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노정연 > 현장에서 미래를 > 글읽기 ]

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에 부쳐
 정세와초점

현장에서 미래를  제118호
김태정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에 부쳐

정세와 초점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시안에 부쳐

김태정 / 한노정연 연구원, 노동자의힘 회원




1. 들어가는 글

민중운동진영의 ‘단일연대연합체’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굽히지 않고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민중운동진영이 단결하여 투쟁하자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으나, 사태의 본질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필자는 소위 ‘단일연대연합체’라는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현장에서 미래를』11월호에서 ‘민중연대 상설연합체 논의의 문제점과 전망’이라는 글을 통하여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의힘 외에도 여러 단체들에 의하여 전국민중연대 운영위(3.9), 수련회(3.18)를 통하여 계속적으로 제기되었으며, 3월 25일에는 공개적인 토론회를 통하여 다루어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민중연대 사무처를 비롯하여 제안자들은 집요할 정도로 이 주장을 계속 안건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전국민중연대 운영위원회(3.9)와 수련회(3.18)에 제출된 ‘전국민중연대조직발전시안’을 중심으로, 이른바 단일연대조직 건설주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2. 불분명한 조직위상

기존의 조직이 아닌 어떤 조직을 새롭게 건설하자고 할 때는 건설하고자 하는 조직의 목표와 상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하고, 그것은 명칭에서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소위 ‘단일연대연합체’라는 주장은 그것을 주장하는 자들 스스로 계속 말을 바꾸어가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이론지 『이론과 실천』2005년 8월에 발표한 글에서는 ‘민중운동진영의 상설연합체’라고 했다가, 2006년 1월 20일 전국민중연대정책위원회 정책워크샵의 발제문에서는 ‘단일연합전선체’라고 했다가, 2006년 3월 9일 민중연대 운영위에 제출한 글에서는 ‘단일연합전선체’와 ‘단일연대연합체’라고 서술하더니, 이전에 3월 18일 수련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단일연대조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명칭상의 혼란은 한편에서는 ‘단일연대전선체’가 ‘자주적민주정부수립을 위한 통일전선’이라는 특정 정파의 전략이 그대로 함축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고자 하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안의 발의자가 용어 자체를 통일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못한 것에서처럼 개념 자체가 매우 자의적인 것임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며, 실제로는 도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인지 민중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단위들로부터 동의받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기간 민중연대 정책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글들에서는 통일연대와의 통합을 주장했는데 이번에 제출한 시안에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없다. 새로운 연대조직이 민중연대와 통일연대와의 통합은 아니라고 구두로 말하고 있으나, 이미 발표된 글에서는 분명 통일연대와의 통합을 주장한바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조직이 6.15 공동위원회에 참여하여 통일연대가 담당해 왔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것이라고 까지 주장하였다. 정대연 ‘민중운동진영의 상설연합체’와 진보정당 『이론과실천』2005.8월호.
그런데 이번에 운영위, 수련회에 제출한 시안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또한 3월 9일 운영위에 제출된 조직발전시안에서는 활동시기 항목에서 "기층의 논의와 준비정도가 충분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중연대조직발전 추진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단일연대체’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3. 조직발전 시안의 문제점

1) 단일연대체의 상의 모호함

3월 18일 수련회에 제출된 조직발전 시안에서는 ‘단일연대조직’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진보운동진영의 단일연대조직은 민족자주, 신자유주의세계화반대, 민중생존권쟁취, 민중주체의 민주주의실현, 자주적 평화통일의 기치하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와 현정권을 포함한 반민족적 반민중적 지배세력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의 상설적 공동정치 투쟁체이다.”
이는 기존의 민중연대 강령 민중연대 강령 1. 우리는 현대제국주의와 국내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철폐시키기 위해 투쟁한다. 2. 우리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며, 여성의 권리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소자의 권리를 존중하여 인간다운 삶과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 3. 우리는 반민주적 제도악법을 철폐하고 민중의 민주적 권리들을 확대하는 등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다. 4. 우리는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반대하고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 5. 우리는 민족민주민중운동진영의 단결과 세계 진보세력들과의 국제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왜 민중연대질서를 굳이 재편해서 단일연합전선체를 건설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더욱이 문제는 내용상 현존하는 민중연대 강령으로부터 후퇴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한 예로 민중연대 강령의 5번째에서 세계진보세력들과의 국제연대의 강화가 언급되어 있는데, 시안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시안에서는 한국사회의 진보에 동의하는 정당과 단체, 개인을 망라하는 진보진영의 총단결을 지향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그야말로 일국적인 관점에 갇혀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의 진보'라는 표현에서처럼 그야말로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내용을 동의지점이라고 제출하고 있다. 민중연대 강령이 무엇을 위해 투쟁한다로 하여 1항에서 4항이 구성될 만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비하여, 시안은 이를 2번 항으로 뭉뚱그리고 있다. 더욱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민중연대 강령 1번에서 "현대제국주의"라고 표현한 것과도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반제투쟁과 반미투쟁은 같지 않다. 반미투쟁은 일국적이며, 국가주의적 담론에 갇힐 위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민중연대가 결성될 시기에 ‘현재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시안은 슬쩍 특정정파의 정세관을 끼워 넣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차라리 현재의 민중연대 강령에 근거하여 반신자유주의 반민중적 지배세력 즉, 현 정권에 대한 투쟁을 제대로 전개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민중운동진영의 과제가 될 것이다.

2) 동의 될 수 없는 정치적 견해차이

제출된 조직발전시안에서는 ‘민중연대 전선의 발전적 재편과 진보진영의 단일연대조직의 필요성’이란 항목을 통해 단일조직의 필연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특정 정파의 견해를 민중연대라는 공동투쟁체에 덧칠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선 시안은 정세적요구라는 항목에서 "제국주의와 그 동맹세력의 한반도 지배정책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한반도 질서를 자주적 평화통일의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진보운동진영의 정치적 조직적 태세를 비상히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비록 1월 26일에 제출된 정책워크샵 문건에서처럼 "6.15 민족공동위원회 건설로 명실상부한 전민족적통일전선 구축의 전망이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의 변혁운동세력이 하나의 전선으로 결집하여"라는 식으로 제출되어 있지 않지만, 결국 핵심은 '자주적 평화통일'이 목적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세가 노동운동 민중운동진영 즉, 진보운동진영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조직적 태세를 비상히 강화해야 하는 시점인가? 문제는 ‘자주적 평화통일’의 상의 입장차이이다. 이미 한국사회 운동진영 안에서는 소위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차이가 존재하여 왔고, 민중연대를 구성하고 있는 단위 안에서도 분명한 견해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민중연대는 통일운동 단체가 아닌 것이다.
더욱 문제는 ‘통일’에 대한 입장차이가 북한정권에 대한 입장,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 노무현정권 및 열린우리당에 대한 입장차이를 만들어 왔으며, 이로 인해 반신자유주의투쟁에 있어서 신자유주의 정권이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를 불분명하게 보이고 있는 운동(?)집단이 존재한다.
때문에 '제국주의 공세에 대한 민중운동진영간의 공동투쟁'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자주적 평화통일(운동)'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당면 정세의 핵심적인 요구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강화,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투쟁을 강화라는 것에 있다. 때문에 자주적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진보운동진영의 조직적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민중운동진영의 과제로 적절하지 않다.
또한 민중연대 강령에서처럼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반대하고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라는 취지에 입각하더라도, 현재의 정세적 조건에서 민중운동진영의 핵심적인 과제는 조직적 태세를 강화 즉, 통일연대와의 통합과 6.15 공준위 참여와 같은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철수, 한미일전쟁동맹 해체 등의 투쟁 등이 핵심적인 과제로 설정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다음 시안에서는 "날로 치열해지는 이데올로기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보운동진영의 연대연합운동의 수준을 질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이데올로기전을 위해 단일연합전선체를 만들것이 아니라, 민중연대를 비롯한 민중운동진영의 운동주체가 신자유주의 정권인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노무현정권은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한 노동자 대중의 저항을 체제내로 관리하기 위한 각종의 포섭전략 특히 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운운하며 타협주의적 경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중운동진영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럼에도 민중연대는 사회양극화해소 국민연대 참가건을 두고, 공동투쟁체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표결을 통해 참여를 강행하였다. 이데올로기전은 곧 투쟁대상에 대한 태도의 문제에 다름아니다. 민중연대가 이데올로기전을 제대로 하려면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타협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안은 단일연합전선체 건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진보진영의 연합전선체는 진보정당과 함께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민중의 집권을 이루는 대중적, 조직적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적 의의를 갖는다"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진보정당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집단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이다. 그리고 민중연대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의힘의 경우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치조직이며, 이러한 지향을 갖는 조직들은 노동자의힘 외에도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대연씨는 이 진보정당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난 1월 26일 정책워크샵에서 해명하였으나, [이론과 실천]의 다른 글에서는 민주노동당임을 분명히 하는 글을 제출한 바 있다. 심지어 정대연씨는 [이론과 실천]에서 진보정당은 민중진영의 상설연합체가 제도권에 파견한 정치적 대표체라고 까지 서술한 바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반대 공동투쟁체인 민중연대가 특정정치조직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의 상과 경로는 민중연대 소속단위는 물론 한국사회변혁운동 진영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합의의 지점이 완결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이는 노동자민중의 공동투쟁체인 민중연대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될 수 없다. 시안의 표현대로 '전략'의 문제에 대한 합의는 민중연대라는 공동투쟁체가 담보할 수 없는 내용이며, 고전적인 '통일전선'의 개념과 역사를 보더라도 이는 불가능하다. 정대연씨 등이 사용하는 통일전선은 코민테른 7차 대회 이후 전략으로 격상된 통일전선 즉, 인민전선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한 평가조차도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선체가 포괄하는 계급의 범주 문제가 존재하며, 중소영세자본가를 포괄할 것인지 문제가 그것이다.

3) 과도한 조직형식

시안은 단일연합전선체가 "중복 불필요한 연대연합체를 해소 또는 정비하여" 민중연대를 중심으로 연대연합운동을 하나로 통합하고, 각 부문대중조직과 광역 및 시군 간부까지 포괄하는 조직구조인 대의원대회 체계를 갖출 것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러한 조직체계는 거의 정당수준의 완결적인 조직형식이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일한 강령적 수준의 정치노선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하였듯이 과연 현재의 민중운동진영의 상태와 조건에서 이러한 정치적 합의는 불가능하다.
다음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특정의 연대체에 대해 "중복되었으며,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며 발상 자체가 매우 패권적이다. 민중연대에 주요대중조직이 들어와 있다고는 하나, 그것으로 민중연대가 중심성을 가질 수 있는가? 다른 연대체에는 주요대중조직이 참여하고 있지 않나? 왜 유독 민중연대만 중심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가? 오히려 민중연대가 명실상부한 신자유주의반대투쟁의 전국적인 구심이 되어야 한다는 명분하에 주요대중조직이 타 연대체에 대한 참여를 소홀히 함으로, 연대운동의 기풍을 훼손하는 역효과는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이다. 또 '사안별 연대운동의 다양한 발전을 보장한다'고 하는데, 누가 누구에게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이다.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투쟁주체 연대운동체들을 향해 앞서 지적했던 정치방향,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단일하게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패권적인 발상에 다름아니다. 백보양보하여 효율성을 위해 일정한 재편이 필요하다고 하여도 그것은 연대운동의 자율성에 근거할 것이지, 시안에서처럼 "다양한 연대운동의 성과가 진보진영의 단일연합전선체로 모아지도록"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대의원체계의 문제인데, 이는 결국 주요대중조직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다양의 의견이 반영되기보다는 민주주의를 빙자한 다수의 폭력이 이루어 질 위험을 안고 있다. 그동안 연대운동에 있어서 재정이나, 인적동원의 문제로 대중조직에게 과도할 정도로 의존하고, 그만큼의 배려가 존재하였다. 그런데 아예 대중조직과 시군 민중연대 간부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구조를 만든다면 그야말로 민중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제 사회단체는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중연대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은 창립취지에서처럼 신자유주의 지배논리를 거부하는 전체 민중의 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권 노무현정권에 대한 투쟁에 복무하기 보다는 소속단위들이 동의할 수 없는 정치노선을 강변하는 방식으로 연대운동은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설 수 없다. 주체간 엄연한 정세인식의 차이 변혁전략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에서 노동자 민중진영의 공동투쟁체를 결성했던 정신을 되살려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는데 매진하자!

2006-03-31 03:07:04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2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