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평가
황기돈(편집위원, 한신대 강사, 경제학)
집권 후반기로 들어선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신경제’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내재적 평가와 ‘신경제’ 정책이 노동자 삶의
경제적 조건에 끼친 영향에 대한 평가. 이를 위해 구상 단계에서
설정된 목표와 이를 위한 전략적 수단, 이의 구체적 관철 과정
및 그 결과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작금의 경제
현실과 노동자의 삶 사이에는 어떠한 상호 관계가 있는지 검토한
후 노동자 삶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노동 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를 분석하기로 한다.
1. “신경제 구상”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은 “경제 개혁”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데에서 노태우 정부가 성안한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제7차 계획은
핵심 목표를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 구조에 대한 질적 구조적
개선’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과제로 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형평의 제고와 균형 발전, 그리고 국제화 자유화 추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제7차 계획은 전략적 수단에 관해서는
추상적인 방향(재정 개혁, 세제 개혁, 금융 개혁)만을 제시하고
명확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와는 달리 “신경제
계획”에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을 ‘국민의 참여와 창의’에서 찾고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경제 정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은 제도 개혁, 성장
잠재력의 확충, 국제 시장 기반의 확충과 국민 생활 여건의
개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제도 개혁은 효율성을 지향하는 재정
개혁, 자율성을 지향하는 금융 개혁과 함께 규제 완화 위주의
행정 규제 개혁을 포함하는 3가지 과제로 세분된다. ‘신경제’
평가
즉 ‘신경제’의 핵심 목표는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을
지구상에서 기업 활동하기에 가장 편리한 나라로 만들고, 국민
각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제 정의의 동시적
실현이었다. 이러한 경제 개혁의 구체적 수단은 개방화, 업종
전문화, 민영화 등 경제적 효율성 강화 의미가 상대적으로 강한
정책 수단들과 금융실명제, 토지실명제 등 사회 개혁적 의미가
강한 수단을 양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신경제’의
프로그램들은 제7차 경제 계획보다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점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이 구체성은 내용상의 진보성과는
무관했거나 진보적 내용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들은 설정된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했다. 경기는
집권 초기 단기간의 긍정적 발전을 경험한 후, 95년 말부터는
성장이 완만히 둔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감소, 물가 상승,
경상 수지 적자 폭의 확대 그리고 실업의 증가가 전망된다.
이러한 부정적 결과는 일부 한국 경제의 구조나 작용 메커니즘에
관해서 시장 경제의 자정 기능을 믿거나, 규제 완화 위주의 경제
정책이 필연적으로 국민경제의 양적 성장 및 질적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외의 다수에게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정책이 유효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윤 증가와 투자의 확대라는 한 면과 투자 증가와 일자리의
증가 및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또 다른 한 면 사이에
상호 추동하는 관계가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건들은 경제 구조와 자본가들의 편의주의적 행위 양식을
고려한다면 거의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경제 구조와 국제 경쟁의 정치화
‘신경제’ 구상의 실현에서 가장 중요한 장애물은 저임금을
주무기로 하는 재벌 기업의 국제 경쟁이라는 경제 구조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맴돌던 “국제 경쟁력
강화” 담론에는 성장과 고용 안정이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는 논리가 배경에 깔려 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모든
정책 수단들은 수출 강화라는 목표에 복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의 경제화를 통해 세계 시장 지향적인 기업들의
수출은 점차 국가의 직간접적 수출 촉진책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국제 경쟁의 정치화 경향이 강화되고 기존의 수출
지향성은 신중상주의적 팽창 전략으로 탈바꿈되어 왔다. 국제
경쟁의 정치화를 통한 신중상주의적 팽창이라는 목표 설정에는
이데올로기적 함의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구조의
객관적 변화라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국제 경쟁력 강화의 당위성은 국제 경제 관계의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 체계에서 시작한다.
민족 국가의 경제 정책적 주권은 점증하는 국민 경제간의 상호
의존성 강화와 교통 및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점차
제약을 받게 되고, 개별 국민 경제의 성장의 양과 질은
일차적으로 세계 시장과 세계 시장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시장 강제”라는 조건 하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이 이미 진입해 있는 세계
시장에 침투하거나 외국 기업보다 빨리 미래의 시장을 선점하는
식의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화시키는 데 주된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식으로 국제 경쟁력 강화는 민족
국가적 책임을 익명의 세계 시장에 전가하는 한편 국내 정치적
무기력을 생산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즉 세계
시장으로부터의 “강제”에 대한 강조는 2가지 정치적으로
유용한 이데올로기 조합을 만들어 낸다;모든 민족 구성원이
“고통을 분담”해 대처해야 하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강조하고
경쟁이라는 개념에 대한 긍정적 수용을 호소하는 것이다. 즉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해 경쟁력을 강화시켜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족적 차원에서 평화적 협조적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고통 분담과 협조적 관계의 확대“는 빈소리만은
아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추진되어 온 세계 시장 지향의 결과
최근 한국 경제의 세계 시장 의존성은 역사적으로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한국의 경제성장의 무역
의존도(수출의존도+수입의존도)는 1970년 수출의존도 15%,
수입의존도 24%, 무역의존도 39%에서 1992년에는 각각 30,6%
32,4%, 63%로 증대하였다(한국은행).
, 기업, 주로 재벌 위주의 대기업의 국외 의존성 또한
집중적으로 확대되었다.한국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1987년을 전후해서 급속히 증가한다. 총해외투자
건수는 86년까지는 정체해 오다가 1987년에는 92건으로 86년의
52건보다 거의 배로 증가했고, 또 88년 역시 87년과 비교하여
거의 배로 증가했다(88년 176건). 그리고 89년부터 93년까지는
점진적 증가세를 보이다가 94년에는 1476건으로
배가되었다(한국은행 해외투자통계연보, 1995).
따라서 국제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 강조는 재벌 기업의 국제
시장 의존성 강화라는 구조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세계 시장 경쟁 구조의 변화는 국제
경쟁력 강화 정책의 추가적 근거가 된다. 세계 시장에서 저임금
경쟁력을 유지해 온 한국 기업들은 가격 탄력적인 저기술 상품을
무기로하는 중국, 동남아 등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함에 따라
상품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의
“사회적 덤핑”에 대한 제재 강화와 고기술 상품의 기술 경쟁력
부족으로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선진국과 후발 개발 도상국
기업 양쪽에서 가위눌림 당하고 있다. 이를 기회로 기업
경쟁력을 의미하는 국제 경쟁력 강화는 모든 사회적 경제적
개혁을 원점으로 돌릴 만한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3. 뒷걸음치는 개혁과 신중상주의적 팽창 정책
1989년 제정된 토지공개념 관련 3법은 다양한 문제‘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은 택지에만 해당되어 택지로 변화 가능한
토지의 소유 개선은 전무하였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업무용
토지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개발
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개발 이익 산정 기점이 개발 사업
인가 시점으로 측정되어 토지 투기 이득에 대한 과세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종합토지세’는 업무용 토지를
종합과세에서 분리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 해결에
기여했다:당시 “자살 파동”을 몰고 온 주택 문제의 해결,
기업의 토지 비용과 노동자의 주택 관련 지출을 일정 정도
낮추는 결과. 그리고 1993년 실시된 금융실명제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기업의 자금 부족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금융 비용의 감소와
소위 “검은 돈”의 유통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 조처들은 경제 위기 시에 기업의
‘경제마인드’를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완화되거나
취소된다.
그러나 위의 개혁적 조처들은 기업의 ‘경제 마인드’룰
약화시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위의 조처들로 인한 비용의 감소와
엔화의 절상이라는 외부적 조건에 힘입어 상대적 단위 노동
비용은 감소하고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의 고용 감소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채산성은 강화되었다. 그 결과 기업의 법인
이익은 세후 이익을 기준으로 1992년 대비 거의 50%가
증가한다(7조 5천 3백 억(92년), 11조 천 백 억 원(93년)).
이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은 “무역 장벽을 피하고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 하에
93~94년의 호황 국면에 양적 팽창을 위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강화한다:
▲생산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 강화한국은행과 OECD에 따르면
설비 투자 증가율는 93년 후반기부터 강화되어(12.5%) 94년
후반기에는 30%, 95년에는 20% 증가했다(OECD(1996)
한국경제보고서, 34 참조).
,
▲저임금 국가위주의직접투자강화와 이를 통한 해외생산량
확대예를 들어 국내 가전업체의 TV 해외 공장 생산량이 96년
들어 국내 공장 생산량을 추월하기 시작했고(96년도에 해외
생산이 총생산량의 51.1% 차지)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가전업체는 동업종의 타제품(VCR, 냉장고, 세탁기
등)에 대한 해외 생산 체제 구축을 강화시키고 있다(중앙일보
96.10.20).
,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해외 기업 인수최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 국내 전자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외국의 전자 회사(미국의 AST, 제니스, 맥스터,
프랑스의 톰슨멀티메디아)들을 인수하고 있다(조선일보
96.10.20).
등.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의 주된 목적이 합리화나 연구 개발을
위한 혁신 및 효율화 투자라기보다는 수출 증대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양적 팽창을 위한 투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팽창 정책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자본재
부분의 경쟁력 취약과 ‘수출의 수입유발도’가 높다는 사실,
그리고 중소기업의 취약성―인해, 수출 확대를 위한 기계 및
설비 투자는 자본재 수입을 강화하고, 수출 상품 생산 확대는
원자재 및 반제품의 수입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팽창 전략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 직후 세계 시장이 침체기로 들어가자 재고의
확대, 생산설비의 가동률 하락, 수입의 증대, 중소 기업과
대기업간의 “경기의 양극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팽창주의적 전략이 맞물린 결과는
다음과 같은 거시적 경제 지표에 집약적으로 발현되었다:
▲경기 위축통계청, 기업연구소는 물론 OECD도 올해 GDP
성장률이 7%선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추정한다.
▲경상 수지 적자 폭의 확대96년 4월의 경상 수지 적자가 2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말까지는 60~100억 달러 정도의 경상 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
이는 생산 과정의 혁신과 이를 통한 제품 차별화보다는 저임금
국가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경영난을 극복하고자 한 기업들의
편의주의적 전략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경상 수지의
적자와 경제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본가 측과 정부는 이러한 양적 지표에 근거하여 임금
인상과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국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논의를 유포시키며 “고통 분담” 및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노사 관계 개혁에서도 관철시키고 있고 이는 노동자
삶의 질적 악화를 가져온다.
4. “국제 경쟁력 10% 강화”와 노동자 삶의 X% 악화
“국제 경쟁력 10% 강화”라는 말도 안 되는경쟁력은 비교를
위한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절대적 수치로서의 10%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데올로기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용주로서의
정부는 97년도 임금 동결을 발표하고, 기업들은 “명예 퇴직제”
확산, 감원, 신규 채용 규모 감소 등을 추진하여 올 연말
실업률은 3.1%로 증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노동자의
삶의 질은 선진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은 유지되고 산업 안전 보건 조건을 비롯한 노동 조건의
개선은 지연되거나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공공 요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물가 상승이 예견되고 있으며 이는
직접적으로 임금 상승의 요인이 된다.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전처럼 시키는 대로 무조건 일하지 않아
고압적 통제의 유효성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통제
양식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노사 관계
민주화에 장애가 되는 제도1)소수 또는 족벌에 의한 기업의
배타적 소유에 바탕한 배타적 경영권 주장, 2)유명무실한
노사협의회 제도, 3)생산에서의 위계적 명령, 4)임금 협상
과정에서의 기업 경영 정보에 대한 불신, 5)이윤 공유제의
미형성, 6)장기적 고용 보장이 없다(이은진, 「협력적
노사 관계의 제도적 장애」,
ꡔ산업노동연구ꡕ, 제1권 제2호, 1995년 12월,
p.154 이하).
들의 개혁은 진행과 퇴행을 반복하거나 아예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많다. 이 모든 것들이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처들이 노동자의 고통을 강화시키고
있는 동안 재벌에 대한 규제책은 같은 명목으로 완화되고 있다.
재벌 기업 계열사간의 채무 보증의 제한 및 철폐, 계열사 분리,
내부 거래 감시 등의 “경영 투명성 제고”와 “소유의 집중
제한” 정책의 핵심 내용이 경제 위기 극복과 “노태우 사건”과
관련하여 정치적으로 처벌을 받은 재벌의 “기업 활등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백지화되고 있다.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처벌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지 재벌이기 때문에 범법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기업들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혁신이 아니라 해외 투자를 위주로 하는 양적
팽창 전략과 노동자의 시장 순응적 행위를 강화시켜 해결하고자
한다. 유연성 공세에 필수적인 물질적 제도적 보상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물질적 제도적 보상 없는 순응의 강요는
저항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5. 사회 개혁의 일환으로서의 경제 개혁
‘신경제’ 구상의 핵심 목표인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삶의 악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삶의 질을 향상시켜 한국 자체가 경쟁력이 있는 산업
입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개별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규제를
합리화시킬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합리화란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표에 걸맞는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별 기업에 대한 일방적 규제
완화를 통해 한국이 지구상에서 기업 활동하기에는 가장
편리하지만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의 삶 자체 및 삶의 조건은
지구상에서 가장 열악한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하는 인간의 삶은 이미 세계 정상급으로 파괴되어
있다:나이 40에 과로사로 죽어 가는 사람의 비율이 세계
최고이며, 일상적인 노동 과정에서 죽거나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까지 다친 노동자의 비율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교통
사고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한국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사회적 목표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적합한 경제 정책들이 일정 정도 개별
기업의 경제 행위를 방해한다 해도 이를 관철시키는 것은 사회적
합리성을 담보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은
궁극적으로는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자체도
강화시킬 것이다. 또 신경제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국민
각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제 정의 실현”인바, 이의
핵심 내용은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경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재벌의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럴 경우 노동자들의 유일한 대안은
‘신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거리를 두려는 노력일 수밖에 없다.
‘신경제’는 새로운 것을 더 이상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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