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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에 대한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성명서

현장에서 미래를  제25호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기아사태에 대한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성명서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기아그룹 경영진은 노동자의 희생 강요하는 대량감원과 노조파괴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
기아그룹이 부도유예 대상업체로 선정된 후 이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기아그룹은 재계 8위의 자동차 전문 기업집단이며 6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1만여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50만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현 기아사태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기업의 생존과 흥망이 냉엄한 것이 시장경제법칙의 논리라고는 하나 한편으로 그속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고, 또한 그 인원이 수십만명에 이르고서야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지금 기아사태로 인해 수십만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비롯하여 임금삭감 위협,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생존권이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었던 퇴직금마저 못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기아그룹 현장에서는 자진 사퇴자들이 속출하고, 내집마련을 위해 꼬박꼬박 들어 두었던 적금을 해약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현장은 점점 더 황량해지고 있다. 그래도 회사를 우선 살리고 나서야 일터의 안정이 확보되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심정을 갖고 조합원들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구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금융단은 이런 기아그룹 노동자들의 소박한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구책을 강구하라면서 마치 현 사태의 책임이 기아그룹의 노동조합들과 노동자들에 있는 것인 것처럼 강도 높은 감원과 임금삭감, 단체협약의 개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과연 현 기아사태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현 기아사태는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에 기인한 과당경쟁과 경기불황 등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기인한다. 97년 국내 자동차 생산규모는 400만대에 육박하여 60~70만대의 생산과잉을 낳고 있다. 둘째, 차입위주의 경영과 무리한 설비투자 속에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것에서 기인한다. 기아특수강의 경우 매출액이 연간 3천2백7억에 불과한데, 부채는 무려 1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국내 수요는 20만톤 규모밖에 안되는데 비해 80만톤에 육박하는 과다 설비투자를 하여 기아사태의 원인이 되었다. 셋째, 이미 공급과잉인 자동차산업에 삼성에 대한 자동차산업 신규진입허용은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긴 측면이 있고, 이를 두고 현 기아사태에 음모설의 근원이 되고 있으며, 사실상 정부정책의 명백한 실패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기아사태의 원인을 이렇게 판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뜬금없이 민주노조 죽이기 책동의 일환으로 경제위기-노동자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기아부도사태를 십분활용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현 기아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에 대한 대 공세를 가하고 있음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31일 재경원은 ▲기업인수합병(M&A)시 정리해고 허용 ▲근로자파견제 도입 ▲성과급 등 임금체계의 유연성 재고 ▲법정퇴직금제도 폐지 등을 내용으로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에 화답하듯 전경련에서는 정리해고제를 즉각 도입하는 특별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의 이같은 주장은 현 기아사태 이후에도 계속될 대기업의 부도사태를 빌미로 향후에 다가올 산업구조조정시에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고도의 책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우리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총자본의 민주노총 포위․섬멸작전의 전초지가 되어가고 있는 기아사태에 대해 전국의 노동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은 기아노조 죽이기를 통해 민주노총을 뿌리부터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와 자본의 정리해고제와 민주노조 파괴책동에 전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투쟁의 자세를 굳건히 하고, 흩어진 전열을 가다듬어 노동악법 철폐를 위한 총력투쟁을 펼쳐나가야한다. 둘째, 이번 기아사태는 기아 경영진에 대한 타 자본의 공격과 함께 노동자에 대한 공세라는 두가지 측면을 함께 갖고 있는 ‘양날의 칼’에 비유할수 있다. 따라서 기아그룹 노동조합의 대응은 중장기적인 사고을 갖고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자칫 노동자의 생존권을 약화시키고 기업별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셋째, 민주노총은 경기불황 및 기업부도로 인한 고용과 실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면서 정부와 경제계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는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공세적인 전략구사를 통해 기아문제를 전사회적인 문제로 확산시켜 정부차원에서 고용보장대책, 실업연금, 고용촉진기금 마련 등 광범위한 노동자 사회보장정책이 도입되도록 대정부 투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산업구조조정시 기업별 노조로는 대응에 한계가 당연히 노출될 수밖에 없고, 개별 기업의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켜 낼 수 없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현재 삼미특수강과 기아그룹의 노동조합들이 무시당하는 단체협약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려야만하는 현실을 볼 때 더욱더 금속노동자 총단결로 금속단일연맹을 넘어 산별노조 건설에 나가야 할 것이다.
또다시 투쟁의 계절이 오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격돌이다. 한국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맞이하여 권력과 자본의 위기탈출을 위한 몸부림이 기아를 희생양으로 삼아 민주노조운동을 말살시키려는 방향으로 시시각각 진행되고 있다. 저들의 음모와 공세를 일거에 박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난 노동법 개악저지 총파업투쟁을 능가하는 전국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이 필요할 때다.
이에 우리 전국의 현장조직들은 투쟁의 선두에 서서 민주노조 파괴책동 분쇄, 정리해고제 도입저지, 그리고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하면서 동시에 이 나라 민주노조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노총이 노동법 총파업투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강력한 대정부 총력투쟁을 조직하고 전개할 것을 바란다.


1997. 8. 14.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현대정공 부서동지회 연합
현대중공업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
기아자동차 평등 세상을 여는 노동자회(평등회)
아시아자동차 현장조직 건설 추진위
대우자동차 현장조직 건설 추진위(대/현/추)
대우캐리어 실천위 준비위
한라중공업 민주노동자 투쟁위원회(민/투/위)
현대미포조선 민주노동자회(민/노/회)
기아정기 노조민주화추진위(노/민/추)

1997-09-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