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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반도 정책

현장에서 미래를  제24호
이희옥


중국의 한반도 정책

이 희 옥 /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의 한반도 정책







왜 중국이 문제인가

1997년 7월1일 홍콩의 중국귀속을 계기로 중국이 지역패권 국가에서 세계적 패권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중국위협론’이 과도하게 유포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미지와 발전잠재력을 기계적으로 ‘위협’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노동상황과 인권문제를 연계하여 중국을 흔들기 위한 미국 보수주의자의 의도가 깔려있다.
사실 중국은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한 이후 사회주의판 ‘국가자본주의’의 고립된 섬으로 남아있으면서도 강국화의 꿈을 추구해왔다. 홍콩의 중국귀속은 아편전쟁 이후 미완으로 남아있던 근대사를 종식시키는 것이자, ‘돈과 총’을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국의 남하는 지정학적으로 너무나 가깝고 중요한 우리에게도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본주의는 활력을 잃고 중국 ‘자본주의’의 물량공세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반세기 동안의 분단상황은 미국이 한반도카드를 통해 동아시아의 패권을 확보해온 것과 같이 중국이 한반도카드를 통해 대미관계와 남한관계를 조정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국제화’되고 있으며 그 해결방식도 주변국의 세력권의 조정을 통해 이루어질 공산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예견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여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았던 ‘미제국주의자’들과의 정치적 거래를 통해 한반도문제를 풀어가려는 의도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에 대해 배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새로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처방식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비록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나, 자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반도의 ‘현 상태’(status quo)을 유지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영향력 경쟁을 통한 새로운 세력균형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국제질서를 보는 기본시각

중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결정요인은 중화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전통적인 요소와 맑스․레닌주의-모택동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요소였다. 그러나 소련 및 동유럽의 해체와 천안문 사건으로 인한 고립을 뚫고 나온 1992년부터 중국의 외교정책은 보다 현실주의적 입장으로 기울게 되었다. 이 무렵 중국은 사회주의 자체를 철저하게 생산력주의 입장에서 해석하였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했으며, 당강령에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를 폐기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중국외교정책이 전적으로 현실주의적 실용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테제가 정치적 수사로 여전히 강조되고 있고 서방의 중국봉쇄정책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견지라는 ‘원칙’과 자본주의와의 공존이라는 ‘현실’의 딜레마를 특유의 ‘치고 빠지는 전략’(thrust and withdraw policy) 등과 같은 외교적 기술을 통해 경제적 약점을 보완하고, ‘민주주의’의 한계라는 정치적 약점을 경제성장의 성과라는 강점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그리고 민감한 국제적 사안에 대해서는 내정불개입의 원칙 속에서 서방중심의 해결방식에 대해 소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적 호흡은 ‘때에 이르기 전에 자기를 노출하지 않으며(韜光養晦) 자기가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다(決不當頭)’는 것을 강조하면서 ‘외국과의 과도한 정치적 마찰을 피하라’는 덩샤오핑의 언술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편 아시아 국제질서에 대해서는 중․미․일․러시아․아세안 등 복수의 세력이 상호제약하고 있다는 점과 경제발전이라는 공통적인 요구 때문에 충돌회피 능력이 강하다는 점으로 인해 평화와 발전을 상호촉진하는 양성순환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주목하여 세계적 강국화의 입지를 아시아에서 구축하는 부채형(扇形)모델을 제시한 바 있고 1990년대에 들어서 아세안 지역포럼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중러관계의 개선, 인도와 베트남과의 복교, 북한의 반대를 무릅쓴 한중수교 등으로 주변국가와의 관계정상화를 실현하기도 했다.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중국의 한반도관(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중국의 대미정책과 일정한 연관을 맺으면서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전략적 지위도 제고되었으나, 중국이 세계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한반도문제’는 세계적 범위의 미국,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하다. 사실 중국의 한반도정책의 틀은 한반도 내부의 상황변화 보다는 ‘중국변수’ 자체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즉 중국은 세계적 강국으로 가기 위해 모든 것에 우선한 경제성장전략과 이를 위한 안정적인 주변환경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중국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한반도는 현상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중국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것은 ‘북한카드’를 통해 중국의 대미정책 및 남한정책의 속도와 폭을 조절하고 남한카드를 통한 ‘북한 묶어두기’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동북아를 둘러싼 중일경쟁이 치열해 질 경우 통일한국은 일본의 대중국위협을 해소해 주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통일이 중국의 국익과 합치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어떤 방식이든 단기적으로 통일한국의 출현이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판을 구축하는 데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한국을 편입하여 자국의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중화경제권을 통한 지역 및 세계적 강국이 된다는 장기전략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현상유지를 선호하면서도 ‘통일한국’이 하나의 추세로 전개될 때, 통일친화적인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영향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이지도 소극적이지도 않고(不熱不冷)’, ‘통일과 불안정성을 모두 바라지 않는(不統不亂)’ 이중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남한에 대해 북한군사력이 방위적 성격이 강하고 전쟁의지도 없다는 것을 전달하는 한편 이를 기조로 ‘남북한 대화 우선의 원칙’, ‘건설적인 역할론’, ‘내정불간섭’이라는 정치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한․북한․중국의 삼각관계

중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국변수가 하나의 기본변수라면 북한변수는 한반도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는 주요변수이다. 왜냐하면 중․북관계는 전통적인 이념적 연대, 화교나 조선족을 통한 민간교류의 역사,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제관계에 의해 움직여왔고 지금도 이런 기초는 전체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수교 이후 역사적으로 형성된 중․북관계의 ‘특수성’은 사실상 ‘보편적인 선린우호’ 관계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격하되었다. 물론 이것이 기존의 중국의 대북한정책이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김일성 사후 신속하게 김정일 정권과 북한의 외교노선을 지지하면서 정치관계를 복원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1996년 ‘조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체결 35주년 기념식 이후 고위급 인사교류를 확대하고 수십만 톤의 식량을 무상으로 추가 지원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북한 껴안기’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일시적인 ‘특수관계’의 복원은 새로운 상황변화 때문이다. 첫째, 북한사회주의의 현저한 위기나 붕괴는 결국 중국의 ‘전략적 방벽’을 잃게 되는 것이고 이 경우 중국의 사회주의도 근본적인 위기를 맞이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둘째, 4자회담이 시작되면서 한반도 문제에 미국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1996년 대만해협위기 이후 중국이 신(新)미일안보체제에 대응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북방축에 중요한 전략적 거점인 북한을 포함시켜 북방3각축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요컨대 중국의 대북한 정책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으나 ‘피로 맺어진 우정관계’가 ‘외벽’과 ‘후방’이라는 두 나라의 ‘안전보장상의 입술과 이의 관계’가 유지되는 한 급격한 상황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북한변수는 중국의 남한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이것은 한중 간의 현실적인 교류에 기반하여 북한에 대해 한국의 정치적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면서 북한의 정책변화를 유인하거나, 역으로 대북관계를 고려하여 한국정부에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북한이 위기나 고립에 처하면 북한의 이해를 대변하는 형태로 그리고 북미 직접접촉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우회적으로 한중관계를 강조하면서 균형자(balancer)로서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경제관계의 발전에 따라 중국은 한국변수의 중요성을 차츰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한중 간의 교역규모가 1995년말 기준 165억 달러 이상으로 전년대비 41.8% 증가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관계가 확대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수준의 정치관계도 부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경제분야에 국한된 한중교류방식에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중요한 외교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중국의 정치적 입장표명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도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의 필요성 때문에 양국간 정치관계를 개선해왔다. 특히 중국은 대북한 편향외교를 지속할 경우 한중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이 난항을 겪게되고 그 결과 대미관계와 국제적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카드가 한계를 가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유지에 기반한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정책의 기본구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한중 간의 경제관계의 확대가 곧바로 정치외교관계로 급진전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4자회담 그리고 중국의 정책

“한반도에서의 긴장과 모순이 격화될 때, 중국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여 중재하고 관련 당사자가 인내와 자제로서 대화․협상하고 평화적으로 쟁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며 스스로의 방식에 따라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의 개념이다. 그 사례는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와 4자 회담 정국에서도 관철되었다.
첫째, 북한은 북미간 직접협상을 요구하기 위해 1994년 5월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하는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개설하는 한편 비무장지대 보호임무의 일방적인 무효화를 선언했다. 중국은 북미간 제네바 핵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1994년 12월 15일 중국의 정전위원회 대표단을 철수하여 북한의 입장에 총론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한중수교 이후 남북한 모두가 걸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북한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을 중국의 외교정책이 북한특수관계로 복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중국군의 정전위원회 철수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부담요인(a liability)이 되고 있는 북한과의 특수관계, 즉 ‘조중우호조약’에 따른 유사시 자동개입 규정을 일반관계로 전환하려는 의도와 미군철수가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역할수준을 높여줄 것이라는 점, 북미간 단독 평화협정 체결을 반대하고자 하는 의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본시각은 북한에 대한 특수관계가 유지될수록 아태지역에서의 자국의 외교적 행동범위가 제약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북한에 대한 특수관계를 유연하게 해소하는 정책선택으로 평화체제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4자 회담을 둘러싼 중국의 한반도정책이다.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미양국이 제기한 4자 회담은 북한경제가 한계에 봉착하고 김정일 정권이 새로운 체제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제기되었다. 더욱이 북한은 북한사회의 구조적인 식량위기가 구체화되면서 한국이 참여하지 않거나 중국이 보장하지 않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면서 북미간 직접협상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으면서 회담이 급진전되었다. 4자 회담의 요체는 ‘남북한 당사자 대화와 중국과 미국의 보장’ 이다. 따라서 4자 회담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은 실제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보장이나 평화유지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 4자 회담에 대한 중국의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1)한국을 배제한 북미간의 직접접촉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미 핵합의 이후 일련의 과정을 북한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싼 중미 간의 ‘제로섬’게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2)남북한 당사자가 협상을 통해 중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면 중국은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건설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3)러시아를 배제한 4자 회담은 적절하다. 4)북한의 4자 회담 수용을 우호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4자 회담의 일선에서 물러나 신중하게 관망하는 이유는 이 제의가 미국의 동북아 신질서 구축의 일환으로 제기되어 중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명분이 없고, 미국의 질서구축에 대응하여 이미 러시아 등과 동맹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러시아를 배제한 4자 회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4자 회담은 향후 ‘3자접촉 후 4자 보장회담’으로 전개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정전협정에 조인한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정전체제 논의에 자연스럽게 관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자국을 배제한 주변국의 보장장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개입의 방식과 시기를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북한이 4자 회담을 수용할 경우 관련국으로서 이를 지지하고 중재역할을 자임할 것이지만, 북한이 전술적으로 4자 회담을 유예할 경우에는 당사국이 수용하지 않는 회담을 제3국이 개입한다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북한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관심이 4자 회담 자체의 성패보다는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억지에 있기 때문에 북미관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4자 회담에 적극성을 띠게될 것은 자명하다는 점이다.


전망과 과제
현단계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중미관계의 조정, 중국 국내정치의 요구, 북미접촉, 남북한 관계, 4자 회담이 복잡하게 착종되면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변수조합이 가져다 줄 정치적 이해에 기반하여 내정불간섭이라는 기본입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상유지를 - 강제한다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 선호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북한지도부가 동시에 교체되었고 정권의 성격도 변화되면서 중국은 이전과 같이 북한카드를 통한 ‘협상 지렛대’(bargaining leverage)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불신이 내부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상태에서 영향력의 크기는 전례없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중국은 현재로서는 중국의 국가이익을 확보하면서 남북한 양쪽에 모두 ‘호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책선택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포괄적인 동아시아 개입정책에 따라 중국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대북한 영향력을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북한 껴안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한다해도 현재의 남북관계, 한중관계, 북중관계의 성격에서 볼 때 한국에 우호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더구나 북한이 국내정치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세력균형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상태에서 중국이 대북설득 기제를 강화하고 여기에 근거해 한중관계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한국이 북중관계의 발전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북중관계의 악화가 한중관계의 발전으로 이어져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관계변화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근본적 이익에 부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북관계가 악화되고 이것이 남한에 우호적인 의미의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한다 해도 여기에서 강제된 북한의 정책선택은 전술적인 것일 뿐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기대했던 당초의 의도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개발독재모델을 통해 성장일변도 정책을 구사하면서 자본의 원시축적기를 방불케하는 노동문제로 인해 ‘착취공장 사회주의’(sweatshop socialism), ‘관료자본주의’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으면서도 새롭게 성장하는 자본과 국가의 이해를 위해 대외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단계 중국이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에 근거한 발전전략을 추구하는 한 중국역할론은 중국과 한반도 민중의 이해와는 전혀 무관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노/정/연

1997-08-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