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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전자주민카드

현장에서 미래를  제16호
김진균

통합전자주민카드
관리, 통제, 감시의 총체적 구상과 그 추진

김진균
(통합전자주민카드 시행 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지식인연대 대표)



1. 통합전자주민카드와 정보공개법의 구상(안)

통합전자주민카드 시행 구상은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보공개법안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그것은 정부가 국민의 정보에 관한 한 총체적이고치밀한 구상에서 추진하고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95년 7월 20일 입법 예고된 정보공개법 제정의 취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공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신장하고 국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통제와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일”이다(홍준형, “알맹이 빠진 정보공개법안”-한겨레신문 96.11.16. 더불어 생각하며). 다른 하나는 정보화 세계로 치닫고 있는 21세기의 도전에 한국이 응전해 가는 데 “정보의 산출, 유통, 이용에 관한 법 질서의 기틀을 마련하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공표된 취지로 본다면, 정보공개법에는 국내적으로 민주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적대, 대립, 투쟁의 정치 양태를 토론, 합의, 협약의 양태로 전환시키는 정치 문화 토대를 구축한다는 의의와 국제적으로는 정보 세계화의 와중에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문화 등의 여러 영역에서 창의적인 기선력을 발휘해서 평화로운 지구촌 건설에 기여한다는 의의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보공개법안은 그동안 건
실한 국민 여론의 토론과 주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혀


외면한 채, 입법 예고안에서도 비공개 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애매하다고 지적되었었는데, 더 나아가 “통상 협상, 기술 개발 관련 정보, 통일 관계 정보, 대외 경제 협상에서의 논의 사항, 부동산 투기 관련 정보 등이 비공개 사유로 추가되고, 권리 구제 기구로서 ‘정보공개위원회’의 설치도 삭제되어 예고안보다도 더욱 후퇴하였다. 정보공개법안을 보면, 정부는 주요한 정보는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손아귀에 꼭 쥐고 있겠다는 독점 의욕이 앞서서 마치 정보 독점 마약 중독 증세에 걸린 듯하다.
정보공개법안이 ‘비공개’ 숨겨 두기 전략 같다고 한다면, 그와는 반대로 또는 그와는 단짝을 이루는 통합전자주민카드 시행 구상은 국민으로부터 통제와 감시에 필요한 정보를 가장 편리한 관리 상태에 두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 현행 주민등록표에도 주민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많이 들어 있다. 생년월일, 성별, 세대 구성, 세대주와의 관계, 호주와의 관계, 전입일, 인감, 그리고 특수하게 특정 자격 같은 항목도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주민등록표가 내무부의 행정 전산망에 올라 있어서, 깊은 산골 검문소에서 주민증을 갖고서 몇 초 안에 신분을 검색할 정도로 발달해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등록법에 적법, 저촉 여부를 가리지도 않고 은행, 보험, 이동 전화 등등 온갖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나 민간 영역에서 주민등록표를 요구하는 사례가 습속(習俗)되어 있다. 심지어 아파트 경비원도 버젓이 외래 손님에게 주민증 제시를 요구하는 팻말을 붙여 놓기도 한다.
현재 통합주민카드 안에는 주민등록표에 기록되는 신상 정보 외에 더 많은 정보를 수록하고자 한다. 개인 의료 정보(혈액형, 기록 기관명, 기록 일자, 약물 과민 사항), 운전 면허(면허 종류, 면허 번호, 교부 일자, 면허 조건, 발행권자, 적성 검사 기간, 면허 정비 취소 여부), 의료 보험(보호자명, 보호 기관, 관리 번호 구분, 구분 항목, 대진료권, 중진료권, 피보험자 성명과 주민번호, 자격 취득일, 자격 상실일, 피부양자 성명과 주민번호, 자격 취득일, 자격 상실일, 유효기간), 국민 연금(최초 취득일, 최초 가입종별 구분, 총불입액, 총가입액, 가입자 관계, 급여 종별, 수급 사유일, 수급 증서 번호, 카드 최종 수록일). 말하자면 개인 사항, 인적 사항, 병역 사항, 세대 사항, 가족, 검증 사항, 지문에 보태어진 사


항들이 ‘카드’ 발급에서 더 추가된다. 17세 이상 3천 4백만 명의 카드를 일시에 발급하기 위한 시설도 구축하고, 다기능 전자카드 발급을 위한 각종 증명의 종합 자료망 유지, 이렇게 ‘카드’발급을 위한 조치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우리 나라 국민이 몸에 주민증을 소지하지 않고 생활하기는 대단히 불편하다. 여행을 가기도 힘들다. 여관에 투숙하기도 불편하다. 동사무소에 주민등록표가 말소되면 그것을 회복하는 데는 여간 고되지 않거나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또 정보 기록 사항이 더 많이 입력되는 전자주민카드를 가져야 하다면, ‘자기’라는 정체가 주민카드에 의해서 보장 받는 그러한 사회로 변모할 것이고, 그것이 없다면 현재 주민증의 결손에서 받게 되는 사회적 불편보다 더 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전자주민카드 시행안에 국민의 편리성을 내세운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국민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감시와 그 주체

“전자주민카드 시행 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 사회 단체 공동대책위원회”(준)는 전자주민카드 시행 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국민의 사적 권리에 대한 침해 문제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리자에 의한 연금 가입자 정보 유출 사례, 공무원에 의한 정부 누출 사례 등 93년 한 해 동안 292만 건의 ‘개인 정보 노촐’이 사회 문제화되었다. 지존파 사건과 같이 정보 누출에 의한 폭력 사건, 국민 정보에 따른 정치적 성향 분석이나 정보의 상품화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둘째, 전자주민카드 제도의 추진이 그 법적 근거가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전자주민카드제도 시행을 현행 주민등록법 일부를 개정하여 그 법적 근거로 삼고 있다. 전자주민카드에 수록 예정된 7개 분야(주민등록 등초본, 의료 보험, 운전 면허, 국민 연금, 인감, 지문)41개 항목은 현행 주민등록증과는 전혀 다른 증명 체계인데, 이


에 대해서 충분한 국민 여론 수렴도 없었으며, 이는 별도의 입법 과정을 통해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정부는 이미 시범 실시까지 마치고 98년부터 전자주민카드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명백히 불법이고 헌법 제17조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셋째, 전자주민카드안에 의하면 보안 시스템을 안기부가 담당하게 하는 것은 장기 군부 독재 체제를 경험한 국민으로서는 보안을 핑계로 한 감시, 통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말하자면 반공 안보적 체계에 숙달된 안기부에게 국민의 생활에 관한 주요 정보를 관장케 하는 것은 첨단 정보 통신 기술에 의한 구시대적 감시 체계를 구축하자는 구상과 동일한 것이다.
물론 통합주민카드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기술상으로도 정보가 누출될 염려가 없고, 인권을 침해할 의향도 없다고 말하겠지만, 이 지구에서 언제나 안전한 보안 장치가 없었다는 점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인권 의식, 그리고 정보 도둑 크레킹의 위험성 때문에 어느 나라도 이와 같은 통합 전자주민카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을, 국민을 첨단 극소전자기술을 이용해서 냉전 체제대로 통제, 감시하는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유혹은 아마도 통제와 감시에 익숙했던 세력, 중앙 대형 컴퓨터를 팔려고 하는 비민주적인 모리배, 그리고 컴퓨터 기술을 맹신하고 정보 기술에 중독된 사람들이 합작해서 국민을 감시의 망에 넣고 “정보 관리 선진국”이라는 명예에 스스로 도취하고자 할 것이다.

3. 사람답게 사는 모양

전자주민카드제도 도입 문제는 결국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 하는 기본적인 물음을 제기케 한다. “숨길 일이나 부끄러운 일이 많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일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굳이 숨길 것까지야 없더라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일이 훨씬 더 많다. 잠자는 모습, 코 푸는 모습……전자주민카드제로 만들어지는 신뢰는 나의 얼굴 표정, 눈빛, 음성, 태도 등과는 무관하게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된 나에 관한 정보의 확인을 통하여

만들어질 것이다. 컴퓨터 조회만이 내가 유일하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강내희, “전자적 감옥과 원형 감옥”)

편리를 위한 핑계로 ‘전자카드’ 시대로 돌입해 간다면 카드로 상거래를 하고 식사값을 치르고, 병을 치료하고. 이렇게 일상 생활이 모두 ‘전자카드’로 찍힌다면 행동 하나하나가 ‘전자카드’에 의해 기록된다면, 그리고 행동의 결과 정산이 ‘전자카드’로 결제된다면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거대한 사회 감시망에 순간마다 기록을 남겨야 생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오는 것인가. 개인의 사생활은 어떤 시공간에서 확보될 수 있을까.
사생활, 그리고 개인의 인권은 무엇인가. 사람은 고문을 당하면 행동했던 것뿐만 아니라 생각했던 일을 토해 내어야 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생각지도 않았던 것까지, 무의식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 무의식에서나 있을 법한 희미한 꿈까지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토해 내어야 한다고 한다. 정보 감시 사회는, 사람마다 목에 통합전자주민카드를 달아매고 한시도 빠지지 않고 의식했던 의식지 않았던 간에 모든 행위를 고해 바치면서 살아가게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공개법은 정보를 내놓지 않으려는 담치기 전략이고, 통합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은 그 담친 안에 국민 스스로 모든 정보를 토해 내놓도록 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고, 그것을 수 천 억 원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자. 한/노/정/연

1996-12-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