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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이렇게 만들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32호
이상욱

민주노총 이렇게 만들자!

이 상 욱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

1기 민주노총의 허물을 벗겨내자!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은 민주노총 건설운동과 맥을 같이 해 왔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지역노조협의회를 거쳐 ‘전노협’을 건설하였고, 사무일반직을 포괄하는 ‘업종회의’도 만들었다. 故박창수 열사 노대위와 ILO공대위, 전노대를 거쳐 ‘민주노총’으로 성장, 발전했다. 민주노총은 제조업과 대공장 그리고 사무일반직을 하나로 묶어 내어 ‘민주노조 총단결’을 일단락 지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년간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의 성과를 고스란히 갖고 이만큼 왔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건설할 때 벅찬 감격도 잠시 뿐이었다. 96년 임단투 때 민주노총은 시민단체 수준을 뛰어 넘지 못했던 사회개혁투쟁에만 매달렸으며 중앙은 사회개혁투쟁으로, 단사는 임금인상투쟁으로 철저하게 분리시켜 버렸다. 전국적인 임투전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투쟁의 발목을 잡는 행동까지 보였다. 96년 4월 중순 경 한국합섭 투쟁에서 보여준 민주노총의 행위는 단위사업장 투쟁에 찬물을 들어부었다. 한국노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으며, 4월 말 급기야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에 참가하면서 96년 상반기 투쟁을 방치했다.
96년말 노개위 탈퇴와 총파업 돌입 시점을 두고 벌였던 논쟁은 그 자체가 ‘혼란’이었다. 투쟁을 촉발시킨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날치기’였다. 날치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노총은 안일하게 대응했으며, 협상으로만 풀려고 했다. 총파업 때도 조합원들은 힘있게 싸웠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진 싸움이었다.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파업철회를 ‘유연한 전술’이라고 민주노총과 언론은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수세적인 대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또한 97년 상반기 투쟁도 ‘경제위기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섭되어 경제대책기구와 노개위에 또다시 들어갔다.
98년 초반부터 투쟁전술과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는데 이는 97년도 혼란의 재판이었다. 2월 6일 노사정위원회의 잠정합의를 2월 9일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키고 총파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2월 13일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파업을 철회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었다.


2기 민주노총 지도부에 바란다!

1) 자주성과 민주성은 민주노총의 생명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 조직이라는 것은 단위사업장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조직이고, 자본과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자주적인 조직이라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산업별 공동교섭과 민주노총의 중앙교섭으로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단위사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적어지고 민주노총이나 산업연맹별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자칫 잘못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만들었는데, 민주노총은 조합원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급기야 조합원들과 분리된 조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1기 민주노총의 활동과 투쟁은 단위사업장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뭐가 다르냐?”는 말까지 나왔다. 단위사업장의 목소리는 민주노총으로 올라가지 못했고, 이점은 투쟁시기 아주 분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노총 2기 지도부는 여기서 교훈을 찾아내야 한다. 공식적인 구조에서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는 투명성이 생명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집행과정과 집행에 대한 평가는 조합원들의 철저한 통제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이걸 놓치는 순간 민주노총의 ‘정체성’도 없어지는 것이다.

“선거관련 규정이 많이 보완돼야 할 것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준비과정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할 것입니다.”“(대의원) 5배로 늘린다는 것은 2백50명당 한명 꼴인데, 사실 그것도 모자랍니다. 상박하후 원칙을 적용해서 2백50명 이하 사업장까지도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위원 역시 3배 정도 확대해 작은 노조에서도 많이 참여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중소사업장을 끌어안는 가장 중요한 사업은 지역단위 사업입니다. 대의원 배정도 업종 중심이 아니라 지역 중심으로 편재해야 합니다.”(“이갑용 신임위원장 조합원 인터뷰” ꡔ노동과 세계ꡕ 26호, 98년 4월 10일.)

2) 2기 민주노총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뛰어 넘어야 한다
1기 민주노총 활동의 사상적 뿌리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었다. 임단투보다 사회개혁투쟁에 집중한다든가, 임단투는 경제투쟁이고 사회개혁투쟁은 정치투쟁이라는 등식도 이 사상적 뿌리에서 나왔다. 사회개혁투쟁을 시민운동 수준으로 떨어뜨려 캠페인과 청원운동으로 국한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이 잣대로 본다면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은 도저히 만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임단투를 ‘내 배 채우기식 운동’으로 폄하 하기도 한다. 지난 96년과 97년 임단투 때 전국적인 전선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경제투쟁은 노동자 이기주의투쟁이 되어버리고 사회개혁투쟁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사회개혁투쟁을 통해서 국민여론과 언론에 좋은 점수를 받아서 사회세력화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는 투쟁보다는 협상을 더 선호한다. 노개위와 노사정위원회의 무원칙한 참여도 이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로 기운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을 일반국민으로 해체시켜버린 ‘국민과 함께’는 아무런 검증과정 없이 1기 민주노총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 97년 대공장 선거에서 ‘국민과 함께’를 내세웠던 후보는 대부분 떨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대중들이 ‘국민과 함께’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를 가진다. 2기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뛰어 넘어 한국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3) 1천3백만 노동자들의 ‘희망’으로 태어나야 한다
우리가 민주노총을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노총은 우리가 만든 우리의 조직이라는 소박한 이유 때문이다. 나아가 자본과 국가권력의 그늘 아래서 떡고물이나 받아먹는 조직이 아닌 우리의 요구와 바람을 당당하게 요구해 쟁취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데 있다. 이것을 관철시켜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장의 힘이다. 민주노총이 ‘종이 호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촉수들이 단위사업장으로 향해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민주노총은 싸우고 있는 사업장에 최대한 결합해서 민주노총이 우리의 조직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당장 동양엘리베이터와 자회사인 원실업에서는 용역깡패들이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대한중석노조는 고용과 단협 승계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에게 자본가 뒤에는 국가권력이 있고, 우리 뒤에는 민주노총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원칙과 현실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듯이 투쟁성과 대중성은 항상 함께 하는 것이다. 투쟁 속에서 검증된 지도력이 민주노총을 이끌어 나가고, 또 투쟁 속에서 민주노총이 성장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조합원들의 고통을 정확히 찾아내서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국민주노조운동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98년, 이것만은 해결하자!

조합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고용불안이다. 그런데 지금의 고용불안은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산업의 문제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눠야 하며,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을 철폐해야 한다. 올해 안에 꼭 해야 할 것은 바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을 철폐시키는 일이다. 이것을 철폐시키지 못하면 올해 안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엄청 줄게 될 것이다. 전국적인 전선을 설치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 철폐와 더불어 ‘IMF 재협상’까지 우리의 주장으로 담아내야 한다.

“조합원이 없으면 민주노총도 없습니다. 조합원을 토대로 하는 민주노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갑용 신임위원장 조합원 인터뷰”, ꡔ노동과 세계ꡕ 26호, 98년 4월 10일.)

1998-05-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5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