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꿈
백 기 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자문위원)
마침 출출하던 참에
이게 웬 떡이냐.
난생처음, 돌담 옆에 바시시 떨고 있는
천원 한 장을 주워들고 나는 울부짖었다.
나에게도 운이라는 것이 있긴 있구나
이렇게 소리치며
그냥 개장 집으로 달려갔더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살찐 야생마의 궁뎅이
사뭇 그것처럼 기름이 번지르한 아낙의 무레질이다.
이것 봐요,
그 것 갖고는 개장은커녕 개장
국물도 없다는 바람에
허겁지겁 혹시나 해서 그 자리에 다시 갔더니
누리끼리한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
바로 그 돌담길 찬바람에 또다시
바시시 떨고 있질 않느냔 말이다.
그러니 어찌 내 운을 탄복하지 않았겠어?
나는 얼핏 주워들며 소리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 어느 씨부랄놈이
운이란 게 없다고 했더냐.
보란 말이다. 나에게도 한번쯤
행운이라는 게 있지 않느냔 말이다 행운.
우라질 놈의 행운을 주접 떨며
이참엔 설농탕집 대문을 아예
두 손은 내버려두고
그것도 왼쪽 어깨로다 왁짝 밀쳤더니만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아가 그 개장집 아낙의 시누이 같은 아낙이
떡하니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그것을 까고 골빠진 삼태기처럼
수채구멍에 뒤엎으며 하는 말이다.
이봐요, 설농탕이라고 우습게 보는 거요?
단돈 천원짜리 행운 정도라고 하면
내리 세번은 더 있어야 한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싸구려 칼국수 집엘 갔더니
아, 이건 또 무슨 놈의 비운일까.
그 이천원에다가 천오백원을 더 보태야 한다는 바람에
나는 그만 빈 쌀자루처럼
기가 퍽 꺾이며 누더기처럼 어깨가 축 늘어지는데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가분재기 쌩 -
무지무지 매서운 찬 바람이
내 귓싸대기를 갈기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이때 나는 얼음판에 나자빠진 누렁소처럼
뉘시깔에 정신이 얼얼해 쳐다보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하얗게 눈 덮인 산마루 그 꼬지 꼭대기
그 산마루를 향해
수천 수만장의 천원짜리들이
마치 돌개바람에 가랑잎처럼
아니 오뉴월 제비떼처럼 쌩 쌩
날아가질 않느냔 말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그것을 주우러 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라.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내 염통을 치며
두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자신감을 뭉개 가래처럼 내뱉었다.
나에게 주어진 최초의 운이다 운, 그러니
그까짓거 개장뿐이겠는가.
천하를 거머쥘
내 한살매(인생)의 일대 운이 아니고 그 무엇이랴.
다지며 나는 그 얼음산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올라가다가 미끄러지면 손톱이 빠지고
다시 오르다가 또 미끄러지면
발톱이 빠지거나 말거나
나는 기어코 올라
또 한 장을 잡아서 챙기고
또 잡아선 또 챙겨 아뿔싸 이따만한 돈덩이가 됐는데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글쎄 그 천길 낭떠러지에서
내 바지 가랭이를 잡아당기며
하는 수작이 있질 않느냔 말이다.
여보시오,
거 점잖은 처지에 뭘 그러슈.
나나 주슈 - 라면이나 한 그릇 사 먹게.
이러질 않느냔 말이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거지새끼다.
쓰다버린 답싸리 빗자루처럼 이 빠진 거지.
어쨌거나 나는 소릴 질렀다.
야, 임마
돈 말이야?
글쎄 돈은 준다니깐,
바지는 놓아야지 내 바지.
이 때다.
내 밑천가지 나오려고 해
얼핏 바지를 움켜쥐려다가
그만 와장창 천길 낭떠러지로 - 쑝 -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다.
나는 그날 새벽, 아직은 캄캄한 새벽
식은 땀에 흠뻑 젖은 내 몰골이 부끄러워
공연히 아프다는 핑계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하루종일 바깥에 아니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