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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버려진 고용안정과 생존권보장

현장에서 미래를  제34호
이은숙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버려진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이 은 숙

연구기획1실장







지난 연말 시작된 IMF 관리체제의 본질이, 여러 겹으로 치장됐던 장막을 걷고 6개월만에 적나라하게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외환보유고 증대에 집중했던 정부가 4월을 지나면서 국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으로써, 자본이 처한 위기를 노동자와 민중의 희생을 통해서 풀어가고자 하는 국내외 독점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전략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부터 IMF 구제금융에 대한 이행조건 협상이 오가고 IMF가 직간접적으로 국내경제에 개입하게 되면서(IMF 관리체제), 벌어진 노동조합운동 내부의 치열한 논란이 아직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5개 기업(6월18일) 및 5개 은행(6월29일)에 대한 퇴출명령, 32개 공기업 민영화(7월3일)가 잇따라 발표되어 노동조합운동은 또다시 초비상 상태를 맞고 있다.

바로 지난 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 유예조항 삭제와 파견노동제에 합의해 주고 3월 법개악을 방어하지 못한 결과가 그대로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55개 ‘퇴출’ 대상 기업에서 2만9천여명, 5개 ‘퇴출’ 대상 은행에서 9천6백여명, 32개 민영화대상 기관(모기업 11개, 자회사 21개)에서 13만1천여명 등 무려 17만여명이 순식간에 고용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지난 6월 10일, 노사정위에 참가하기로 한 6월 5일의 산별대표자회의 및 중앙위원회의 결과를 인준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에서 정부가 “모든 것은 노사정위에 들어와서 이야기하자”고 했던 것이 무엇을 노렸던 것인지를 사태가 일어난 뒤에 재확인하고 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더 어려워진 악조건하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은 변함없이 노동조합의 요구로서 매번 제출되었고, 민주노총의 5대 요구안 중에서도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어쩌면 5대 요구안의 내용 전부가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의 내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팽개쳐지고 있다. 왜 우리는 이런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예측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측할 수 있었던, 그리고 이미 겪은 악순환을 상반기에만 두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글은 노동자계급의 요구 내용은 힘이 뒷받침되어 있거나 혹은 뒷받침할 힘을 모아가야 한다는 대원칙에 입각해서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요구내용의 적실성과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밝혀보고자 한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자계급이 처한 상황


정부가 최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안과 일련의 조치들은 개별자본(그 중에서도 재벌들)과 다소 상충되는 입장을 가지면서도 ‘총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희생을 전제로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벌, 금융, 공기업 등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그와 관련된 일련의 조치들이 있었다. 본질적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관통하고, 그것을 제약하는 것은 금융지원에 대한 이행조건으로 표현된 IMF의 신자유주의적 논리이다. IMF는 한국경제 위기의 원인을 한국경제의 내부구조에서 찾고, 초긴축 재정 및 금융정책, 시장개방(무역 및 자본거래 자유화), 민영화, 경쟁적 시장질서 확립 등을 내세웠다.1)

이에 따라 정부는 1차적으로 부실금융기관 정리,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폐지, 재벌의 상호 빚보증 제한과 연결재무재표 의무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또하나의 조건으로서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 및 파견노동법 제정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3월까지의 과정은 아직까지,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끌어내어 노동법을 개악하긴 했어도 노동자의 반발이 거세게 제기되었기 때문에, 정부는 ‘부실’한 판정을 받은 금융기관 이외에 기업구조조정과 여타 금융기관의 퇴출 및 통폐합 문제,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 등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공개적 일정에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급한 불끄기’인 외자유치 문제가 상대적으로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4월초 대통령의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참석 시점까지 이어졌다. 또 2월의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제에 대한 노동측의 양보를 법제화시키면서 재벌구조에 대해서 완화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상호지급보증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하여 ‘자체적으로’ 구조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었는데, 재벌을 축으로 한 자본측의 가시적인 ‘개혁’은 4월까지도 지지부진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신에 실업률은 계속 높아졌는데, 그것은 ‘인건비 절감’을 위주로 한 기업의 ‘자구노력’의 일단을 반영하는 것이다.

ASEM 참석을 계기로 정부는 ‘외국에서 지켜보고 있다’면서 국내 각 세력으로 하여금 ‘정부의 위기극복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재촉하는 한편 적대적 인수합병(M&A) 허용, 제2기 노사정위원회 꾸리기, 공공부문을 포함하여 전 기업에 대한 정리대상 여부 실사 등 관련 제도 정비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경제위기의 심화로 산업의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지고 정리된 종합금융사를 필두로 하여 각 기업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5월말 현재 정부발표 실업률은 6.9% 149만2천명으로 97년 5월에 비해 171.3%가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에 임금노동자는 1백8만4천명이 줄어들었다.

생활물가지수는 97년 5월 대비 98년 5월 11.9%가 상승했는데, 월1회 이상 구입하는 품목의 지수는 14.3%나 올랐다. 반면에 임금은 올들어 대부분 동결되거나 삭감을 당해 총액기준 협약인상률이 -2.9%(5월31일 현재. 노동부)로 나타나 노동자와 민중의 생활고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태이다.


<표1> 고용과 생활 관련 주요 지표

 

97. 5

연간

98. 1/4

3월

4월

5월

생산평균가동률

실업률

실업자

임금노동자

생활물가지수

임금인상률

   80.3%

    2.5%

  55만명

1,334만5천명

    5.2

    3.9%

79.9%

2.6%

6.1

67.3%

  5.7%

13.1

65.4%

6.5%

12.7

68.3%

  6.7%

143만4천명

1,223만2천명

  12.7

66.7%

  6.9%

149만2천명

1,226만1천명

  11.9

  -2.9%

자료 : 통계청, 노동부.



2기 노사정위 본회의 날부터 본격적 구조조정 개시


이러한 상황에서 6월의 방미를 계기점으로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던 민주노총을 포함하여 제2기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민주노총과의 직접 협상에서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떠한 가시적인 양보도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때까지 ‘노사정위 불참, 대정부 직접협상’을 견지하면서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있었던 민주노총이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기로 6월 5일 입장을 선회한 것은,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본의 활로를 찾으려 하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항하고 있던 가장 큰 세력이 불행하게도 정부와 자본의 반민중적인 구조조정에 합류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월과 6월 사이에 거의 같은 사안을 놓고 전혀 상반된 부결 결정과 가결 결정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민주노총이 2월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대한 부결과 총력투쟁 결정)에 입각했던 ‘노사정위 불참, 대정부 직접협상’에서 ‘노사정위 참여’로 입장선회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이 2월 대의원대회의 결정에 충실히 입각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이 산하 각급 조직에서, 제1기 노사정위의 ‘합의’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조합원대중의 요구에 철저히 근거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4월에 갓 출범하여 4월 말경에야 집행단위를 꾸릴 수 있었던 2기 지도부가, 지금과 같이 자본의 공격이 총체적이고도 입체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시기에, 그러한 조합원 대중의 요구를 담은 2월 대회에서의 결정을 총대를 매고 집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산하 각급 조직의 중앙으로의 강한 결합력이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입장선회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산하 각급 조직의 상황이 어떠했는가, 더욱이 각급 조직의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가, 그러한 각급 조직의 상태에 비추어 보았을 때 5월말 6월초 총파업투쟁을 포함한 총력투쟁이라는 것이 시의적으로 적절하였는가, 등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 이외에도 수많은 요소와 변수들을 고려한 분석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여기서의 주된 과제는 아니다.

다만, 6월 5일 민주노총이 산별대표자회의에 이어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6월 10일로 예정돼 있었던 총파업투쟁 철회와 노사정위 참가 방침을 정하고 6월 10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추인받기로 하고, 6월 10일 대의원대회가 열렸을 때, 4시간여에 걸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고, 민주노총은 이를 거수로 결정하기로 한 점에 대해서만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민주노총은 애초 산별연맹 대표자들의 의견만을 묻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각 단위노조의 대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조직내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조직내 민주주의를 보다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 관행을 지속적으로 정착시켜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의 의사결정형식의 문제점을 짚어두고자 한다. 노자관계에서 그러하듯이, 견해 차이가 팽팽할 때는 쌍방의 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 지금 같은 첨예한 노자대립의 시기에 거수(혹은 기립)방식의 투표를 통하여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인 것인지, 그런 사업관행이 어떤 결정에 대하여 차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대응을 조직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노력의 일환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하더라도 그 생각이 물질화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테면, 소수쪽 의견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에는 아직 조합원의 의사를 전적으로 조직하고 있지 못한 경우는 거수(혹은 기립)방식의 의사표명을 요구받을 경우 두 가지밖에는 길이 없을 것이다. 기권 아니면 찬성. 그리고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조체계는 기업별 노조 → 산별․업종별연맹 → 총연맹 체계이므로 기본단위인 기업별 노조의 직접적 상급단체로서의 산별연맹을 거쳐서 민주노총이라는 총연합단체로 모아져 있는 상태이고, 총연맹의 경우는 그 협의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하여 자신의 직접상급단체의 방침이 만일 찬성 쪽으로 정해졌을 때, 기초 단위노조에서는 반대해야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거수방식은 그 반대의사표시를 제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신의 상급단체가 관료화되어 있을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그래서 그 경우에도 찬성 아니면 기권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안이 중대할수록 거수방식에서는 기권하는 것조차도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다른 것도 아닌 생존권의 향방이 걸려있다고 할 수도 있던 절대절명의 순간,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매우 자신없었던 어려운 시점에서, 중대한 결정을 앞에 두고, 수시간에 걸친 격렬한 토의 끝에, 결정은 ‘거수’로 해야만 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하여튼 정세조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었고, 6월 10일 대의원대회에서 2월의 1기 노사정위의 ‘합의문’을 거부했던 민주노총의 대의원들은 압도적 표를 노사정위 참여 ‘찬성’ 쪽에 던졌다(찬 163, 반 28, 기권 32). 민주노총은 이 결정과 함께 “정부가 부당노동행위 및 현안문제에 대해 지난 5일 합의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가시적 조치’와 상관없이, 그리고 민주노총측이 노사정위의 회의석상에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노사정위에 민주노총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노사정위는 굴러가게 되었고, 정부와 자본은 충분히 정치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그 결정은 노동자계급에게 치명적이랄 수 있는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6월 18일 노사정위원회 2차 본회의가 열려 운영원칙을 ‘전원합의제’로 바꾸고, 의안발의를 ‘위원 누구나 할 수 있게 하되 실무위 심의를 거쳐 위원장이 상정한다’고 결정하였다. 구성은 본회의 15명, 실무위 23명(노사공익 각 5, 정부4, 위원장 1, 정당대표3)으로 하고 세 개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그 위원회란, 부당노동행위근절특위, 공공부문 구조조정특위, 금융산업실업대책위이다. 이 중에서 부당노동행위근절특위 같은 경우는, 반드시 현시기에만 국한되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위기’라는 상황 때문에 더욱 치졸하다고 할 정도까지 자행되고 있는 자본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끌어낼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특위 역시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마치 정리해고제를 수용하고 경영참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문제이다. 나아가 노사정위 자체가 그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노사정위에 설치된 위와 같은 위원회들이 이름 그대로 보여주고 있듯이, 정부는 이미 성안되어 있는 구조조정 프로그램, 즉 IMF와 정부가 철저히 공유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방식을 관철시켜 나가는 것을 전제로 하여 공공부문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즉각 착수할 것임을 공표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IMF 이행조건 협상에서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노사정위 2차 본회의가 열린 6월 18일 해태전자, 현대중기산업, 한일합섬 등 55개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여 뒤인 6월 29일 5개 시중은행에 대한 퇴출명령, 이어 7월 3일에는 11개 기관과 그 출자회사 21개에 대한 민영화계획이 확정․발표되었다.

정부의 구조조정계획에는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관련된 내용은 한 줄도 들어있지 않다. 애시당초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문제삼고 있으므로 ‘비효율’ ‘방만한 경영’ ‘무분별한 사업확대’ ‘주인의식 결여’ 등등 오히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인원정리’를 기정사실화시키는 구도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사정위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교섭 혹은 협상의 여지가 이미 닫혀 있었다는 점, 그리고 협상과 교섭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제한된 범위에 국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약 17만여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은 ‘나라를 위해’ 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희생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되었다.2)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금융산업의 경우, 계속적으로 흡수합병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예고되어 있으며,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7월 중순까지 확정 계획으로 있는 2차 민영화 대상 31개 및 경영혁신 대상 공기업 13개 기관과 24개 출자회사 등등 ‘구조조정 목록’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요구의 적실성과 정책방향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요구 항목에서 민주노총은 △ 주40시간 법정 노동시간제 실시 △ 특정 산업의 경우 주 35시간~38시간의 산업별 협약으로 현수준의 고용유지 △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와 산업별 고용안정 협약(공공부문 포함) △ 기업의 인수합병시 고용․단협․노조 승계 보장 △ 임금의 동결․체불․삭감 없는 생활임금 보장 △ 정리해고시 노조가 인정하는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생계비 보장 등을 두고 있다.

여기서 먼저, 5대 요구안 전체 내용을 살펴보자. 요구내용들이 각기 중요하고도 여러 측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일괄하여 범주를 구분하기는 어렵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민주노총이 제출하고 있는 요구안 항목들은 내용성으로 보아 범주별로 약간 조정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표2> 민주노총 5대 요구안과 범주별 구성

5대 요구안

        1.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제 철폐 및 부당노동행위 근절

1)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법 철폐

2) 단협개악 금지, 일방적인 단협해지 금지

3)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처벌

4) 해고자 원직복직 실시

5) 구속노동자 석방 및 사면복권

        2.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1) 주40시간 법정근로시간제 실시

2) 특정산업 주35시간~38시간 산업별 협약으로 현수준 고용유지

3) ①일방적 구조조정 반대와 ②산업별 고용안정협약 체결(공공부문 포함)

4) 기업 인수?합병시 고용?단협?노조 승계 보장

5) 임금 동결?체불?삭감 없는 생활임금 보장

6) 노사합의 정리해고시 노조가 인정하는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생계비 지급

3. 고용?실업 대책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1)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급여 지급

2) ①고용세 도입, 군비축소, 재벌총수 및 정치권 부정축재자 재산환수등을 통한

  ②실업기금 최소 20조원 이상 조성

3) 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보장

4) 교육비, 의료비, 주택자금, 세제개혁 등 사회보장제도 확충

5) 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공공시설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4.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해체, 노동자 경영참가, 노동3권 보장

1) 부정부패방지법 강화

2) 재벌총수 퇴진과 재벌2세 세습금지

3) 경영참가법 제정

4) 교사?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5. 불평등한 IMF 이행조건 재협상

1)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법 등 노동시장 유연화요구 철회

2) 고금리, 경제성장률, BIS기준율적용, 사회복지기금 축소 등 초긴축 재정?통화정책 철회

3) 국제투기자본 규제 및 외국자본유치시 특혜 철회

4) 외국자본의 기업 인수합병시 고용?단협?노조 승계 보장

?

범 주 별   구 성

고용안정?생존권 보장

1 - 1) 2) 3)/ 2 - 1) 2) 3)② 4) 5)/ 5 - 1) 4)

실업자 대책

2 - 6)/ 3 - 1) 2)② 5)

노동기본권 보장

1 - 4) 5)/ 3 - 3)/ 4 - 4)

사회구조 개혁

2 - 3)①/ 3 - 2)① 4)/ 4 - 1) 2) 3)

IMF 재협상

5

   * 주 : 표의 원문자번호는 필자에 의한 것임

   * 자료 : 민주노총


따라서 여기서는 고용안정․생존권 보장, 실업자 대책,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구조의 개혁, IMF 재협상 등으로 재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게 볼 때 첫째로,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에는 정리해고제 및 파견노동제(근로자파견법) 철폐와 법정 노동시간 단축 및 생활임금의 보장을 중심으로, 자본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및 내외자본에 의한 인수합병시 고용․단협․노조 승계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둘째로, 실업자에 대한 대책과 관련하여 이미 발생한 실업자와 앞으로 발생될 실업자의 생존권 보장 문제이다. 실업기금 20조원 이상 조성,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는 실업급여 보장, 사회간접자본투자 및 공공시설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여기에 들어간다.

셋째로, 노동기본권 보장에는 해고․구속 노동자의 원직복직 석방사면, 교사․공무원의 단결권과 함께 초기업단위 노조를 인정하여 실업자의 운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해당된다.

넷째로, 사회구조의 개혁문제이다.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부분을 이 범주에 넣은 이유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과 정책이 기본적으로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 전반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번째로, IMF이행조건 재협상 문제인데, 특히 긴축정책 기조의 폐기와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며, 노동시장 관련 요구들은 내국자본이건 외국자본이건 상관없이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문제를 중심으로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의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법정노동시간의 단축과 ‘현수준’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임금삭감을 반대하고 생활임금과 기업의 인수합병시 고용․단협․노조승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국적인 노동자의 조직, 그리고 나아가 노동자․민중과 함께 하는 노동자계급의 조직이라는 점에 비추어 정당하고도 또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특히,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경제위기를 기화로 고용 및 실업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가 빠른 속도로 가해짐으로써 자본간 경쟁에서 자연도태되는 자본 이외에도 구조조정에 의하여 퇴출 당하는 자본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노동자와 민중은 생존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의 고용안정 요구를 자본의 ‘노동시장 안정’으로 대체시켜 바라보면서 오히려 고용불안정과 실업사태를 악화시키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급증하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은 ‘사회불안 요소’로 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후조치적 성격을 갖는 실직자 대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 단축 및 생활임금 보장과 관련한 요구는 현실에서 대단히 소극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실직 및 임금삭감 등을 포함한 생존권 침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생존권의 보장인데, 그 내용은 바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업위협․고용불안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것이다. 현시기의 고용불안과 생존권 침탈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는 말할 필요도 없이 법정노동시간의 획기적인 단축과 생활임금의 보장이다.

첫째, 민주노총의 요구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현시기에 노동자계급이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실업문제의 해결에 있다. 그런데 노동시간 단축요구가 임금보장 요구와 분리되어 제기되는 경우 고용불안 및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의 생산력 수준에서 그리고 사회의 ‘표준적인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수준(‘생활임금’)을 전제하고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요컨대 노동시간단축 요구는 생활임금 보장 요구와 결합되지 못할 때 고용불안정 및 실업문제 해결에서 적실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법정노동시간의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을 동시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올바르다.

그런데, 법정노동시간의 단축이 실질적으로 현실의 노동시간을 단축시켜내고 고용창출의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법정노동시간만의 노동으로도 그 사회의 표준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임금이 보장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점은 지난 89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법정노동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 노동시간은 여전히 48시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자본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는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휴일노동과 잔업을 용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시기의 고용․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잔업철폐 개념을 갖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민주노총은 ‘특정 산업의 경우 주 35시간~38시간의 산업별 협약으로 현수준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요구안 해설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과 함께 산업별, 기업별 노동시간 단축 협약을 통해 실근로시간의 단축을 뒷받침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이를 위한 대규모 건설공사 추진 등과 같은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하며, 특히 더이상 실업을 늘리지 않고 현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에도 고용유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기업별 특성에 따른 산업별 협약을 통해 실근로시간 단축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3)

민주노총의 이 해설에서는 산별 및 기업별 ‘특징’을 지적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있기 위해서는 ‘협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법정노동시간의 단축만으로는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산업별 협약이라는 것 역시 실질 노동시간의 단축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산업별 협약을 강조함으로써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갖는 의의를 간과하게 될 소지도 있으며, 법정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지극히 제도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으로 사고할 가능성이 있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의 의의는 우선 특정 산업이나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전체 노동자의 기준 노동시간이 일괄적으로 단축된다는 데 있다. 민주노총이 산업별 ‘협약’을 강조한 것은 실질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법정노동시간의 단축에도 불구하고 실질노동시간이 줄지 않았던 것은 생활임금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산업별 협약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실질노동시간은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산업별 노동시간단축 협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본측의 수요조건에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구속력을 갖기 어려우며 언제든지 개악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시간 단축문제에서 핵심적인 것은 임금수준의 문제이다. 또한 이 때문에 자본측은 임금삭감이 전제되어야만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4) 그러므로, 노동시간의 단축은 법정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과 잔업금지 조치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임금삭감이 있어서는 안된다. 만일 임금삭감과 잔업시간 유지를 인정하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면 그 적실성은 거의 확보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은 산업별 협약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법정노동시간 단축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고, 정규직/비정규직, 조직/미조직, 기업규모별, 성별, 산업별 차별없이 일괄하여 단축된 노동시간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긴요할 것이다.

셋째, 민주노총의 요구에는 ‘현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정부의 구조조정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계급 전체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서 우리가 ‘현수준’이라고 할 때는, 생산가동률이 79.9% 수준에 있던 97년 시점에서의 고용총량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 자연도태(자본간 경쟁 기타 여러 요인들에 의한 기업도산 등)되는 기업 이외에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퇴출 혹은 민영화, 인수합병 등의 진행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의 노동자 방출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볼 때, 전체 노동자[현재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 + 실업자 + 실망실업자 + 신규진입자]가 97년 그 시점에서의 전산업 총 노동시간을 공유한다고 할 때 대략적으로 추출되는 1인당 평균 주당노동시간은 38.93시간5)이므로, 민주노총이 주당 40시간제 법정노동시간을 제출한 것은 대체로 현실성을 가진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전산업 평균이므로, 대략 평균적으로 각 산업별로는 현재의 실질노동시간(평균 약 48시간)에서 9시간 가량 단축하는 요구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그런데, 위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이라는 요구는 ‘노동시간 단축시 단축시간분 만큼의 임금을 삭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본측의 논리와는 정면 대치되며, 오히려 임금수준의 인상을 내포하는 요구이다. 따라서 또한 이 요구가 적실성을 갖기 위해서는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오히려 노동자계급에게 더욱더 긴요한 요구라는 점을 스스로 납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실에서 임금은 오히려 깎여나가고 있으며, 98년도에는 임금인상투쟁이 거의 사라져 있는 상태이다. 삭감 당하지만 않으면, 혹은 해고 당하지만 않는 것도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널리 형성되어 있다. 자본의 서슬퍼런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자본이 튼튼하다고 여겨졌던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는 상황에서 각 사업장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불가능하게 된 이유는 자본이 자신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덮어씌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경제위기의 본질이라는 것이 결국은 자본의 위기, 자본이 이윤을 실현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 나아가 그 위기를 불러온 것은 자본 자신의 문제(자본의 과잉축적의 경향)라는 점이다. 자본은 자신들로부터 발생된 이러한 자신들의 위기를 노동자로 하여금 벌충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자본․정부측이 요구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것은 실업자와 반실업자(불안정고용층)가 넘실대고 자본이 원하는 때 싼값으로 고용할 수 있는 무력한 개인들, 즉 상대적 과잉인구를 충분히 확보하고자 하는 것 이상이 아니며, 노동자에게 그것은 고용불안정과 실업에의 항상적 노출을 의미할 뿐이다. 이와 같은 자본의 요구대로 노동자계급이 그대로 따라갈 때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가 말하는 대로 경제가 회복되어 언젠가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인가 어떤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특히 자본의 세계화(globalization)에 의하여 세계자본주의의 상호의존성과 불안정성이 동시에 증대되어 한 나라의 경제정책이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좌우할 정책선택의 폭은 대단히 협소해져 있는 상황이다.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임금을 반납하고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을 스스로 삭감한다고 해도 그 귀결이 반드시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불확실한 자본의 미래를 위하여 노동자들이 생존을 포기할 이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가 확고하게 자신의 처지에서 출발하여 생존권 보장 요구를 분명히 하고 확보해 나가는 것은 현시기의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와 민중의 위기로 전화되어 더 큰 불행(세계대공황 같은)이 초래되는 것을 막아내고 미래를 열어가는 길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고용안정과 생존권 보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의 구조조정의 궤도가 수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라고 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는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즉, 정부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인정한 상태에서 다만 협상을 통해 그 시기나 범위를 조금 조정하자는 차원을 넘어서서 경제위기 극복의 노동자적인 방식을 제시하는 차원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앞에서 다룬 노동시간단축과 생활임금보장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위기극복 프로그램의 일환이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이를테면, 고용 및 실업대책에 충당할 사회적 기금을 조성하여 노동자와 민중의 생활을 보장하고 독점자본의 사회화와 불로소득에 대한 누진적 징세 등을 통한 사회구조의 개혁 조치들이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대체할 수 있도록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실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제기하고 있는 ‘고용세’ 및 ‘재벌총수 및 정치권 부정축재자 재산환수’ ‘세제 개혁’ 등은 대단히 중요한 요구일 수 있다. 이는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 보호를 근본에 둔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노/정/연


1) IMF는 초국적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위한 첨병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IMF의 본질과 성격 및 IMF 이행조건 협상과정에서의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ꡔ경제위기와 고용․실업ꡕ,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정책연구팀, 도서출판 현장에서 미래를, 1998, 27~36쪽 참조.


2) “…… 문제는 정부가 퇴출기업을 발표할 때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에 따라 기업들은 노동자를 살리기보다는 마구잡이로 해고할 것이다. 단체협약도 있고 노동법도 있지만 이런 것은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 …… 사실 퇴출되는 부실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일을 덜 하거나 임금이 높거나 인력이 많아서 부실해진 것이 아니라 경영주들이 경영을 잘못해서 부실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주의 사재를 환수하여 고용대책과 실업대책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고통분담책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도 경영주들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만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 전국병원노조연맹, ‘병원노련 통신’, 제113호, 1998. 6. 22, 4쪽.


3) 민주노총, “민주노총 대정부 5대 요구안 정책해설”, 1998. 6. 10. 14쪽.


4) 노동시간 단축과 생활임금 보장의 이론과 실재에 대해서는,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정책연구팀, 앞의 책, 148~185쪽 참조.


5)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정책연구팀, 앞의 책, 174쪽.


1998-07-05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5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