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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
 신노사관계구상과 노동법개정투쟁의 방향

현장에서 미래를  제14호
남구현.박성인

특 집

신노사관계구상과 노동법개정투쟁의 방향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


남 구 현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편집위원장,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
박 성 인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정책사업위원장)


들어가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노동자의 직관력으로 우리는 이미 신노사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자본과 권력은 노동조합의 상층 지도부와 노동자 대중을 분리시키고, 노동자 상호간을 경쟁과 알력의 분위기로 몰아 넣으면서, 해고의 위협으로 노동자의 항거의식을 거세하고, 국제경쟁력 강화, 자본의 세계화라는 신기루같은 미신을 믿도록 강제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그 미신을 믿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피와 땀, 소중한 가정, 다정한 친구들, 후세를 생산할 모성마저도, 모든 것을 내어 바쳐야 하는 것이다. 이제 권력은 자신들의 시녀인 ‘공익위원’이 띄운 애드벌룬에 대한 각계의 응수를 타진하다가, 적절한 기회에 조금 양보하는 듯하면서 개악안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1996. 09. 06.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 「이른바 ‘공익위원’이 마련한 노동법 개정안을 보며」)

“이제는 미련없이 대중투쟁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정부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약간이라도 생각해서 악법을 고치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더 이상 가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에게는 이제 한 가지 길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1996. 09. 06. 전문노련, 「노동법 개정, 미련없이 대중투쟁에 나서자」)

지난 9월 3일 ‘노개위 소위’에서 공익위원안이 비공식적으로 제출되었다. “9월 12일 노개위 전체회의에서 공식적인 안이 나오기 전에 논란을 벌이는 것이 노사관계 개혁에 전혀 도움이 안되고, 따라서 공개되기 전까지 합의를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보자”는 취지에서 비공개로 제출된 공익위원안은 복수노조, 교사․공무원 노동3권, 정리해고 등 노사간의 첨예한 쟁점에 대해 복수안으로 정리하여 타협의 여지를 남기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그 복수안의 내용조차 노동계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개악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되었을 때, 노사관계 개혁의 5원칙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라며 환영하던 분위기는 불과 5개월만에 ‘분노’와 ‘우려’의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이 “노개위 주도세력이 집단적 노사관계법조차 전향적으로 개정할 뜻이 없으며, 노개위에서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의중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든, 극우 보수화하는 사회분위기를 타고 “경제위기설이 증폭되면서 재계의 반발을 정부가 수용하여, 당초 노개위에서의 노사합의라는 모양을 갖춰 노동법을 개정하고자 했던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이 되었든, 노개위 소위에서 제출된 ‘공익위원’의 안은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진영을 혼란스럽게 했던 두 가지 점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 주었다.
하나는 ‘노개위’에서의 합의를 통해 노동법을 전향적으로 개정할 수 있다는 환상이요, 다른 하나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이냐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 저지’냐를 둘러 싼 민주노조운동진영 내 논쟁이다. 노개위는 전체회의를 9월 19일로 일주일간 연기하면서까지 막판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정을 늦춰서 노개위에서 전체토론을 한다고 해도, 이번에 제출된 공익위원안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정부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수 밖에 없는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상태에서 더 이상 이들과의 협상은 의미가 없어졌다. 공익위원의 안은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악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노개위 소위 내에서의 마지막 최대 쟁점이 ‘공무원․교사의 단결권 인정’으로 좁혀졌다고 하지만, 이미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위해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반면에 최근 경제위기를 노동자에 대한 공세 - 대량감원, 임금동결 등 -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정권과 자본의 최근의 태도로 볼 때, 노개위 내에서의 합의를 위한 선택의 폭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노동계가 탈퇴한 상태에서 공익위원이 제출한 안대로 노개위의 ‘노동법 개정안’이 확정되고, 정부가 이를 수정․보완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노동법 개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대응 문제인데, 이 과정에서 ‘경제위기설’까지 덧붙여 ‘사회적 합의를 거부한’(?) 민주노총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민주노조운동진영이 확실한 입장과 투쟁방침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지 못할 때 무력하게 당하고 말 것이다. 이제까지의 전개과정을 볼 때 ‘노동법 개정투쟁’이 단지 민주노총 지도부의 ‘판단’과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또한 명확하다.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이 전체노동자와 노동조합운동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본다면, ‘신노사관계 구상과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현실의 변화 - 사회적 계급관계의 변화 -를 객관적으로 추적하여,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에 대한 ‘기본 관점’을 분명히 하고,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을 노동자대중의 관점에서 바로잡아 나가는 것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하여 여기에서는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전도(顚倒)된 현실을 드러내고, 노동법 개정투쟁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관점을 재검토해 본 다음,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노동법 개정투쟁의 역사적 성과와 주체’를 분명히 해야

지난 4월 24일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된 이후,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논의의 지형은 ‘노개위 참여에 대한 평가’와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이냐, 아니면 ‘개별적 노사관계법 개악 저지’냐라는 양자 택일의 문제로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쟁점은 이어서 ‘노사 양측이 각각 어느 정도 양보가 가능한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개위를 탈퇴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개되었으며, 최근에는 노개위 소위에서 공익위원안이 제출되면서 ‘공익위원안을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 혹은 ‘공익위원안이 정부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냐, 아니면 노개위에서의 합의를 강제하기 위한 위한 전술적인 강공’이냐의 문제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신노사관계 구상과 노동법 개정’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진영 내의 이러한 논의 지형과 각 주장의 근거는 단순한 것은 아니다. 신노사관계 구상의 배경과 목표, 노개위의 위상과 성격, 민주노조운동의 지난 10년간 성과의 수렴 등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라, 향후 한국 자본주의 발전전망에 대한 입장과 노동운동의 발전 전망에 대한 판단까지도 포함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둘러 싼 논의가 당장의 실천적 문제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운동의 중장기적인 발전 전망 -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의 전망 -까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단기적인 과제만은 아니어서 모든 문제에 대해 쉽게 대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은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논의 지형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즉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부분적 개정’과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을 받아들일 것이 강요되고 있는 뒤바뀐 현실에 대한 것이다. 아니 나아가 집단적 노사관계법이든 개별적 노사관계법이든 개악이 강요되는, 그리하여 그나마 개악을 피하려면 최소한의 떡고물이라도 받으라는 공세를 어떻게 이해할까 하는 점이다. 왜 이러한 지형이 형성되었는가?
지난 87년 이후 노동법 개정투쟁의 주체는 민주노조운동진영이었고, 노자관계의 민주화는 노동자투쟁의 성과만큼만 진전되었다. 그러나 4월 24일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된 이후 노동법 개정의 주체와 대상은 뒤바뀌어 버렸다. 투쟁의 주체였던 민주노총은 부분적 개정과 개악의 수용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고, 개혁의 대상이었던 정부는 오히려 개혁의 주체가 되어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총자본진영의 강요는 최근의 경기 위기설과 한총련 사태이후 전체 정세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민주노총을 압박하고 있다. 더우기 우려스러운 사실은 이러한 양자택일의 강요가 민주노총 진영의 내부 조건과 이해의 차이를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민주노조운동이 ‘타협 가능성’과 ‘타협 불가’로, 혹은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이냐 아니면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이냐로 교란․분열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은 바로 이 점에 대한 분명한 확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노동법 개정투쟁은 4월 24일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된 이후부터가 아니라, 87년 노동자투쟁 이후 지난 10여년간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노동법개정 투쟁의 역사적 성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노개위에서 탈퇴하느냐 아니냐’, 혹은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이냐, 개별적 노사관계법 개악이냐’가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노동법 개정투쟁의 진정한 성과는 무엇인가, 이를 ‘신노사관계 구상’이라는 국면 속에서 어떻게 계승시켜 나갈 것인가를 먼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노동법 개정투쟁의 역사적인 성과는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억압되고 왜곡되어 왔던 노동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쟁취해 내는 것. 둘째, 노동자의 민주적 권리인 노동3권을 대중투쟁에 기초하여 쟁취하려 노력해 왔다는 점, 셋째는, 기업별 노조체계라는 질곡을 뛰어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총단결이라는 ‘연대의식’에 기초하여 전개되었다는 점, 넷째는 민주노조운동진영만이 아닌 ‘천만 노동자의 총단결’을 지향하면서, 민주노조운동진영이 그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자 했다는 점, 다섯째로는 노동법 개정 그 자체만이 아니라 투쟁과정을 통해 사회민주화라는 보다 큰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제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의 민주성과 자주성, 연대성을 강화시켜 왔다는 점 등이다. 나아가 ‘상반기에는 임․단투, 하반기에는 노개투’라는 투쟁 양식을 극복하여, 대중적인 임․단투와 노동법 개정투쟁을 단일한 노동자계급투쟁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바로 이러한 역사적 성과에 기초하여 96년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과 주체를 분명히 해 나갈 때, ‘신노사관계 구상’이나 그에 따른 ‘노개위’는 노동법 개정투쟁의 교란 요인이 아니라 전술적인 조건의 문제로 되고, 그러하지 못할 때, ‘신노사관계 구상’과 ‘노개위’는 전술적인 조건이 아닌 그 자체가 목표로 뒤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가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의 주도권을 총자본진영이 장악하는 것이고, ‘노동법 개악’의 선택을 강요받게 되고, 민주노조운동진영은 교란되거나 ‘노개위 탈퇴’ 여부를 둘러 싼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합법화’라는 역사적인 성과의 쟁취는 ‘합법화’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인 투쟁의 성과 위에 위치지워야 하며, 그러한 한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노개위에서 공익안이 비공식적으로나마 제출되어, 더 이상 ‘노개위’를 통한 노동법 개정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노동법 개정투쟁의 역사적 성과에 바탕하여 ‘노자관계 민주화와 노동법 개정’의 주도권을 분명히 확립해 나가야 한다. 결국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노자간 대립과 투쟁 과정에서 그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 그리하여 노동법 개정의 정치적인 성과를 온전히 노동자 자신의 성과로 전유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힘과 그러한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지도해 나갈 수 있는 단호한 정치적 지도역량에 달렸다.

그렇지만 ‘현실’은 …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노동법 개정투쟁의 역사적 성과에 대해 적어도 아직까지 민주노조운동의 대의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당연하게 인정한다. 그러나 뒤이은 ‘그렇지만 현실은 … ’이라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면 다시 문제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그렇지만 이번에 민주노총이 합법화되지 않으면 … ’, ‘노개위에서 합의는 불가능한데, 노개위를 탈퇴하면 국민적 여론이 … ’, ‘지도부는 분명 투쟁의지와 계획을 밝히고 있는데, 현장의 투쟁동력이 … ’, ‘원칙은 맞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 ‘그렇지만 자본의 유연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가 세계적 추세이고 대세인데 …’ 등등. ‘그렇지만 현실론’(?)은 매 사안마다 원칙과 현실을 대립시키고, 불가능한 원칙의 고수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방안을 찾을 것을 요구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원칙 - 민주성, 자주성, 연대성 등 -이 현실 밖에서 누군가의 관념적인 고안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지난 10연년간 ‘현실의’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성과이며, 바로 강요되는 현실 그 자체를 투쟁을 통해 극복해 왔던 과정이라면, 즉 현실의 투쟁을 통해 원칙을 수립하고, 또 그 원칙에 의해 현실을 변화시켜 왔던 과정이라면, 굳이 원칙과 현실 그 자체를 대립시킬 필요는 없다. 다만 여기서 검토해야 할 것은 ‘변화된 현실’이 과거 역사적인 성과인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변경시켜야 할 지점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에 대한 것이다.
‘과연 이번에 민주노총이 합법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4~5년간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물건너 간 것인가?’, ‘과연 민주노총이 노개위를 탈퇴하면, 국민 여론이 민주노총에 불리해 지는가?’, ‘과연 지도부는 투쟁의지와 계획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데, 현장의 투쟁 동력이 살아나고 있지 못한가?’, ‘과연 자본의 유연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고 피할 수 없는 대세인가?’, ‘과연 지금의 사회적인 역관계를 인정하면, 그 속에서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 있는가?’ 등등.

하나씩 ‘현실적으로’ 검토해 보자.

‘과연 이번에 민주노총이 합법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4~5년간 민주노총의 합법화는 물건너 갈 것인가?’
이 점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불과 5개월 사이의 정세도 판단하기 어려운데, 4~5년 앞을 내다 본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민주노총의 합법화 자체가 민주노조운동의 양적․질적 발전을 보장해 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미 이 문제는 87년에도 겪었던 문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초기에 ‘합법성’이냐, ‘대표성’이냐를 둘러 싸고 노자간 대립을 겪었고, 현실은 대중적인 대표성을 갖는 민주노조만이 결국 ‘합법성’조차도 쟁취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물론 ‘합법성’ 자체가 민주노조운동의 양적 확대를 원활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고, 이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 경우조차도 그것은 합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민주적이고 자주적으로 운영하여 대중적인 대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일반화되어야 할 것은 ‘합법성’ 그 자체가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대의인 ‘민주성’과 ‘자주성’이며, ‘대중적인 대표성’이다. 다양한 조건과 이해, 그리고 다양한 역사적인 경험을 갖는 주체들로 이루어진 과도적인 민주노조총단결체인 민주노총이 오히려 현시기 주력해야 할 과제는 바로 이 점이다. 조직의 민주적 운영과 자주성 강화를 통해 대중적인 대표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출범 1년이 채 안된 민주노총의 현실적인 과제인 것이다.

‘과연 민주노총이 노개위를 탈퇴하면, 국민적 여론이 민주노총에 불리해 질 것인가?’
이 점은 그렇다. 그러나 국민적 여론은 민주노총이 노개위에 참여할 때부터 불리했고, 그 이전에도 불리했으며, 앞으로도 결정적인 국면이 아닌 한 불리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민주노총운동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투쟁은 언제나 ‘국민적 여론’이라는 외피를 쓴 정권과 자본(언론자본을 포함하여)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시달려 왔고,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대중투쟁은 바로 이러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맨몸으로 맞선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24일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 된 이후, 노개위를 중심으로 한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는 이미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과 개별적 노사관계법 개악’이라는 정부의 의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민주노조운동진영에게 선택을 강요해 왔다. 즉 ‘토론을 통한 민주적 절차’가 이루어 지고 있고, ‘범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인양 언론을 통해 보도하면서 민주노총의 타협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국민적 여론’이라는 허구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자신의 입장을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기회도 수단도 갖지 못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입장에서는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적 여론을 먼저 의식한 입장 수립이 아니라, 노동자 내부의 통일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노동자계급의 통일된 입장과 이해가 소위 국민적 여론과 어떠한 관련을 맺는가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다. 즉 노개위 국면을 활용한 국민적 여론의 획득은 일방적으로 민주노조운동진영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 노동자계급 내부의 통일된 입장의 수립 없이 국민적 여론 획득을 먼저 고려 했을 때, 역으로 국민적 여론이란 노동자계급 내부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확실하게 판단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노개위 탈퇴의 시점과 기준은 ‘국민적 여론의 유불리(有不利)’가 아니라 이 점이 노동자 계급의 투쟁 준비와 통일적인 입장 수립에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이다. 어차피 계급적 이해를 초월한 국민적인 이해란 현실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끊임없이 조작당하는 ‘범국민적 여론’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의 투쟁준비와 자각 정도’이다.

‘과연 지도부는 투쟁 의지와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현장의 투쟁 동력이 없는가?’
노개위 내부에서 합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대중투쟁이 불가피해지면서 제기되는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개위에 연연하면서 투쟁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부는 투쟁계획과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장의 투쟁동력이 살아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제기이다. 이 문제에 대한 현실은 이렇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분명히 투쟁 의지를 수 차례에 걸쳐 밝혔고, 하반기 사업계획서를 통해 투쟁계획을 제출했다는 점, 그러나 노동법 개정투쟁에 대한 현장의 투쟁 동력은 눈에 띄게 살아 나고 있지 못하여 과연 계획대로 총파업 투쟁이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론까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지도부는 투쟁을 하겠다고 하는데, 현장의 투쟁 동력은 지도부가 의도하고 계획한만큼 살아나고 있지 못한가?
그러나 문제를 이렇게 설정하면 현실의 일부는 보여줄 지 모르지만, 마치 노개위 참여에 대한 ‘책임’을 지도부와 대중사이에 서로 전가하는 구도로 가기 때문에 노동법 개정투쟁을 준비해 나가는데 현실적으로 기여할 수 없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할 점은 이렇다. 민주노총의 조직 수준이 총파업투쟁을 지도부의 지침이나 사업계획서만으로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는 점, 현실적으로 민주노총 산하의 각 연맹이 노동법 개정에 대한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 상반기 임단투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임단협 투쟁의 지도력을 대중적으로 확인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임단협 투쟁을 노동법 개정투쟁과 결합시켜 나가지 못한 채 노개위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반기 임단투가 아직 제대로 정리되고 있지 못하며, 하반기에는 노조선거 일정과 맞물려 현실적으로 노개투 준비에 집중하고 있지 못하고, 노동법 개정투쟁의 의미가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현실적인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는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조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확인해야 할 점은 있다. 하나는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대중적 투쟁 동력은 없는가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투쟁의지가 왜 민주노총의 하부 조합원에게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가?’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만이 아니라 산별 연맹의 지도부를 포함해서 모든 조직이 조직내 의사소통의 공개성과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의 투쟁 동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도부가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96년 상반기 사업계획을 논의할 때, 상반기 임단투 과정에서의 투쟁 동력 역시 의문시되지 않았는가? 오히려 상반기 임단투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의 힘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명동성당으로까지 이끌어 냈고, 이른바 노개위 국면에서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법 개정을 둘러 싼 노자간 힘의 관계에서 그 성과를 총자본진영으로 온전하게 가져가는 것을 저지해 낸 힘이 현장의 투쟁 동력이었다. 문제는 현장의 투쟁 동력을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해 있는 투쟁 동력을 조직화해 내는 것이다.

‘과연 자본의 유연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고 피할 수 없는 대세인가? 그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인정한 바탕에서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가?’
자본의 유연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는 세계적 추세이고,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거나 계급적 입장이 다른 주장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는 세계적 추세이며 무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며, 따라서 변형근로제,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 파견근로제 등이 도입되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조금이라도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96. 09. 08. 「노사관계 개혁의 기본 방향」, 한국경제연구원)는 주장은 현 시기 자본의 절박한 요구로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법학자나 경제학자로 자처하는 학자들조차도 이러한 경향은 불가피하며, 이를 인정한 전제 속에서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시민운동 진영의 일부 세력 역시 이러한 주장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민주노조운동진영 역시 이러한 현실과 이데올로기 공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인식은 현실의 반만 보고 있거나, 아니면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 현실을 보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실은 노동력 이용을 자본이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나 무한 이윤 추구를 위한 자본간 국제경쟁의 격화를 자본주의 그 자체의 모순이 격화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이미 서구 자본주의국가(민주적 노사관계가 정착되었다고 하는)에서는 자본의 이러한 공세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애써 눈감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한 자본의 무한 경쟁논리에 끊임없이 말려들 수밖에 없고, ‘그렇지만 현실론’은 자본의 현실에만 주목하면서 노동자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게 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태도는 ‘현실을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과학적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이 격화되고 있고, 죽은 노동에 의한 산노동의 배제(합리화에 따른 대량 감원 등)로 노동자의 삶의 조건 그 자체가 끊임없이 불안과 고통에 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노동자의 대중적인 저항 역시 새롭게 되살아 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는 현실에서 가장 고통받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 그 자체를 조직적인 투쟁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노동자는 현실에 의해 규정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을 투쟁을 통해 지양하기도 한다.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기조와 방향

지난 8월 한총련 사태를 전후하여 강화되고 있는 현정권의 반개혁성과 반노동자성, 그리고 최근 경제위기론과 맞물리면서 거세지는 자본과 그들의 정치적 대리인인 국가의 노동자에 대한 공세는 오히려 하반기 정세를 투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두 가지 점에서 투명해 지고 있다. 하나는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이 최고 경영자나 실권자의 의지(혹은 선의)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논리 그 자체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자관계가 노동자(혹은 노동조합)와 자본가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사회적인 계급 역학관계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준다는 점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총련 사태를 전후하여 현정권은 5․6공 비리인사를 석방, 사면하는 것을 시점으로 경찰력 증원, 국방비 증액, 안기부법 개정 등 반개혁적인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9월 3일에 한승수 부총리가 제출한 「향후 경제운영방안」을 통해 재벌 규제완화와 고임금 구조 해소,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을 통해 현재의 경기불안과 무역적자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제출하였다. 현 정권의 이러한 공세와 맞물려 자본가진영은 9월 6일에 전경련 41개 주요 재벌 기획조정실장회의를 열어 ‘임금총액 규모 동결’ 방침을 발표하고,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와 함께 복수노조와 제3자개입 인정을 신중히 추진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화이트칼라를 주대상으로 하는 대량감원이 명예퇴직제, 배치전환, 직급정년제 등을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단순히 인건비를 절약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연관되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총자본의 공세 속에서 노개위 소위의 공익위원안이 제출되었으며, 그 내용은 자본진영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이었다.
이러한 경제현실에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는 설자리가 없으며, 최고 경영자의 의지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게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너무도 당연하게 드러난다. 만일 이러한 경제현실에서도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가 주장되어진다면, 그것은 현실을 은폐하려는 이데올로기 공세이다. 마찬가지로 ‘노개위’를 통해서 노사관계의 문제를 노와 사간의 문제로만 한정하여, 노동운동을 ‘노사관계의 민주화’ 수준에서 가두려는 시도 역시 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임이 드러났다. 사회 전체적인 계급 역학관계의 변화와 노사관계의 변화 역시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이 투명하게 드러났고, 따라서 노사관계의 민주화는 이 사회 전체의 민주적 재편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새삼스럽게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기조는 분명해진다. 첫째는 현 정권의 신보수주의적 공세에 맞서 노동자의 민주적 권리를 중심으로 이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노동법 개정투쟁을 배치해야 한다는 점, 둘째는 경제위기론에 따른 자본의 유연화 공세 - 대량감원 등의 고용불안, 노동강도의 강화, 노동력의 유연한 이용 - 와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의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의 노동법 개정투쟁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조에 입각하여 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과 몇 가지 전술적인 문제 등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자.
첫째, 집단적 노사관계법과 개별적 노사관계법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교사의 노동3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만이 아니라, 자본의 유연화 전략에 따른 자본 진영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오히려 개별적 노사관계법도 제․개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태도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노동법 개정의 주도권을 대중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 물론 최근의 정세는 ‘개악 저지’ 자체도 버거운 현실이지만, 노동법 개정투쟁이 올해만의 과제가 아니라면, 애초의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정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대중적 자각과 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둘째, 정부와 경총, 혹은 정부내 재경원과 노동부간의 이견, 경총과 노개위간의 현상적인 갈등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든가 노동운동의 체제내화라는 계급적 이해에는 일치하지만 전술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고, 노사관계 개혁 국면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갈등이지, 이를 근본적인 갈등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정부와 노개위에 대한 더 이상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노동법 개정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공세적인 위치에서 ‘노개위’를 탈퇴해야 한다. 이 점을 지금 분명히 하지 못할 때 ‘여론’을 동원한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민주노총은 동요하거나 무기력해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범국민적 여론’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의 투쟁준비와 자각 정도’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동법 개정에 대한 노동자 내부의 이해의 차이와 조건의 차이를 대중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셋째, 노동법 개정투쟁의 과정은 법률조항을 재정하는 과정으로 협소하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각 연맹은 산별노조 건설운동과 노동법 개정투쟁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이번의 공익위원안은 ‘교섭권과 타결권의 일원화’를 법제화하는 것 등을 통해서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적 성과인 ‘조합원 총회’마저 부정하려고 하고 있다. 즉 개별적 노사관계법 개악만이 아니라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에 대한 정치적 공세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법 개정투쟁, 개악저지투쟁은 동시에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를 사수하는 문제이고,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민주성․자주성․연대성을 현재의 정세 속에서 어떻게 사수․확장해 나갈 것인가의 방향 속에서 배치되어야 한다.
넷째,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투쟁의 성과물로 당연히 쟁취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반민주악법 철폐라는 차원에서 국가보안법 철폐투쟁과 결합시켜 나가야 하고,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경우, 논의 지형이 개악 저지 (변형근로제 도입, 근로자 파견법 도입, 정리해고 요건 완화)에 머물지 않도록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 제정, 여성노동자 보호 강화, 노동시간 단축, 실업자 보호 등을 오히려 공세적으로 쟁점화시켜 나가야 한다.
다섯째, 민주노총 지도부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대중투쟁을 업고 상층교섭력을 강화시키려는 방식이나 태도가 아니라, 임단투의 성과를 최대한 결집하여 대중적인 노동법 개정투쟁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대중투쟁’의 구심체가 되어야 한다. 9월 3일의 공익위원안은 노개위에서의 노동법 개정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일부에게조차 불만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를 신속하게 투쟁동력으로 조직해 나가야 한다. “임단투를 조직하듯이 대중적 노동법개정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여섯째, 상층 지도부의 농성투쟁 정도가 아닌 대중적 노동법개정투쟁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교육, 선전, ‘조합원 투표’ 등을 통해 대중투쟁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노개위에서 단일안 제출이 보류되어 노동법 개정이 연기될 지, 아니면 현정권이 최근의 정세를 이용하여 노동법 개악을 밀고 나갈지 아직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더 이상 노개위의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적 경험과 성과에 바탕하여 노동법 개정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단위 현장에서는 아직도 노동법 개정의 내용도,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개악안이 노동자의 삶과 민주노조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지고 있지 못하다.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추진할 것이 분명해 지고 있는 이상, 이 안이 노동자의 삶과 민주노조운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중적인 분노를 적극 조직해내야 한다. 만일 이러한 과정이 없이 ‘파업찬반 투표 전술’을 기계적으로 배치한다면 그 조차 요식적인 절차로 되어 버릴 수 있다.

‘신노사관계 구상’을 둘러 싼 노자간 새로운 실험이 올 하반기에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노사관계 개혁이 제기되는 사회․ 경제․정치적 제조건은 단지 노동법 개정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이 사회 전체의 계급간 힘관계의 재편과 맞물려 있다. 특히 ‘노사관계 개혁’을 자본운동과 연결지어 판단해 볼 때, 민주노조운동진영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노사관계 구상’은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국가경쟁력 강화․생산성 향상 논리에 기초한 자본의 신보수주의적 재편에 동참하면서 그 잉여의 일부를 분배받을 것인가, 아니면 국제화 시대에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이념과 노선을 모색할 것인가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신노사관계 구상’에 대한 대응은 단지 ‘과거의 투쟁 성과를 전유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자본의 새로운 공세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신노사관계 구상’에 대한 대응은 ‘민주노총의 합법화’라는 수준으로 협소화시켜서는 안되며, 동시에 ‘민주적 노사관계의 확립’으로 한정시켜서도 안된다. ‘민주적 노사관계’는 자본에 의해 노조 상층부가 포섭되는 선진국형 노사관계이다. 노동운동의 목표를 이렇게 제한해서는 안된다.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적 성과인 ‘노동해방’이라는 목표를 과학적으로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신노사관계 구상’에 대한 대응을 노동조합운동에만 한정시키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신보수주의적 재편에 맞선 ‘노동운동의 정치적 대응, 즉 ‘자본축적운동의 세계화’라는 조건 속에서 노동조합운동 이념의 새로운 정립 문제,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적 성과인 민주성, 자주성, 연대성, 노동해방의 정신을 어떻게 ‘노자관계의 지양’과 연결시킬 것인가의 문제, 민주노총으로 결집한 50만 조직노동자의 이해에 국한되지 않고, 미조직 노동자, 중소하청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여성노동자, 실업자 등을 포함한 1200만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노자관계의 문제를 총자본 대 총노동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해 내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노/정/연

1996-08-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2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