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와 홍어 삶의 풍경 |
현장에서 미래를 제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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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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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도 낯설지 않은 이가 있곤 하다. 내게도 그런
사람, K선배란 사람이 있다. 선배를 만날 날이 가까워 오면
기대감이 생기곤 한다. 선배가 가슴에 남을 얘기 한 편씩을 꼭
선물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선배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강선배는 독서광이다. 그런 선배를 잘 알기에 난 약속장소를
대형서점 앞으로 통보했다. 일행을 기다리며 책 구경하라는 나
나름대로의 선배에 대한 배려였다. 그런데 선배는 나타나자마자
인사도 생략한 채 퉁명스레 한마디 던진다.
“나 요즈음 책 끊었다.”
정말 왠일인지 선배를 말날 때마다 그의 손에 들렸던 책이
사라졌다.
선배는 요즈음 책을 멀리하고 자기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왼쪽 손목에는 스님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염주가 채워져 있었다. 자기자신의 향기를 맡으려 절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유물론을 설파하던 선배였기에
놀라운 변화였다.
선후배들이 모여 식사를 겸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술잔이
오가다 선배에게 농담 한마디 했다.
“절에 다니신다니까 고기 안주에는 손대지 마세요.”
모두 웃는데 선배만이 유독 눈을 반짝인다.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는 신호다. 여지없이 시작된다.
“불교에서 살생하지 말라 가르치지, 고기 먹지 말라 가르치지
않더라. 해외에 불교국가 스님들은 고기 잘 드신다고
하더라.”
그리고서는 우리나라 스님들이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에 대해
이어갔다.
“사람은 자신이 먹은 음식 냄새가 몸에서 나게 되어있어.
고기를 먹으면 고기냄새, 야채를 먹으면 야채냄새가 나게
마련이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이치와 같은
거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은 마을에서 민중들과 함께 지내던
사찰을 산으로 옮겨가게 만들었어. 이후 산속 야생의
육식동물들이 스님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했데. 스님들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났기 때문이지. 그 때부터 스님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기를 안 먹기 시작한 거야.”
‘지금 내 삶에선 어떤 냄새가 나고 있을까?’ 술기운을 빌려
다소 진지한 생각에 잠시 빠진 내게 선배는 씩 웃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그래서 나 개고기 끊었다.”
2차를 가려고 길에 나왔다. 선배는 우리 삶에서 깊은 향이
우러나와야 한다며 우리를 어디론가로 이끌고 갔다. 홍어회를
파는 식당이었다.
어제 밤에 강선배와 함께 먹은 홍어의 삭는 냄새가 지금도 내
몸에서 나는 듯하다.(2007.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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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31 17: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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