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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근로 시간제의 문제점

현장에서 미래를  제16호
박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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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근로 시간제의 문제점

박하순(노동조합 기업경영분석 연구상담소 사무국장)

이 글은 노동조합경영분석연구소의 기관지인 노동동향 10․11월 합본호에 실린 글이다. 변형 근로 시간제 대한 잘못된 이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여 자료란에 싣는다.

▲노동법 개정 문제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개별적 노사 관계 중에서 근로자 파견제는 2차 과제로 넘어간 듯하고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가 문제가 되는데, 변형근로시간제와 관련하여 그 위험성이 충분하게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변형 근로가 사업장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우리 나라 노동 시간은 1일 8시간, 1주 44시간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1일 8시간이 넘거나 1주 44시간이 넘으면 연장 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하루 노동 시간의 길이가 어떠하든 주 44시간을 넘지 않는 한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주 단위 변형근로시간제, 하루 또는 한 주의 노동 시간의 길이가 어떠하든 2주 88시간을 넘지 않는 한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2주 단위 변형근로시간제, 하루 또는 한 주의 노동시간의 길이가 어떠하든 한달 191시간(4주 176시간)을 넘지 않는 한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한달 단위(4주 단위) 변형근로시간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하루 노동 시간 또는 한주 노동 시간의 상한, 예를 들면 10시간, 56시간 등을 둘 수도 있겠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행법에서는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 보험업,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 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理容)업, 기타 노동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서 주단위 변형 근로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근로기준법 47조 2).
. 예상되는 변형근로제는 토요격주휴무제, 운수업에서의 변형근로제운수업은 현재 주 단위 변형 근로가 가능하도록 노동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변형근로제를 실제로 시행하는 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 것같다. 철도청 같은 경우 월 단위의 불법적인(?) 변형근로제를 실시하고 있고, 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는 변형근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변형근로제가 도입된다면 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다른 보완 장치가 없다면 30% 이상의 임금 삭감이 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철도 노동자의 경우도 이제까지 개선시키려 노력했던 변형근로제를 더 이상 거론할 수가 없게 된다.
, 백화점 같은 서비스 업체에서의 변형근로제현재 하루 평균 2시간의 연장 근로를 하고 있는 백화점에서 한 주는 2시간 연장 근로를 하고, 다른 주는 6시간만 일을 시키고 나머지 네 시간은 시간제 노동을 쓸 경우 자본은 이제까지 주던 연장 수당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2시간씩 시간제 노동을 고용하기는 힘들어도 하루 4시간 정도의 시간제 노동은 가능한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백화점 업계는 현재 개점 시간을 연장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정규 노동자들의 불만이 심해질 것이고, 이를 빌미로 변형근로제와 시간제 노동의 조합은 더욱 다양한 형태(하루를 정규직과 시간제 노동자가 쪼개서 일을 하는 형태와 일주일을 요일별로 쪼개서 일을 하는 형태 등)를 띠게 될 것이며 정규직의 임금 삭감은 필연적이다. 이는 비단 백화점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양한 서비스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일 수 있다.
, 제조업에서의 변형근로제 등을 들 수 있겠다. 여기서는 제조업에서 작업 물량 변동으로 노동 강도 강화와 임금 삭감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변형근로제의 효과를 주로 살펴보기로 한다.
자료

변형근로시간제의 문제점


▲제조업에서 변형근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란 작업 물량의 변동이 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특정 업종의 경우 1주 단위 변형 근로가 행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작업 물량의 변동 주기가 이 정도를 넘는 경우라 하겠다. 이런 경우 현재로서는 자본은 물량이 적을 경우 하루 8시간의 일을 시키고(자본이 보기에 작업 물량이 6시간 정도의 물량밖에 안 된다 할지라도), 일이 8시간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연장 근로(예를 들어 2시간)를 시키고 이에 해당하는 연장 수당을 지불하고 있다.

▲여기서 자본은 1주 단위를 넘어서는 변형 근로를 제안하게 된다. 예를 들어 1달 단위의 변형 근로를 하게 되면 2주는 매일 10시간(평일 기준)만 시키고 다음 2주는 6시간을 시킬 텐데, 변형근로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2주는 매일 10시간, 다음 2주는 매일 8시간 노동)에 지불해야 할 연장 근로 시간 24시간분의 임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물론 매일매일의 노동 시간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을텐데, 여기서는 주 단위로는 하루의 노동 시간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 또한 총공장 가동시간을 줄임으로써 오는 각종 비용(전기료 등) 삭감도 가능하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노동 강도 강화, 임금 삭감, 생활 리듬 파괴,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작업 시간에 생활 시간이 종속되는 문제) 등은 노동자의 몫이 된다. 먼저 노동 강도 강화와 임금 삭감의 문제를 9월 중순 경에 나온 공익위원이 제출한 2안의 예를 통해 알아 보자. 이 안에서는 주당 68시간 한도이지만 이 시간의 매일의 배분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도 없다. 따라서 자본은 일이 약간 적을 때도 일을 집약적으로 하게 하여 노동자를 가능한 한 작업장 바깥으로 빨리 내보내고 일이 있는 날의 경우에는 거의 무한정으로 노동 시간을 늘리려 할 것이다. 여기서 전반적인 노동 강도 강화, 특정 일 특정 주의 과다한 노동, 총 노동 시간의 감소와 연장 수당의 소멸을 통한 임금 삭감이 이루어진다. 특정 주에는 평균적인 매일의 노동 시간이 평일 기준으로 연장 근로를 제외하더라도 12시간이 된다. 특정 일의 경우 15~16시간 일을 하고도 연장 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한 작업 강도를 높이려 하거나 특정 일 특정 주에 가능한 한 노동 시간을 연장하려는 자본의 집요한 시도는 작업장을 전쟁터와 같은 살벌한 분위기로 몰아갈 것이다여기서 노동 강도의 강화는 노동 시간의 내포적인 연장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 또한 들쭉날쭉한 노동 시간으로 건강 파괴와 시간 계획의 파괴로 인한 생활 파괴의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변형근로제 도입으로 인한 임금 삭감 효과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변형 근로의 형태마다 다를 것이다. 앞의 1일 10시간, 6시간 변형 근로의 예에서 노총은 6.4%의 임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래의 예에 의하면 176/188=0.936, 따라서 6.4%의 임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표 1> 참조). 그러나 이는 잘못 계산한 것이다. 현재 주당 32시간분만의 임금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표 1>변형근로제에서 시간급이 1,000원인 노동자의 임금(노총의 예)

▲우리의 생각으로는 동일한 예가 다음과 같이 바뀐다. 즉 노총의 예에서 32시간 노동하는 주는 현행 근로시간에서는 44시간 노동으로 인정되고 이 시간분의 임금이 주어지고 있다. 설혹 작업 물량이 32시간분뿐일지라도. 그래서 880/1,060=0.83이 되고, 1일 10시간, 6시간 변형근로제의 임금 인하 효과는 6.4%가 아니라 17%나 된다(<표 2> 참조)여기서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느슨한 주, 즉 6시간분의 물량밖에 없는 주에 8시간분의 임금을 받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느냐, 그래서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6시간분의 임금만 주는 게 정당하지 않느냐고. 그러나 현재의 임금(시간급 또는 일급)은 이미 이런 노동 강도를 감안하고 정해졌다는 것을 기억하면 오해는 풀릴 것 같다(심지어 어떤 기업의 경우 잔업을 실제로 하지 않고도 잔업 수당을 ‘달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는 현재의 임금 수준이 기본급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는 것을 자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임금의 생계비적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그 생계비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데 자본은 이렇게 생계비에 못 미치는 지나치게 낮은 기본급을 연장 특근으로 보충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임금 수준마저도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핑계로 하여 노동 강도는 강화시키고 연장 수당은 지불하지 않아 노동자의 총액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민주노총에서 나온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에 대한 해설도 기본적으로 노총의 예와 동일하다. 즉 변형근로제 도입으로 인한 임금 삭감 효과에 대한 계산에서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것만 계산하였고 노동 강도 강화로 인한 총노동시간의 감소분은 계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 삭감 효과가 우리가 계산한 것보다 더 낮게 나왔다. 물론 임금 저하 금지가 근로기준법의 기본 정신이고 노조가 있는 상황에서 임금 저하가 쉽게 일어날 수 없기도 하거니와, 실노동시간의 감소로 인한 여유시간의 증대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자본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통하여 사회 복지, 노동조합 등 이제까지의 각종 노동자 보호장치를 폐기해 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임금 저하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으며, 우리 나라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시간 실태에 대한 각종 조사를 통해 보건대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당하면서까지 여유 시간 확보(-노동 강도 강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노기연, ‘기아자동차 설문’ 참고). 위의 민주노총 자료의 또 다른 문제로는 법정 기준 노동시간 단축 효과와 변형근로제 도입 효과를 합해 놓아 기준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인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로 변형근로제도입의 부정적인 효과를 가려놓고 있는데, 이는 변형근로시간제 자체의 부정적인 효과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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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변형근로제로 인한 임금 삭감

*1.시간당 임금은 5,000원으로 했음. 그래도 변화율에는 변화없음
2. 2주 동안은 매일 10시간, 나머지 2주 동안은 매일 6시간.

▲논란이 되고 있는 주 40시간제에서 주당 노동시간 48시간 한도의 2주 단위 변형근로시간제의 경우를 살펴보자.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변형근로제가 도입되는 경우란 주 40시간의 노동이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장이 아니라 작업 물량이 변동이 있는 사업장에서이다. 현재 48, 32, 48, 32시간의 작업 물량이 있는 사업장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작업장은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현행법이 지속된다면 48, 40, 48, 40시간의 노동으로 인정받아 이 시간분의 임금과 4주간 16시간의 연장 수당도 받게 된다. 그런데 변형근로제가 도입되면 노동 강도가 강화되어 48, 32, 48, 32시간의 노동으로 변경될 것이다. 임금을 받는 총 노동시간도 176시간에서 160시간으로 줄고 물론 연장 수당도 못 받게 된다. 이 경우 임금 인하 효과는 800÷920=0.87이 되어 13%에 이른다(<표 3> 참조). 적지 않은 비율이다. 이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한 경우이긴 하지만 현재의 자본의 비용 절감 운동을 살펴보면 이런 경우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 부품업체나 수출물량 변동이 심한 사업장에서는 이런 경우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표 3> 주 40시간 노동제에서 변형근로제로 인한 임금 삭감

*시간당 임금은 5,000원으로 했음.

▲결국 주 40시간으로 기준 근로 시간이 감소하더라도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은 자본에게는 임금 삭감과 여타 비용 절감을 통해 이윤 증대를 가져다 주고 노동자에게는 임금 삭감 및 노동강도 강화, 건강 파괴, 생활 파괴, 노동의 유연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1996-12-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2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