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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했는가

현장에서 미래를  제46호
전국빈민연합


99년 7월 27일 전국빈민연합 성명서

경찰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했는가




그들은 무엇을 원했는가? 7월 13일부터 최촌 마을을 전경과 용역깡패로 에워싸고 마을길을 차단한 채, 음식물 반입조차 극력 저지하면서 그들은 무엇을 원했는가?
그것은 바로 목마름과 허기진 굶주림을 원했다. 그러나 자신의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최촌마을 30여 세대의 철거민들은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아니 굴복할 수 없었다. 철거민의 싸움 뒤엔 생존의 벼랑 끝, 낭떠러지가 있었다. 이런 참담한 상황 앞에 침묵하지 않은, 도저히 침묵할 수 없었던 청년학우들이 있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고통받고 핍박받는 빈민대중과 노동자와 함께 하고자 잠시 펜대를 놓고 삽과 빗자루를 들었고, 투쟁의 깃발을 들고 그 곳에 달려갔다. 낮에는 노동자와 함께, 밤에는 빈민과 함께 가난한 대중들의 외로운 싸움에 기꺼이 함께 하고자 하였다.

경찰은 우리 청년학우들에게 무엇을 원했는가? 굶주림에, 목마름에 떨고 있는 최촌마을 철거민에게 오갈 수 있는 자유를, 마을길을 터 줄 것을, 용역깡패와 전투경찰의 폭력행사를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평화행진에서 경찰은 무엇을 원했는가?

건설자본과 김대중정권에 고용된 용역깡패와 전투경찰에 맞서 하루 하루를 외롭게 싸워야 했기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불법과 폭력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행진에 참여했던 철거민 대중에게 경찰은 무엇을 원했던가? 그들은 평화 대신에 전쟁을, 행진 대신에 전투를, 말 대신에 몸뚱아리를 원했다.
남양주 경찰서는 폭력과 성추행을 원했다.

7월 24일 12시 ‘구리 인창 지역 강제철거 규탄과 철거민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집회는 최촌마을 철거민을 방문하기 위하여 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평온하였고, 질서 정연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마저 허용하지 않았으며, 도로를 가로막은 채 단지 150여 명에 불과한 행진대중을 향해 400여 명의 전투경찰로 에워싸고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내리찍었다. 흩어지는 행진대중은 졸지에 한 마리 토끼가 될 것을 강요하였고, 경찰은 그렇게 토끼사냥을 즐겼다. 그 와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양주 경찰서장과의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행진의 진행과 그 행진에 대한 경찰의 보장을 위해 노력했던 전빈연 집행위원장 양해동씨는, ‘평화행진의 보장’이란 경찰서장의 약속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 하수인인 용역깡패와 전경들에 의해 쏟아지는 곤봉세례와 방패에 찍힌 채 질질 끌려 가야만 했다.

무릇 시민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거리에서 말할 자유가 있고, 정부는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은 행진을 할 자유가 있고, 정부는 행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국민을 섬겨야 할 의무가 있고, 시민은 주인으로 대접 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는 넘치는 행진에 대하여 오직 법에 호소할 의무가 있으며, 폭력을 행사할 권리는 없다. 그렇다. 주인의 말할 자유를 곤봉으로 재갈 물리는 머슴, 시민의 행진할 자유를 방패로 내리 찍어 누르는 공권력, 대중의 호소를 폭력으로 짓무르는 정부는 이미 공권력이 아니며, 결코 ‘국민의 정부’일 수는 없다. 결단코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경찰은 행동했다. 흩어지는 청년학생과 지칠 대로 지친 철거민을 향해 짐승이 될 것을 강요했다. 경찰은 선량한 대중들을 향해 사냥을 벌였다. 삼삼오오 흩어지는 토끼를 향해 둘러 처진 무려 400여 명의 무장경찰과 용역 깡패들은 자유 대신에 폭력을, 평화 대신에 전쟁을, 그리고 단지 전리품으로 80여 마리의 토끼를 유치장에 가두었을 뿐이다. 그리고 숨을 가쁘게 쉬며 지쳐있는 토끼는 그들의 사냥감이었고, 우리 대중은 그들의 손으로 쓰레기 더미가 되어 대성리, 양평, 미사리, 팔당 등지에 2~3명씩 내동대이 쳐졌다. 그렇게 우리는 짐승이 되었고,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상기하라!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아래서 자행되었던 그 만행을, 자칭 ‘민주투사’임을 자처했던 김대중 자신의 손으로 지금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원했던 폭력의 절정은 바로 성폭력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토끼 사냥만으론 성이 차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는 사냥의 쾌락을 만끽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전투를 치른 뒤 성찬을 즐기듯, 방패와 곤봉세례로 인해 갈비뼈에 부상을 입은 양해동씨의 무려 30여 차례에 걸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녀자의 몸에 탐닉하였다. 부녀자를 끌고 가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성추행을 자행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마지막 쾌락의 절정은 부녀자에 대한 성추행(성희롱이 아니다), 바로 성폭행! 그것이었다.

연행 과정에서부터 이미 온 몸이 구렁이가 휘감은 듯 멍투성이었던 한 여학생(이 모씨, 23세)이 치료를 위해 의사의 검진을 호소하며 조사를 거부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전경 5~6명의 손에 사지가 붙들린채, 허리와 겨드랑이, 머리채 등을 휘어잡은 채 전신을 만지작거리는 성추행을 당하면서 복도와 계단을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이 여러 사람에 의해 목격되었고, 또한 영장도 발부되지 않은 부녀자들을 번갈아 가며 유치장으로 끌고 가 구석으로 몰은 후 발로 차고, 여성의 몸 이곳 저곳을 짓밟아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쌍욕을 해대며 조작된 조서에 강제로 지문을 찍으려고 하였다. 또한 경찰의 만행에 항의하며 조사를 거부하던 13명의 주민은 수갑에 채워진 채, 경찰들에 의해서 온 몸이 짓눌린 채 강제로 지문을 채취 당했다. 그러나 만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7월 25일 2시 청량리 광장에서『박순덕 열사 2주기 추모대회』가 개최되고 있던 중 이와 같은 야만적인 폭력과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만행과 폭력 행위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남양주 경찰서 정문 앞에서 침묵시위를 전개하였다. 그 때 민주변호사회 소속의 변호사가 신청한 피의자 접견을 거부하는 경찰에 대해 노래를 부르며 항의하자, 인근 지역인 미금시와 수원 경찰서 등지에서 파견되어 온 무려 7~8000여 명의 경찰들은 집회 참가자에게 무차별적으로 곤봉세례를 퍼부으며, 야만적인 폭력이 또다시 자행되었다. 당시 집회에 참가하던 350여 명중 2, 30여 명을 제외하고는 깡그리 끌려가 허허벌판에 쓰레기더미가 되어 내동댕이 처졌다. 24일~25일 사이 81명이 경찰서로 연행되어 즉결재판, 불구속 기소, 훈방자를 제외하고 양해동 집행위원장를 비롯하여 3명이 남양주 경찰서에 남아 있는 상태이다.


경찰력은 무장된 폭력 그 자체이었다.

80년대 군사 파쇼정권에서조차 부끄러움을 타며 저질러지던 이 같은 야만이, 미국으로부터 하사 받은 ‘인권상’의 실체요, 소위 ‘국민의 정부’ 자신의 얼굴이다.

지난 수원 권선 4지구의 폭력․강제철거 만행을 사제총 사건으로 확대 과장시켜, 건설자본을 비호하는 정권 자신의 모습을 호도하고, 용역깡패와 한 덩어리가 되어 갈 곳 없는 철거민의 탄압을 정당화하고, 전철연 남경남 의장과 고천만 부의장을 구속시킨데 연이어 전철연 사무실을 강탈하면서 사건을 왜곡 선전해대기 여념이 없다.

또한 지난 7월 10일에는 1급 장애인 노점상을 죽음의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 세워 길거리에 화분보다 가치없는 삶을 마감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공장에서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통해 노동력을 팔 자유조차 박탈당한 채 그나마 길거리에 나와 자리를 깔고 노점을 하는 노점상에 대해서 대대적인 폭력적 탄압과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조차 자신들의 파렴치한 이해를 위해서라면 우리의 생존 자체도 얼마든지 짓뭉개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자신의 생존권을 방어하지 않는다면, 정권은 우리를 국민이 아니라 머슴으로, 노예로, 성폭행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이에 우리 전국 빈민 연합은 사백만 빈민대중의 이름으로 김대중정권에게 요구한다.

더 이상 철거민들에 대한 탄압, 노점상에 대한 폭력단속, 노동자에 대한 해고탄압, 세금과 고리대로 짓누르는 농가부채… 이런 현실에서 우리 빈민대중들은 정말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으며, 현 정권이 오직 재벌과 가진 자들을 위한 특혜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가난한 우리 빈민,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탄압, 탄압만으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어제의 가난한 대중이 될 것을 거부한다.


우리에게 강요하지 말라!

어제의 철거민들이 강요받았듯이, 천 오 백만 노동자와 오 백만 농민, 그리고 사 백만 빈민대중들이 김대중 정권을 향해, 청와대를 향해 달려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를 궁지로 몰지 말라!

우리가 평화행진을 하고, 우리가 거리시위를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그나마 그 투쟁이 없다면 가난한 삶조차 지켜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를 궁지로 몰지 말라!
지난 시절 전두환. 노태우 파쇼정권이 그러하였듯이, 김대중 정권 또한 그런 운명에 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 빈민 대중은 살기 위해서라도 방어하지 않을 수 없으며,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강요하지 말라!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단지 가족의 행복과 이 사회에서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필요할 뿐이다. 우리를 궁지에 몰지 말라!

김대중 정권이여, 더 이상 빈민대중과 노동자, 농민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라!

- 김대중 정권은 남양주경찰서에 구속된
양해동 전빈련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3명을 즉각 석방하라!
- 전철연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남경남 의장, 고천만 부의장을 즉각 석방하라!
- 성추행 만행자를 처벌하고, 남양주 경찰서장 즉각 사퇴하라!
- 노점단속을 중단하고, 노점상을 합법화하라!
- 정리해고 중단하고, 해고자를 원직복직시켜라!
- 철거민탄압 중단하고, 영구임대주택을 보장하라!


1999. 7. 27
전국 빈민 연합 상임의장 양 연 수

1998-08-02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