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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체결의 노림수, 그 가상 시나리오

현장에서 미래를  제118호
정병기

한미FTA 체결의 노림수, 그 가상 시나리오

정병기 / 한노정연 부소장

권∙두∙언

한미FTA를 둘러싸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사전협상이 사실상 이루어진 상태에서 국민들을 어물전 들러리로 삼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중동과 4대 방송국으로 대표되는 기라성 같은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편승하여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보도하거나 한술 더 떠서 부풀리기까지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것은 곧 우리 민중들에게 돌아갈 손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꿍꿍이로 추진하거나, 국민들을 손익을 따질 줄 모르는 무지몽매한 무리쯤으로 치부하는 처사이다.
후자의 경우부터 먼저 짚어 보자. 둘 중 하나가 무지하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인가? 이미 사회단체와 한미FTA저지 공대위의 토론회가 여러 차례 개최되어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 증명해 왔듯이, 몽매한 것은 오히려 우리 민중들이 아니라 정부와 언론이며 그들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다.
이미 우리 민중과 사회단체들이 무지하지 않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되었으므로 여기에서 그것을 시시콜콜히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토론회 때에 얼굴도 비치지 않던 기성 언론사들이 전화로나마 자료를 요청하던 해프닝을 애교로 보아야 할까? 어쨌든 그것조차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 보도할 것이 뻔하여 자료를 주는 것도 탐탁치 않다. 다만 그들로 인해 귀와 눈이 막히고 먼 사람들을 위해 한두 가지 정도 거론해 볼 필요는 있겠다.
한미FTA를 통해 우리 나라는 수출이 증가하여 전반적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은 이해영 교수의 일갈처럼 “덧셈만 알고 뺄셈은 모르는 산수”에 불과하다(「현장에서 미래를」117호). 한미FTA 체결 4년 뒤 대미 수출이 2002년도에 비해 230억 달러에서 422억 달러로 증가한다 하더라도 대미 수입 또한 328억 달러에서 431억 달러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무역 흑자가 98억 달러에서 9억 달러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대미 무역적자국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또한 한미FTA 체결의 최대 피해부문인 농업에서는 쌀을 제외할 경우에도 2조원의 생산감소가 초래되며, 쌀을 포함하면 최대 8조 8000억원 가량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 나라 농민들이 한미FTA를 앞두고 ‘의병 활동’을 부르짖는 것이 결코 허풍스런 일은 아닌 것이다. 권∙두∙언

그러나 황우석 게이트와 수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익히 보아 왔다는 ‘영특한’ 우리 정부가 과연 그렇게 몽매한가? 이제, 손해인 줄 뻔히 알면서도 추진하는 경우에 품고 있을 꿍꿍이를 따져 보아야 할 때다.
약소국이라는 설움을 안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거나,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에 편승하여 마름 노릇의 새경을 챙긴다는 속셈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공공부문 및 비정규직 투쟁과 같은 저항이 강화되자 대자본 및 네오콘들과 공동의 이익을 형성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완성한다는 노림수이다.
우선 첫 번째의 경우는 이미 정부 스스로 수많은 기회를 통해 발표했듯이, 미국보다 앞서 한미FTA체결을 주장하고 준비해 왔다는 얘기와 사뭇 어긋나게 된다. 백번 양보해서 이 첫 번째 가정을 사실이라고 믿어준다 할지라도, 정부는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했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 스스로 대미 압력을 행사해 정부로 하여금 주권국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게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이 아직까지도 굴욕적인 외교를 무기력하게 수용할 정도로 약골은 아니다. 따라서 이 가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가설은 상대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 이 가설은 외교 당국자의 발언과 대표적인 기성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희망하는 20여 개국 중 한국을 파트너로 꼽았다는 건 동북아에서 지주국가(stake)로서의 역할 등을 고려한 것 같다.” 이는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공고화라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이것이 “경제ㆍ외교ㆍ안보를 아우른 한미 동맹 업그레이드”라는 제하에 중앙일보가 금년 2월 3일자로 보도한 어느 외교 당국자의 발언이다. 조선일보도 “한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광대한 시장을 가진 아시아와, 첨단기술과 선진 경영 시스템을 갖춘 미국을 연결하는 동북아 FTA 허브의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1월 28일자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반대하던 현 정부를 한미FTA 문제에서 만큼은 이처럼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즉, 홍기빈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경제팀장(프레시안 2006.2.17)이 지적했듯이, 한미FTA는 미국이 동아시아를 정치적ㆍ경제적ㆍ군사적으로 경략하는 데에 필요한 전진기지의 역할을 한국에게 맡기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가설은 두 번째 가설과도 관련되어 국내정치적으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노대통령 측근인 열린우리당 의원모임 ‘의정연구회’가 “무역장벽제거로…… 효율적 기업은 생존하여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회원국간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재편이 발생하며, 정치적 효과도 중요하여, 소국이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 안전보장 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국내의 취약한 개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은 가히 솔직한 표현이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목적은 IMF와 같은 외부의 압력을 이용하여 국내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네오콘들과 연합해 자신들의 정권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약소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의 침략도 아니며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외부의 충격도 아니다. 그들의 적그리스도(Antichrist)는 오로지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국내의 노동자와 민중세력일 뿐이다.
그들은 역시 몽매하지 않았다. 분명 한미FTA가 무역수지적자, 금융투기화와 종속,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위기, 대미 군사안보 종속의 항구화 등을 야기하는 묵시록의 서막인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미FTA의 수혜자들인 국내외 초국적 자본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2006-03-31 03:11:56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2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