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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노동법의 현안 문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3호
이원희

노 ◦ 동 ◦ 법 ◦ 쟁 ◦ 점

95년 노동법의 현안 문제


이 원 희 (아주대 법학과 교수, 연구위원)


95상반기 정부의 노동정책
정부는 그 동안 ‘세계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노사협조주의를 강조해 왔으며, 특히 95년 상반기에는 ‘무분규’를 넘어서 ‘무교섭’까지 애써 권장해 왔다. 그리하여 동국제강, 현대전자, 대우전자, 삼성전자, 포항제철, 고려합섬 등에서 ‘노사불이 결의대회’, ‘한가족 대선언대회’, ‘세계화선언 결의대회’ 등이 잇달았다.
헌법재판소는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조항’ 위헌 청구를 이유 없다고 했으며, ‘확정되지 않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노조법 제46조)은 위헌’이라는 판결도 내렸다. 그리고 대법원은 ‘해고하지 않겠다는 구두합의만 있고 서면합의가 없는 경우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과 ‘쟁의행위과정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인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 및 ‘통상적인 격주휴일근무 거부는 쟁의행위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6월에는 경찰이 명동성당과 조계사에서 농성하던 한국통신 노조 간부들을 체포했고, 이와 관련하여 준법투쟁과 직권중재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이에 맞서 민주노조진영에서는 올해 초부터 ‘노동악법 어기기 운동’을 결의하고 실천하였다. 그러나 노동부장관은 당분간 노동관계법 개정의 유보를 천명했을 뿐만 아니라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조합에서 지급하도록 개악하려 했으며, 쟁의권을 축소 해석한 지침까지 시행했다. 특히 하반기 민주노총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정부와 자본진영의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노동법 개악 움직임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다시 노동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이미 92년 4월부터 각계의 전문가로 「노동관계법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동법개정(안)을 연구하여 왔으며 최근에도 여러 차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노동법개정을 공언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가 90년 4월 유엔 인권규약에 가입했고, 또 91년 12월에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사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전노협, 전교조 등 국내 노동조합과 국제 노동단체의 제소에 의해 국제노동기구는 93년 3월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이후 93년 11월, 94년 6월 같은 내용의 권고를 내렸으며 그에 대한 답변과 이행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약속했던 것이다.
원래 그 동안 논란의 중심은 복수노조금지, 제3자개입금지, 공무원․교원의 단결권 금지 등의 개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논의에서는 이와 같이 중요한 문제가 유보된 채,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법안이 제기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국제화, 세계화를 외쳐 온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 여러 차례 노동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혀 왔으나 정작 이를 위해 노동관계법 연구위원회의 개정안이 성안되었을 때는 그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개정을 유보했었다. 작년 하반기 정부가 노동법 개정을 연기했을 때 경총 등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여건 개선, 인력수급 원활화 등을 명분으로 ‘근로자파견제’와 ‘변형(탄력)근로시간제’ 및 ‘정리해고제’ 등을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별도의 입법을 통해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에 따라 정부는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으나 그때마다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여 이를 철회하곤 하였다.

근로자파견제, 법제화 재시도
그런데 지난 9월 13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경제추진회의’에서 박재윤 통상산업부 장관은 ‘중소사업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방향과 ‘중소사업자 구조개선 촉진대책’ 보고에서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우선 근로자파견제의 법제화를 적극 추진할 것을 밝혔다.
근로자파견법안(‘근로자파견사업의 규제 및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93년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했으나, 파견사업자의 중간착취가 성행될 것이며 정규고용을 감소시키고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로 지금까지 심의가 보류되어 왔던 터이다. 일부의 관측에 의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은 이 법안보다 더 개악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진념 노동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산업인력 공급촉진 대책’을 보고했는데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주부, 고령자 등 잠재인력을 시간제 근로자로 활용하기 위해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직업훈련, 직업알선 등을 규정하는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관리에 관한 법률’을 내년 4월까지 제정할 계획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정책은 그 동안 독점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펴온 현 정부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이번 지자체 선거의 충격과 근래 현저해 지고 있는 중소사업자의 민심이반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대책 속에는 우리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의 삶에 대한 고려를 찾아볼 수 없어서 안타깝다. 노동부가 뒷전으로 밀리고 통상산업부가 주도하는 것 또한 문제이다. 현재 중소기업이 극심한 자금난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운용 관행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청계열화 등에서 비롯된 문제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려면 임금 이외에도 고용, 복지 등 전반적인 근로조건을 향상시켜 근로자들의 기피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노동법 개정에 관한 국제적 압력
한편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쟁의행위 금지조항’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95년 12월까지 개정하지 않으면 동 조항은 ‘무효인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 본격적인 논의는 없으나 노동쟁의 조정법(제12조 2항)을 95년 12월 말까지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95년 7월 국내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개입금지 조항에 대해 유엔 인권규약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지난 90년 4월에 유엔 인권규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머지않아 이 조항도 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OECD-TUAC(경제협력개발기구-노조자문위원회)가 95년 9월 13일~14일 서울에서 열렸을 때, 한국의 OECD 가입 신청과 관련하여 한국의 노동권 문제를 직접 거론함으로써 노동법 개정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아시아 워치’는 9월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한국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압력을 가하라고 촉구했다. 비영리기구인 ‘아시아 워치’의 워싱턴 사무소는 성명에서 9월 13일~14일 이틀간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국제노동관계세미나에 참석하는 OECD 회원국 대표들에게 이 같이 촉구했다. 성명은 “한국이 동아시아국으로는 일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OECD 가입을 신청한 신흥 경제국”이라면서 따라서 “OECD가 이를 심사할 때 노동권 침해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김영삼 정부는 인권이 개선됐다고 거듭 강조해 왔으나 실상은 크게 다르다”면서 한 예로 지난 6월 경찰이 명동성당과 조계사에서 농성하던 한국통신 노조 간부들을 체포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반기에는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영역에서 노동쟁의조정법 12조 2항이나 제3자개입 관련 조항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영역에서는 파견근로제, 파트타임제 등이 논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안정 고용형태의 개선, 노동법 개정의 최대 문제
이 중에서 특히 근로자파견제나 파트타임제 등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개악에 대응하여 민주노조운동진영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공정노동기준’을 확장하는 관점에 입각한 노동법개정운동이 요구된다.
최근 우리나라 노동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근로조건상의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가 현대중공업노조와 공동으로 작업하여 발표한 「‘자본의 신경영전략에 대한 대응과 노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종래부터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 사이에는 기업규모에 의한 근로조건의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 차이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대기업 사업장 내부에서 정규노동자와 동일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의 격차가 뚜렷한 ‘불안정 고용형태’의 노동자가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 고용형태’의 노동자로는 상시적인 ‘임시’노동자나 풀타임과 거의 구별이 없는 파트타임 등을 열거할 수 있다. 급증하고 있는 이들 ‘불안정 고용형태’ 노동자들은 상용노동자와 비교하여 너무도 열악하고 불공정한 근로조건에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개선이 바로 현재 우리나라 노동법 개정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으로 근로조건을 개선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집단적인 노사자치(노동조합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에 있어서는 기업별의 정규노동자 중심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서 ‘불안정 고용형태’ 노동자는 대부분 그러한 자치로부터 배제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체교섭에 의한 근로조건의 향상이 조합원 외의 미조직 노동자에게 확장하여 적용되는 예가 거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등의 노동보호법이 정하는 최저 노동기준은 여전히 미조직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 최저 노동기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정조직인 근로조건 감독기관 이외에 유효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비준하고 있는 ‘국제인권규약 A규약-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제7조에서 ‘모든 자가 공정하고 양호한 근로조건을 향수할 권리를 갖는 것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공정노동기준(공정 근로조건보장)의 원칙을 확인하고 있다. 이 원칙은 시장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과당경쟁 결과, 경제적으로 약한 입장에 있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부당하게 저하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중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공정 근로조건 보장의 원칙, 조직 노동자의 운동 과제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러한 국제 인권규약으로까지 올라간 공정 근로조건 보장의 원칙이 각 국에서 구체적으로 확립되는 과정을 보면 ‘모든 근로자가 차별 없는 양호한 근로조건을 향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는 그것을 떠맡은 주체적인 운동에 의해 즉, 조직된 노동운동세력에 의해 유지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공정 근로조건 보장 원칙은 공정한 근로조건을 보장받아야 할 직접적인 당사자인 미조직 노동자에 의해 제기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각 국의 조직된 노동자에 의해 노동문제의 기본적인 이념으로 제기되었다.
그리고 그 실현을 직접적 목표로 하는 주체의 입장에서는 ‘일정한 단결의 범위 내에 있는 노동자가 단체협약 등에서 획득한 일정 수준의 근로조건의 개선은 해당 단결의 밖에 있더라도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노동을 하고 있는 미조직 노동자에게도 확장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 노동기준확장 적용의 사상으로서 표명되어 왔다. 한/노/정/연

1995-09-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