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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노동자의 삶
 노동조건 악화와 실업 및 비정규직 증가를 통한 사회 양극화의 쓰나미

현장에서 미래를  제121호
정병기



1. 서론

한ㆍ미 FTA를 거시경제적 충격요법이라고 한다. 충격요법은 외부에서 자극을 주어 병을 치료하는 방식으로서, 일상적 방식으로는 치료가 곤란한 경우에 사용된다. 정부는 아마도 우리 경제 구조가 일상적 요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수많은 역경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정부는 IMF 사태를 충격요법이라고 하며 우리 경제의 전근대적 구조를 치료하는 데 중요한 처방이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IMF 사태는 병을 고치는 충격요법이었다기보다 우리 경제 발전의 주역인 노동자와 민중들의 삶을 짓밟은 중대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한ㆍ미 FTA가 이제 그 두 번째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FTA는 미국이 WTO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와 다자간 협상기제를 통해 제국적 지배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개별국가들을 직접 상대하여 공략하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ㆍ미 FTA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직접 공격하는 무기이자 절대적으로 미국에 유리하게 편성된 공격전략일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룩한 후 사회경제적인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을 질병이라고 하며 충격요법을 처방한다면, 형식적 민주주의에 안주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요체인 사회경제적 공동체를 막으려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ㆍ미 FTA는 치료를 위한 요법이 아니라 또 다른 역경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병균일 뿐이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확립될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질서에서 자신들의 특권을 내놓아야 하는 사회경제적 기득권 계층이다. 새로운 병균은 선택적으로 침범하여 다수의 골수를 뽑아 특정 소수에게 몰아주는 특이한 바이러스이다. 이 나라 정책입안자는 요법인지 병균인지를 모르는 돌팔이 의사이거나 그 바이러스를 통해 이득을 보는 계층의 하나일 것이다. 때문에 이 바이러스를 더욱 잘 살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민중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의 시각으로 한ㆍ미 FTA를 바라볼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한ㆍ미 FTA 체결이 우리나라 노동자의 삶에 미칠 일반적 영향을 노동자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한ㆍ미 FTA협상 초안 공개를 정부가 거부하는 상황에서 명확하고 성상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들과 발표된 글들을 토대로 한 2차분석과 예측 가능한 효과를 통해 유추하는 방식으로 분석이 이루어질 것이다. 주요 고찰 대상은 고용과 노동조건 및 사회양극화에 초점을 둔다.


2. 고용 감소와 실업 증가

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수요는 감소하는 부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증가하여 실업률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한다. 허재준, 2006, “한ㆍ미FTA, 노동시장, 노사관계,” 노동연구원 보고서(2006.04.03).
우선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하는 부문에서는 감소하지만, 비교우위 변화로 인해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는 부문에서는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또한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활동하여 노동수요를 파생시키고,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자본시장 불완전성이 개선됨으로써 노동수요가 증가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미국 등 외국 기업과 경쟁하면서 생산ㆍ경영상의 노하우와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해외 시장 확대에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높아지며, 그에 따라서도 노동수요가 증대한다고 주장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한ㆍ미 FTA 체결 직후에는 단기적으로 0.51%, 즉 약 8만5천명의 실업자가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강화되고 그에 따른 생산성 증가를 고려할 경우 고용은 3.30% 포인트 증가하며, 생산성 증가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도 0.63% 포인트의 고용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홍식, 2006, “한ㆍ미 FTA의 의의와 기대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토론회(2006.3.3) 발표논문.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마치 IMF 외환위기 시절 노동시장 유연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경직적 산업구조가 해소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실업률 감소에 도움이 되었다는 결과론적 해석과 유사하다. 실제 <그림 1>에서 보듯이 IMF 외환위기 직후 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위기가 해소되기 시작하자 실업률은 다시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의 이변적인 사건으로 급증했던 실업률과 현재의 실업률을 비교하는 것은 올바른 비교가 아니다.

그리고 2002년을 고비로 실업률은 소폭이나마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 3.7%에 이르고 있다. 이 상승폭을 무시하고 전체적인 경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낙관적인 전망은 논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2002년 이후 현재까지 4년동안 실업률 변동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안정적인 실업률 변동은 결코 IMF외환이기 이전에 비해 악화된 수준에서 안정적인 변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IMF 외환위기를 통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는 결국 위기 이전에 비해 높은 실업률을 초래했고 악화된 상태에서 소폭 상승을 동반하는 안정적 변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한ㆍ미FTA를 통한 또다른 충격요법은 이미 노동시장 유연화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낙관적인 모든 분석은 성장률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가정한 계산일 뿐이다. 미국상품의 범람으로 우리 산업이 더욱 취약해질 경우도 가정해야 한다. G7에 포함되는 캐나다에서조차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1989년 이후 3년 동안 생산시설의 25%가 상실되었다고 한다. Orchard, David, “How free trade changed us,” Toronto Star, 2004.10.01.
수백 개의 공장이 문을 닫거나 미국으로 이전한 것이다. 그에 따라 1992년 캐나다의 실업자 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ㆍ미 FTA 체결후 고용 증대 효과가 예상되는 부문을 보더라도 섬유, 의류, 가죽제품업에 한정되며, 서비스업종에서도 긍융업과 R&D 외에는 단순서비스업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무역협회 FTA연구팀, 2006, “한ㆍ미 FTA와 제조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토론회(2006.03.03) 발표논문, 30쪽.
이 부문들조차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3D업종으로 분류되거나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 침투에 따른 고용 증대가 예상될 뿐이다. 화학, 기계, 전자, 전기 등 주요 제조업 부문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고용증대를 예상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생산성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제조업에서 3.2만명, 서비스업에서 13.7만명의 고용이 증가하며, 생산성 효과가 적절히 가동될 경우에는 제조업에서 13.5만명, 서비스업에서 46.3만명의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재준(2006).
노동연구원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일자리 상실도 우려된다고 분석하였다. 허재준(2006).

농업 부문을 고려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농업부문 고용은 생산성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8만8천 명이 감소하고 생산성 효과가 적절히 가동되더라도 4만7천 명이 감소한다고 정부측 스스로 인정하였다. 허재준(2006).
게다가 농업 생산액 감소를 고려해 본다면 실제 고용감소폭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쌀이 제외됐을 경우에도 농축산 생산액은 2조3천억 원 감소하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쌀이 포함될 경우 농업생산액 감소는 8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었다(미국 국제무역위원회). 한ㆍ미 FTA 농축산 산업 대응 토론회, “농업에서만 17조원 손실, 고용감소 100만명,”
http://www.labortoday.co.kr/photo/view.asp?a rId=61644&mId1=09&mId2=04(검색일: 2006년 4월 24일).

국정브리핑의 분석은 산업 전반을 고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시안적이다. 2006년 4월 24일자 청와대 국정브리핑 정책특집은 대미수출 중소기업들 중 80%가 한ㆍ미 FTA를 지지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정브리핑 정책특집 “일류국가를 향하여 ... 한ㆍ미 FTA: 대미 수출 중소기업 80%, 한ㆍ미 FTA 지지, http://www.news.go.kr/warp/webapp/issue/news /view?package_id =c21e99699668cca5dbda2f8d&id= 8173a01930bfa32d030d974e(검색일: 2006년 4월 24일).
그러나 이 분석은 수출기업만 고려한 것이었다. 수출기업은 당연히 관세장벽이 없어지면 유리할 것이다. 산업 전반을 보자던 정부 스스로 유리한 부문만 고찰하는 단편적인 분석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또한 한ㆍ미 FTA 체결로 해외직접투자가 증대하여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직접투자가 증대할 경우에도 일부 서비스 업종과 같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심지어 독일 통일 이후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한 통일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구동독 지역에 진출한 서독 자본들은 단기차익을 노린 서비스업종에만 집중되었다. 구동독지역 서비스업과 2차산업의 투자비율(전체 투자에 대한 백분율 %)


2차 산업: 에너지산업, 광공업, 건설업. 절대치에서 필자가 환산한 비율.
자료: 정병기, 1997, “현실사회주의 붕괴와 통일 이후의 구동독: 개혁과 통일의 갈등,” 『이론』 여름호, 61-86쪽.
일국 내의 경우에도 이러한데 하물며 국가간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더욱이 한ㆍ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국민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BIT 2004년 모델’에 근거해 한ㆍ미 FTA가 체결되면 외국자본이 끼칠 폐해를 규제할 근거도 사라진다. 한ㆍ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2006, “한ㆍ미FTA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국민보고서 노동부문 초안.
비록 현 정부의 협정문 초안이 제17장 노동 부문에서 “무역ㆍ투자 촉진을 위해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한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규정은 대부분 국제협약에서 관습적으로 기술하는 선언적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BIT 2004 모델’의 ‘이행의무(performance requirements) 부과금지’ 조항은 FTA 체약국이 기술이전, 현지생산품 사용의무(예컨대 스크린쿼터) 등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정했다. 따라서 미국계 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ㆍ합병할 경우 ‘고용승계’, ‘단체협약 승계’, ‘내국인 일정비율 고용’ 등의 의무를 지울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인수합병 등 기업변동시 정리해고나 고용ㆍ단체협약의 승계 등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향후 법제화가 된다 하더라도 ‘BIT 2004’가 일체의 고용ㆍ단체협약 승계를 배제하고 있어서 실효가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3. 노동의 질 향상의 허구

아마도 정부가 내세우는 고용 창출과 노동 및 서비스 질 향상의 주요 부문은 섬유와 의류 및 피혁을 제외하면 단연 서비스 부문일 것이다. 그 논리 앞에는 여전히 한국의 대미 수출의존도를 내세워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는 강변이 있다. 미국은 서비스 부문에 있어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것이다. 2003년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출은 93억 달러(총수출의 28.3%), 수입은 약 127억 달러(총수입의 31.4%)를 기록했고, 대미 서비스 수지는 약 33억 달러 적자이고, 총서비스 수지 적자의 44.9%가 미국과의 서비스 교역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준규, 2006, “한ㆍ미 FTA의 효과: 서비스 부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토론회(2006.03.03) 발표논문, 12쪽.
따라서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야 하며, 개방하면 생산성이 높고 질이 좋은 서비스 산업이 한국에 많이 유치되어 서비스 산출량과 고용이 증가한다고 예측한다. 이준규(2006).

또한 정부는 한ㆍ미 FTA 체결로 무역 및 투자 자유화가 이루어지면 경쟁으로 인해 물가가 하락하고 성장률이 증가하여 전반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농산물 및 제조품들의 가격이 하락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이 향상되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후생증가가 이루어진다는 논리이다. 지적 재산권 강화 등으로 인해 기존에 공공재처럼 향유할 수 있었던 일부 서비스의 경우도 새로 가격을 지불해야 하거나 기존 가격이 인상되지만 역시 그 질적 수준은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논리 또한 지나치게 단순하다. 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몰락하는 정도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종의 고질적인 비정규직 양산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맥도날드와 같은 상점에서 저임금의 비정규직들이 대량 고용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개방의 충격요법 논리는 오로지 경쟁력 제고이다. 곧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통해 경쟁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선진 고용기법이 도입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경영에서 구조조정이 고용안정의 논리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이른바 선진 고용기업이라는 것도 비정규직의 양산을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수출 민감 부문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일부 국민들은 이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양산과 경쟁력 열위 부문의 퇴출로 인해 노동자를 대다수로 하는 소비자들은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출민감 부문인 섬유ㆍ의류와 같은 노동집약 산업의 성장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도 이러한 양극화의 희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게다가 신약 인정과정 간소화와 함께 건강보험의 약가 책정이 관대해지면 의보수가 인상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짐으로써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는 전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4. 비정규직의 양산과 사회 양극화

또 다른 충격요법이라 불리는 IMF 사태 이후 우리 경제가 회생한 것이 IMF지원금 덕택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상술한 바와 같이 지나치게 안이한 결과론적 사고이다. IMF 외환위기의 극복은 충격요법의 결과도 아니었으며,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자동적 결과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고통분담’이라는 정부와 자본의 논리에 장단을 맞춘 점도 있지만, 당장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노동자와 민중들의 허리띠를 졸라맨 인고의 결과물이었다.
한ㆍ미 FTA 찬성론자들의 계산은 결국 경쟁력 열위 부분의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실업자를 위한 각종 사회보장정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아직 어느 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다. 우선 FTA를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한 다음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 때 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상황이든 구조조정은 기정사실화될 것이 자명하다.
한ㆍ미 FTA가 체결된 후에 정부와 자본의 논리는 어떠할지 자못 궁금하다. “자, 이제 엄혹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것도 초강대국 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없는 자는 도태되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노동비용도 줄이고 노동외비용도 줄여 임금과 사회보장혜택을 축소하고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할 명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쟁력 열위 부문의 퇴출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은 분명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며, 이 나라를 두 개의 나라와 두 개의 국민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곧, 노동자의 시각으로 보는 한ㆍ미 FTA는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사회를 양극화하는 쓰나미인 것이다.
다음 <그림 2>를 보면 1990년대 이후 우리나 비정규직의 증가 추세를 알 수 있다. 한ㆍ미FTA 체결 이후에 구체적으로 나타날 비정규직의 변화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실업률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 이후에 나타날 변화를 IMF 외환위기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시절 IMF에 의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추진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IMF 외환위기 극복 이후 나타난 현상은 비정규직의 엄청난 증가였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2000년 58.4%에서 2001년도에 다시 하락했으며, 일정한 증감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2005년도까지 전체적으로는 증가하여 56.1%까지 상승하였다. 구체적인 노동자 수를 보면 2001년 737만 명이었던 비정규직이 2005년에는 무려 100만 명 이상이 증가하여 약 840만 명을 헤아린다. 김유선, 2004,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서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 cle.asp?article_num=20051102091808&s_menu=사회(검색일: 2006년 6월 1일).
절대 수치상으로는 2002년 772만명, 2003년 784만명, 2004년 816만명으로 매년 10~30만명 정도가 증가한 셈이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한 1999년도부터 실업률이 큰 폭의 회복 추세로 돌아섰는데, 이와 동일한 시기에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림 1>과 <그림 2> 비교). IMF위기 극복 이후 실업률의 해소는 비정규직 급증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이제는 이미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음으로써 비정규직 확대로서도 실업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비정규직 증가와 실업률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 5분위배율을 보아도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양극화 현상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 근로자 가구의 소득상위 20%(5분위)계층의 평균소득을 소득하위 20%(1분위)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배율을 표시한 <그림 3>을 보면 IMF를 계기로 빈부차는 급격히 심화되었고, IMF 외환위기 극복 후 다소 개선되는 듯하다가 2002년 노무현 정부 들어 다시 심화되기 시작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에 비해 무려 5배가 넘는 양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개선된 시점인 2002년도에도 5분위배율은 5.18에 달해 IMF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서는 20%나 더 악화된 수치를 보인다. 외부의 충격요법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결과 20대 80의 사회가 고정되어가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5. 정부의 한ㆍ미FTA 추진 목적

한ㆍ미 FTA를 추진하는 것은 분명 이 나라 정부이다. 돌팔이 의사의 오진이 아니라면 의도적인 사기극이다. 양심적인 돌팔이 의사라면 약소국이라는 설움을 안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것이겠지만, 의식적인 돌팔이 의사라면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에 편승하여 마름 노릇의 새경을 챙긴다는 국가전략적 고려를 할 것이다. 다음 내용에 대해서는 정병기, 2006, “한ㆍ미FTA 체결의 노림수, 그 가상 시나리오,” 『현장에서 미래를』제118호(2006년 4월) 권두언, 5-7쪽 참조.
한편 의도적인 사기극이라면, 공공부문 및 비정규직 투쟁과 같은 저항이 강화되자 대자본 및 신보수주의자들과 공동의 이익을 형성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완성한다는 속셈일 것이다.
양심적 돌팔이 의사 가설은 미국에 앞서 FTA체결을 주장하고 준비해 왔다는 정부 스스로의 얘기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청문회조차 제대로 열지 않은 점으로 보아 기각해야 할 가설이다.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정부가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했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 스스로 대미 압력을 행사해 정부로 하여금 주권국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과 대한민국이 아직까지도 굴욕적인 외교를 무기력하게 수용할 정도로 약골은 아니다. 따라서 이 가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반면, 의식적 돌팔이 의사 가설은 상대적으로 유의미하다. 이 가설은 외교 당국자의 발언과 대표적인 기성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희망하는 20여 개국 중 한국을 파트너로 꼽았다는 건 동북아에서 지주국가(stake)로서의 역할 등을 고려한 것 같다.” 『중앙일보』 2006.02.03.
이는 “무엇보다 한ㆍ미동맹의 공고화라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이것이 “경제ㆍ외교ㆍ안보를 아우른 한ㆍ미 동맹 업그레이드”라는 제하에 중앙일보가 금년 2월 3일자로 보도한 어느 외교 당국자의 발언이다. 조선일보도 “한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광대한 시장을 가진 아시아와, 첨단기술과 선진 경영 시스템을 갖춘 미국을 연결하는 동북아 FTA 허브의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될 것”『조선일보』 2006.01.28.
이라고 1월 28일자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반대하던 현 정부를 한ㆍ미 FTA 문제에서 만큼은 이처럼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즉, 홍기빈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경제팀장이 지적했듯이, 한ㆍ미 FTA는 미국이 동아시아를 정치적ㆍ경제적ㆍ군사적으로 경략하는 데에 필요한 전진기지의 역할을 한국에게 맡기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홍기빈, 2006, “홍기빈의 '현미경과 망원경'〈32〉미국의 '말뚝' 되는 한국,” 『프레시안』 2006.02.17.

사기극 시나리오 가설은 두 번째 가설과도 관련되어 국내정치적으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노대통령 측근인 열린우리당 의원모임 ‘의정연구회’가 “무역장벽제거로…… 효율적 기업은 생존하여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회원국간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재편이 발생하며, 정치적 효과도 중요하여, 소국이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 안전보장 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국내의 취약한 개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할 수도 있” 이해영, 2006,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 『기자협회보』토론회 “한ㆍ미FTA와 주한ㆍ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언론이 풀어야한다,” 보도문 2006.03.21에서 재인용.
다고 한 것은 가히 솔직한 표현이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목적은 IMF와 같은 외부의 압력을 이용하여 국내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신보수주의자들과 연합해 자신들의 정권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약소국을 위협하는 강대국의 침략도 아니며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외부의 충격도 아니다. 그들의 적그리스도(Antichrist)는 오로지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국내의 노동자와 민중세력일 뿐이다.
정부를 비롯한 한ㆍ미 FTA 찬성론자들은 분명 단순한 돌팔이 의사가 아니다. 한ㆍ미 FTA가 국가적으로는 무역수지적자, 금융투기화와 종속,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위기, 대미 군사안보 종속의 항구화 등을 야기하고,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과 20대80의 사회라는 사회 양극화의 희생을 강요하는 묵시록의 서막인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한ㆍ미 FTA의 수혜자들인 국내외 초국적 자본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6. 결론

정부는 장기적 고용창출 효과와 노동의 길 개선을 주장하면서, 한ㆍ미 FTA 체결로 생겨날 생산력 증대 부문의 이득을 손실 부문에 투입함으로써 사회 양극화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의 경험으로 판단하든 정부의 아전인수격 계산을 들여다 보든, 한ㆍ미 FTA는 우리 노동자의 삶에 크나큰 도전과 재해로 다가온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로 드러난다.
우선 IMF 외환위기의 경험으로 보아 한ㆍ미 FTA 체결 직후에는 실업 증가와 노동조건 악화 및 비정규직 증대와 사회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물론 일정한 기간이 흐른 다음에는 급속히 악화된 제반 조건들이 다시 개선되어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개선은 한ㆍ미 FTA 체결 이전보다는 분명 악화된 상태의 안정적 변동일 것이다. 더욱이 다시 개선되는 현상도 노동자들의 ‘고통분담’과 ‘인고’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낙관적인 분석은 대부분 수출민감 부문의 일부에 해당하는 통계나 단편적인 분석모형에 따라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부분만 취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노동연구원의 통계조차 부정적인 예측을 감안하였지만, 대부분의 정부 자료들은 이러한 연구마저 외면하였다. 협정 초안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분석과 통계가 진실로 객관적이라면 그에 기초한 협정 초안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그 이유가 협정 상대국인 미국과의 협약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국가간 총성없는 전쟁이라는 FTA 전장에서 전략과 전술을 적국에게는 공개하고 자국 국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어느 나라 병법인가? 한ㆍ미 FTA 추진 세력들의 목적은 미국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이 나라 지배층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행위이다. 미국과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그들의 적은 오로지 이 땅의 노동자와 민중일 따름이며, 때문에 한ㆍ미 FTA의 체결은 이 땅의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엄청남 재해를 야기할 쓰나미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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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4 17:25:53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3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