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수위 넘어선 경찰의 인권유린 |
현장에서 미래를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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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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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넘어선 경찰의 인권유린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글 머리에
제3조 (경찰의 임무) 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
교통의 단속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그 임무로 한다.
제4조 (권한남용의 금지) 경찰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위에 인용한 조항들은 경찰법 중의 일부다. 이 조항에서 보면
경찰은 경찰법에 규정된 임무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봉사자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위에 규정된 바와 같이 권한남용으로 흘러서는 안되는
공정한 것이어야 한다.
경찰은 국민들의 생활현장과 가장 밀접한 최일선에 있음으로
인해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도 있고, 아니면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기관이다. 따라서,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정부의 인권보호의지도 드러날 수 있으며, 반대로
경찰이 자행하는 인권침해는 그 정부를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로
낙인찍히게 만들 수도 있다. 정부가 인권을 옹호하고자 하는
정책을 펴려면 먼저 경찰에 대해 인권교육을 시키고,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찰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에 따라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램일 뿐이다. 아직도 이 나라의 경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는커녕 욕설과
폭행을 일삼고, 금품을 갈취하기 일쑤며, 민생치안보다는 정권의
요구에 따라 시국치안에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럴 뿐만
아니라 종종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은 법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의 존재는 정권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폭력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국민의 인권과 안전,
생명을 지키는 본래의 임무와는 정 반대의 실력 행사를 하곤
한다. 현장통신
위험수위 넘어선 경찰의 인권유린
이 글에서는 이런 경찰의 모습 중 인권침해와 관련된 경찰의
행태를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 살펴보고, 이에 따라 경찰이 인권
보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두 노점상의 죽음
지난 2월 2일 새벽 경기도 용인시 신갈파출소와 인천시
산곡파출소에서는 뇌사사건이 발생했다. 민병일(40, 노점상)씨는
용인시 구갈지구 철거대책위원회 조직부장으로 있으면서 노점을
해왔다. 그는 사건 발생 며칠전 노점 단속 중에 파출소에 빼앗긴
트랜스(전력 강압기)를 찾으러 이날 새벽 두 차례에 걸쳐
파출소에 찾아간다. 그런 그가 오전 6시 20분경 갑자기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민씨가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려 이를 저지하다가 뒤로 넘어졌고, 그
층격으로 뇌사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그가
파출소 외의 장소에서 누군가에게 맞았을 가능성은 주변 정황과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족들과
철거민들은 경찰의 폭행에 의한 뇌사를 주장했다. 그것은 단순히
뒤로 넘어졌는데 머리가 깨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으며,
이것은 누가 보아도 설득력이 있었다.
민씨가 15일 사망하자 경찰은 민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지난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시했다. 부검 결과 그의 앞
이마에서 정수리 방향으로 810cm 금이 가 있고, 앞 이마와
정수리 등에 3군데 무엇엔가 맞은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으며, 그 상처들 밑에는 피하출혈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파출소내에서 경찰에 의한 진중구타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가 행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부검을
참관하였던 임종한 평화의원 원장도 “비교적 작용 면적이 넓은
둔체가 전두부(앞 이마)와 두정부(정수리)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외력에 의하여 두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이 발생 20일이
넘도록 가해 경찰의 말에 꿰맞추기로 일관하고 있다.
인천에서 뇌사상태에 이르렀다가 14일 사망한 이종호씨의 경우는
동네에서 시비가 붙어 산곡파출소에 끌려간 직후 그는 두손을
등뒤로 한 채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복부와 가슴을 발로
구타당한 뒤 쓰러졌다고 한다. 그는 뇌혈관경색으로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가 결국 사망하게 되었는데, 경찰은 가해자인 안 아무개
순경을 직위해제시키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두 건의 사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경찰이 시민들을 다루는
것을 지나치게 함부로 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시민을 경찰이 뇌사에 이를 지경이 되도록 구타를 하고, 이씨의
경우처럼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두들겨 패다니 그것도 일선
파출소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최근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며, 또 드러난
것은 지극히 일부일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폭력
행사는 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이 사건 전에도 지난해 10월 전남 화순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경찰에 의해 시민이 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사건 발생 1백일이 지나서야 가해 경찰을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하였다. 또, 지난해 1월 홍제동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 수사대 소속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한 뇌성마비 장애인
이동원(29)씨는 사건 발생 1년이 지나도록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즉, 지난해에 발생했던 인천 아암도 이덕인씨의 죽음, 경기도
용인의 철거민 신연숙씨의 사망사건, 연세대 노수석 학생의
죽음과 같은 사건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며, 이런
사건들은 명확한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의 처벌없이 은폐되고 마는
것이다.
또, 이런 경찰의 부당한 폭력행사는 파출소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시위현장에서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다. 노동현장에서도 경찰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사용자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거나
사용자측의 폭력을 방조하는 일을 기꺼이 하는 것이 경찰의
모습이라는 것은 너무도 흔히 보아온 모습이다.
짓밟혀지는 기본권
95년 2월 14일 경찰청은 전국의 경찰에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긴급구속할 때 형사소송법에 나오는 미란다 원칙―범죄 혐의,
변호사 선임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것―을
알려주도록 지시했다. 이 조치는 법원의 잇단 판결을 수용한
전향적인 조치로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경기도 경찰청은
이 미란다 원칙을 카드로 만들어 피의자에게 제시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26일 일선 경찰청에 따르면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할
우려가 높아 미란다원칙을 알려주지 않고 조서 작성 뒤
사후고지가 예사라는 것이다.”(세계일보 96.2.27)
이 기사에 따르면, 일선 경찰들이 미란다원칙을 수사상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거나 아예 이런 원칙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아무개씨(51, 여)는 지난 93년 7월 승용차를 몰고 서울
노원구 당현대교 위를 지나다 S운수 소속 버스에 의해 진행
방해를 받아 버스회사를 찾아가 이를 항의하자 기사들이 욕설을
퍼부어 이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유씨에게 시끄럽게 군다며 보호실에 강제로 가둬 버렸다. 유씨는
다음날 즉심에 넘겨졌다가 형면제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즉,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된 것이다. 이에 다시 유씨는
경찰관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유씨는 다시에 이에 맞서 헌법소원을 제출하여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끌어냈다. 헌법재판소는 96년
3월29일 “경찰관으로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는 커녕 권리를
억압해 청구인의 인권은 물론, 공권력과 사회정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는 경찰관의 행태는 명백한
직무유기행위라며”라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한, 동아일보 지난 96년 5월7일자에 따르면, 충남경찰청은
대전 유성구청장의 예산 전용 혐의를 수사하면서 주요 참고인
진술을 임의로 작성하였고, 더구나 참고인이 말한 내용과 조서의
내용이 상반되어 수정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경찰이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그외에도 96년 6월27일 살해당한 채 발견된 무역업자
유갑준씨(47)의 납치범을 유씨의 부인의 신고로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했음에도 경찰은 범인의 완강한 오리발 작전에 넘어가
범인을 풀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범인을 풀어주고 난 지
3일만에 유씨의 신용카드로 돈을 빼내는 장면이 찍힌 CCTV
필름을 입수하여 확인한 결과 범인임이 확실히 드러났지만,
그때는 이미 범인은 일본으로 달아난 뒤였다.(서울신문 96년
7월5일)
더구나 지난해 6월26일 열린 치과의 모녀 피살사건에서
서울고법은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었던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과 검찰, 국립과학연구소가 수사에
참여했던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고 하는 이 사건의
항소심 판례가 중요한 것은 그동안 쉽게 무시되어 온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정황증거에 의한
추정만으로는 유죄를 판결을 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95년에 밝혀진 김기웅 순경 사건과 함께 경찰의
수사가 얼마나 비과학적이며 허술하게 진행되었는가를 웅변해
주고 있다.
경찰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래 표는 경찰의 인권침해가 드러난 것만으로도 매일 1건
정도씩은 발생한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김영삼 정부에 들어와서도 전혀 경찰의 인권침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찰관에 의한 인권피해 사건 (90.1-96.6)
그러나, 이런 경찰의 인권침해는 매우 관대하게 처리되기
일쑤다. 다시 내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2년의
경우 400건 중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은 235건이며, 반면
구속된 경우는 8건에 불과했다. 같은 식으로 93년에는
423건․248건․4건, 94년에는
324건․200건․2건, 95년에는
300건․195건․3건이었다. 즉, 경찰관들이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봐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쉽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부추김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경찰 인력의 증대나 업무 부담률을 덜어주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인권침해 방지책이 될 수 없다. 자칫 경찰 인력의 증대가 더
많은 인권침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전제하고 우리가 가능한 경찰의 인권침해 방지책을
생각해 보자.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찰의 중립화다. 최근 국회에서
야당이 검찰과 경찰의 중립화를 주장한 것은 지난해 총선 전후의
편파적인 수사 때문이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경찰의
중립화는 절실하다. 경찰이 민생치안도 제대로 못하면서
시국사건에 매달리는 것은 경찰이 정부와 여당의 종속물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경찰 행정의 민주화와
투명성의 보장이다.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한을 가진
경찰이기 때문에 특히나 이런 점들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미란다 고지’ 원칙의 충실화, 자백수사․심증수사의
척결과 과학수사․증거수사의 정립이 필요하다. 경찰서
안에서 욕설과 협박이 가해지고 철야수사가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는 경찰의 민주화는 있을 수 없다.
경찰이 인권보호자로 서기 위해서는 경찰이 저지른 불법행위,
인권침해 행위에 엄벌이 가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 경찰에
대한 사법처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90년 1월부터 95년
6월까지 사건처리결과를 보면 무혐의가 1,012건으로 55.6%를
차지하며, 구속은 총 18건 밖에 안되어 실질적인 사법처리는
1%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법부가 경찰의
불법행위로 수집된 증거나 자백을 과감하게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피의자를 무죄석방하는 것―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과
같은―도 경찰의 인권침해를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정부나 사법기관의 엄벌의지와 함께 중요한 것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찰을 피해자, 또는 목격자가 고소․고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이를 알리고
경찰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압력을 가하는 일은
경찰의 민주화를 강제하는 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인 것들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경찰에
대한 인권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직무 수행을 위한
요령을 배우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헌법이나 국제조약에서 규정된 인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얼마 전 한 TV에 방영된 이탈리아 경찰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살인, 납치, 테러, 부정부패를 일삼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거대조직과 맞서 헌신적으로 싸우는 그는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도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경찰의 모습을 우리의 경찰한테서 영영 볼 수
없다면 이 나라의 민주화는 요원할 것이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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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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