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 최근 동향에 대한 각서 |
현장에서 미래를 제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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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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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강화되는 자본의 공세와 계급현실
한국경제 최근 동향에 대한 각서
채 만 수 / 부소장
1. 불균형과 불안정의 심화
한보로부터 기아에 이르기까지 일부의 거대 기업그룹들이
도산사태를 맞으면서 한국 경제는 불균형과 불안정이
심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작년에 이어 일부의
‘경제위기’․‘경제침체’ 주장을 강화시켰다.
실제로 자본의 독점적인 과잉축적 시대에 대규모화하는, 주요
부문에서의 부분적 과잉생산과 그에 따른 일부 기업의
도산․퇴출, 그리고 그에 수반한 불안정화가 금년에 특히
심화되었다.
그러한 한에서 일부에서 ‘위기’ 의식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누차 말해 온 것처럼, 그것은 독점의 심화와
만성적인 과잉생산에 수반하는 항상적․만성적 위기의
심화이지, 국민경제 일반의 주기적인 (혹은, 부르주아적
관념에서는, 비항상적인) 축소재생산을 의미하는 바의
위기(=공황)는 아니다.
‘통계’가 갖는 한계를 염두에 두더라도 국민생산과 관련한
일체의 통계는 국민생산의 전반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도, 지금 ‘경제위기’를 강조하는
논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즉, 자본측이든 그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든, 현시기를 ‘경제위기’로 주장하는
논자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확연히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는
‘위기’이고, 따라서 현시기 ‘경제위기’론자들이 의미하는
바의 ‘경제위기’는 부정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일부의 논자는 ‘위기’의 개념을, 예컨대, “고전적인
공황”(?)과 같은 “엄밀한 개념 하에 사용하지 않고, 이전에
비하여 성장이 둔화되고 기업의 이윤율이 하락하는 시기, 즉
자본축적의 면에서 전보다 상당히 어려운 상태로서 일반인들이
주로 불황이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의미”(박하순, ‘기아사태에
대하여’, 노기연, ꡔ민주노동과 대안ꡕ, 97.9.
35쪽) 등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실제로
위 제안자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무개념적인 위기 개념을
쓰는 것”(박하순, 같은 곳)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그러한 “무개념적인 위기 개념을 쓰는” 위기 논의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2. 금융기관의 부실화
연이은 대기업집단의 도산은 여러 은행과 기타 종합금융사 등의
대량의 자산 손실을 초래하고, 제3금융권 혹은 ‘파이낸스’라고
불리는 일부 소형금융기관들의 도산까지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역시 ‘금융위기’라는 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현시기에 운위되고 있는 ‘금융위기’론은, 은행 등의
‘부실화’ 정도를 반영하는 한에서는 일정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지만, 다분히 과장되어 있고, 개념을 남용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부실화’․자산 손실 과정이 심화되어 주요
금융기관의 예금 지급불능이 현재화되거나 그와 유사한 상황을
‘금융위기’로 규정해야 ‘무개념적’으로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금년엔 특히 주요 금융기관의 거대한 자산 손실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한국의 은행 등’에 대한 해외 신인도도
추락하여 자금차입 부담도 늘어났는데, 그 원인 역시 ‘공식적
금융기관’의 독점자본 대부 편중에 있음이 명백하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금융시장은 은행을 대표로 하는 ‘공식적
금융시장’과 사채시장으로 불리는 ‘음성적 금융시장’으로
양분되어, ‘공식적 시장’이 음성적인 자금을 중개한다든지,
‘공식적 시장’의 자금이 여러 통로로 흘러나와 ‘음성적
시장’의 재원이 된다든지 하는 등,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공식적 시장’의 금리율과 ‘음성적 시장’의 금리율 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금리가 낮은 ‘공식적 시장’의
자금을, 그것도 대량으로, 대부 받는 것은 여러
정치․경제적 힘을 배경으로 하는 특혜였고, 바로 그
때문에 그들 자금의 압도적 부분은 ‘재벌’ 등 대기업에
배정되었다. 혹은, 그러한 자금을 배정 받는 특혜로 인해서 그들
기업은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고율의 인플레이션으로
은행의 대부 이자율보다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을 때에는 사실상
‘역금리’가 발생했고, 그만큼 은행 대출 등은 특혜이다.
그런데, 그러한 특혜자금을 배정 받은 기업이 그것을 보다 높은
이율로 재대출하는 입장이 아닌 한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과잉생산으로 경쟁이 격화되어 있는 조건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보로부터 기아에 이르기까지 금년 들어 줄줄이 도산한
그룹들은 극히 높은 부채율과 금리 부담을 공통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 그룹은 그 주요 기업이
속한 부문에서 대량의 과잉생산과 그에 따른 치열한
경쟁․손실을 강요당하여 도산하였다. 이들 기업들에
배정한 자금이 큰 만큼 해당 금융기관들은 손실을 받고
부실화되었다.
3. 정부의 정책 태도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는 정부의 정책 태도와도 밀접히 관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WTO체제의 출범과 OECD 가입 등 전면적인
개방경제체제의 불가피성과도 관련하여,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능한 한의 불개입을 통한 구조조정의 유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 확대를 앞두고, 한편에서는
보호개입이 가져올지 모르는 ‘불공정 관행’ 시비를 염두에
두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적 ‘방임’을 통해서
다소의 무리를 감수하면서 한국 금융기관의 자생적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이유에 의한 정책수단의 부재도 정부의 보호개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본의 회전기간이 길고 단기적인 투자조정이 어려운
대규모 장치산업 부문에서 주로 불균형한 과잉투자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고, 또 과잉생산의 규모가 거대하여 그에
대한 정책적 ‘유효수요’의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보사태와 같은 경우에는 권력핵심의 범죄적 유착이 문제되어
정부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기아사태의 경우는, 물론 확증은 없지만 널리 주장되는 것처럼,
기아자동차를 삼성 그룹에 넘겨주기 위한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타 그룹의 도산사태에 대한
정부측의 대응과 기아의 그것에 대한 정부의 그것이 확연히 다른
것이 그러한 의혹의 근거이다. 특히 강경식 부총리의 언동은
여러 면에서 기아 그룹의 현 경영진과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한에서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신노사관계 구상’과 그에 기초한 ‘노개위’의 활동을 계기로
주로 노동자 계급을 공격할 목적으로 제기된 ‘경제위기’설과
함께 위력을 떨치고 있는, 노동자 임금에 대한 공격으로서의
‘과소비론’ = 대중소비억제책도 상황 전개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경제위기’설과 더불어
‘과소비론’이 제기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소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가해졌고, 그만큼 대중의 소비가 위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의 소비 위축이 자본측에
‘과잉생산’의 부메랑이 되어 타격을 주는 것은 극히
논리적이다.
4. 노동에 대한 공세의 강화와 노동조건의 악화
‘경제위기’론을 동원한 공세가 계속되고 있고, 기아사태에서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기업도산-노조책임론’도 강화되어, ‘노조의 감원 동의서’가
‘부도유예협약’ 개정을 통해서 기업구제금융의 조건으로까지
공식화되었다. 그리고 ‘회사 살리기’ 운동 속에서 이들 공세가
가지고 있는 반노동자적․반노조적 성격은 충분히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경제위기’론 등을 동원한 임금 억압 공세는, 노동조합운동
상층부의 잘못된 인식․노선과도 관련하여, 작년에 이어
계속 ‘무력한 임단투’를 낳으면서, 이제는 부르주아적
통계당국이나 언론조차도 ‘노동생산성의 상승률을 밑도는
명목임금 상승률’을 공인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노동생산성의 상승률과 명목임금 상승률’을 비교하는
목적․의도 혹은 근거인 이른바 ‘생산성임금제’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동안 계속해서
‘노동생산성의 상승률을 웃도는 명목임금 상승률’을 노래하던
자들이 이제는 그 반대를 말할 만큼 노동자의 임금이 악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할뿐이다.)
국내외에서 격화되어 가고 있는 경쟁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신경영’, 생산과 유통․사무의 자동화도 가속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취업 노동자들의 감원, 노동강도의 강화,
실업률의 증대 등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계속될 수밖에 없다.
‘취업대란’은 이제 광범한 사회적 화두로 되었다.
한/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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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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