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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화되지 않는 운동이 진짜다...
 초청포럼'중구난방' 후기

현장에서 미래를  제123호
이정현

‘외부인사’를 모셔다가 토론회를 열자니, 참 왠지 벅적벅적한 자리가 안맹글어지면 미안한 생각이 우선 드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굳어져 있는 인물이다... 전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1. 그래도 박김영희 대표 초청 중구난방 때처럼 ‘처음’이라는 부담은 덜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 참석자 욕심은 버려지지 않아서, 연구소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찾아든 깐돌이(임시로 내가 지어준 별칭ㅎㅎ... 곧 본인이 별칭을 짓겠다고 함) 웅이로 하여금 연구원들 수십명에게 그전날 일일이 전화까지 걸었건만, 결과는 마찬가지.... 시작시간이 다 돼서도 인물들이 나타나지를 않는 것이다.... 노쇠한 이 허우대는 언제쯤이나 껍대기를 벗고 일신우일신 할 수 있으려나...?
 
2. 앗, 그렇지만 제시간 맞춰 일등 등장허신 초보좌파님, 쪼매 있더니 상드, 05학번 환이, 06학번 다래, 게다가 리모콘 때문이기는 했지만 우야튼 만우님까지.... 그리고 나중엔 영화 다 끝나고 한창 이바구중일 때 등장한 게으름뱅이 마샤도..... 호오.... 아주 재밌는 자리가 되야뿌네.....
 
3. 이번엔, 나루 감독 초청 중구난방이다. 핫하하.... 이름 한번 참 누가지었는지 잘 짓지 않았는가? <돌 속에 갇힌 말 -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항의농성사건>을 두어시간 같이 보고, 함께 얘기하는 시간을 또한 두어시간 가졌다.... 일석이조란 이런 걸 이름이다... 뿌듯하여라....
디스플레이 장비가 안갖춰져 있는 바람에 나루님과 기자제를 함께 모셔왔는데... 리모콘을 안챙기시는 바람에 셋팅에 약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덕에 제시간 안지키게 된 만행이 덮어지면서... 그 덕에 만우님도 오시고 더 잘 되얏다....
 
4. "돌 속에 갇힌 말".... 처음에 이 제목을 들었을 때도 뭔가 느낌이 왔는데... 다시 생각해도 제목이 참 제대로 된 제목 같다.... 돌 속에 갇혀 있는 말이라니.... 얼마나 견고하게 갇혀 있던 말인가..... 이 다큐는 지금으로서는 천연기념물이다.... 그렇지만, 전번에 한번 본 거라서 본영화 또보는 일이 없는 나로서는 하나의 어려운 관문이어라.... 보고나서 또 보려니 어김없이 또 집중이 안되더니... 어느 순간 갑닥 졸음이 마구 몰려드는구나.... 머리털이 돋아난 곳에는 구석구석 졸음이 꽉 차... 으이구.... 챙피해라.... 왔다갔다 허다가 결국에는 저짝으로 가서 눈을 붙여버리고 말었다.... (헷... 나루님 지송.....)
 
5. 영화 상영이 끝나고 토론 자리.... 왕 재밌었다..... 돌 속에 갇힌 말을 끄집어 내는 자리....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나 뭐 이런 이약 보다는 투쟁 속에서의 군사문화.... 운동이 대체 뭐냐.... 왜 어떤 파는 인간적이란 소리를 듣고 어떤 파는 싸가지 없단 소리를 들었으까.... 인간적이란 소리를 들었던 그 파에게 그래도 배울게 있지 않으까...? 했었다는 내 생각에 대하여 결단코 배울 게 없다고 허신 나루님의 경험담.....을 비롯, 그날 모인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했다.....

6. 영화를 맹그시는 분들이야 영화를 요모조모 살피고 따지며 잘 맹글어졌네 어쩌네 허는 평이 더 중헐수도 있겠는데... 고쪽으로는 나는 무자게 딸리고.... 그렇지만 하여튼 난 이 영화가 참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루감독도 대~단헌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7. 그날 그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끄집어내 줄 수 있었던 것도, 우리들 속에 들어앉아 있던 갇힌 말들이 풀어져 나올 수 있었던 것도, 1987년 그 사건이 우리들 속에서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그 무엇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해 준 것도, 서로들 자신들의 현재를 이십년 다 돼가는 영화 속 장면들 속에서 끄집어내고 내일을 생각할 수 있게 한 것도, 그 영화 <돌 속에 갇힌 말>이었기 때문이다.
 
8. 나는 첨에 이 ‘갇힌 말’을 봤을 때 속이 씨리고 답답했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내 스스로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건, 이번에 중구난방 토론을 통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보다는 내가 그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내 생각이 답답헌 것일뿐..... 이번엔 졸음 땜에 못보니라고... ㅎㅎ ... 전번에 본 거랑 이렇게 이어져서 더 확실하게 알게 된 거 같다....
 
9. 이번엔 그런 속 얘기들을 또다른 식으로 얘기하며 서로 공감하며 박장대소까지 할 수 있었다. 속 얘기는 서로들 뜻밖으로 퍼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10. 투쟁상황에서의 ‘지도부’와 ‘대중’.... 지도부는 상황실을 차리고 모든 상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작전’을 세운다..... 대중은 지도부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따르도록 세팅된다..... 크고작은 투쟁상황들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11. 군사문화.... ‘일사불란’.... ‘대열’..... ‘군기’가 빠져서 어쩌구.... ‘작전’.... 투쟁들 속에서 아니면 일상에서도.... 운동문화는 군대용어들 빼면 시체다... 또한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확연하게 그어지는 성별 분업... 화염병을 만드는 데서도 여성들에게는 저기 있는 병들좀 날라다 주세요.... 아니 무신 병맹그는 게 그리 어렵다고....? ‘전선’.... 전선은 전선인디..... 내게도 뿌리깊이 들어있는 투쟁‘전술’ 속에서의 군대식 문화..... (아고... 가물거려라.....) 무신 이약얼 허다가 ‘그런 용어를 쓰시면 안되네요....’ 만발하는 웃음 속에 기분좋은 맛있는 지적을 들었다....
 
12. 운동권 얘기가 한참을 오갔다.... 06학번 새내기 젊은 좌파가 말하기를, 대체 통제가 어느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흐어억... 통제? 통제나 규율.... 이런거 시러 시러... 헤벌쭘허니 나이든 젊은 좌파덜이 귀를 쫑긋 세움서 이약을 듣자 허니..., 최소한의 규율은 있어야 허는 것이 아니냐... 농성장 같은 데서 쓰레기가 왔다갔다하고 있다면 넘덜 눈도 있는디.... 요런 말씸이렷다.... 음... 그런건 필요하겠는데..... 새내기 좌파님(여)은 절대 청소같은 거 먼저 하지 마시와여~~~ ㅎㅎ 차라리 그냥 지저분시럽게 냅둬버려.... 성별분업에 휘말리지 말자는 말이다....
 
13. 영화 끝무렵의 자막..... 인간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이제 예의가 도마에 올랐다.... 싸가지 있음과 없음.... 게다가 선후배간 권위와 예의....? 홍홍... 이런 건 누가 정하는 것이더냐.....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대드는 게 필요해요..... 나로서는 안대드는 후배들은 별로더라... 선배 얘기라면 꺼뻑 죽는 후배들 매력 없어요... 그렇다면 내 생각 이상으로 나갈 수가 없잖아... 그래도 말 잘듣는 후배가 좋을 때도 있긴 해......ㅎㅎ
 
14. 말이 바뀌기가 가장 어렵다.... 말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맞어요 맞어...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말이고 글이다....
 
15. 규격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되 그 속에 갇히지 말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 되기... 계속 변해나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계속 만나고 싶다.....

2006-09-03 13:20:5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no=3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