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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노동운동의 개혁 움직임과 노동당의 출현

현장에서 미래를  제20호
손혁상

미국 노동운동의 개혁 움직임과 노동당의 출현
손혁상(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박사과정)

지난 한해 동안 미국 내에서는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1천 3백 만의 노조원을 가진 미국 최대의 노동조직인 노동총연맹-산업조직평의회(AFL-CIO)에서 지난 95년 10월 개혁세력이 지도부를 장악하기 전까지는 미국노조는 침체의 길을 걸으면서 하나의 집단이기주적 이익단체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미국 노동조합은 작년 한 해를 거치면서 미국언론과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물론 자본가들로부터 새로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최저임금을 5.15 달러로 인상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35,000 노동자가 관련된 보잉항공사와 단체협약도 성공적으로 이끌 어 내었다. 또한 3,500만 달러가 투입된 지난 11월 총선에서의 인상적인 선전전략은 의회 내의 진보 코커스(Progressive Caucus)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노동운동의 위상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변화의 추진력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선은 노동운동의 성장에 유리한 외적 조건들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해답을 외적 환경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정치 사회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노동조직의 지지를 받아오던 민주당의 대통령인 빌 클린턴까지도 지난 대선에서 중도보수노선으로 돌아설 정도로 보수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노동시장이나 경기변동이 노동운동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정치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지난 20여 년 간 조직원의 감소 추세를 미소하나마 반등추세로 돌려놓고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면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노동운동의 전환 움직임은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필자의 견해로는 다른 무엇보다도 개혁성향의 지도부가 들어선 후에 조직을 재편성하고 확고한 투쟁목표와 전략을 갖고 조직원의 연대성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정치참여 전략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하는 것에 주력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본다. 노동운동과 관련하여 또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지난 96년 6월 1,400여 명의 대의원이 참가하여 노동당을 창당한 것이다. 현재 40 여 개의 지역조직(chapters)을 확보하고 백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들이 지지를 표명한 미국 노동당은 그 간의 부정적 견해들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 결성을 이루어낸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새로운 지도부 결성 이후의 미국 노동운동의 방향과 전략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고, 새롭게 탄생한 노동당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노동운동의 개혁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AFL-CIO의 새로운 출발

95년 10월 AFL-CIO 역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한 위원장 교체가 이루어졌다. 지속적인 실질임금의 하락과 94년 총선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이후, 미국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과 미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라는 기치 아래 지난 100여 년 간의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사회복지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 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지도부가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한 평조합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18년 간 AFL-CIO 위원장이었던 레인 커크랜드(Lane Kirkland)를 임기 중 사퇴시키고 경선을 통해 전투적인 개혁성향의 존 스위니(John Sweeney)를 새 위원장으로 선출하였다. 존 스위니는 당선 직후 조직의 강화와 정치력의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채택하고 전통적인 노조의 방법론을 탈피해서 새로운 개혁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오늘날 미국 노동조합운동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난 30여 년 간 계속해서 줄고 있는 조합원의 감소 추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1960년에 약 30%에 달하던 노조 가입율이 이제는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공부문과 농업부문을 제외한 산업근로자의 조직율은 1995년에 10.3%에 그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철강, 자동차, 항공산업을 제외하면 현재의 성장산업인 전자, 컴퓨터, 금융산업 등에서는 조직활동의 성과가 미미하다. 조직원 감소의 원인으로는 제조업 고용인구의 절대적 감소나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이나 직업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활동을 하지 못한 것과 전통적으로 조직력이 강했던 경비, 잡부, 대형식당 종업원 등의 업종이 모두 용역회사 직원으로 대치되는 데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노동인구의 16.5%를 차지하는 16~24세 노동인구의 노조가입율이 5%도 되지 않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원 감소의 주 요인은 노조가 저변의 노동자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노선과 이슈를 제공하지 못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존 스위니는 노조원 증가를 통한 조직활성화가 침체된 노동운동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고 협상력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고리라고 판단하고, AFL-CIO의 조직재편성과 새로운 조직확산 정책을 채택하였다. 우선 지금까지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노조지도부를 개편하여 미국사회의 구성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51명의 부위원장 중에 14명을 여자와 유색인종 출신으로 임명하였다. 또한 조직부를 확대 재편성하여 1,000명의 노조 조직가를 훈련시키고 조직활동에 파견하는 것과 하부조직의 노조결성 및 조직원 확대를 전담하게 하였는데 이를 위해 노조 전체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하부노조가 조직원 증가를 위해 쓰는 예산에 대해서는 중앙에서 최소 1/4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조직활성화 바람은 농장노동자연합노조(United Farm Workers)와 힘을 합하여 아무런 복지혜택 없이 최저임금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 20,000여 명의 캘리포니아 딸기수집 노동자의 노조결성 추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젊은 노동 조직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노조의 여름(Union Summer)’이라는 견습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3,000여 명의 지원자 중에 1,500명을 선발하여 지난 여름 전국에 파견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5,000여 가구와 1,500여 작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노조결성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설득하였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식당종업원의 노조결성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다른 주에서도 단체협약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하였다.

선명한 투쟁경력으로 명성과 신뢰를 얻은 스위니지만 위원장에 선출된 이후의 정책노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반 노동자의 광범위한 지지 획득과 노조의 저변 확대를 위한, 실현 가능한 온건하고 실질적인 이슈 개발과 목표 달성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AFL-CIO의 단기목적을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기존의 복지정책에 대한 방어적인 차원선상에 있다. 예를 들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적 기관인 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clations Board)와 직업안전과 보건청(Occuapational Safety & Health Administration)에 대한 공화당의 예산 삭감 등의 공세를 막고, 메디케어에 대한 혜택 축소 방지 및 건전한 재정상태 확립, 직업을 바꾸는 사이에 생기는 실업에 대한 연금기금 마련, 의료보험의 혜택 증가 등이다. 다만 지금까지 협상과 타협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이익실현에 대처한 과거 노조지도자들과는 달리 정치참여와 조직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주목을 끄는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전임 노조 지도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하였다.

새로운 정치 전략

노조활성화라는 전략과 함께 새 지도부가 중점을 두는 또 하나의 목표는 정치력의 증대이다. 전통적으로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은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주를 이루었다. 각 선거 단위에서 특정 후부의 지지를 결정하고 조합원들의 표를 모아주는 방법과 중앙에서는 자본가들과 마찬가지로 로비스트들을 고용하여 그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실현케 하는 전략이다. 친노동편의 후보에게 표를 모아주는 방법은 지난 94년 선거에서 약 40%의 조합원이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데서 볼 수 있듯이 더이상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고 있으며,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방법 또한 현재의 제도적 틀을 이용하고 있지만 노동자 조직보다 우월한 가용자원을 가지고 있고 주요 정책결정자들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본가들에 비해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채택한 전략은 정치적 공세의 장을 워싱톤 시에서 벗어나 한편으로는 노조의 기층조직에 바탕을 둔 대중운동과, 다른 한편으로는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에 가능한 많은 지면이나 시간을 사서 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을 일반 유권자에게 집중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넓혀간 후에,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들이 노조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자기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노동대중이나 일반 유권자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 전략을 채택하였다.

대중운동 차원에서는 각 지역에서 소규모 집회(Town Hall Meeting)를 다발적으로 개최해서 노동자들이 난상토론을 통해 본인들이 직접 경험한 불이익이나 사회문제들을 발표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연대성을 고취하고 친노동편의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를 위해 중앙에서는 86개 지역구에 131명의 조정관(coordinator)을 파견하였으며 2,500명을 훈련시켰다. 또한 친노동편의 선거유세에 자원봉사할 수 있도록 10,000여 명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하였다.

선전전략 차원에서는 민주․공화 후보가 근소한 표 차이를 보이는 곳이라든지 지난 회기에서 반노동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최저임금인상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후보를 중심으로 약 40여 개의 선거구를 중점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이를 위해 AFL-CIO는 3,500만 달러를 조합비에서 투입하여 공화당 후보의 정책입장이나 반노동 성향을 집중 홍보함으로써,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고자 했던 목표는 비록 달성하지 못했지만 19명의 공화당 의원을 낙선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물론 이러한 전략에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조합원의 약 40% 가량이 지난 94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노조 지도부가 지원을 결정한 것은 적지 않은 소수의 조합원의 의견에 반할 뿐 아니라 결정과정에서도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공화당에서는 노조의 정치자금 제공을 더욱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연방선거법(Federal Election Camapain Act)에는 노조가 조합비에서 어느 특정후보를 위해 미화 2,000 달러 이상의 지원 광고를 할 시에는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며, 특정 후보에게 조합비에서 직접적인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기에 공화당 후보에 의해 새로 제안된 선거법 수정안을 보면, 노조는 단체협약, 계약집행(contract administration), 불만조정(grievance adjustment)의 사항에만 조합비를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수정법안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노조에 비우호적인 후보들이 얼마나 고전을 면치 못했나 하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책임정치를 위한 모임’(Center for Reponsive Politics)에 의하면, 실제로 자본가들은 정당기부금 면에서 노조에 비해 9천 100만 달러를 더 사용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는데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는 친노동 쪽의 연방 상하 의원들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19명의 공화당 후보를 낙선시키고 친노동 편의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조직면에서도 침체된 하부조직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하부조직 중심의 홍보와 집회 등은 그동안 주요 정책결정을 로비스트들의 손에 맡겨 놓고 구경만 하고 있던 일반 노동자들의 의식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노조의 정치력 증대노력의 가시적 성과가 진보적 노동자들이 느끼고 있는 보수 양당정치의 문제점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지금부터는 미국 노동당의 새로운 출현과 AFL-CIO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노동당의 창당과 AFL-CIO의 입장

1300만 명의 조직원을 가지고 있는 미국 최대의 노동조직인 AFL-CIO의 간접적 정치전략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지난 96년 6월에 창당된 미국 노동당은 노동자에게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가 기본적으로 자본가의 정당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약 6년 간의 준비작업 끝에 9개의 국제노조, 약 40여 개의 지역조직(chapters)과 300여 개의 기타 노동조직에서 1,400여 명의 대의원이 참가하여 노동자 중심의 정당을 결성한 것이다. 현재의 민주당이 노동자들이 민주당 이외에는 정치적 대안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북미무역협정(NAFTA) 등 반노동법안 등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통과시켰다고 인식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정당 후보의 지지 표명이나 선거자금 지원 등 지난 100여 년 간 전통적으로 행해진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 방법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96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클리블랜드 시에서 개최된 창당대회에서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제창’이란 이름하에 16개 프로그램을 채택하였다. 이는 최소한 시간당 10달러의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완전고용과 정부보장의 의료혜택, 주32시간 노동 등에서부터 대학까지의 무상교육과 기업의 정치과정 장악 금지 등 전통적으로 노동계급에 호소할 수 있는 강령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이 창당대회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이슈는 노동당 후보를 연방 상하원과 대통령 선거에 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지난 6년 간 노동당 창당을 이끌었던 토니 메조키(Tony Mazzocchi) 중심의 그룹은 2년 후의 다음 전당대회에서 선거전략이 채택되기 전까지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표결을 통해 결정하였다. 하지만 많은 수의 대의원들은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은 진정한 정당이 아니라는 문제제기와 과연 어떻게 당원을 성공적으로 모집할 수 있으며, 압력단체와의 차별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특히 부두 창고노동자 국제노조 중심의 선거 참여론의 입장은 당장 다가오는 총선에서 연방 상하원 후보를 내고 대통령은 민주, 공화당 후보가 아닌 제 3의 독립후보를 지지하자고 제의하였다.

강령과 프로그램만으로는 당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들 주장인 데 반해 후보연기론의 입장은 ‘뛰기 전에 걷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진보주의 정당의 역사상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하기 이전에 감당할 수 없는, 자원이 필요한 전국 규모의 선거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한번 선거에 지고 나면 당 자체가 해체되는 경험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현재의 노동당이 석유 화학 원자력공업 국제노조, 전기 라디오 기계공업연합 노조, 공무원 노조, 광산 연합노조를 비롯해 직물공정, 캘리포니아 간호사 노조 등 약 100만 명이 넘는 노조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선거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아직 대부분의 노조가 지지와 참여를 유보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노동자의 85%인 비노조 노동자들도 관망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에 후보를 내고 참여할 경우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고,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당의 당면과제는 선거 참여 보다도 사회변혁을 위한 대안적 정치의제(alternative political agenda)에 대한 노동자와 일반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정치의제가 주로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자본가의 계급이익(corporate agenda)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데 반해 실업문제, 최저임금문제, 사회복지문제 등 노동자의 이해관계(labor agenda)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의제를 부각시켜 기존 정치인들이 이 의제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당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조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진보적인 노조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AFL-CIO가 취해온 정치전략에 비판적이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300만 명의 노조원이 있는 서비스업노조, 기계노조, 자동차노조와 AFL-CIO의 지도부에도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존 스위니 위원장이 창당대회에 참석하지도 않을 정도로 그 전망은 밝지 않다. AFL-CIO의 정치전략은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기존의 친노동후보 지지전략의 기조하에서 방법론의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AFL-CIO가 취하고 있는 노동당에 대한 입장은 이중적이다. 표면적으로 노동자 정당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탈선거전략을 취하면서 주로 압력단체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노동당은 기존 노조의 활동과 차별성이 없으므로 오히려 노동계급의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앞으로 노동당 후보를 낼 경우에도 민주당과 노동당이 진보적인 유권자들을 분할함으로써 공화당이 독주할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노동당과 AFL-CIO의 미묘한 관계는 앞으로 미국 노동운동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맺는말

지금까지 우리는 침체된 노동운동을 회복시키려는 미국 노동계의 동향을 AFL-CIO의 개혁 움직임과 노동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민주, 공화 양당이 노동자와는 점점 유리되어 가는 현실에서 정당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된 미국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선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소극적 정치참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노동계급의 정치적 역량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에 대한 문제인식이 노조의 정치력 증대전략과 진보적 노동자들의 노동당 창당이라는 두 가지 해결책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어느 방법론이 장단기적으로 더욱 효과적일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미국 노동자들의 희박한 계급의식을 언급하면서 노동당이 정치적 무게를 갖는 것이 요원하다고 하지만 현재의 노동당은 섣불리 선거에 참여하기 보다는 기층 지지기반의 확산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법 개정과정에서 한국 정당들의 한계점을 분명히 확인한 우리의 현실은 미국노동운동의 전개과정에 대해 보다 주의 깊이 관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97-04-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