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s사업자 선정의 본질과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투쟁 |
현장에서 미래를 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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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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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 장 ◦ 통 ◦ 신
PCS사업자 선정, 그 본질과
한국통신 노동자들의 투쟁
박 철 우 (서울지방본부 교육홍보국장, 청량지부 조합원)
'94년도 민주노조 출범 직후 통신주권수호 투쟁을 하면서 전임
장관들이 한국통신을 ‘종합정보통신 사업자로 육성'하고,
‘PCS사업자로 조기 선정'하겠다고 한 발언은 100여 년간
국민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통신을 지켜온 통신노동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스러운 말로 받아 들여졌고 미래 통신사업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갖게 하였다.
한국통신이 1982년도 공사로 출범하게 되면서 종사원들은
통신사업 발전을 꾸준히 다짐해 왔다. 때문에 1984년 이후 3%
임금가이드라인에 묶여 물가상승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임금에
허덕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맨홀 속에서, 전주 위에서
뜻하지 않게 발생되는 많은 산재의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
왔다. 본격적인 무선통신사업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한국통신을
세계 8대 통신사업자로 성장시켜 온 통신노동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국민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준비를 해 온 것이다.
당혹과 분노, PCS사업자 선정
그러나 3월 6일 PCS사업자 선정 수정안이 정보통신부 이석채
장관에 의해 언론에 발표되면서 우리는 황당함과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 그것은 4대그룹 중에 1개, 30대그룹 중에 1개, 그리고
한국통신 자회사에 1개의 사업권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PCS사업에서 한국통신의 자회사 설립 운영은 바로 재벌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자회사로 출발한
이동통신, 데이콤이 적자에 놓여 있는 다른 자회사와는 달리
수익성이 확보되는 순간 정부의 보호 아래 재벌 민영화가 되었던
과정을 살펴 보면 수익성이 보장되는 자회사의 미래는 뻔한
것이다. 결국 기존의 이동통신, 신세기통신이 PCS사업 참여가
허용된 현재 앞으로 개인휴대통신 사업을 하게 되는 5개 업체가
모두 재벌들로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이 98년 이후 대거 몰려 오게 될 외국의
거대기업들과 이권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재벌들의 각축장이
된다면 국민들에게 돌아 올 수 있는 정보통신사업의 혜택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통신사업이 공공성과 보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단지 "경쟁하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은 정보통신의 앞날에 큰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전임 장관들이나 통신업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많은
학자들까지도 "2000년 이후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정보통신사업을
해야 국민들이 편안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으며 이는 통신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 노동자의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 의해 그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다시 한번 노동조합의 과제로 인식하여
국민을 위한 공익적 서비스를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으로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이번 사건 이후 곧 불어 닥칠
고용불안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자회사로 출범했던
이동통신이나 데이콤의 직원들이 본체의 종사원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한국통신을 버리고 자회사를 쫓아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서글픈
마음까지 가져 왔던 게 사실이다. 나아가 초기 무선통신 시대를
벗어나 1인 1휴대통신시대를 앞두고 한국통신의 무선사업
본체참여가 배제되면서 유선사업만 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일손을 놓게 하고 갑자기 닥칠 지도 모를 퇴직에
대하여 준비하는 등 불안한 분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적인 자본의 공세, 우리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114, 선로 등 통신을 분할하여 재벌들에게 넘겨 주려는
음모는 몇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공사측에서 분할기획팀이 구성되는 등 통신분할이 본격화 되면서
한통노동자들은 큰 위기를 맞게 되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결국 정부와
공사측은 통신분할을 4월 11일 총선 이후로 연기하였으나 총선
결과가 야당의 실질적인 패배로 나타나면서 통신분할 정책은
급진전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국민들의 반응을 탐색하는
정도로 그쳤던 114 유료화 문제에 대하여 예년과 달리 한국통신
경영진이 유료화 사업추진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게 된 배경은
통신분할에 기초를 둔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가져 왔던 통신분할과는 달리
PCS사업권 선정에서 한국통신 본체참여 배제에 대하여는
내부적으로 거의 전 종사원이 임,직원 가릴 것 없이 반대의
입장을 일관되게 표현해 왔다. 사장의 입에서도 그 사실은
확인되었고 각 전화국에서 사측 입장을 대변해 왔던 관리자들도
공공연히 "자회사는 안된다"라고 노조와 의견을 같이 했던 것을
보면 이번 사업자선정 수정안이 한국통신 종사원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던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통신이 연구개발 중인
기술(TDMA)이 무선통신사업에 가장 적합하다고 언론을 통해
자신있게 주장해 왔던 공사 경영진들이 정보통신부의
코드분할방식(CDMA) 선정 발표가 있자 하루도 안돼서 계획을
수정하고 나온 사실에서 이미 불안한 결과가 예측된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하는 사실은 올해 한국통신
경영전략에 나타난 '정통부를 하늘같이 알고 일하겠다'라는
굴욕적인 자세를 보인 공사 경영진들 일부가 3월 6일 이후
'자회사 운영만이 살길'이라는 궤변적 논리를 노동자에게
주입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을 위하고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국의 통신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는 커녕
재벌독점의 통신정책에 발벗고 나서는 몰지각한 경영진들을 보며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왜 우리는 PCS사업자 수정안에 반대하는가?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3월 6일 이후 교육과 토론을 통하여
PCS사업자 수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단군 이래 최대이윤이 보장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는 PCS사업에 재벌들이 대거 참여함에 따라 통신의
보편성, 공공성이 훼손됨은 물론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대외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재벌들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막대한 중복투자가 불가피하여 저렴한 통신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될 지도 의문스러운 것이다. 또한
낙도, 산간오지, 장애자 특별서비스 제공 등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이 재벌들에 의해서도 현재처럼 충실히 이루어 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 앞선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114유료화
정책도 특정재벌에게 114를 넘기려는 의도이며 국민적인
반감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려는 것은 재벌의 이윤추구에 국민적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통신 선진국과는
달리 현재 우리나라에는 114를 통하여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기 위해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매년 수천억 씩
흑자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인 한국통신에서는 불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114유료화
정책은 재벌이 114를 운영하기 전에 수익성을 보장해 주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윤의 추구를 위해서라면 사회적인 물의가
따르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들의 가치관에
신경망과도 같은 통신사업이 맡겨진다는 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PCS사업자 결정을 앞두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과 함께 정보통신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의 이윤만 놓고 사운을 걸고
덤벼드는 재벌들을 보면서 앞으로 닥쳐 올 통신시장개방에 외국
거대자본과 맞설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을 지 근심스럽다.
두번째로 문제시되는 것은 그 동안 밀실협상으로 지속되어 온
한미 통신협상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정부의 굴욕적인 협상자세로
인해 한 국가의 신경망인 통신이 외국자본에 그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일본이 한국의 철도를 장악하며 식민시대를
열었던 구시대의 역사를 되돌아 보자. PCS는 기존의
공중통신망(PSTN)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업이며 기간통신망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본체 참여가 배제되면서 초기에
재벌들은 물론 미국의 거대자본도 한국의 정보통신 시장을 쉽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는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손쉽게 한국의 정보통신 시장에
뛰어들게 될 미국의 거대 자본은 막강한 위력을 보일 것이고
기술과 자본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한국의 5개 사업자가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통신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거대
자본에 예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추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사회 일각에서 '2000년 이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이 한개나 남을 수 있을까?'라고
우려하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굴욕적인
한미통신협상에서 미국이 우리나라 교환기시장에 침투하려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그 음모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이 미래 교환기인 5ESS-2000을 승인절차 없이 수입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국에서 생산되는 교환기보다 싼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하자 정보통신부는 현재 운용중인 교환기의
1/4정도 되는 반전자교환기를 5ESS-2000으로 교체하려 했으며
이럴 경우 자체 교환기 생산은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교환기가 통신사업의 주력을 이루게 되고 교환기
신설, 증설시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 때
가서 미국이 교환기의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경우 대책없이 이를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방적인 압력에 굴복하고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결국 2000년 이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될 정보통신 사업에 의한 혜택이 우리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그 부(富)가 넘어가게 될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부의 이전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은 물론 안보까지 관련된 우리나라의 정보가 외국
기업들에 의하여 장악된다는 가정을 해보면 끔직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 몸에 흐르는 피를 다른 사람의 피로
완전히 교체한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보면 굴욕적인 한미통신협상에 의하여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미국기업들에 의하여 완전 장악된다면
'제2의 을사보호조약'에 의한 새로운 식민지화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로 우려하는 것은 한국통신이 자회사 형식으로 PCS사업을
하게 되면 결국 그 자회사는 수익성이 확보되는 시점에서
재벌에게 민영화될 것이고 그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사실이다.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91년 이후 국제․시외전화
경쟁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6만 종사원들의 '한국통신 지키기' 노력이 대단하지만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모든 조건이 경쟁기업에 비하여
열세이며 정부의 공사에 대한 규제와 간섭은 그 도를 더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회사가 경쟁에서 승리하고 보다 나은 회사로
가꾸려는 노력보다는 도덕성을 상실한 채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공적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자신의 청춘을 바쳐 통신에 종사해 온 통신노동자들은
재벌위주의 통신정책 때문에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며
이는 30만 통신가족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별 이유
없이 현실을 비관하며 2명의 통신노동자들이 자살하게 된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정부의 통신정책에
대해『정보통신 주권수호와 재벌독점 방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발족되고 힘찬 활동을 시작하게 됨을
통신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범대위에는 69개의 단체, 개인이 참여하여 사업자 선정을
중단하고 국민적 참여과정을 거쳐 새롭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며
사회정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작년에 대통령에 의하여
'국가전복세력'으로 매도되면서도 국민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한국통신 노동조합도 적극 결합하여
활동하고 있다. 범대위는 전국적으로 지역 범대위까지 구성되어
있는 시점에서 문민정부의 신재벌정책, 무차별적인 개방정책에
맞서 국민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통신노동조합은 뿌리 깊은 정경유착을 몰아내고 호시탐탐
불공정 무역으로 한국시장을 넘보는 외국자본에 맞서 이 땅에
진정한 민주화를 이룩하고 통신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민주시민들의 투쟁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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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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