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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사관계 구상과 노동법 개정투정의 방향

현장에서 미래를  제14호
채만수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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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사관계 구상과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









‘신노사관계’ 구상의 배경과 의의

- ‘신노사관계’는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 채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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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 ∙ 남구현, 박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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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된 이후 진행된 노자간 대립은 이제

노동법 개정의 문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른바 공익위원안으로 그 윤곽을 드러낸 노동법 개정안은 노동운동진영 일부의 환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철저하게 개악 일변도이며 지극히 공세적이다. 9월 중순 현재까지 계속 지연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 논의는 10월 초순께는 어떠한 형태로든 일단락될 전망이다.

   노동법을 실질적으로 개정하기 위한 노동운동진영 내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차원에서의 노개위 탈퇴에 대한 원칙 수립,노동법개정투쟁본부를 중심으로 한 투쟁대오의 구축, 민주적 노사관계와 사회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등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움직임은 이제와는 다른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호 특집 ꡔ신노사관계 구상과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ꡕ은 현실 쟁점으로 부각된 노동법 개정투쟁의 방향을 잡아 보고자 지난 9월 14일 노동조합 기업경영분석 연구상담소와 우리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했던 공동토론회에서 발표된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글이다. 발제문 중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 : 노개위 요강소위 공익위원안 비판」은 분량상 이번 호 특집에 게재하지 않았다. 이 글은 자료집으로 제작하여 회원 여러분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노동법 개정투쟁이 현실로 다가와 있고 그 대응 또한 진행되고 있지만 대중적 수준에서 동력이 조직화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11월호 특집에서는 이 문제를 대중과 밀착하면서 호흡할 수 있도록 노동법 개정이 가져올 구체적인 영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을 계획이다.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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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사관계 구상’의 배경과 의의

― ‘신노사관계’는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채 만 수 (부소장)



지난 4월 24일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제 하에 ‘노사대회’라는 것을 열고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이란 것을 발표했을 때 제도권의 각종의 신문, 라디오 그리고 텔레비전 등 언론 매체는 일제히 ‘김영삼 정권의 마지막 남은 개혁’이니 ‘개혁의 완성’이니 하면서 그 ‘개혁적’ 의의를 추켜세워 선전해 대기에 바빴다.

제도 언론이 이렇게 ‘신노사관계 구상’을 환영하고 추켜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그들의 만성불치의 대권력굴신병(對權力屈身病) 때문이고, 특히 ‘신노사관계 구상’을 포장하고 있는 “인본주의 경영”・“인본적 경제질서”의 담론1)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본질에서 자기들이 주요한 구성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한국의 독점자본가 계급이 내심 갈구해 온 복음이라는 것을 그들은 타고난 본능과 갈고 닦은 간지(奸智)로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그들은 ‘복수노조 금지’라든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공무원・교사의 노동3권 봉쇄’ 등등 ...... 그들의 기득의 파쇼적 무기를 폐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거듭거듭 못박는 철저함도 잊지 않았다. 나아가 최근에는 그 저의도 의심스럽고 근거도 희박한 ‘경제위기설’을 내세워 임금 억제를 공언하고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의 ‘정리해고’를 대대적으로 단행하는 등 아직 법제화도 안된 ‘신노사관계 구상’을 앞질러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서 노동자 계급 쪽의 인식과 대응은 어떤가?


안이하고 주관적인 인식과 대응


우선, 노동자 계급 쪽의 인식과 대응은 당연히 상대적인 좌에서 상대적인 우까지 다종다기한데,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다음과 같은 인식을 대강 공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 그간의 노동(조합)운동의 성과, 구체적으로 40만 명 이상의 조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성립과 그 존재의 현실성, 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블루 라운드 압력’, ILO, UN 인권위, OECD 등의 권고・압력 등을 반영하여, ‘복수노조 금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공무원・교사의 노동3권 봉쇄’ 등등의 파쇼적 규정을 담고 있는 이른바 ‘집단적 노사관계법’은 어쨌든 전향적으로 개정되리라는 것.

2. 자본측은 착취의 강화를 위한 소위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획득하기 위해서 차제에 ‘근로자 파견제’, ‘변형근로제’ 등을 법제화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하며, 기타 (특히 여성 노동자 등의) 유급 휴가 일수를 줄이는 등, 이른바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을 꾀할 것이라는 것.

3. 노동관계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노동 측과 자본 측의 이러한 대립적인 이해를 ‘맞바꾸기 식으로’ 처리하려는 것이 직접 ‘신노사관계 구상’을 제기한 정부의 의도일 것이라는 것.

4. 따라서, ‘맞바꾸기 식’의 개정을 저지하고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전향적 개정을 획득해 내는 것이 노동운동 진영의 과제라는 것, 등등.


이러한 인식, 특히 이른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과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을 맞바꾸기 식으로 추진하려는 것이 ‘신노사관계 구상’의 목표라는 인식은 그 배경과 의의를 대체로 낙관적・긍정적으로 보는 쪽에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구상’이 발표된 지 거의 5개월이 지나고 ‘구상’에 따른 ‘노개위’의 활동이 막바지에 다가와 ‘노개위’ 측의 노동 관계 법률들의 개정안의 마무리가 임박한 현 시점에서의 노동법 개정 정국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현실적 대응 양상을 볼 때, 노동자 대중운동 지도부의 인식이 대체로 그러한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 논의는 노동자 계급의 일반적 이해와 절실하게 연관되어 있는데도 대부분의 노동자 대중들이 단지 이 논의의 구경꾼으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여러 ‘투쟁적인’ 수사들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중운동 지도자들이 사안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대중 속에 진지하게 투쟁과 논의를 조직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자 대중운동의 지도부가 ‘노개위’ 내부에서의 그것을 위시한 ‘상층 교섭’에 의한 성과 가능성에 상당한 미련을 두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구상’의 배경과 의의에 대한 위와 같은 인식, 특히 정부가 노동과 자본 사이에 중간자적 위치에서 양쪽의 이해를 맞바꾸기 식으로 처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구상’을 제기했다는 식의 인식은 안이할 뿐만 아니라 주관적이고 비과학적이다. 국가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추상적인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공동선의 극대화’니, ‘참여와 협력의 원칙’이니, ‘노사자율과 협력의 원칙’이니 하는 등으로 ‘개혁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신노사관계 구상’(정식 명칭은, ‘21세기 세계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신노사관계 구상’) 자체나, 특히 그날의 ‘노사대회’ 현장에서 발제된 배무기 교수의 ‘세계화시대의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제언’ 등을 통해서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이라는 것이 기본적 그리고 본질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임을 명확히 인식했어야 했을 것이다.2) ‘참여와 협력’이니 (배무기 교수가 말하는) ‘대립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이라는 구호들이 자본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굴종을 요구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나 ‘구상’ 등을 지탱하고 있는 국가주의가 결국 자본의 이해를 반영하는 이데올로기임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고, 특히 배무기 교수가 그 발제문에서 ‘새로운 노사관계’의 일종의 전범(典範)으로 들고 있는 80년대 중반 이후의 ‘미국의 기업들’은 현재 반노동자적 노사관계의 전형(典型)이기 때문이다.


배반(?) 당한 기대


주지하다시피, 지금 ‘노개위’는 어떤 논의 단위에서도 노동법 개정과 관련한 합의안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 사안 하나 하나에 대해서 첨예한 의견의 대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앞으로도 어떤 단일한 ‘합의안’도 내오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예측되었기 때문에 ‘노개위’는 그 ‘개정초안’의 작성을 “노・사 양쪽의 입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익위원들’로 하여금 작성하게 하였는데, 이 달 초에 부분적으로 공개된 공익위원들의 이 ‘노동법 개정토론 초안’의 내용은 이른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 방향과 관련해서조차 그 동안 노동운동의 일부에서 은밀히 가지고 있던 낙관적인 기대를 철저히 배반하는 것이고, 애초 ‘구상’의 방향이 무엇이었는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에 관한 비판적 분석은 오늘 토론회의 다음 주제로 되어 있어서 여기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만, 그 성격을 보기 위해서 이른바 ‘복수노조’ 관련과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3권’ 관련, 그리고 ‘제3자 금지’ 관련만을 극히 간단히 지적해 보자.

우선, ‘복수노조 금지 조항’의 폐지와 관련해서는 ‘1안’은 “사업장 단위까지 원칙적으로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 노조 측에 교섭단일화 의무를 부과하고, 단일화 못할 경우 사용자 측(이) 교섭 거부 가능”토록함으로써, “사용자 측이 어용노조를 하나 만들고 이 노조가 교섭 단일화를 거부하면 교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고 있고, ‘2안’은 “초기업적 차원에서는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되, 사업장 차원에서는” “기존의 노동조합이 최근 1년간 노동조합으로서 활동을 하지 않거나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 근로자의 노조가입을 거부한 경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하도록 “사업장 차원에서는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문제는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임의적 교섭사항’으로 분류”하도록 하여,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혀 타당성이 없”게 “여기에 노조 전임자 급여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다.3)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 등과 관련해서는 “노동조합이 아닌 직원단체” 혹은 “교육법 등에 의한 교원조합, 교원단체”로 “단결권을 인정”하자고 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조합으로의 단결권’을 아예 전적으로 봉쇄할 것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제3자 개입금지’의 폐지와 관련하여는, 그 금지 조항을 삭제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직접적 근로관계를 맺지 않은 자가 위법한 쟁의행위를 선동・조정・참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한다는 단서를 제안함으로써 ‘제3자 개입금지’의 사실상 유지를 꾀하고 있다.

이른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전향적인 개정이 아니라 그것들을 철저히 허구화시키거나 ‘전교조’처럼 사실상 획득한 성과조차 부인하는 개악을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840년대에 어떤 사상가가 “자본가들 사이의 단결은 관습으로 되어 ...... 있지만,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은 금지되어 있다”고 했던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어 있고 계속 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이른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전향적인 개정과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을 맞바꾸려는 것이 정부와 자본 측의 의도라는 관측은 아주 순진한 것이었음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상’을 제기하게 된 배경의 한 구석에 “그간의 노동(조합)운동의 성과, 구체적으로 40만 명 이상의 조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성립과 그 존재의 현실성, 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블루 라운드 압력’, ILO, UN 인권위, OECD 등의 권고・압력 등등”이 있는 것은 사실일 테지만, 이와 관련한 ‘구상’의 의도는 그것들을 전향적으로 반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허구화시키고, 그 바탕 위에서 ‘초기업적 차원에서’ 한정적으로 민주노총을 ‘허용’함으로써 민주노총의 그간의 투쟁성을 거세하려는 것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개정과 관련한 ‘구상’의 의도이다.


전반적 과잉생산의 심화와 경쟁의 격화


여기서 우리는 김영삼 정권이 집권하고 나서 ‘문민정부’니 ‘개혁’이니 하는 말들의 개념이 허구 이데올로기적으로 과장되어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정권 하에서 이른바 ‘개혁’이라는 말로 포장되었던 여러 사건과 조치들은 대개는 ‘부르조아 민주주의적 개혁’이라기보다는 이권의 재분배를 둘러싼 일종의 ‘나와바리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문민정부’라는 선전만 요란할 뿐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반민주 파쇼 악법의 개폐나 그러한 관행의 폐지가 김 정권 하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파쇼적 관행이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전후 맥락과 분위기 속에서 ‘구상’을 그 자체로서 어떤 전향적인 ‘개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그리하여, 물론 노동자 계급의 어떤 결단이 있다면 ‘구상’을 계기로 그것을 어떤 전향적인 ‘개혁’으로 만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동자 계급의 결단의 문제이지 ‘구상’ 자체의 배경과 의도는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구상’의 배경과 의의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 배경과 의의는 사실은 ‘21세기 세계일류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신노사관계 구상’이라는 대통령의 발표문 자체, 그리고 앞서 지적한 것처럼 그 ‘노사대회’에서 발제된 배무기 교수의 ‘세계화시대의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제언’ 자체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그것들은 모두 ‘세계화 시대’의 ‘국제 경쟁력’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화 시대’의 ‘경쟁력 강화’야말로 ‘구상’의 배경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당연히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의 강화를 의미한다.

가장 발전한 시장경제로서의 자본주의적 (재)생산은 경쟁을 자본주의적 경제법칙이 강제적으로 관철되게 하는 기구로서 전제하고 있고, 그 때문에 생산 ‘비용’을 줄여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고 하는 자본의 운동에서 노동에 대한 공세는 필연적인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에서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항상적인데, 다만 자본과 노동간의 정치・사회적 역관계 및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정도에 따라서 그 공세의 강약에 변화가 발생하고, 거기에 생산기술의 변화 및 기타 시장 여건에 따라 공세의 형태와 방향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시기의 세계시장 여건과 과학기술혁명은 자본의 노동에 대한 공세를 보는 데에서 중요한데, 우선 세계적인 규모에서의 자본의 전반적인 과잉축적이 지금 자본간 경쟁을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격화시키고 있고, 따라서 자본의 노동에 대한 공세를 격화시키고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본래 세계적인 규모에서의 자본의 전반적 과잉축적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명백해졌던 것인데 제1차 대전과 특히 제2차 대전이라고 하는 인류사 최대의 파괴와 살육을 통해서 자본은 그 과잉축적의 모순을 부분적・잠정적으로 지양했다. 그리고 그 기초 위에서 자본주의는 50년대와 60년대에 그 역사상 최대・최장의 ‘황금기’를 누렸다. 이 시기의 세계 자본주의의 번영은 전쟁이라는 대대적 파괴와 살육에 의한 시장의 창출 외에도 자본에 의한 새로운 내구재 시장의 개척, 자본주의 역내 비자본주의 부문의 급격한 분해, 그리고 후진국 혹은 제3세계로 불리는 비자본주의적 지역으로의 자본주의적 생산과 시장의 지리적 확산 등에 힘입었던 것인데, 이러한 세계적 규모의 ‘번영’은 당연히 한편에서는 세계적 규모에서의 자본의 누적적인 축적, 그 집적과 집중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빈곤의 축적, 직접생산자의 더 많은 부분의 프로레타리아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에 내포된 모순이 격화되어 폭발하게 되는 것은 다만 시간의 문제인 것이고, 7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 동기성(同期性)을 띤 공황이 거듭되면서 자본의 전반적 과잉축적과 그에 따른 전반적 과잉생산은 명백한 현실로 드러나 있다. 거대한 국제적 독점체로 성장한 다국적독점자본들은 세계시장의 주요 부문을 장악・지배하여 생산을 조절하려고 하고 있지만, 어느 부문에서도, 또 그 독점력이 아무리 높더라도 경쟁을 배제하여 과잉생산을 회피하고 있지는 못하다.

예를 들면, 개인용 컴퓨터(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인텔(Intel)은 신제품을 출시하고 나서 불과 수개월 내지 1년여 후면 사이러스(Cyrus)나 에이엠디(AMD) 등 하위 경쟁자와의 경쟁으로 제품 가격의 대폭적인 감축과 새로운 고성능 제품의 출시를 강제 당해 왔다. 그리고, PC용 CPU의 성능이 이미 충분히 고성능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단계 이후는 Intel의 새로운 고성능 제품이 이제까지처럼 새로운 시장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창출하기보다는 그들 생산자간의 경쟁과 그에 따른 과잉생산과 가격 폭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소수의 대자본이 생산과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억형 반도체는 과잉생산으로 금년 들어 이전의 3분의 1 이하로 급격한 가격 폭락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또 화폐・금융자본의 과잉축적으로 세계적 규모에서 외환・금융 투기가 격화되면서 이미 70년대 초에 제2차 대전 후 자본주의 세계무역질서의 기초기구였던 브레튼 - 우즈체제 = IMF체제가 붕괴되었고, 이후 국제통화위기가 빈발하면서 세계의 금융・교역 질서와 각국의 경제질서에 심한 불안정과 불균형이 조성되고 있다. 92년 가을의 유럽통화위기, 94년 말에 발생하여 약 1년 동안 페소화 가치를 60퍼센트 이상이나 폭락시키고 1백만 명 이상의 실업자를 양산한 멕시코의 경제・통화 위기, 그와 연동되어 나타난 94년 봄의 엔화 및 마르크화 가치의 폭등과 최근의 새로운 엔저화(円低化), 그리고 그것들이 각국의 경제 및 국제무역질서에 미치고 있는 파장들은 그러한 불안정과 불균형의 최근의 예들이다.

자본의 이러한 전반적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은 당연히 자본의 전반적인 위기이다.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본은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70년대 말부터 발흥하기 시작하여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이른바 ‘신보수주의’ 혹은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그러한 공세의 표현이다. 따라서 ‘신보수주의’ 내지 ‘신자유주의’ 정권의 지배와 그에 의한 노동에 대한 공세는 현상적으로는 ‘자본 지배의 승리’, ‘시장의 승리’로서 나타나고 있지만, 본질에서는 ‘자본 지배의 위기’, ‘시장의 위기’이고, 또 그러한 위기의 심화이다.

자본의 활동에 대한 국가의 ‘규제 완화’를 특징의 하나로 하는 김영삼 정권의 경제・사회정책은 그러한 ‘신보수주의’ 내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표현이고, 이번의 ‘구상’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자본의 이러한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은 WTO체제로 대표되는 자본이 전지구적인 경쟁체제 = 세계화를 낳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을 극한으로까지 격화시키고 있는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자본의 끊임없는 노력은 한편에서는 새로운 경영・관리기법의 개발을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있는데, 최근에 특징적인 것은 새로운 과학기술혁명의 대대적인 전개와 그것의 자본주의적 이용이다. 새로운 과학기술혁명은 신소재, 바이오테크놀로지 및 극소전자 분야에서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전개되고, 그 중에서도 특히 극소전자 분야에서의 성과를 산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보・통신혁명과 생산 공정의 자동화(이른바 FA) 및 사무자동화(이른바 OA)는 과학기술혁명에 의해서 획득되고 있는 새로운 생산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생산력에 기초하면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세계 유수의 대자본은 이미 80년대부터 ‘일본식 생산방식’ 혹은 ‘유연생산방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경영・관리기법, 새로운 생산방식을 앞다투어 생산현장에 도입해 오고 있고, 그것들은 우리 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독점대기업들에 의해서 ‘신경영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 새로운 경영・생산방식은 위에서 말한 과학기술혁명의 성과를 자본주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그 최대의 특징은 (재)생산과정에서 산 노동력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재)생산과정에서 노동력 배제의 제도적 장애 제거가 ‘신노사관계 구상’의 핵심


(재)생산과정에서 이렇게 산 노동력을 최대한 배제하는 데에 있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과 자본 간의 대립・투쟁에서 자본에 절대 유리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노사관계 구상’의 배경이자 의의이고, 그 ‘구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의 마련이란, ‘구상’의 그러한 본질과 목적을 에둘러 말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제도적 틀의 핵심적 내용을 이룰 이른바 ‘근로자 파견제’나 ‘변형근로제’, 그리고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는 정부와 자본이 기필코 관철하려는 내용이고, 또 따라서 노동자 계급으로서는 기필코 저지해 내지 않으면 안되는 사항이다.

‘신노사관계 구상’의 핵심이 이렇게 (재)생산과정에서 산 노동력을 배제하는 데에 있어서의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것은 특히 그 ‘구상’ 발표 이래의 자본(가 단체들)의 거듭된 입장 표명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명백해졌었는데, 특히 최근에는 그것들이 법제화되기도 전에 ‘감량경영’, ‘거품빼기’, ‘명예퇴직’ 등의 이름 하에 예컨대 ‘정리해고’가 대대적으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저의와 근거가 의심스러운 ‘경제위기론’이 언론에 풍미하면서 정부와 자본의 그러한 방향에서의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그 한 예를 한승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의 입을 빌어 들어보면 이렇다.


“고용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자동화가 안돼 인력이 필요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은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잉여인력이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대기업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임금인상률이 높은 임금구조와도 관계가 있습니다.”4)


여기서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잉여인력이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란 바로 과학기술혁명의 자본주의적 이용과 그에 따른 대량 실업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이고, ‘구상’은 바로 그에 대비한 자본 측의 제도 정비인 것이다. 다만, 한 장관이 그와 같은 상황을 대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 계급 일반의 임금에 대한 공격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저임의 ‘외국인 노동자 수입’의 의의를 은폐하려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대량 실업은 중소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면, 지난 9월 6일에 전경련이 주도한 ‘30대 기업 그룹 기획조정실장 회의’에서의 ‘임금 총액 동결’ 방침 결정과 관련한 다음과 같은 보도를 보자.


“재계에 대규모 감원선풍이 불 전망이다./ 주요 그룹마다 고(高)임금 해소를 위해 종전의 임금인상률 억제 위주 방침에서 강도를 높여 인원감축으로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다. / 특히 7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6일 있었던 30대 그룹 기조실장들의 ‘내년도 임금총액 동결 추진’을 지지하는 논평을 발표,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까지 감원바람 확산이 예상된다.”5)


또 ‘구상’의 의의와 목적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역시 자본 그 자체의 입이다. 예의 9월 6일 30대 그룹 기조실장 회의 발언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J그룹 L사장 = “총액임금동결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법 개정에서 정리해고제가 꼭 허용돼야 한다. 한계업종정리는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S그룹 S부사장 = “...... 노사관계법 개정에서 정리해고제・변형근로제・근로자파견제 등의 도입은 총액임금 동결을 실시하기 위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

L그룹 C이사 = “최근 노동계에는 ‘관리직은 파리목숨, 노동자는 만수무강’이라는 농담이 오간다.”6)


그간의 노동운동의 성장과 과거에는 그저 겉치레・장식품이었던 근로기준법 때문에 ‘노동자는 만수무강’(?)이기 때문에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도록 법 개정을 함으로써, 즉 노동자 계급을 무장해제시킴으로써 그들도 ‘파리목숨’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신노사관계 구상’이 실현되면…


미국은 현시기 자본주의의 최강국이자 최선진국이고, 따라서 거의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 사회・경제 현상과 관련한 ‘선진적인 예들’(?)을 보여주고 있다.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 등을 제도화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하는 ‘신노사관계 구상’이 실현되면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의 훌륭한 예도 물론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의 ‘노사대회’에서 ‘신노사관계 구상’을 뒷받침하면서 발제된 배무기 교수의 ‘세계화시대의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제언’이 ‘새로운 노사관계’7)의 전형을 미국에서 찾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예 1> Decatur, IL의 Staley사의 예

스테일리(Staley)사는 옥수수 전분, 옥수수 시럽 등 옥수수 가공에서 미국 제1위의 제조업체이고, 모회사는 영국의 다국적기업인 테트앤라일사이다. 테트앤라일사는 조합 파괴, 임금 끌어내리기 공격을 전개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서 미국의 스테일리에서도 노동자에 대해서 공격이 가해졌다.

1993년 6월 이래로 국제제지노조(UPIU) 7837지부의 762명이 록아웃(lock-out)되어 있다. 회사측은 협약 개정 교섭에서 하루 12시간 노동, 주당 3일의 교대제, 임금 인하 등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요구를 들고 나왔다. 처음부터 회사측은 조합으로 하여금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영구대체(permanent replacements)를 사용하려고 하였다.

영구대체란 파업이나 록아웃(공장폐쇄) 때에 회사측이 일시적으로가 아니라 영속적으로 사용하는 파업 파괴 대체요원으로서, 미국에서는 커다란 문제로 되어 있다. 이 영구대체는, 꽤 오래 전의 판례에서 합법적인 것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오랫동안 미국에서는 그것은 나쁜 것으로 사회적으로 인식되어 왔고,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레이건 정권이 등장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1981년의 항공관제사노조의 파업에서 레이건 정부가 친히 파업 파괴자를 고용하여 파업 노동자들을 해고해 버린 이후 영구대체는 미국 기업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공격으로 되었다.

그런데 스테일리의 노동자들은 파업을 강요하려고 하는 회사측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측은 노동자들을 록아웃시키기로 결단을 내리고 무장한 파업 파괴 전문업자의 힘으로 조합원들을 공장에서 배제시켰다. 회사는 파업 파괴자들과 경영자만으로 공장을 조업하려고 하였다. ......

결국 1995년 12월에 노조는 협약을 받아들였다. 조합원 투표 결과는 찬성 56%, 반대 44%였다. 그 결과 12시간 교대의 주 3일 교대, 연장근로수당 없는 주말노동 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아가 영구대체가 도입된 결과 록아웃된 762명의 조합원에 대해서 남아 있던 작업은 350명 분뿐이었기 때문에 직장에 복귀할 수 없었던 노동자의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8)


<예 2> 브릿지스톤-파이어스톤

다국적기업인 파이어스톤(Firestone)사를 1988년에 브릿지스톤(Bridgestone)사가 매수함으로써 브릿지스톤은 세계 최대의 고무 제품 제조업체가 되었다. 타이어 생산에서는 세계 제2위이다.

브릿지스톤-파이어스톤(Bridgestone-Firestone)은 매수 후 잠시 동안은 노자협조를 추진했고, 회사의 수익은 개선되었다. 그런데 이윽고 회사측에 협력해 온 노동자들에 대해서 브릿지스톤-파이어스톤사는 전통적인 패턴 교섭(pattern bargaining)을 거부하면서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해 왔다. 패턴 교섭은 모델형(model型) 단체교섭이라고도 불려지는데, 그 산업의 대표적 노조에 의한 단체교섭에서 타결된 협약 내용이 동일 산업 내의 다른 조합의 단체교섭에서도 모델로서 사용되는 것으로서 미국의 노사교섭에서는 이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었다. 회사측의 요구 내용은 임금 및 제수당의 삭감, 건강보험의 노동자 부담 증액, 휴가 삭감, 12시간 노동의 도입 등이었다.

1994년 7월에 전미국고무노조(URW) 조합원 4,000명이 파업에 돌입하였다. 그 가운데 700명이 디케이터의 노동자였다. 1995년 1월에는 브릿지스톤-파이어스톤이 영구대체 2,300명을 고용하였다.

파업은 1995년 5월에 일단 끝났지만 회사측은 노조원들의 직장 복귀를 거부하여 록아웃 상태가 되었다.9)


<예 3> Detroit의 신문 노동자들

미시건주의 디트로이트(Detroit, Mich.)시에서는 2,600명의 신문 노동자가 1995년 7월 이후 현재에도 파업 중에 있다.

파업에 들어간 것은 “디트로이트 뉴스”(Detroit News; 35만 부, 일간, 모회사는 35개 주에서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등 85개의 일간지를 발행하고 있는 가네트사)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Detroit Free Press; 52만 부, 일간, 모회사는 13개 주에서 30개의 일간지를 발행하는 나이트 리더사)의 노동자들이다. 1994년에는 두 신문에 합계 5,600만 딸라의 수익이 있었다. 두 모회사를 합한 수익은 6억 딸라 이상이었다.

파업에 나선 것은 대도시신문노조평의회에 가맹한 6개 노조의 노동자다. 두 신문의 합병 사업체인 디트로이트 신문국(DNA)의 요구는 고용 삭감, 정규 고용(full-time)의 파트타임화, 임금 삭감 등이었다. 신문사 당국은 노조로 하여금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하는 한편, 파업 파괴를 준비하고 ꠏꠏꠏ 협약 교섭이 한창 진행 중에 멕시코 등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데려와 호텔에 머물게 하면서 대기시켰다 ꠏꠏꠏ, 조합 파괴 청부회사를 고용하여 노동자에게 폭행을 가했다. 8월에는 스털링하이츠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던 300명의 노동자에게 경찰이 폭행을 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10)


이상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화되었을 때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들인데, 위의 <예 1>의 스테일리사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고도 있다. 즉,


A.E. Staley는 20년 전에 1,000명의 노동자가 옥수수를 감미료로 가공했는데, 그 회사에 의하면 지금은 컴퓨터 덕분에 그 일을 하는 데에 겨우 230명만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93년에만도 730여 명을 강제 해고했고 지금은 300여 명의 임시직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11)


실제로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혁명의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 그에 따른 해고, 변형근로, 파트타임화 등등으로 구조적・기술적 실업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ꡔ한겨레신문ꡕ(96.3.5.)은 ꡔ뉴욕타임즈ꡕ(96.3.3.)를 인용하여, 미국에서는 “79년 이래 경영합리화란 구실 아래 취한 감원조치로 4천3백여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으며, 해마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의 실업자 발생으로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79년 이후 95년 말까지,

감원자수 : 4천3백여만, 새로운 일자리 : 2천7백여만 (차이 : 1천6백만여)

4300여 만의 감원자 가운데 화이트칼라(사무직) : 43%, 1천8백70여만

                   블루칼라(제조, 수송, 건설) : 57%, 2천4백80여만

연도별 실업 발생수 : 79년, 1백23만여

                    80년대, 2백만명대/년 (83년엔 3백4만)

                    90년대, 3백만명 이상/ (92년엔 3백43만명)

전체 가구수의 30% 이상이 80년 이후 가족 중 1명 이상이 해고를 경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혁명의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과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 자본의 임의의 해고 등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의 노동자 계급의 상태는 심각하다.


임금 인상률은 1980년의 9.5%에서 1987년에는 2.2%로 감소했다.

남자의 실질임금 평균은 시급(時給)으로 환산했을 때 1989년의 $11.98에서 1995년에는 $11.24로 저하하였다.

그에 비해서 기업 측은 어떠했던가? 기업의 (전미국 평균) 세후수익률(稅後收益率)은 1952년에서 1979년까지의 평균이 3.6%였음에 비해서 1994년에는 7.5%로 상승하였다.

미국 사회의 빈부의 격차도 확대되었다. 1990년의 딸라 가치로 환산하여 1973년에는 전체 세대 가운데 소득구분으로 상위 20%에 속하는 세대의 평균 소득은 $77,500.-, 하위 20%의 평균은 $10,400.-로서, 그 무렵에 이미 7배나 격차가 있었다. 그런데 1992년이 되면 상위가 $98,000.-로 증가했음에 비해서 하위는 $9,700.-로 감소하여 그 격차도 10배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미국의 인구 2억6,000만 명 가운데 약 4,000만 명이 빈곤상태에 있다고 얘기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력 인구 1억2,600만 명 가운데 1,370만 명이 실업자 혹은 (파트타임 등 일시적인 고용상태에 있는 자로서) 불완전고용 상태에 있다.12)


배무기 교수가 “대립적 노사관계를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로 전환시킨 사례중 가장 두드러진 예는 미국의 기업들”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할 새로운 노사관계로 제시하는 데에서 명백한 것처럼, ‘인간중시의 인본주의적 경영’이란 깃발 아래 ‘신노사관계 구상’이 한국사회에 실현하려는 것도 바로 그러한 사회 상태이다.

이른바 ‘신노사관계 구상’에 대해서 노동자 계급이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는 이것으로 명백해졌다고 할 수 있다.

한/노/정/연




1) 이종구, “노사관계 개혁과 유연성 담론” (1996. 8. 28. 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여연, 전국연합, 환경운동연합, 민교협 등의 ‘시민・사회단체 공청회’ - “공익적 관점에서 본 노사관계의 개혁”에서의 발제문).


2) 실제로는 ‘인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의향’의 문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 연구소를 위시하여 여러 사람에 의해 그러한 인식은 이미 강조되었지만, 많은 경우 짐짓 ‘외면’되거나 ‘간과’되었기 때문이다.


3)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정토론 초안 해설’에 의함. 이하 동일.


4) ꡔ동아일보ꡕ, 96. 9. 6.


5) ꡔ중앙일보ꡕ, 96. 9. 8., “총임금 묶기 ‘감원태풍’ 예고” 제하의 1면 머릿기사.


6) ꡔ중앙일보ꡕ, 96. 9. 8.


7) 이제 와서 말이지만, 대통령은 ‘신노사관계’라는 용어를, 배 교수는 ‘새로운 노사관계’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배 교수가 그렇게 쓰는 것은 혹시 ‘각하께서 어용’하신 ‘신노사관계’라는 말을 ‘휘’(諱)하는 것은 아닐까?


8) 衫本芳夫, ‘戰鬪化するアメリカ勞動運動 ꠏꠏꠏꠏ AFL-CIO指導部改革の背景’, ꡔ社會評論ꡕ 제103호(1996년 8월 1일), 도쿄, pp. 26 - 27.


9) 같은 글, pp. 27 - 28.


10) 같은 글, p. 28.


11) LRNA, People's Tribune, 94년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 특집호.


12) 衫本, 같은 글, p. 24.


1996-08-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2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