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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전쟁의 겉과 속

현장에서 미래를  제44호
박우정


이 글은 지난 5월 13일『한겨레』신문「아침햇발」에 실린 박우정 논설위원의 글을 전문게제한 것이다. 코소보사태에 대해 제도언론에서 작성된 보기드문 글이다.




박 우 정
논설위원

자료
유고전쟁의 겉과 속







미국주도 나토와 유고의 전쟁만큼 위선과 억지논리로 치장한 경우도 드물 듯싶다. 미국과 나토가 지난 3월 24일 유고를 공습하면서 내세운 개전 이유부터 석연찮다. 미국과 나토는 유고의 밀로셰비치가 랑부예 협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공습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랑부예 협정안은 주권국가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대외적으로는 협정안이 코소보에 자치를 허용하고, 이의 이행을 위해 코소보에 2만8000명의 나토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정안 부속문서 ‘다국적 평화군의 지위’에 규정된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나토 요원들은 코소보뿐만 아니라 유고연방 전영토와 영해․영공 등을 차량․선박․항공기와 함께 자유롭고 제한 없이 공짜로 지나다니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지원․훈련․작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역과 시설의 사용권도 포함된다. 나토 요원들은 또 유고연방 안에서 저지르는 모든 형사․민사․행정상의 범죄나 군기위반에 대해서 유고 사법부의 재판을 받지 않는 면책특권을 누릴 수 있게 했다.

평화협정안은 항복문서
이쯤 되면 명색만 평화협정안이지 유고의 주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항복문서나 다름없다. 평화유지군은 사실상 점령군으로 둔갑하고 있다. 나토는 이 협정안을 최후통첩 형식으로 밀로셰비치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가 서명을 거부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습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기에 랑부예 평화협정안의 목표는 코소보 분쟁의 정치적 해결이 아니라, 유고와의 전쟁 구실을 찾으려는 것이었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유고에 대한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다른 명분으로 알바니아계의 민족청소 방지를 들고 있다. 하지만 ‘민족청소’라는 표현은 실상을 상당히 왜곡하고 있다. 밀로셰비치의 군대와 민병대들이 알바니아계를 학살하고 인권을 유린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고, 규탄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밀로셰비치의 일방적인 책임인가 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좀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공습 이전이나 이후에 코소보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인권유린은 기본적으로 코소보 해방군과 유고 정부군 또는 준군사조직 사이의 전투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소보 해방군은 바로 미국이 무장하고 육성한 민병대이다.) 99년 5월 12일에 입력된 컴퓨터통신판(온라인판)에는 있으나, 다음날 발행의 인쇄된 신문에서는 삭제된 부분이다. ꡔ한겨레ꡕ 내부에 일종의 ‘자율적인 검열’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ꠏꠏ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편집기획실.
미국은 이 코소보 해방군으로 하여금 코소보의 민족분규를 악화시켜 나토의 개입을 유도하도록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쟁이 벌어진 뒤엔 나토 공습을 지원하는 지상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코소보 해방군과 유고군은 학살과 보복학살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서방언론들은 코소보 해방군이 자행하는 학살행위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나토의 공습이 코소보의 대량난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인도주의적인 행동’이라는 주장도 기만적인 자기미화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코소보에서 빠져 나온 난민이 약 70만, 국내에서 떠도는 난민은 약 60만으로 추산된다. 나토와 서방언론들은 이들 난민들이 유고군의 의도적인 민족청소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토의 장기간에 걸친 무차별 공습이 대다수 알바니아계를 난민대열에 몰아넣었다는 견해가 더욱 실상에 가깝다. 코소보의 대량난민과 그로 인한 발칸반도의 불안을 막기 위해서도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미국과 나토의 공습명분은 어쨌든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미국은 이제 이 난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기 위해 나토 주도의 국제군을 받아들이라며 유고를 압박하고 있다.


난민 양산하는 ‘인도주의’

이런저런 명분으로 나토가 지금까지 유고 전역에 떨어뜨린 미사일과 폭탄은 1만5000발, 총 파괴력은 미국이 2차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폭과 맞먹는다. 그 결과 유고는 지금 중세시대로 되돌아갔다는 개탄이 들려오고 있다. 유고는, “미국은 보안관, 나토는 그 부관”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 확립의 시험대로 징발되었으며, 이 때문에 그 나라의 힘없고 가난한 민초들만 어육이 되고 있는 판이다. 한/노/정/연

1999-06-01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6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