‘손자’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처음 하는 투쟁은 두려울 것입니다. 덕분에 조조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조조병법이라는 책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였고, 소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손무, 조조, 태공망 여상, 관중, 제갈량, 한니발, 스키피오, 나폴레옹, 리델하트, 모택동에 이르기까지 유수한 전략 전술가들을 즐거운 기분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될수록 노동조합 투쟁과 연관하여 써보겠습니다. 시기를 넘나들며 생각 가는대로 쓰겠습니다. 지면이나 제 사정이 허락되는 한, 또 즐거운 기분으로 쓸 수 있을 때까지만 하겠습니다. 필명은 노자(勞者)로 하겠습니다. 중국에 같은 이름을 쓰는 위대한 이가 있어 걱정이긴 하나 그 사람은 老子입니다. 노동자의 약자이니 별로 건방지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별 생각 없이 즐거운 기분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노자(勞者) 드림


<예고편> 영화에도 예고편이 있지요. 말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적군이 이기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은 아군에게 달려 있다.

손자가 말하였다. “전투에 뛰어난 장수는 먼저 적군이 아군을 이기지 못할 태세를 만들었다. 그 다음 적군이 빈틈을 드러내서 아군이 이길 수 있는 형세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병법에서 적군이 이기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은 아군에게 달려 있고, 아군이 적군을 이길 수 있는 조건은 적군에게 달려 있다.”

조조가 주를 달았다.
“먼저 아군의 조직을 잘 다지고, 무기와 장비를 완벽하게 준비해 둔다. 이렇게 아군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적군의 허점이 드러나게 만들다가 빈틈을 노려 공격한다.”

노자가 해설한다.
투쟁의 준비를 말하는 것이다. 노동조합도 투쟁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다. 정세분석, 시장조사, 설문조사, 집행간부 및 대의원 수련회, 요구안 확정, 투쟁기금 모금, 임시대의원 대회, 준법투쟁, 쟁의발생 결의, 파업찬반투표, 준법투쟁 강화, 부분파업, 전면파업의 순서로 나아간다. 준비를 잘하는 노동조합은 파업직전이 되면 하늘을 찌르는 사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기는 투쟁은 별로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준비가 관성화되어 있고, 그해의 정세에 따른 진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여름 궤도연대는 회심어린 연대파업을 벌였다. 철도를 제외한 나머지 궤도사업장들이 일제히 파업에 들어갔고 정권과 사측도 나름대로 긴장을 했다. 그런데 파업은 이틀을 넘기며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3일을 넘기며 완전히 붕괴, 결국 일패도지의 길을 가게 되었다. 연대파업의 실패는 잘 싸웠던 도시철도 노조 집행부를 빼앗기게 되었고, 연대투쟁의 ‘연’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지금 궤도, 운수, 공공산별노조를 준비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논의일 뿐 제대로 된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모두 04년 궤도연대 공동파업투쟁의 실패 때문이다.
04년 궤도 각 사업장들은 나름의 준비를 하였지만 진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첫째, 투쟁의 파괴력을 높이는데 대하여 준비하지 못하였다. 파업은 생산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궤도 사업장의 파업이라면 열차운행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궤도연대의 파업에는 대부분의 열차가 탈 없이 굴러 다녔다. 대체인력 투입과 자동화 시스템이 원인이었다. 철도가 합류하지 않은 것은 결정적인 결함이었다. 택시나 화물 등 보완 교통수단과 연대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체인력은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그 외에 파괴력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런 것은 파업투쟁에서 고민해야 할 영원한 화두이다.
둘째, 합법파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해 보건의료노조가 합법파업을 벌이고 있었으며, 주요 대공장들도 합법파업을 많이 벌이고 있었는데, 그것이 궤도 투쟁에서 독이 되었다. 정권과 자본이 합법파업을 방치하는 것은 투쟁의 파괴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세를 좌우할만큼 파괴력이 크다면 합법파업을 내버려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궤도사업장이 연대파업을 하는데 합법파업을 기대한 것은 너무 순진하였다. 손자나 조조가 말하는 ‘최선의 준비’란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라.”는 뜻이다.
셋째, 공동파업이나 연대파업을 벌이는 목적은 파괴력을 높이고, 그 기세를 합치기 위해서이다. 투쟁에 들어가자마자 각개 격파되면 단위노조 입장에서는 차라리 혼자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만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부산, 인천 등 사업장들이 타결해 버리고, 서울 지하철은 무너지고, 도시철도도 따라서 무너지고, 아주 최악의 그림이 되었다. 대구 지하철 홀로 남아 몇 달간이고 외로운 파업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공동투쟁의 결속력을 강하게 하기 위한 준비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다.
넷째, 파업농성이 정공법이면 가두시위나 점거, 기습 등의 전술이 보조적이다. 그러나 파업대오는 무더운 기지 내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 말고 어떠한 보조전술도 쓰지 못하였다. 정권이나 사측은 고사작전, 경찰도 수동적인데 왜 그렇게 수세적으로 농성장에서 늘어져 있어야 했는지 아쉽기 그지없다.
투쟁을 준비하려면 단결력, 자금, 투쟁의 논리등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빠짐없이 준비한다. 그 다음 정권이나 자본의 공격유형을 충분히 검토하여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 이전에 들어왔던 탄압의 유형, 그해 새로 시도되기 시작한 공격의 유형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준비와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일단 들어가 놓고 보자.”는 식은 패배와 직결될 것이다.
먼저 지지 않을 태세를 만들어 두고 상대방의 무리수나 허점을 파고든다. 이게 노동조합에서 정권과 자본에 대하여 가질 태도인데 거꾸로 당하고만 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구체적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응전술은 임기응변이다. 앞으로 ‘손자’가 무수히 반복해서 들려줄 교훈이다. 임기응변은 모든 상황에 대한 검토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어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으랴.

나폴레옹은 전투에서 ‘과감한 병력의 집중과 정면돌파 뒤 각개격파’를 일삼았지만 “만약 우리가 공격에 나설 때 적이 우측면을 타격하면 어떻게 대응할까, 좌측면을 타격하면 어떻게 대응할까, 아니면 적이 선택할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하고 고심하였다.” 고 고백하고 있다. “작전을 수립하는데 나처럼 소심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준비에 있어 소심한자가 투쟁에서는 과감한 법이며, 그물을 가지고 산으로 가야 호랑이를 산채로 잡을 수 있다. 맨손으로 호랑이에게 덤비면 얻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 -노자의 궤변

2005-12-28 18:40:2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1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