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근로자의 슬픔 -불안한 직장, 3개월이 관건인가- |
현장에서 미래를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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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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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근로자의 슬픔
-불안한 직장, 3개월이 관건인가-
김인회(변호사)
수습 근로자 혹은 시용 근로자, 이 말은 나에게는 불안한 직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들린다. 자신의 분야에서 수년간의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경력 근로자임을 강조하더라도
일단 수습근로자로 채용된 이상 보통의 근로자와 같은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사건을 의뢰하러 왔다.
해고되었는데 너무 억울하니 소송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분은 주로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외국인 임원의 운전
기사로서 15년 이상 근무해 왔다고 한다. 외국인 임원의 운전
기사이면서 개인 비서 일까지 포함하여 일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 회사에서도 역시 외국인 호주 임원의 운전 기사이면서 개인
비서 일을 해 왔는데, 입사한 지 1개월 반만에 자신을
해고하였다는 것이다. 입사한 지 1개월 반! 여기서 나는 이 분이
수습 근로자로서 근무하다가 해고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분이 보여주는 해고 통고서를 보니 해고 사유는
첫째로 수습 근로자인데 계속 근로에 필요한 신체 검사서 등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둘째로 직장의 상사와 다투어
직장의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회사가
관행적으로 지불하지 않고 있던 일부 O/T, 즉 시간외 근무
수당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문제는 그 분이 수습 근로자인지 아닌지의 문제로 모아지게
되었다. 만일 이 분이 수습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위와 같은
사유로는 해고에 충분한 사유, 즉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분이 가져온
그 회사의 취업 규칙―사실은 소송과정에서 회사 측에서
제출하였다―에는 모든 신입 사원은 수습 기간을 거치게 되어
있었고 그 기간은 3개월이었다. 따라서 외형상 그 분은 수습
근로자였다.
법과 노동
수습 근로자의 슬픔
그러면 도대체 수습 근로자 내지는 시용 근로자는 무엇이길래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시용 기간이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종업원으로서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근로 계약을 유보한 상태에서 근로 관계를 갖는
일정한 기간을 말하고, 이 기간 동안 일하게 되는 근로자를 시용
근로자 내지는 수습근로자라고 한다. 이는 근로자의 근로 제공이
있다는 점에서 채용 내정―대표적인 경우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입사 시험 내지는 면접을 보고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취업할 것을 약정하는 경우이다―과 구분되고 근로 계약을
체결한 뒤 교육이나 연수를 하는 견습 기간과도 구별되는
제도이다.
위와 같은 시용 기간부 근로 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모든 해석은 기억할 필요가 없고 오직 시용
계약이 ‘사용자 측이 근로자에 대하여 해약권을 유보한 채 맺는
근로 계약’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이는
학설상으로도 다수설이고 대법원이 지지하는 견해이다.
여기에서 우선 기억해야 할 사실은 첫째, 시용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근로 계약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해고할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고 둘째, 근로기준법상 수습 기간 동안은 해고 예고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한
해고하더라도 해고 예고 기간이나 해고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이 점은 근로기준법 제29조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비록 근로 계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근로 계약과는 달리 해고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점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시용 기간 중의 근로 관계는
일종의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 계약이라 할 것이며 시용 기간
중의 해고 및 본사원 채용 거부는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라 할
것인바, 그 권리 행사는 시용이라는 것 자체가 당해 근로자의
자질, 성격, 능력 등 그 일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결정하는
관계이므로 통사의 해고보다는 광범위하게 인정될 수 있지만
시용 기간 중 근무 태도, 능력 등의 관찰에 의한 업무에의
적격성 판단에 기초하여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 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는 이해되지 않겠지만 우선 일반
근로자보다는 해고 사유가 폭넓게 인정된다는 것은 분명하고
다만 사회 통념상 해고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 통념이라는 것을 결국은 법원이 판단하므로
법원에서 결정하기 나름인데, 최근 일반 근로자의 해고 사유도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수습 근로자, 시용
근로자의 해고 사유는 매우 넓게 인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시용 근로자인데도 해고가 무효라는 것으로는 ‘대학 재학시
현실 부정적인 시집 발간과 시위와 관련한 훈방 조치 등을
자술서와 학회 활동 사항란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품성 평가에서 성실성을 0으로 처리하는 등 다른 수습 사원에
대해 현저히 낮은 점수를 준 것’을 두고 평가의 재량을 일탈한
자의적인 평가라고 하여 해고가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 있는
정도이다.
결국 수습 근로자인 경우 해고의 사유가 어느 누구의 눈에도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일방적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이상,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우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누구나 취업할 때 수습 근로자가 되어 불안한 지위를
강요 받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선 근로 계약도 계약인 이상 당사자들이
정하기 나름이다. 수습 근로자 여부는 매우 중요한 근로 조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당사자들이 정할 수 있고 또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볼 때 당사자들이 이를 정하지
않은 경우는 일반적으로 정식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 시용 근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으므로 시용 기간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상, 그리고 노동관계법의 규정상 모든 근로
조건을 당사자들이 다 정할 수 없고 또 정할 필요도 없으므로
취업 규칙이나 단체 협약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단체 협약서에 시용 기간 여부를 규정하지는
않으므로 중요한 것은 취업 규칙이 된다.
우선 취업 규칙에 시용 기간에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근로
계약서에도 시용 기간 여부에 대해서 언급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수습 근로자가 아닌 정식 근로자로 고용된
것이다.
다음 취업 규칙에 모든 채용 근로자는 3개월의 시용 기간을
거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이럴 경우는 개별적인 근로 계약서에 특별히 정식
근로자로 채용되었다는 점을 밝히지 않는 이상 수습 근로자로
채용된 것으로 본다. 만일 이를 피하고 싶다면 취업 규칙과 근로
계약서를 확인하여 자신에 대한 근로 형태를 변경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취업 규칙에 채용 근로자는 3개월의 시용 기간을 둘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개별 근로
계약서에 시용 기간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 이는
정식 근로자로 채용된 것이다. 이는 노동관계법의 대원칙인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는 결과이다.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란 ‘근로 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사항은 법령,
단체 협약, 취업 규칙, 근로 계약이 있는 경우 일반적인 우선
순위는 법령, 단체 협약, 취업 규칙, 근로 계약 순서로 되어
있으나 위의 어느 사항에 상위의 근로 조건이 정하여져 있을
때에는 그 부분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1982.3.23. 근기
1455~8215)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용 근로자가 아닌
정식 근로자로 취업되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제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수습 근로자 문제를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 것이다. 먼저 취업 규칙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해고 당한 분의 해고 사유는 입사
서류를 늦게 제출하였다는 점과 직장 상사와 다투었다는 점,
시간외 수당을 산출함에 있어 회사가 관례적으로 정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려고 한 점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의 시간외 수당
관계는 회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규정을 어기고 있었고 그 분은 그
시정을 요구한 것이므로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사 서류를 늦게 제출하고 직장 상사와
다투었다는 점은 수습 근로자의 경우에는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이었다. 시용 기간을 둔 목적이
근로자가 과연 직장에 적격성이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고 한다면
직장 상사와의 말다툼, 회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은 직장에 적격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소송은
진행되었는데 수습근로자라는 사정이 크게 작용하여 패소하고
말았다.
사실상 수습 근로자라고 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의 인간성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능을 습득시키고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직장에 대한 적격성 평가만으로 끝나야 할 것인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곧바로 인간성 전체의 평가로 이어진다. 인간적인
면에서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해야 할 것이나 우리의
현실상 그렇게 평가되지는 않는다.
사실상 이 사건의 경우 해고자는 외국인 임원의 운전 기사 및
개인 비서로서 15년 이상을 근무해 왔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적격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나 보여진다. 그리고 그 분
말로는 해고 당한 실제적인 이유는 O/T, 즉 시간외 수당을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그렇다면 더욱더 수습 기간을 둔
근거에는 맞지 않는 해고였다. 하지만 직장에 대한 적격성이라는
하나의 명제만으로도 위와 같은 주장은 배척되었다.
마지막으로 수습 근로자에게 또 하나 불리한 점이 있다. 만일
여러분이 해고당했을 때, 그리고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하는
경우 그 문제에 대해 법정에 나와서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직장 동료일 것이다. 그런데 직장 동료는 또 바로 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근로자를 위해서 법정에 나와 증언까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해고자는 인간 관계, 직장 생활을 상당히
잘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수습 근로자는 이런
면에서도 불리하다. 왜냐하면 취업한 지가 얼마 되지 않으니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운전
기사이므로 혼자 근무하는 형태가 되어 더욱더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래 저래 수습 근로자는 불안한 지위를 강요
받는 것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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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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