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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T에서 WTO로

현장에서 미래를  제4호
김성구

기획 2

자본이냐 노동이냐(3)


자본간 경쟁이 국경을 넘어 격화되면서, 국내 독점자본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총자본의 공세가 거세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의 신경영전략 등으로 드러나는 자본합리화 공세는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과 ‘자본 축적의 효율성’ 그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을 새롭게 재편하려 하고 있다. 자본의 이러한 공세 앞에서 노동자는 ‘자본 축적의 논리에 전면적으로 순응하느냐’, 아니면 ‘미래 사회의 새로운 삶의 대안’을 찾아 투쟁하느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해 있다. 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단지 생산현장에만 국한되어지지 않고, 노동자를 둘러 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적․제도적 측면만이 아니라 가치관․문화․습관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세계만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이 양자택일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자본이냐 노동이냐’.
이 기획은 생산현장에서의 노․자간 대립을 둘러 싼 쟁점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둘러 싼 모든 영역에서 자본관계에 의해 은폐된 현실을 드러내 보이고, 노동자의 눈으로 세계와 미래를 재구성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세번째 내용으로 ‘WTO 체제의 출범 배경과 내용 그리고 WTO체제 시대의 노동운동의 대응 방향’에 대해 다루었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입각한 김성구 교수의 글은 이론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WTO체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심화시키고 노동운동의 방향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획 2

자본이냐 노동이냐(3)


GATT에서 WTO로



GATT에서 WTO로
­ 국제화의 경향과 모순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대안 -


김 성 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1
요즈음 우리나라 전체를 몰아가고 있는 세계화와 개방화의 구호들은 올해부터 출범하는 WTO체제와 함께 국민경제의 각 부문에서 피부로 와 닿을 것 같다. 그러나 국제 경제에서 우리가 접하는 현상들, 그것을 파악하는 개념들은 사실 일상적인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되지 않아 낯설게만 느껴지곤 한다. 그것보다는 모순적이고 혼란스럽게만 다가선다. WTO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WTO의 출범에 따라 자유무역이 증진되고 한국 기업의 새로운 기회라고 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선진국의 규제, 보호무역이 강화된다고 하고 EU(유럽연합) 등 지역 통합과 블록화는 강화된다, 세계화를 위해서 국가경쟁력을 강화되어야 한다는 등등 … . 그런데 모순된 현상, 모순된 인식 자체는 현실의 경향 자체에서 발전되고 규정되면 그 궁극적인 모순은 자본의 개념 자체에 내포되어 있다. 현실의 모순적인 경향들은 자본의 모순이 구체적으로 전개된 것이고 구체적인 모순들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 단계에 의해 규정된다.

자본주의 현실의 역사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모순성의 추상적 전개(즉 발전법칙성, ‘자본’의 법칙들)에 근거하여 직접 현실을 설명하려는 교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추상적 법칙들은 자본주의의 구체적인 발전 역사(단계)를 매개로 하여 통일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러한 한에서만 현실의 풍부한 구체성(모순성)이 파악될 수 있다. WTO하에서 발전되는 현실의 모순들을 추상적으로 말하면 자본의 개념, 그 개념의 내적 전개와 구성(그 이론 체계가 다름 아닌 ‘자본’ 또는 나아가 정치경제학 비판 체계이다)에서 표현되어 있다.
자본의 국제화는 자본의 가치증식에 내재화되어 있는 경향이며 자본은 국민경제의 경계를 넘어선다. ‘자본’의 수준에서 보다 구체화한다면 그것은 축적 법칙, 재생산의 법칙,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법칙을 매개로 하여 세계 수준에서의 가치 증식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세계시장은 그 형성에서부터 그리고 그 발전에서도 국민국가로 조직되는 국민 자본들로 분열되어 있고 세계 시장을 총괄하는 단일한 세계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의 세계화라는 초국적 경향은 모순되게도 국민 자본을 토대로 하여 세계 시장에서 국민 자본들간 경쟁이라는 형태에서만 관철된다. 국민 자본들의 경쟁은 국가를 매개로 함으로써 단지 자유 경쟁(자유 무역)만이 아니라 자유 경쟁의 제한(보호 무역)을 통해서도 진행된다.
그런데 이러한 추상적 법칙들과 관련되어 이제 우리는 WTO하에서의 현실의 모순들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자본의 구체적 역사(발전단계) 분석에 의해 매개되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독점 자본주의로의 발전, 독점 자본주의의 국가 독점 자본주의로의 성장전화라는 20세기 자본주의 역사의 발전단계가 사고되어야 한다.
자본의 국제화는 자본주의의 전체 역사 단계를 관통하지만 경쟁 자본주의 단계에서 그것은 산업자본의 세계적인 운동이었고 그 주요한 형태는 상품 자본의 형태(자본 순환의 한 형태로서)였는데 반해, 독점 자본주의하에서는 독점 / 금융자본이 그 담지자이며 그 운동의 주요 형태는 자본순환의 한 형태로서가 아니라 자본 분파로서 독립한 화폐자본(대부자본)의 형태였다. 현대 독점 자본주의하에서 그것은 독점 / 금융자본의 생산자본 형태로 상대적인 중점이 이동하였다(이른바 생산의 국제화).
물론 이러한 유형화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품 자본의 형태에 의한 세계시장 운동도, 화폐자본 형태의 운동도 여전히 주요한 형태들이다. 자본은 결국 이들 형태들의 총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 축적의 구체적 역사에 의해 특정한 형태의 상대적 의의가 증대하는 조건들이 주어지게 된다. 독점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민국가들도 이제는 단지 총자본의 국가일 뿐 아니라 총독점 자본의 국가이기도 하다는 이중적인 성격에서 파악된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국민자본들간의 경쟁은 독점적인 국민자본들간의 경쟁으로 발전한다. 나아가 현대 독점자본주의하에서 세계시장은 국가독점적으로 각인된 국민자본들간의 경쟁의 장이 된다. 이러한 경쟁 조건 하에서는 무역의 자유화가 진전되어도 그 하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력에 의한 경쟁이 지배하며 보호무역의 수단들은 이 과정에 통합된다.

세계 시장에서 세계 국가가 부재하다 하더라도 국민국가들로 분열되어 경쟁이 이루어지는 한, 그 조절의 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자본주의하의 조절 기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치 법칙과 과잉생산 공황이며 세계 시장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인 경계를 넘어가는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국민 화폐와 세계 화폐, 그리고 환율의 범주가 발전하며 이러한 범주에 매개되어 가치 법칙이 구체화 된다. 또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생산의 사회화의 국제화와 국민 경제의 모순 때문에 국민 경제의 내에서와 달리 제한적이다. 이렇게 가치 법칙은 세계 시장에서 수정되어 관철된다.
그런데 국민 시장에서 가치법칙이 작동되는 국민적 틀(예를 들면, 국민국가의 권력에 의해 보증되는 각 국민의 화폐제도)이 전제되는 것처럼 세계 시장에서의 조절을 위해서도 외적인 틀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틀은 세계 국가에 의해 보증되지 않는다. 19세기 자본주의 세계시장에서 가치법칙이 작동되는 외적인 틀로써 국제 금본위 제도가 발전하였으며 다른 한편 자유무역제도가 성립되었다.
한편 독점 자본주의로의 이행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의 가치법칙은 독점가격 법칙(독점이윤 법칙)으로서 이중적으로 수정되며 이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국민적으로만 상이한 균질적인 자본들간의 자유 경쟁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완전 경쟁은 이 시기에서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 자본과 노동이동의 제한 등. 그럼에도 그것은 경쟁적 자본들의 운동 조건들이었다) 독점 자본에 의해 그리고 국가 독점적으로 지지되는 국민적 독점 자본들에 의한 독점적인 경쟁에 의해 대체되었다. 이제 자유 경쟁은 지양되었다.
반면 자본의 국제화(나아가 생산의 사회와의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의 자본의 운동은 한편에서 국민적 독점자본들간의 경쟁 격화와 다른 한편에서 세계적 수준에서의 조절의 필연성이라는 모순이 심화하였다.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에서 보면 그것은 양차 세계대전과 보호무역주의 / 블록경제의 심화라는 형태를 거쳐 제 2차 세계대전 종료와 함께 IMF와 GATT체제에서 일정하게 해결된다. 이 2개의 기구는 다름아닌 국민적인 독점자본의 세계시장 운동을 유지시켜 주는 세계 시장의 외적인 틀이며 현대 독점자본주의 하에서 이 틀은 국가 독점적으로 조절되는 국민 국가 기구들의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조절, 협력 체계이다. 그러나 이 체제 또한 자본주의의 특정한 역사 시기에서의 잠정적 해결 형태, 적응 형태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제 2차 대전 종료 이후 국제화의 진전, 국민 국가들간의 불균등 발전의 심화와 구조적 과잉축적의 진전 하에서 새롭게 모순이 발전하고 기존의 조절 기구의 위기에 직면하여 결국 국제 통화제도의 새로운 모색과 GATT의 WTO로의 재편을 가져온다.

2
GATT는 1947년 선진국을 중심으로 23개국이 서명함으로써 발효했는데, 말 그대로 무역과 관세에 관한 국제협정이며 조약 이행을 위한 국제 기관들을 갖는 국제 기구는 아니다. (원래 상급기구로써 국제무역기구 ITO를 구상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주요한 결정들은 GATT총회와 다자간 협상을 통해 이루어 지는데 관세 인하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초국적 수준에서 강제적인 집행과 감독, 분쟁 조정의 능력을 지니지 못하였다. 그것은 처음부터 IMF나 다른 국제 기구들과 달리 처음부터 GATT의 한계를 이루었는데 그 한계들은 1970년대 중반 이래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기하에서 유감없이 드러나게 된다.
GATT는 이념적으로 자유 무역을 통한 세계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내세웠고, 그것을 실현하는 원칙들로써 자유 무역(수량 제한 등 비관세 무역 장벽의 금지, 관세의 점진적 철폐), 최혜국 원칙에 기초한 무차별주의(특정국에 대한 무역 혜택을 전 회원국으로의 자동적 확대), 협상과 분쟁의 다자주의 원칙을 표방하였다. GATT의 관세인하는 UR이전에도 7번에 걸친 다자간 협상을 통해 이루어졌고 그 결과 평균 관세율은 5% 수준으로 낮아졌다. (주요 선진국의 평균 관세율은 이보다도 낮다. 미국 3.4%, EC 2.5%. 반면 1920년대 평균 관세율은 40%에 육박하고 1929~32년 공황시에는 50%가 넘었다)
또한 제 6차 케네디라운드(1964~1967)부터는 반덤핑 협정을 체결하는 등 관세 인하를 넘어서는 비관세 장벽의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GATT는 전후의 자본주의의 대호황의 조건 하에서 세계 무역의 안정적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GATT의 자유 무역주의 원칙들은 말 그대로 원칙이었을 뿐이고 GATT의 규정내에는 이 원칙들을 유보시키는 예외 조항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예외조항들에 대해서 GATT는 국제법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단을 갖지 못했고 단지 권고나 존중의 원칙만을 내세울 뿐이었다. 강제 규정은 단지 관세 인하에만 해당되었다.
GATT의 이러한 한계는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서의 국제 무역의 통합 경향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은 국가독점적으로 조절되는 국민 국가들로 분열되어 있으므로 세계 무역의 국제적 조절은 세계 국가와 같은 초국적 기구에 의해 담당될 수 없고, GATT라는 틀내에 각 국민 국가의 주권이 극히 제한된 수준에서 이양되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 국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자국 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수단들을 GATT로 이관하는데 저항하였다. 이 예외 조항들은 그래서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원칙들과 동등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고 또 원칙을 뒤집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최혜국 원칙을 침해하는 자유 무역지대와 지역 관세 동맹의 허용(제24조), 특정 상품의 수입에 대한 긴급 수입 제한, 이른바 세이프 가드(그 악명높은 제 19조), 그밖에 반덤핑 관세, 보조금, 상계 관세 등등의 규정이 포함되는데 1980년대의 세계 경제위기하에서는 이러한 조항들만이 아니라 GATT를 넘어가는 수출 자율 규제 협정이라든가 시장 질서 유지 협정 등 쌍무 협정에 기초하는 보호주의 수단들을 포함하여 각종의 무역 제한 조처들이 실행되었다. 여기서 GATT의 무력화는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GATT내에서도 밖에서도 선진 독점자본의 헤게모니는 국민 국가들을 매개로 행사될 수 있었고 GATT의 위기가 공공연히 말해지게 된다. GATT-WTO에서 주장되는 자유무역 경향과 선진 자본주의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쌍무적인 보호 무역주의가 자본주의 세계 시장에서 통일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GATT의 위기 하에서 제 8자 다자간 협상, 이른바 우루과이라운드를 진행하게 된다. UR은 1986년 9월 회담이 본격화되어 1993년 12월에 타결되었다. 그리고 국내 비준들을 거쳐 그 최종 의정서의 부속서에 첨부된 WTO 설립 협정에 따라 올해부터 WTO가 출범하였다. WTO는 GATT와 달리 법적 구속력과 분쟁 해결 능력을 갖춘 국제 기구이다. WTO는 이 협정 및 다자간 무역 협정의 이행, 실행을 위한 법적 권력을 부여받고 상소 기관 등의 분쟁 해결기구를 지니고 있다. UR 최종안에는 또 협정 발효 후 5년 이내 86년 9월 대비 33%이상의 관세율 인하(선진 자본주의국, 개도국은 이에 준한다)를 규정하고 있고 교역 자유화의 대상으로 GATT에서 제외되었던 농산물을 포함하여 서비스, 지적 재산권으로 확대하였으며 무역 관련 투자 조처의 무역 제한 장치들을 폐지하였다. 더욱이 이 최종안에는 기존의 긴급 수입제한 조처를 협정 발효 후 4년 이내에 철폐하고 수출 자율 규제, 시장 질서 유지 협정 등 새로운 조처들을 금지하였다. 그 밖에도 반덤핑이라든가 보조금, 상계 관세의 규정을 엄격하게 설정해서 발동 요건을 강화하고 남용을 방지하도록 했다.
이렇게 WTO의 출범과 함께 국제 교역의 자유화 대상이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품 교역을 넘어가는 영역까지를 포괄하여 국제화가 진전되었고 국제 교역을 제한하는 조처들의 엄격한 규제와 강제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GATT는 위기속에서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이 이루어졌다. 이것은 전후 자본주의의 구조 불황의 효과에서 자본주의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국면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획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 또는 신보수주의의 기치하에서 진행된 탈조절 정책으로 국제 경제의 통합 과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그로 인해 구조 공황의 위기, 국민 자본들간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조절의 필연성이 더욱 증대된 데에서 기인한다. WTO로 표현되는 초국적인 조절 권력의 증대는 이 필연성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에서 보는 바와 같은 통합과정과 비교하면 초국적인 권력은 아직도 걸음마의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세계 교역의 조절에 있어 권력의 중심은 여전히 선진국 주요 자본주의국들에 놓여 있으며 WTO의 권력은 국제화의 진전에 조응하는 그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 자본주의 각국은 무역 제한에 대한 규정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민 자본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개입 수단들을 WTO내에서 여전히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 EU - 일본이라는 중심내에서의 경쟁이 WTO라는 초국적 권력을 규정할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의 위기와 주도권 회복을 위한 그 공세, 지역 통합의 강화와 특히 선발 개도국에 대한 압력 증대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환경 문제, 노동 문제, 경쟁 문제 등을 국제 교역과 연계하여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선진 독점 자본들의 경쟁은 가격과 관세, 비과세를 넘어 이들 부분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대 개도국 압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3
WTO체제의 출범이 무역의 자유화를 촉진하고 세계 시장을 일정하게 통합함으로써 세계 자본의 축적 조건을 개선시킬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세계 자본은 단일한 자본이 아니라 독점적인 국민 자본으로 분열되어 있고 무역의 자유화에 의한 세계 시장의 확대는 경쟁적인 균등한 자본이 아니라 독점적인 자본들의 경쟁에 열려져 있다. 그 경쟁에 의해 열위의 자본, 열위의 국민 자본의 몰락을 동반하면서 세계 자본의 축적과 재편이 이루어질 것이다.
GATT나 IMF / IBRD의 추정치에 의거하면 2005년까지 세계 교역은 7,550억 달러, 소득 2,350~2,500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득 증가의 2/3는 선진국에, 1/3은 개도국에 그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개도국 중에서는 특히 동아시아 등의 선발 개도국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WTO에 대한 한국 자본의 입장은 이러한 기대에 근거하고 있다. 지배적으로 재벌들의 이해가 관철되는 한국 자본의 이해는 이미 UR협상에서 국제화와 개방에 대한 적응 전략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신자유주의 또는 신보수주의의 기치 아래 대내적으로 노동자 계급에 대한 억압(현 정세하에서 민노총 발족의 억압, 불법화와 제 3자 개입금지, 임금가이드 정책, 변형근로시간제 및 노동자 파견제 등) 및 경영, 기술의 합리화 정책과 대외적으로 국제화와 개방화의 가속화를 추진하며 이를 통해 대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주도적 경향은 한국의 경쟁우위 산업(철강, 자동차, 석유 화학, 조선, 전자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산업 부문들 또는 비독점 부문의 희생하에서만 관철될 것이고 (개방에 의해 열위의 산업과 자본들의 몰락, 농업 및 금융 등 서비스 부문의 위기) 무엇보다 노동자 계급의 희생(착취 강도의 제고와 고용의 불안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희생의 토대 위에서 국제화 참여의 이익이 한국 자본에 발생한다 하더라도 대차대조표는 낙관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 자본의 재생산 구조의 종속적 지위로 인해 그 이익은 다른 영역에서의 더 큰 손실(무엇보다 경상수지의 위기, 자본 수출입의 불안정 등)에 의해 상쇄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실로 구조적인 위기이다. 올해도 지금까지 8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유발하고 있고 그 적자가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에 의해 메꾸어지고 있다. 근년에 보여지는 초국적인 금융 자본의 투기적인 운동을 고려하면 경상 수지의 지속적 적자는 투기적인 자본운동을 유발시켜 일순간에 한국 경제를 무너뜨릴 것이다. 멕시코의 교훈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면 한국 자본의 적응 전략에 대항하여 노동자 계급에게는 어떠한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 수단은? 한국 노동자 계급의 이해 또는 구체적으로 부문별, 직종별, 계층별 노동자들의 이해로서 존재하며 지배적 자본의 전략에 의해 그 효과가 차별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그로써 노동자 계급의 통일적 대안은 조직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연대의 창출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그 대안이 불안정한 노동 계층의 희생하에 국제화의 이익을 자본과 분점하는 것이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것은 단순히 자본의 착취에 반대하는 원론적인 주장이나 추상적인 노동자 연대라는 명분론 때문이 아니라 그 착취가 구체적으로 진전되는 현대 한국에서의 위기적인 효과 때문에 그렇다. 신자유주의적 국제화 전략이 국제화 시대의 유일한 대안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앞에서 살펴 본 국제화의 발전경향들과 모순들을 토대로 하여 여기서는 노동자 계급의 대응의 일반적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데 머무를 것이다. 전후 세계 경제의 위기하에서 선진 각국이 그 정책 대안으로 추구한 신보수주의의 효과에 의해 국제화의 경향은 더욱 추동되었고 세계 경제의 연계는 초국적 자본의 운동에 의해 더욱 심화되었다. 국제화의 경향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전되어 있으며 노동자 운동의 전략도 이것에 역행하는 방향에서 추구되기 어렵다. 분명히 이것은 노동자 계급에게 전례없는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 운동의 전략이 초국적으로 지향되어야 하고 추상적인 세계 자본과 대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제화의 경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국민 국가들로 분열되어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국민 국가를 매개한다. 국민국가는 국제화의 시대에도 여전히 계급 투쟁과 자본 관계 지양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연대는 이러한 국민적 토대위에서만 국민적 토대를 매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술한 바처럼 WTO 수준에서 표현되는 국제 통합의 수준이 미약하다는 것도 이 수준에서의 국제적인 노동운동의 연대가 어려운 하나의 이유가 된다. WTO는 자유화의 대상이 확대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무역과 관련에서 이해되는 것이고, 이를 넘어 가는 통합이 진전되는 것은 아니다. UR협상에서 노동정책이나 사회정책과 관련하여 토론의 장이 없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WTO 출범과 함께 논의될 예정인 노동라운드(BR)가 그 하나의 장이 될 것이다. WTO수준에서의 노동자연대 문제가 가져 올 복합적인 측면들을 검토하고 개입하려는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자본의 국제화가 강요하는 파괴적인 효과는 1차적으로 국민 국가내에서의 정치적 논쟁을 통해 억제되어야 한다. 문민 정권의 출범 이래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정책은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추구되고 있는데 현단계 노동자 운동은 신자유주의(그것이 표방하는 경제의 민간주도화, 민영화, 합리화 전략)와의 대항 전선을 설정함으로써만 전진할 수 있다.
한국 노동자 계급의 WTO체제에의 개입은 한국 자본의 지배적인 적응 전략과의 투쟁을 통해서 국제화 경향의 효과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데에 있다. 민주노총(준)에서 채택한 사회개혁 투쟁은 현 정세하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 테제로써 위치지워질 수 있어야 하며 그럼으로써만이 그것이 WTO에 노동자 운동이 개입하는 올바른 지점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 테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은 국제화 시대에도 사회적 조절 기구의 확대와 그 민주적 통제에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전화에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 개혁 투쟁은 개량주의가 정착할 계기가 될 것이다. 한/노/정/연

1995-10-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