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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출범에 부쳐

현장에서 미래를  제3호
김진균

권 두 언




민주노총 출범에 부쳐
- 민주노동운동의 조직적 과제 -


김 진 균 (지식인 연대 대표,
서울대 교수, 자문위원)


중앙지도력의 구축과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
민주노총 건설이 현재 노동운동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라면, 건설해 가는 과정에서 굳건히 세워야 할 조직적 과제가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국적 차원의 안목과 능력을 갖추어야 할 활동가 및 노동운동 지도력을 중앙에 배치하여 뒷받침해 주는 구조적 기반이다. 말하자면 민주노총이나 산별연맹의 구성이 “민주집중제”를 표방한다면, ‘집중’의 일을 관장할 일꾼을 만들어내고, 배치하고, 받쳐주는 조직과 그 역량이 시급하게 구축되도록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80년대 후반부터 대중적인 노동운동이 고양된 것에 비하면 노동자의 노조조직율 및 참가비율은 극히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운동 진영은 노조에 참가하지 않은 각양각색의 노동자계급의 전체 이익과 정치적 요구를 대변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 점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일부 대기업 노동자, 수 많은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기업 노동자, 공공부문 노동자, 하청기업 노동자, 지역에 산재해 있는 비정규고용·임시 노동자, 그리고 사무직·판매직·서비스직 노동자 등 업종별·산업별, 지역별 어떤 차원으로 둘러 보아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또는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 이러한 미가입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까지도 노동운동에 반영하고 일구어 내어야 하는 사명이 민주노동운동 진영에 부과되어 있다.
민주노조운동, 사회전체 민주화에 기여해야
또한 민주노동운동은 단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요구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기본적 권리를 신장하는데 이바지 하고, 이끌어 내어야만 노동운동이 사회전체의 민주화에 진취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타 사회운동과 실질적으로 연대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러한 연대활동은 노동운동 내부의 지도력, 이해와 협조의 활동과는 다른 차원의 활동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삶 전체와 연계된 부분·요소·조건에 의해 제한받기도 하고 또는 에너지를 공급받기도 한다. 사회적 연계 맥락을 이해하는 일은 노동운동이 다른 사회운동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연대하는데서 실제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연대활동은 다양한 노동자계급 구성 부분을 통합해 나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연대활동이 전개될 부분은 사회 생활의 총체적 국면에 해당되는 곳으로, 오히려 자본이 국가기구, 교육, 대중방송, 종교, 가족의 여러 영역과 메카니즘을 통해 밤낮 없이, 남녀노소 구별 없이 장악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노동운동측에서 보면 헤게모니를 구축해 나가기 어려운 곳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해 조직적 역량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대공장 노동운동의 임무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은 특별히 공단을 조성해서 추진해 왔기 때문에 대단위 공단지역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87년 노동자대투쟁도 대단위 공단지역의 노동자들이 각성해 나옴으로써 가능했다. 그러한 운동과정에서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공장 노동자의 눈부신 활동과 파업투쟁을 볼 수 있었고 거기서 위대한 노동운동가들이 배출되었다. 또한 그 만큼 집중적으로 지배권력으로부터 희생을 강요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단위 공단의 대공장 노동운동의 전개에 대해 전국적 노동운동 차원에서 두 가지만 지적해 검토하는 것이 민주노총 건설에 유익하리라고 본다.
첫째, 대단위 공단의 대공장 노동운동이 특히 파업투쟁을 할 경우, 그것이 전체 노동운동을 고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의 여러 민주노동조합 내지 노동자들이 아낌없이 연대해 주었는데 비하여, 다른 지역 특히 중소기업의 노동자들과 비정규노동자(또는 일용노동자)들이 힘겹게 운동을 전개할 때 대공장 노동운동이 그 만큼 연대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나 노동운동 내 위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운동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위 공단의 대공장 노동운동의 운동 경험과 그 역량이 전국 수준의 조직운동을 창출하고, 이끌고, 뒷받침하는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민주노동운동은 어느 수준이나 고되고, 어렵고, 인원이나 재정에서 어느 하나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 전국단위의 노동운동 조직을 유심히 살펴보면, 현장운동 조직역량의 충원과 배치 그리고 그 역량에 대한 재정적 뒷받침과 중앙조직의 활성화에 유효하게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중앙조직에서는 전국을 관장하는 운동지도자 및 실무역량의 수가 적고 그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확실하지 못해서 중앙조직 활동 자체가 부실해지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예컨대 임투를 전국적으로 조직하려 해도 기획하는 일, 관리하는 일, 조직하는 일들이 실질적으로 ‘허’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앙조직에서 전국차원의 일을 맡은 사람이 지역의 자기 ‘둥지’일에만 전념한다면, 그것도 일을 태만히 하는 빈틈을 만들어 낼 뿐이다.

민주노총 건설에 역량을 집중해야.
민주노총 출범은 우리 운동사에서 기념비적인 획을 그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실하게 만들 수는 없다. 처음부터 허한 체질을 탄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잉태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할 것이다. 각 지역, 각 단위노조 및 연맹에서 민주노총 중앙조직에 사람을 보내서, 전국적 지도자와 실무요원을 키워내고, 그들에게 활동비와 생계비를 담보해 주고, 그렇게 해서 이념을 발전시키고,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굳건한 전국조직이 민민운동의 중심에서 헤게모니를 갖게 하고, 외국인노동자와의 관계를 보다 승화된 민주적 원칙에서 개발하게 하여, 앞으로 전개될 남북관계에서 노동자가 진보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민족사회 건설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노/정/연

1995-09-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