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서비스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상업연맹의 과제 |
현장에서 미래를 제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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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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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통신 2
상업서비스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상업연맹의 과제
심 재 진 / 상업노동조합연맹 정책조사부장
상업연맹은 상업은행 노조가 아닙니다!!??
“여보세요”
“네 상업연맹인데요, 000 씨 있습니까?”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큰 소리로) 000 씨, 상업은행노조에서
전화왔습니다.”
위와 같은 정도는 아닐지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국상업노동조합연맹은 대단히 생소할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이
워낙 취약한 곳이라 노동운동 내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생소함은 우리 노동운동의 구조와 인식틀의
문제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 생산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운동이 발달했고, 이어서 사무직노동조합운동이
뒤따랐다. 따라서 노동정책이나 이론도 이들 노동조합운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일례로 백화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블루칼라인가?
화이트칼라인가? 이 질문에 어느 쪽을 택하든 정답이 아니다.
왜냐하면 상업 서비스 노동자들은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 그
어느 쪽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업서비스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은 정신노동이나 육체노동 그 어느 쪽으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노동의 내용에 있어서는 고객들을
상대해 고도로 감정을 통제하고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또한
백화점 판매사원의 경우 영업시간 내내 서있어야 하므로 육체의
피로가 대단히 심하다. 따라서 노동내용에 따른 전통적인 범주
구별로는 상업서비스산업의 노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
내용에 대해 감정 노동으로 개념화를 시도하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이런 인식보다 훨씬 앞서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산업구조가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오래 전에 옮겨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이전되고 있다. 1991년 현재 전체 산업에서
유통산업은 사업체수로 39.7%, 종사자수로 18%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90년대에 들어와서 유통업은 자본의 최대 격전지가
되었다. 기존 백화점 업태의 지방진출과 지방백화점의 몰락,
할인점․아울렛․카테고리킬러 등 신업태의 출현,
까르푸․마크로 등 외국계 할인점의 국내진출,
삼성․대우․엘지 등 재벌의 잇따른 유통업 진출 등이
그 모습이다. 2003년까지 도소매 시장규모가 GDP의 12%에 이를
것이라는 자료도 있다. 상반기에 잇따랐던 유통업체의 부도도
유통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자본의 경쟁과정에서 일부 자본의
무리한 사업확장에다 경기불황이 빚은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튼 격화되는 경쟁에 승리하고자 개별자본은 유통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우선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 대규모
유통자본들이 벌이는 영업일수의 증대가 연중무휴까지 이르는
경쟁으로 치달았다. 또한 고객들의 쇼핑편의를 위한 명목으로 모
백화점의 ‘저녁 드시고 나오세요’의 문구처럼 영업시간이 밤낮
구별없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신규출점과 확장에 따라 인원이
부족해지고, 인건비가 늘어남에 따라 임시직 등의 고용이 계속
증대하고 있다. 한편 사기세일, 유통기간 조작, 입점업체에
과대한 수수료 강요 등 문란한 유통거래질서도 탐욕스러운 자본
경쟁의 산물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다면, 97년 4월 ‘상업연맹’의 탄생은
자본의 새로운 격전지에서 계속 악화되어 가는 근무조건에 대한
상업서비스 노동자들의 자각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상업유통노조들은 그 동안 독자적인 연맹이 없이 성격이 전혀
다른 연맹에 더부살이 해왔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노동조합이 각각의 상급단체를 탈퇴하고
독자적 연맹을 만든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론적인 영역에서도 상업연맹 탄생의 의미를 새기면서
상업서비스 노동자의 노동내용과 의식, 계급적 주체화의 가능성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활발한 관심과 여러
이론적․정책적 문제제기가 한국 노동운동의 새롭고도
균형적인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
상업연맹은 창립 석 달밖에 안된 조직으로 아직 활발하게
투쟁하거나 사업을 벌이고 있지 못하다. 또한 경기불황 등으로
5~6개 사업장이 부도나 법정관리 상태에 있고, 6~7개 노조에서
임금동결을 선언하거나 교섭권위임을 했다. 따라서 현재 미약한
사업과 투쟁상황을 설명하기 보다 상업서비스노동자의 현안인
근무시간이나 비정규직에 관련해 그 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가늠하고자 한다. 이 속에서 독자들은 상업연맹의
앞으로의 활동상과 발전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상업서비스 특히 소매 업체의 근무시간은 영업시간에 좌우된다.
그리고 영업시간은 소비자의 생활패턴에 최대한 맞추려
노력한다. 따라서 소매업체의 영업시간은 공장이나 일반
사무실과는 다르게 된다. 백화점을 예로 들면 보통 개점을 10시
30분에 하고 폐점은 7시 30분이나 8시경에 한다. 또한 공장이나
일반사무실이 보통 문을 닫는 토요일 오후, 일요일, 국경일 등에
영업을 하게 된다. 따라서 백화점 노동자들은 평일에 보통
10시에 출근하고 8시에 퇴근한다면 고정적으로 매일 1시간의
시간외 근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토요일에도 평일과 똑같이
근무하기 때문에 4시간의 시간외 근로가 발생한다. 결국 주
10시간, 한달에 약 42시간의 시간외 근로가 고정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주 1회의 휴일을 제외하고 국경일 등에 보통
근무를 하게 되므로 시간외 근로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 문제는 직접적으로 백화점 노동자의 저임금문제와 관련이
있다. 실제로 백화점 노동자가 한달 고정적으로 받는 임금
중에서 이 시간외 근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예로 국내
굴지의 H 백화점의 경우 월 고정 급여액(상여금제외)중 이
시간외 근로임금이 20%가 넘는다. 따라서 상업노동자가
통상적으로 받는 월 임금이 다른 산업과 비슷하더라도
장시간근로로 발생하는 고정시간외 근로와 휴일근로와 관련된
임금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당한
저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영업형태와 시간 때문에 상업 노동자의 여가
휴식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우선 장시간 노동으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할 뿐 아니라 적은
휴일과 여가시간은 노동자의 문화적 사회적 생활을 크게
제약한다. 이 문화적․사회적 생활의 제약은 양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이다. 왜냐하면
소위 대휴제(영업은 계속 하면서도 직원들이 번갈아 휴일을
취하는 제도)는 주 1회의 유급휴일을 주면서도 정상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어서 대휴를 취하는 노동자는 쉬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있는 영업과의 긴장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대휴일은 그 주마다 달라져 일관성있는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생활 패턴으로 가족은 물론 보통의
사회관계와 분리돼 정상적인 의미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백화점 여성 노동자들은 백화점에 들어와
대인관계가 극도로 좁아졌다고 말한다. 백화점 노동자의 높은
사내결혼률도 장시간 근로로 직장에 매어 있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백화점 노동자의 생활 패턴을 반영한다.
백화점의 세일 또한 상업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연장시키는
주범이다. 보통 백화점에서 세일을 하면 그 기간은 무휴로 하기
예사여서, 보통 격주로 있는 정기휴무일조차 영업을 하며
세일기간 중 매출이 많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등은
영업시간이 30분~1시간 가량 연장된다. 특히 올해 들어 연
60일의 세일기간 제한이 완전히 없어져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 예로 모 백화점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해
5~6월에 걸쳐 40여일의 세일기간동안 무휴로 영업을 했으며,
다시 한 달이 넘는 세일 무휴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상업노동자에게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최대의 현안이지만, 이
문제의 해법에 있어서는 다른 시각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기준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일반적 과제도 필요하지만
영업시간 자체를 규제해야 하는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업연맹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주휴제의 쟁취, 과도한
영업시간의 규제 등을 목표로 정책을 마련 중에 있다.
상업연맹은 백화점 노동자들에게 높은 노동강도와 과도한
근로시간을 유발하는 세일에 대한 공동대응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의 지고지순한 목표인 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7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스웨덴의 상업노동조합도 1980년대 영업시간 규제를 위한
투쟁에 나섰으나 패배해 지금은 일요일과 심야 야간영업이 거의
자유화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영업시간의 자유화공세에 맞서
상업노동자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 진정한 의미의 여가와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선 장기적이고도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
인건비 감소를 위한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89개 백화점의 고용동향을 조사한 97년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백화점 1개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은 평균 1천 80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정규직은 점포당
3백27명으로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백화점 매장에 물건을
납품한 제조회사가 판촉활동을 위해 자체적으로 파견한
직원이거나 백화점이 임시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나
주부사원들이다. 이 주부사원은 가사노동을 병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제 사원이다. 아르바이트나 주부사원들은
3개월~6개월 단위로 계약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은
갱신된다.
백화점들은 점포를 늘리면서 경력직원도 채용하지만 점포당
정규직은 오히려 줄고 있다. 93년말 점포당 3백 67명이던
정규직원이 94년말에는 3백 56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3백
27명으로 다시 29명 감소했다. 이에 반해 아르바이트 학생은
94년말 36.8명에서 78.5명으로 113%이상 늘었고 주부사원도
26명에서 34.4명으로 32% 증가했다. 특히 서울지역 백화점들이
심해 아르바이트 학생의 경우 점포당 52명에서 127.9명으로
146%나 늘어났고 주부사원은 35.8명에서 51.4명으로 104%
증가했다. 1개 점포에 제조회사 판촉사원은 93년 5백명에서
94년 546.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639.8명으로 껑충 뛰었다.
역시 서울지역은 더욱 심해 점포당 812.3명으로 전체 직원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업서비스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는
상업서비스 분야가 여성직종으로 간주되고 가사노동과 병행할 수
있는 주부인력층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업서비스
분야에서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통상의 업무와 구별, 분리되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자본은 이러한 조건을 이용하여
비정규직을 늘림으로써 인건비를 감축하고 노동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규직원은 월급 60만~70만원에다 상여금까지
주어야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나 주부시간제 사원은 시간당 1천
5백~2천5백원으로 아무런 추가부담이 없다. 판촉사원의 증대는
백화점이 판매의 비용과 책임을 제조업체에 넘기는 것으로
인건비절감에 도움이 된다. 또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 현재의
기업별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분할되고,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게 된다. 비정규직의 핵심적인 문제는 그들의 낮은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이다. 특히 고용의 불안정은 시간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계약기간을 정한 고용의 문제로 계약의 갱신여부가
전적으로 자본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자본의 비정규 형태의 노동을 제한하기 위해서
단기계약에 대한 입법적인 규제방안이 강구될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예외적인 경우에만 단기계약을
허용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주는 방법이다. 상업연맹은
이러한 정책과제를 도출해가면서 투쟁과 각종 사업형태도
산업별로 전환해 자본이 의도하는 노동자의 분할과 계층화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해 한가지 간과되어서는 안될 문제가 있다.
이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상업노동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의 문제이다. 사실 근무시간의
문제나 비정규직의 문제는 그 핵심에 있어서 여성차별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즉 판매서비스 노동의 다수가 여성인 점이나 이
여성노동이 저평가되는 문제, 시간제 사원이 가사일을 병행하고
있는 주부들이라는 점 등이 바로 맞물린 지점이다. 또한
승진차별, 결혼퇴직강요, 남성들에 비해 낮은 임금 등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이 구조적이고도 제도화된 여성차별과
여성노동의 착취문제는 상업서비스 노동자들을 조직화할 때 꼭
설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상업연맹으로서는 어찌
보면 사활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여성노동자들이 주체로 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어떠한 노조활동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업서비스 부분의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에 있어서는,
관점과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산별노조 건설을 앞당겨야
상업연맹은 이외에도 대자본의 전횡으로 발생하는 사기세일,
백화점과 입점업체간의 비리, 상품의 유통기간 조작 등 만연돼
있는 유통비리를 척결하고 건강한 유통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제반의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은 현재의 기업별 조직형태로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업서비스 분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슈퍼마켓 등 소규모 업체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3년 기준으로 전체 소매업 종사자 중 88.3%, 전체
도매업 종사자의 57.8%가 10인 미만의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유통사업에 있어서도 직영사원, 판촉사원, 학생
아르바이트, 주부시간제 사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판촉사원의
경우 제조업체 소속이 많고, 주부 아르바이트 사원은 기업별
노동조합의 가입이 실질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은 상업연맹으로 하여금 하루빨리 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하도록 재촉하고 있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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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8-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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