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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노동을 읽고

현장에서 미래를  제24호
황기돈


ꡔ경영과 노동ꡕ
-사회생태적 경영을 위한 밑그림-
강수돌(고려대 교수)
도서출판 한울, 382쪽, 1만 5천원



황 기 돈 / 편집위원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집필한 ꡔ경영과 노동ꡕ은 범세계적으로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사회문제, 생태계문제 등 ‘세계화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드러난 위기현상에 대한 사후처방이 아니라 ‘노동사회’라는 패러다임 자체를 본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노동시장 노동과정과 일상생활이라는 노동자 삶의 전과정을 일의 수․일자리의 질․일의 내용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여 현 노동사회의 본질적 문제가 ‘인간공동체와 자연생태계에 대한 파괴’라고 규정하고 대안으로 ‘사회-생태적 경영’을 제시한다.
저자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고전을 새롭게 분석하여 인간의 살아있는 노동력이 상품화될 때 노사관계가 형성되었으며, 상품화되어 자본에 의해 관리되는 노동력이 ‘인적자원’이라고 인적자원의 개념을 재정립한다. 이에 기초하여 노동의 유연화는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전략수단으로 노동하는 인간의 삶을 경직시킨다는 것을 논증한다. 또 양 위주의 기존 노동사회 패러다임은 일자리의 양적 증가에는 기여하지만 노동생활의 질에 파괴, 차별, 종속이라는 “3D”(destructive, discriminative, depe-
dent)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 패러다임이 변화되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라고 단언한다. 무엇보다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자본의 관리를 받는 노동 자신이 파괴됨은 물론이고 생태계 파괴에 있어서도 자본과 공범관계를 이룬다는 점을 예리하게 비판해냈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된 ‘사회-생태적 경영’은 이윤극대화를 위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계속적 파괴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지향하는 경영이 노동자 뿐 아니라 기업에도 합리적이라는, “사회적 합리성” 패러다임에서 도출된 것이다. 그리고 대안적 경영의 원칙으로 제시된 건강, 연대 그리고 자율이라는 “3S”(sound, solidary, self-det-
ermining)가 사변적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작업형태에 역사적으로 존재했고 외국의 경영혁신 사례에도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 두레작업방식과 독일 자동차회사의 최신 경영혁신 사례를 분석한다. 변화의 싹들이 만개하기 위한 핵심조건은 노동자 및 노동조합이 경제적 합리성에 대해 저항하고 공동체적 합리성을 추구하며,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부패, 관료주의, 낭비를 제거하여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잉여’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데 필요한 요소의 확대에 사용하고자 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경쟁에서 2등은 지는 것이며 이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살아남는다! 전쟁논리와 연결된 경쟁철학은 환경파괴, 안전사고, ‘40대 과로사율’ 등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한국사회에 최근 중․고생의 성적비관 자살의 급등, 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물신주의적 사고의 확산과 사회전반에 폭력성이 강화되는 등 사회전체가 심각한 병리현상에 휩쓸리게 되는 주요원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은 이벤트성 사업이나 대중요법에 제한되어 있고,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대안들은 ‘돈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파괴에 대한 대안이 경제논리에 짓눌려 있는 현 상황에서 사회적 합리성에 기초한 경영과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논의는 지금까지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온 경영과 노동, 경제와 정치, 행위와 구조, 작업장과 삶에 대한 통일적 시각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새롭게 음미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해 보다 본질적으로 정리․분석하고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심도 있는 논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부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저자는 노동사회의 현실 비판과 대안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대안제시는 원칙론 차원에 머무른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안적 원칙이 실현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구조와 노동운동의 전술 등이 보다 자세히 제시되었더라면 대안이 가지는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일관된 철학적 사회경제학적 접근방법은 엄격한 학제간 분업에 익숙한 독자들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차분하고 과감하게 제기한 문제는 그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 프로그램 그리고 한계에 관해 학제간에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노사관계 전공자, 실무자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생명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하기를 원하고 또 그를 위해 실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노/정/연

1997-08-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3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