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파업투쟁속보 1,2호를 다시 보면서 |
현장에서 미래를 제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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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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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투쟁속보」 1, 2호를 다시 보면서
김 현숙(한신대 강사)
지난 겨울 총파업 투쟁의 열기를 다시금 우리 가슴 속에
불러일으키는 두 편의 비디오가 있다. 그리고 이 비디오 속보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 전국의 노동자들과 나아가 우리의 파업
투쟁에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을 같이
묶어줄 연대투쟁의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속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투쟁현장의 기록을 기동성 있게 기록해 낸 이
비디오 다큐멘터리를 우리는 파업이 진행되는 바로 그
현장에서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제 파업 투쟁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금 이
「총파업투쟁속보」를 같이 보면서 노동자
영상활동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작은 함의들이라도
읽어 내 보자.
제작과정의 조직적 노력들, 그리고 그 성과들
노동법과 안기부법이 불법적으로 국회에서 처리된 12월 26일
즉각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하였고, 이 투쟁과정에 대한 영상
속보 작업 역시 같이 시작되었다. 민주노총 교육선전국과
노동자뉴스단은 「총파업투쟁속보」 작업에
들어갔다. 각 지역의 노조 영상동아리들, 단체 실무자들,
개별적으로 관심이 있는 노조원들이 자기 지역의 파업투쟁에
대한 촬영에 들어갔고,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촬영을 위해서는
노동자뉴스단을 비롯한 독립영화운동단체들(푸른영상, 독협,
서울영상집단, 보임)과 관심있는 학생, 시민들이 모여 범대위
산하에 공동영상제작단을 결성하여 역사적 현장에 대한 촬영을
했다. 이러한 조직적 작업을 수렴하여 96년 12월 26일부터 97년
1월 6일까지의 투쟁기록을 담은
「총파업투쟁속보」(민주노총, 노동자뉴스제작단
공동제작) 제 1호가 1월 9일에 배급될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97년 1월 7일부터 1월 26일(민주노총, 한국노총의
여의도 연대집회일)까지의 기록을 담은 제 2호가 나왔다. 신속한
작업 덕분에 파업 진행 중에 파업 당사자인 노동자들과
시민들에게 상영할 수 있었으며, 외국에까지도 관심을
촉발시키고, 지원을 유도해 낼 수 있었다. 파업이 진행 중이던
2월에 열렸던 베를린 영화제 국제 포럼부문에 초청받아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등 국제적 연대를 강화시키는 역할 역시도 확실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범대위에서 발행했던 신문뉴스 속보와 마찬가지로 영상뉴스 속보
「총파업투쟁속보」는 정치적 통제를 받는 제도권
언론 매체들의 제약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시각에서 제작되었다는
장점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신문뉴스 속보와는 달리
영상매체로서의 특성을 유감없이 잘 발휘하였다. 영상
매체로서의 성과들을 몇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로, 파업참여자 각 개개인들이 자신이 참여한 파업 투쟁의
조직적 대오들을 대형 모니터를 통해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다른 모습(개인이 아닌 조직적 대오)을 보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아울러 ‘새로운 집단적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둘째로, 여러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 새로운 시선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부감 앵글을 통해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을 얻게 됨으로써 일상적 시선의 높이에서는 볼 수 없는
집회나 시위 상황을 전체적으로 총괄해 볼 수 있는 조망적
시선을 파업 참여 노동자들이 획득할 수 있게 했다.
셋째로, 각자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서 다른 지역의 투쟁
현황을 동시에 생동감 넘치게 볼 수 있음으로써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해졌고, 한 지역의 투쟁 열기가 다른
지역에까지도 영향을 미쳐서 상호 상승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했다.
넷째로, 공간적 제약만이 아니라 시간적 제약도 넘어설 수
있었다. 제2호에 보면 재미있는 코너가 있어서 우리의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망각을 일깨워준다. 지나가 버린 4월 이래의
대통령 TV 담화들을 다시 찾아내서 영상 편집함으로써
개혁의지의 퇴행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화면들을 거꾸로
돌려서 대통령이 걸어나오는 모습을 ‘뒷걸음질치는 모습’으로
보여준 이 시퀀스는 가벼운 조작(?)이지만, 퇴행임을 시각적으로
확실히 보여 주면서 허위를 폭로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다.
이렇게 「총파업투쟁속보」가 조직적 노력을
통해서, 노동자의 시선으로, 영상 매체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갖는 성과들을 추려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아쉬움도
같이 이야기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속보’라지만 지울 수 없는 아쉬움
우리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주었던 외국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속보’가
나올 수 있었던가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조직역량과
기동성에 흐뭇해 하면서도 ‘속보’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와 ‘속보’라지만 지울 수 없는 아쉬움도 같이 지적해
보자.
첫째로, 국면과 국면의 전환에 대한 구분과 이에 대한 정치적
의미의 구성이 부족했다. 12월 26일 사건의 발단에 대한
부분에서는 새로운 국면에 대한 상황적 설명과 의미를 충실히 잘
구성해 주고 있지만, 그 이후의 국면 전환에 관해서는 부족함이
많다.
둘째로, 총파업의 투쟁 대오 전체에 주로 카메라 앵글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투쟁현장에 참여한 노조원들의 생생한 호흡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 지역의 모습이든 간에
투쟁 대오를 보여 주는 유사한 장면들이 연속,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일치단결’과 ‘획일’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각 시퀀스의 의미가 잘 부각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투쟁장면에 대한 소개가 지역별, 업종별, 그룹별 나열로 그친
감이 없지 않아 아쉬웠다. 각 업종별, 지역별로 다른 투쟁
양상의 특성들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었더라면 보다 다양한
투쟁의 경험들을 알리고 전파시키는 효과를 올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업기간 중에
의료봉사를 하는 모습들이 적절한 나레이션과 함께 소개되는
장면들은 아주 좋았던 반면, 마창 지역에서 있었던 국회의원
강삼재 지구당 사무실 앞에서의 시위장면을 보여주는
시퀀스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다른 지역의 투쟁 소개에서는
없었던 유일한 장면인데, 그 의미를 확실히 부각시키지 못한 채
그냥 다른 시위 장면들과 마찬가지로 처리한 점이 아쉬웠다.
이번 총파업의 성격이 정치적 파업이며, 그 발단이 국회에서의
불법적인 노동법 통과에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특히 지구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의 시위는 매우 적절한 것이었고, 그
의미를 잘 부각시켰더라면, 정치적 의식의 일보 전진과 더불어
전술적 방안의 확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넷째로, 현 국면에 대한 인터뷰들을 따로 떼어내서 인터뷰
코너로 몰아서 편집함으로써, 현장의 생동감을 살릴 수 없었다.
몇 일만에 속보를 만들다 보니 편집을 나눠서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탓이었겠지만, 그런 상황의 한계가 효과의 반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대안을 강구해야 할 문제다.
이렇게 인터뷰를 따로 떼어내서 편집하면 인터뷰의 생동감을
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인터뷰들이 그때 그때 제자리에
박혔더라면 생동감을 살릴 수 있었던 집회 상황 역시도 단지
유사한 장면들의 연속으로, 평면적인 나열로 보이게 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빨리 식상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인터뷰 대상자들이 이름이 없는 익명의 인물들로
처리되어서 그 인터뷰의 현실감을 감소시켰다. 인터뷰 당시의
상황이 소속과 이름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고,
인터뷰 당사자가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했을 수도 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이미 알려진 노조위원장들만 이름이 소개되고
말았다. 다수의 이름 없는 노조원들과 소수의 이름 있는 노조
간부들(?)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던 권위적인(?) 효과가
암묵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영상운동의 대중화와 더불어
우리가 기대해 볼 수 있는 효과들 중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이
영상기록의 평등화가 아닐지.
앞으로를 위한 몇 가지 생각들
여러 가지 아쉬움들을 지워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새로운 기획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각 노조와 지역
단위에서 영상 동아리들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
간의 조직화와 연대활동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
힘을 근거로 단위 사업장별, 지역별로 투쟁기록이랄 수 있는
속보들을 직접 만들어 내고, 민주노총 중앙과 노동자뉴스제작단
같은 독립영화운동단체들은 정치적 국면의 변화와 그 의미, 전략
전술적 전망 등에 초점을 맞춘 보다 정치 선전적인 속보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노조와 지역의 영상 동아리들이 아직 활성화 되지
못하여 급박한 와중에 서울에서 촬영하러 내려간다든가,
지역에서 촬영한 것들을 중앙에서 모아서 편집을 한다든가 하는
많은 어려움과 제약을 갖고 있다. 이제 싹을 틔우고 있는 노조
영상 동아리들의 활성화에 기대를 걸면서 아쉬움을 미뤄두고자
한다.
이번 범대위의 활동 중에서 특기할 점은 총파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서 전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통신을
통해서 국제적 지지와 연대를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해 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홈페이지에 실린 한 장의 총파업 사진이
주었던 감흥을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할 것이다.
아직은 정보통신 인프라의 제약으로 인해 주로 문자통신만으로
이 작업을 했지만, 곧 영상정보가 결합될 것이므로, 총파업을
전국에, 그리고 전세계에 생생한 영상정보로 알릴 날도 멀지
않아 다가 올 것이다. 앞으로 노동운동이 영상운동과
정보통신운동의 결합 지점 속에서 그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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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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