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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하청노조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는 바로 당신의 과제

현장에서 미래를  제46호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교육선전국













사측의 극악한 탄압으로 출발한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이하 ‘한라하청노조’) 건설 투쟁은 전국의 노동형제들과 운동단체 그리고 학생 동지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적극적인 연대에 힘입어 오늘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폭력과 뺑소니에도 굴하지 않았던 한라중공업 노동조합 동지들의 목숨을 건 헌신적인 연대가 없었다면 한라하청노조는 결성대회조차 치르지 못했을 것이며, 전국 노동형제들의 지지와 지원방문, 연대투쟁이 없었다면 100여 일이 넘는 노숙농성투쟁은 이미 그 힘을 다하고 패배했을 것이다. 동지들의 적극적인 연대에 대한 감사의 말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 투쟁으로, 천만노동형제들과 함께 하는 싸움으로만 보답되어질 것이라 믿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 한라하청노조


하청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작업장에서 똑같은 노동을 하여도 하청노동자들은 극심한 차별을 받아야 한다. “너 내일 나오지마!”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간단히 생존권이 박탈당하는 하청노동자에게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맞선 전국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쩌면 먼 나라의 모습일 수도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낮은 임금을 채우기 위해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잔업과 철야, 특근으로 더욱더 자신의 몸을 축내야만 했으며, 몇 개월씩 임금이 체불되어도 사장에게 밉보이면 안되기에 제대로 따져 묻지도 못했다. 관리자의 말 한마디가 두려워서 억울하고 더러워도 꾹꾹 눌러야만 했기에 현장은 온갖 비인간적인 멸시가 일반화되어 있다. 현장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자는 없으며, ‘신종노예법’에 따른 노예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이에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예로서의 삶이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우리들의 조직을 건설하였다. 한라중공업 내에 존재하는 29개 사내하청업체(결성당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으로 한라하청노조는 결성되었다.

하지만 노동자로서 ‘당연한’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가 한라자본과 업체 사장들에게는 탄압과 납치의 대상이 되었다. 결성과 동시에 한라하청노조 간부 전원은 납치되어 온갖 협박과 회유를 이겨내야 했으며, 현장에서 쫓겨난 한라하청노조 간부의 농성장에는 바람을 막을 천막마저도 용인되지 않았다. 결성보고대회 바로 다음날 노조간부가 소속된 업체 3곳은 한라자본으로부터 계약해지 되었으며, 최근 분회로 조직된 ‘서남환경’도 계약해지 되었다. 지금도 한라자본은 조합원이 단 한명이라도 존재하는 업체는 모두 계약해지함으로써 한라하청노조의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업체가 계약해지 될 것이고 그러면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짤리게 되는 피를 보아야 한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 한라자본과 하청업체의 자본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법적이고 자주적이며 대중적인 노동조합을 용인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말 잘듣고, 군소리 안하고,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감히 뭉쳐서 대들지도 못하게 함으로써 조직화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를 분열시킴으로써 전체 노동자들을 쥐어짤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노동자의 힘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자본이 이러한 손쉬운 방법을 거스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이름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잘라 실업자로 전락시키고, ‘노동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조직되었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마당에 이는 더욱이 용납되지 못하는 것이다.


100여 일이 넘는 한라하청노조의 투쟁


조선업종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한라자본의 무리한 투자와 부패․무능 경영으로 결국 한라중공업은 부도를 맞이하였다. 부도난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의 생활이란 불을 보듯 뻔하다. 호황기 하청노동자의 수가 4천을 육박하던 것이 이제는 1,000여명도 안되게 줄어들었으며 노동강도는 두배 세배로 늘어났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각종 수당의 폐지, 임금의 하락은 노동자를 궁지에 몰아 넣었으며 언제 정리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야만 한다.

한라하청노조가 건설된 지 4개월도 채 안돼서 4개의 업체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리되었고 조합원의 공개는 업체의 철수를 의미한다. 자본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법과 질서도 필요없으며 오직 자본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만약 한라하청노조를 인정하고 요구안을 하나라도 받아 들인다면 전체 자본의 논리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에 총자본은 한라자본을 앞세워 탄압을 하고 이들에 기생하는 행정부와 공권력은 노조파괴에 동참하고 있다.

한라하청노조 간부들은 100여 일이 넘는 노숙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으나 우리의 상대가 단지 일개 자본이 아니며 총자본과 맞서 대항한다는 의미에서 결코 물러 설 수 없음을 각인하였다. 한라중공업 소각장의 한라하청노조 서남환경 분회도 6주 째 함께 투쟁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서남환경분회원의 투쟁은 현재 소각장의 가동을 멈춘 상태이며 온갖 폐기물이 조선소에 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계를 멈추고 악덕업주를 구속한다 할 지라도 한라자본은 노조파괴를 위해서라면 그까짓 폐기물이 쌓이고 하청업주가 구속된다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라중공업이 파산한다면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서남지역 경제도 흔들린다는 미명 아래 온갖 특혜와 뒷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라자본은 경영권을 방어하고 실속을 챙기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려 한다. 이미 한라중공업 노조간부들을 징계해고하고 무력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입안의 가시와도 같은 한라하청노조도 매각과 함께 업체의 완전철수, 조합원을 색출함으로서 조합을 완전히 없애버리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한라하청노조는 초기업단위노조로 한라중공업이 다른 자본으로 매각된다 할지라도 사라지지 않으며, 공장안에 비정규직노동자가 한 사람이라도 존재하는 한 조합은 유지되게 되어 있다. 아직 단협조차 제대로 체결되어 있지 않지만, 한라하청노조는 비정규직노동자의 완전고용과 노동3권보장을 총자본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적 여론화를 통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노동운동의 미래가 달려있다.


구제금융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는 광폭한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라는 단어로 무장한 상태에서 노동자계급 전체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은 무수한 실업자와 반실업/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말과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노동자들과 타협없는 전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전국의 노동자들은 이 시간에도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명예퇴직’, ‘무급휴직’의 이름으로 현장에서 내몰린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공공근로에서 실업노동자로 전락한 상태에서 버거운 생존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무수히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계약직 노동자로, 시간제 노동자로의 전환을 강요받으며 비정규직화하고 있다. 

이렇듯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더 많은 ‘노동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미 오래 전부터 파견근로업종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김대중 정권 역시 경제회생을 위한 철저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많은 운동진영과 ‘현장조직대표자회의’에 소속되어 있는 각 현장조직의 선진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동유연화’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가 선진 노동자들의 당장의 실천적인 과제로 부여되고 있진 않는 듯하다. 자본의 공격이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선진 노동자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즉시, 그것도 대중적으로 조직되어야 할 실천적 과제이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계속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민주노총의 조직률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으며,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조합원 수의 감소까지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노동조합의 관료화, 개량화는 노조운동의 상층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현장조직력의 약화와 산별노조의 건설,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핵심에 비정규직노동자 조직화의 과제가 놓여 있다. 똑같이 일하고 더 적은 월급으로 살아가고 부당한 대우에도 따지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같은 현장의 비정규직노동자를 보면서, 현장의 정규직노동자는 개량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런 현장에서 외치는 “현장조직력 복원”은 꿈속의 구호일 뿐이다. 더구나 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이 함께 진행되지 않는 산별노조건설은 비정규직노동자의 권익과 무관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방식으로 조직되는 산별노조는 지금의 노동운동 조직형태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지 못하는 진보정당은 더욱 더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가지 과제가 중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아도 핵심은 비정규직노동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도높은 노동으로 가장 열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의 문제와 직결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문제는 단순히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함으로써 민주노총의 외형적인 약화를 제어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계급적이고, 전투적으로 세워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며 관건이다.



선진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현재 많은 지역과 부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라하청노조가 그러하고, 두 개의 여성노조가 그러하며 일부지역에서 사무전문직노동자들의 노조, 공공근로 노동자들의 노조와 관공서 계약직 노동자들의 노조가 결성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선진 노동자들이 체득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 10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하기에 스스로 투쟁하고 조직하는 것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성과 이동성, 분산성이 더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의 조직화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여기에 선진 노동자들이 적극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주체가 되어야하는 이유가 있다. 한라하청노조만 보더라도 한라중공업노조의 선진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선진 노동자가 존재하는 활동 공간이 어디이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대기업 노동조합이든, 영세노동조합이든, 지역단체이든,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는 선진노동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노동하고 있다. 동일한 생산라인의 옆 노동자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이기도 하고 동일한 출근문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의 절반이 노동조합 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하청노동자들의 조직화는 하청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듯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구분과 차별이 우리 노동자들이 갈라놓은 것이 아닌 자본이 강요하는 분열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지간에 선진노동자들은 빠른 시일안으로 서로 봉합하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오히려 한 번도 자신을 위한 투쟁에 나서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을 이끌어왔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열어갈 선진 노동자들의 주요한 과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선진적인 부위를 이루고 있는 현장조직들과 선진 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대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고민과 작업에 착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한라하청노조도 굴복하지 않는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대중적인 흐름으로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뿐 아니라 선진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열어가는 당당한 세상의 주인으로 성장함으로써 전국의 노동형제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연대에 보답할 것이다.  

한/노/정/연

1998-08-02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