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왜 이런 게 짜증 나지... |
현장에서 미래를 제종간특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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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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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런 게 짜증 나지...
네이버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데, 10원짜리 동전에 대한 이야기를
쭉 하더니, 무슨 팁처럼 가르쳐 주는 게 10원짜리 동전을 모니터
옆에 붙여놓으면 전자파를 차단한댄다. 기사 내용도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지만, 이게 소설이야? 기사야? 어느 신문사
기사인가 보니까 조선일보다. 흘.... 조선일보라니까 더 짜증이
몰려온다.
예전에 누가 컴퓨터 모니터에 동전을 대여섯개 붙여놨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게 전자파를 차단한다고 하길래 ‘어디서
또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구나’ 싶어서 그냥 웃고 말았었다.
그런데 한참 있으니까 이번엔 무슨 선인장 같은 게 전자파를
‘흡수’한다고 조그만 선인장 화분이 막 유행하더니, 조금
있으니까 이번엔 ‘활엽수’가 전자파를 ‘흡수’한다고 큰 화분
사는 게 또 유행을 하더라. 그리고 어항까지 점점 비싼 게
유행하는 걸 봤다. 그걸 볼 때마다 참 얼마나 황당하던지..
어항과 화분을 사는 거야 그 자체로 반대할 일이 없으니까
아무말 안 하고 지나가긴 했지만.... 좀 많이 어이없어 했다.
그러다 며칠 전 이 기사를 보고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쌓여왔던
그 별 거 아닌 짜증이 확 한꺼번에 몰려오더라.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도는 건지 이해하지 못 했는데, 아마도 이
좃선일보 같은 쓰레기 언론들이 퍼뜨렸던 모양이다.
아무리 사기 잘 치는 조선일보이고, 과학 모르는 정치외교학과
학생이라도 ‘기사’라는 걸 쓸 때는 최소한의 과학적 상식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최소한의 확인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흔히 뭔가 ‘유해한 것’처럼 생각하는 전자파는 ‘전자기파,
혹은 전파’와 같은 의미의 단어이다. ‘전자기파’를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자기장이 공간 속으로 전파해 나가는 현상.
전파" 어째 사전이 더 어려운 거 같다. 흐..
전자기파란 우리가 아는 ‘전파’와 ‘가시광선’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 같다. X선, 라디오파, 적외선, 자외선 그리고
가시 광선 역시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아래는 전자기파와 파장에
따라 분류해놓은 표이다. 그림을 클릭하면 글자를 잘 읽을 수
있다.
그런데 10원짜리 동전이 전자기파를 차단한다고?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그 과학적인 발견의 성과는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비길 게 아니다. 저 기사의 ‘TV 모티어 옆에 붙이면 전자파
차단용’이라는 한 줄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세계
과학계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조선일보가 드디어 한 건
했다. 저 한 줄이 조금이라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아마도
엄청난 혁명적인 과학적 성과로 남게 될 것이다.
난 솔직히 모니터나 TV에서 어떤 파장의 전자기파가
발생하는지도 모르고, 거기서 발생되는 어느 파장의 전자기파가
인간의 몸에 해로운지도 잘 모른다. 또한 구리나 알루미늄이 그
파장의 전자기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물질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이야기가 100% 틀린
이야기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전자기파의 종류를 살펴봤듯이, 막연하게 ‘전자기파 =
유해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이다. 우리는 평생 24시간
전자기파에 둘러쌓여 살아간다. 심지어 인간의 몸 그 자체에서도
전자기파가 발생되는데, 뇌를 포함한 신경 활동이 전기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이에서 전자기파가 발생되므로, 인간이
전자기파가 없는 세상을 만나는 건 물리학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자기파가 사라지면, 우리는 가시광선을 볼 수
없을테니 시력을 잃을테고, 신경과 뇌의 활동이 중단될테니 그
즉시 사망이다. 그러니 막연히 전자파가 유해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여하튼간에 저 기사는 모니터에서
‘유해한’ 전자기파가 나온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니까(어느 파장의 전자기파가 유해한지는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동전이 전자기파를 차단한다는 저 주장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전자기파의 성질을 살펴보자면, ‘빛’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전자기파는 직진을 한다. 그리고 반사,
산란, 간섭, 굴절을 하는 성질이 있다. 그런 성질을 이용하면,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방법은 대충 아래와 같이 두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1) 해당 파장의 전자기파를 반사하거나 산란시키면 된다.
그 파장의 전자기파가 투과하지 못하는 물질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물건을 둘러싸거나(중간에 그냥 차단벽처럼 설치해도
되지만, 파장이 긴 전자파의 경우는 회절 현상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예 둘러 싸버리는 것이다), 사람을
둘러싸서 전자기파가 사람에게 닿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회절 현상
2) 그 해당 파장과 파장이 같고 위상이 반대인 전자기파를 쏴서
소멸시켜 버리면 된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마지막 방법은 블랙홀처럼 강력한 중력으로
전자파를 흡수하는 거 밖에는 없다.
그럼 위의 가능성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1) 반사나 산란, 혹은 차단하는 방법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전자기파는 ‘직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모니터의 옆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는 모니터 앞의
사용자와는 아무런 운명적인 인연이 없는 놈이다. 그런데 제 갈
길 잘 가고 있는 그 놈을 굳이 동전을 붙여가며 산란시키거나
반사시켜서 되돌려 놓을 이유가 전혀 없다.
10원 짜리 동전이 인간에게 유해한 전자기파의 파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물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고, 동전을 이용해서 모니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를
차단하려면 ‘옆’에 붙이는 게 아니라 모니터의 ‘앞’을
가로막아야 한다. 만일 옆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신경쓰인다면
모니터를 통째로 동전으로 둘러싸서 붙이던가, 동전을 녹여서
모니터를 통째로 코팅 해버려야 한다. 물론 화면은 필수적으로
감싸야 하므로 모니터나 TV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된다. 그게
귀찮다면, 인간을 동전으로 감싸는 방법도 있겠다.
몇개나 붙여야 하는지, 얼마나 꼼꼼하게 붙여야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긴 하지만, 분명 모니터의 ‘옆’에 붙이는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이 방법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2) 같은 파장, 반대 위상의 파를 발사해서 소멸시키는 방법
전자기파는 다른 전자기파를 만날 경우에 아래 그림에서
왼쪽처럼 위상이 같으면 2배로 강화되고, 오른쪽 그림처럼
위상이 반대일 때는 소멸되는 간섭현상을 일으킨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소멸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모니터도 종류마다 다른 강도와 파장의 전자기파가 발생될테고,
TV까지 포함 시키려면 훨씬 다양한 강도와 파장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모니터나 TV 회사에 따라
전자기파가 발생되는 정확한 위치가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데
이 전자기파를 상쇄시키려면 10원짜리 동전은 정확한 위치에
배치되서, 인간에게 해로운 특정한 파장의 대역과 똑같은
전자기파를 발사해줘야 하는데, 이게 문제다.
우선 동전에 무슨 에너지를 공급한다던가 다른 장치를
추가한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동전이 스스로 혼자서
모니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와 소멸간섭을 일으킨다는 건데,
이건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사실이다. 우선 이를 위해
10원짜리는 어떤 에너지의 공급도 없이 맨날 전기를 먹고 사는
모니터와 맞먹는 전자기파를 발생시켜야만 한다. 만일 어떤
물질이 에너지의 공급없이 무한히 특정한 전자가파를 발생시키는
것을 밝혀낸다면, 이것 하나만 해도 노벨상감이다. 우리는
10원짜리 동전이라는 무한 에너지원을 찾은 것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해도 여전히 여러가지 문제가 남는데, 동전이
그 자체로 인간에게 유해한 전자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다.
위상만 다른 똑같은 파장의 유해한 전자기파이다. 모니터가 곁에
없다면 우리는 동전이 발생시키는 유해한 전자기파를 걱정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 위험한 물건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있다. 큰일이다.
또 모니터가 발생시키는 전자기파를 간섭을 통해 소멸시키려면,
그 전자기파의 위상을 정확하게 측정해야만 한다. 만일 그
위상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동전이 발생시킨 전자기파가
모니터의 전자기파와 합쳐지면서 ‘소멸’ 간섭이 아니라 거꾸로
‘보강’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전은 스스로
모니터에서 발생되는 전자기파의 정확한 위상을 측정해서
정확하게 그 반대의 위상을 쏘아주어야 하는데, 물론 방향도
정확해야 한다. 별다른 추가 장치 없이 동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이런 기능이 10원짜리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에게는 노벨 물리학상을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다른 나라의 조폐청들이 깊이 반성할 일이다.
(3) 만일 위의 두가지 성질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마지막
남은 것은 ‘흡수’다.
만일 옆에 붙어 있는 10원 짜리 동전이 사용자를 향해 모니터의
정면에서 날아오는 전자파를 반사나 산란, 소멸 간섭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면, 오직 남아 있는 방법은 10원짜리 동전이 강력한
중력으로 그 전자기파를 빨아들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제
그것 말고는 남은 게 없다.
10원짜리 동전이 자기 한테 오는 것도 아니고, 저 멀리 다른 길
가는 빛을 흡수한다는 건데, 이는 역시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사실이다. 현재 태양계 내에서 전자기파를
흡수할만한 강력한 블랙홀이 발견된 적은 없다.
그런데 이때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준다. 도대체 그
강력한 중력을 가진 동전이 왜 다른 것들은 흡수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에게 유해한 전자기파만 흡수하냐는 것이다. 왜
모니터나 앞에 앉은 인간, 그 밑의 책상과 의자는 무사한지
과학계가 해명해야 할 게 많다.
벌써 물리라는 것을 공부해본지 거의 20여년이 다 되어 가는지라
이것 말고 다른 가능성이 더 있는지 자신할 수는 없지만.. 혹시
다른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할지라도 ‘모니터 옆에 붙여서
전자파를 막는다’는 저 기사는 아무리 다른 사실을 짜맞추어도
말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책상 옆에 놓인 어항, 활엽수, 선인장도 동전과 마찬가지로
전자기파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모니터와 이용자
사이에 차단벽처럼 설치하기 전에는 거기에 나오는 어떤
전자파도 차단하거나 흡수할 수 없다.
어항과 화분을 놓는 거야 그 자체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환경에
좋은 거니까 막을 생각은 없지만, 굳이 동전을 붙이고 싶다면,
차라리 모니터랑 핸드폰 같은 데에다 종이로 이쁜 글씨나 그림
그려서 붙여놓고, 그게 전자파를 차단해줄거라고 믿어라. 그게
동전보다 훨씬 이쁘다.
ps. 생각난 김에 원적외선도 찾아보니 아주 가관이다. 황토에는
홈이 많아서 그 홈 사이에 원적외선이 저장된단다. 원적외선
역시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전파가 황토의 홈에 저장된다고?
만일 우리가 그런 저장 기술을 찾을 수 있다면, 이제 화석
연료로 대표되는 석유나 석탄 따위는 안 써도 된다. 황토가 무슨
신기술로 탄생한 태양 전지냐? 에효... (정보통신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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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9: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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