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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현장조직을 만들어 가자
 특별기획: 노동운동 출구를 찾자9

현장에서 미래를  제120호
김동성

자본과 노동조합

자본이 소수의 손으로 집중되면서 대규모화 되고 있다. 소수 초국적 자본은 국민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모든 곳에서 압도적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전 세계 노동자민중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다수의 국내 중소자본들은 하청계열화 되어 대자본의 영향력 하에 놓여있다. 중소자본들은 개별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에서 그 활로를 찾는다. 노동조합은 여전히 이들 개별자본과의 관계 속에 묶여있다. 개별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연대투쟁하거나 싸움의 규모를 크게 만들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개별 자본과 초국적 자본의 입체적 공략 앞에서 압사당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단위사업장의 임금과 단체협상의 내용들 거의가 개별자본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단위사업장의 임단협 투쟁만으로도 그럭저럭 조합원들의 생존과 생활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위사업장 노동조합투쟁만으로는 임단협조차 버겁다. 단위사업장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국가와 자본은 귀족노동자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전선을 치고 단체협약의 내용들조차 총자본의 치침으로 대응하는 등 개별 노동조합의 요구는 총자본과 곧바로 대결해야 할 사항으로 이어진다. 초국적 자본은 이윤실현을 위해 개별 노동조합의 요구내용까지 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자본은 현실에서 하나의 계급으로 행동하고 있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정권과 발맞추어 노동에 대해 총자본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노동운동 진영은 계급으로서 총노동으로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 아직도 낮은 연대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서로 도와주고 도움 받는 정도다. 시기 집중 투쟁은 있지만 단일한 요구를 걸고 단일한 조직처럼 투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부터 거대 총자본의 그림자를 보면서 싸워야 하는 것이 현재 개별 노동조합의 어려움이다.

문제의식

산업별 노동조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가기위한 투쟁은 지리멸렬하다. 조합원 대중들에게 산업별 노동조합 건설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개별 노동조합의 투쟁력마저 소진시키는 산업별 노동조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조직을 이끄는 조합간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변화된 상황과 투쟁양상에 맞는 기획과 안목이 절실하다. 총자본에 걸 맞는 대적전선을 형성하고 큰 싸움을 만들어 내겠다는 기획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해 들어가지 않는 한 현재의 어려움은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에서 시차를 두고 불꽃처럼 터지는데 이를 하나로 모아서 전국적으로 키워내는 기획은 어디에도 없다. 비정규투쟁이 개별 노동조합과 조합간부의 역량을 넘어서 전개되면 자본보다 앞서 투쟁을 진화하기에 바쁘다. 이 투쟁들을 들불처럼 확장시킬 의지나 역량을 가진 집행부조차 없다. 오랫동안 단위사업장 노동조합 활동에 갇힌 결과라 볼 수 있다. 다수의 조합간부와 조합 활동가들이 단위사업장 조합 활동에 매몰됨으로써 개별 자본에 얽매이면서 체제내화 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동조합 활동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조합간부와 조합 활동가들이 현장 활동가로 재조직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외부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재조직되면서 현장에 그 내용을 풀어놓아야 그나마 막힌 물꼬라도 틀 수 있을 것이다. 조합 활동가들을 현장 활동가들로 꾸준히 재조직하고 이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계급적이고 정치적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은 투쟁의 시야와 양상을 달라지게 할 것이다. 비로소 우리는 그러한 투쟁을 통해 총자본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자본을 넘어설 수 있는 노동자계급 현장질서를 조금이라도 만들어 갈 수 있다.

노동조합의 한계

노동과 자본 간의 대립에서 노동자는 1차적으로 노동조합으로 조직된다. 노동조합은 개별 노동자의 의식이나 성향에 상관없이 자본과의 경제적 이해 대립 속에서 형성된 노동자 대중조직이다. 노동조합에는 자연발생적인 경제적 이해 대립조차도 기피하는 사람, 자본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려는 사람, 조합 활동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등 다양한 의식의 편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 다양한 의식을 인정하고 기초로 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또한 노동조합은 상대할 자본이 정해져 있다. 대개 노동자들의 물질적 생활의 조건들은 개별 자본과의 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 진다. 구성원들의 의식의 다양성과 개별 자본과의 관계 속에서 노동조합의 한계가 발생한다.

물론 노동자간 의식의 편차는 일상생활에서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동자라는 자본대항적인 몸이 현실에서는 자본의 허구적인 논리에 눌려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모두를 아우르는 대중조직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대중적 이해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지배적이고 일상적인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업별 노동조합은 단위사업장의 이해를 넘기 어렵고, 업종별 노동조합은 업종의 이해를 허물기 쉽지 않고 더 나아가 산업별 노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총자본의 벽 앞에서 뒷걸음질 친다.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규모에 걸 맞는 새로운 내용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노동조합의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사회를 변혁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관료화되어 그만큼 체제내화 되기 쉽고 급기야 사회변혁의 시기에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중적 진지로서의 노동조합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모든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노동자 대중조직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출발점이며 현장이다. 노동현장 없이 노동운동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노동운동의 가장 큰 대중적 진지로서 노동조합은 항상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 진지의 상태에 따라 노동운동과 사회변혁운동의 양상이 달라진다. 현장 활동가는 이 진지로부터 출발하였지만 이 진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노동운동과 사회변혁운동은 노동자 대중조직인 노동조합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의 활성화와 발전은 노동운동과 사회변혁운동의 발전가능성과 직결된다. 노동조합 활동의 활성화 없이는 어떤 사회변혁운동도 발전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활동의 약화는 사회변혁운동의 왜곡을 초래한다. 노동자 대중투쟁의 진지인 노동조합의 발전 속에서 우리는 사회변혁을 위한 다양한 진지를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조합 활동을 통하여 활동가들이 길러지는 태반으로 그리고 그것을 대중적으로 뒷받침하는 진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변혁운동의 진지들을 노동조합 외부에 만들어 가야 한다. 노동조합의 한계를 인식하여 극복하고 사회의 주인으로 노동자들을 서게 하는 것은 자본의 논리를 일상적으로 극복하고 노동현장을 노동자의 논리로 재조직하고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몫이다. 노동조합 활동의 한계에 갇혀 있는 조합 활동가들을 노동조합의 밖에서 노동자 계급의 정치의식을 가진 현장 활동가로 재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지역의 현장 활동가 대중조직이다. 지역 현장조직은 조합 활동의 한계를 넘어서 노동조합 밖에서 노동자 정치의식으로 재무장되어 조합 활동에 개입하는 현장 활동가들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지역 현장조직의 내용

지역 현장조직은 노동조합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노동자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이다. 물론 노동조합 활동의 한계가 조합의 상태나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기는 어렵다. 현재를 개선하고자 하는 투쟁은 있으되 노동자의 미래에 대한 것은 막연한 것이 노동조합 활동이다. 노동조합은 개별자본과의 끊임없는 좌충우돌 속에서 조직이 강화되거나 약화되기도 한다. 설사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된다 하더라도 사업규모가 커질 뿐 자본을 넘어서기는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노동조합 활동 속에서는 노동자의 정치적 미래를 조직하기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지역 현장조직이다.

현장조직은 새로운 곳에서 시도되어야 한다. 조합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곳에서 다양한 사회운동을 포괄하고 주도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곳이 바로 지역이다. 지역은 전국의 축소판이다. 지역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산업현장이 있고, 농민, 환경, 여성, 빈민 등 사회운동들이 전개되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먼저 계급적으로 단결하여 주체를 세우고 활동을 통하여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운동 부문을 포함해서 주도권을 형성하고 지역의 사회변혁운동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지역 현장주체를 통해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노동자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한 실천 작업들을 구체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 지역 현장조직은 노동조합의 방어적 투쟁을 넘어서 노동자의 미래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현장 활동가들의 자발적 조직이어야 한다. 조합 활동가와 현장 활동가가 있다. 조합 활동가는 조합의식으로 조합의 한계에 갇히지만 현장 활동가는 조합의식을 더욱 발전시켜 노동자 정치의식으로 지역과 조합의 활동을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끊임없이 한다.

따라서 지역 현장조직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져야 한다. 사회변혁을 중심에 놓는 노동자 계급적이고 정치적이어야 한다. 사회변혁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계급정치를 실천하고 지속하기 어렵다. 사회변혁의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양질의 조합 활동가들이 노동자계급적으로 재조직되고 정치적으로 훈련되어야 한다. 교육과 토론, 현실 운동의 꾸준한 개입을 통해 개인의 역량과 지역의 역량을 축척해 나가야 한다. 긴 안목을 가지고 현실을 바꿔나가는 투쟁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은 등대와 같다. 그렇지 못하면 긴 안목으로 사업과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5년, 10년, 20년의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지역 현장조직은 현장을 계급적으로 정치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천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전개해야 한다. 조합간부와 조합원들이 조합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들의 안목을 확장시키기 위한 활동을 자기의 현장과 지역에서 실천해야 한다. 지역과 조합 활동을 통해 인식과 안목을 넓히고 그것을 다시 조합의 사업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지역 현장조직의 형식

여기서 현장조직이라는 것은 기존의 단사별, 업종별 현장조직이 아니라 1차적으로 지역 내 모든 현장 활동가를 포괄하는 조직을 말한다. 물론 지역 현장조직은 노동자만의 조직을 넘어서 지역의 모든 부문 운동을 포괄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자의 주체와 중심이 형성되면서 지역 내 농민, 환경, 여성, 소수자 운동을 포괄해 내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노동자 운동을 전 사회적 운동으로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현장조직은 조합 활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뛰어넘고자 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노동자 계급정치의 대중적 중심을 형성하되 지역 사회변혁운동으로 확장되어갈 수 있는 조직을 말한다.

현장조직은 먼저 계급의식적인 조합 활동가로 구성되고 시작된다. 조합 활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회변혁을 위해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활동가들로 조직된다. 현장은 노동, 농민, 환경, 학생, 빈민 등 자본으로 억압받는 모든 현장을 말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모순의 정점에 있는 노동자들이 먼저 조직화되지 않으면 어떤 사회운동도 계급성을 가질 수 없다. 노동자 중심이 형성되어야 농민, 환경, 여성, 소수자 운동 등을 계급적으로 견인하고 포괄할 수 있다.

지역 현장조직의 이후 진로와 발전가능성은 오로지 참가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의 의식과 자발적 결의, 그리고 지역적 실천 활동에 달려 있다. 정치토론을 통하여 노동자 계급정치 역량을 키워나가고 그 역량을 현장에서 발휘하는 과정의 반복이 조직의 내용과 형식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참여하는 현장 활동가들이 현장조직의 주인이 되어 그 조직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진행하다가 보면 역량에 따라 지역의 사회운동을 포괄하고자 하는 기획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가능하게 되면 현장조직은 명실상부한 지역의 사회 변혁적 현장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적 불균형 발전이 있지만 가능한 수준에서 전국적 연계와 실천을 만들어 낸다면 사회변혁운동의 전국화와 질적 도약의 정치적 기반이 될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지역의 변혁 지향적 노동운동 역량을 모으고 발전시켜서 지역의 운동을 주도하게 하는 기획을 만들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기획으로 지역 현장조직의 주체를 만들어 나서자.

모든 운동은 사람이 한다. 따라서 운동의 질과 형식 또한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역량에 좌우된다. 사람들의 역량은 발전과 퇴보를 거듭한다. 역량의 차이와 편차를 조직적 틀 내에서 해소하고 통일적으로 강화시켜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리는 조직을 통해 이론과 실천을 병행해 나가면서 조직의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획과 실천의 틀로서 지역 현장조직을 만들어 가자. (2006. 5. 27)

2006-06-13 17:06:37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3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