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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힘(준) 건설의 의미와 전망

현장에서 미래를  제47호
박장근




박 장 근
노동자의 힘(준) 방침작성위원

특/집
노동자의 힘(준) 건설의 의미와 전망








1. 새로운 정치조직, 약칭 새정조로 많이 알려졌던 조직이 이제 노동자의 힘( 준)이라는 명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초기 논의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경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해 주십시오.

지난 8월 8일 노동자의 힘(준) 창립대회를 치렀습니다. 공동대표로 오세철, 상임운영위원으로 양규헌, 조돈희 그리고 집행위원장으로 김상복 동지가 주요 지도부로 선출되었습니다. 1998년 12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진전을 위한 연대(준)’이 ’새로운 정치조직 건설‘을 제안한 이후 근 8개월간의 준비 끝에 준비모임의 형태로 조직을 공개적으로 발족한 것입니다. 정치연대(준)의 제안에 의해 20여명이 새로운 정치조직 건설을 위한 예비모임이 구성되었고 예비모임은 조직계획일반을 협의하는 한편 공동의 실천을 함께 함으로써 인식과 실천상의 통일성을 높여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준비모임 창립까지 중요한 문제이자 힘들었던 것은 다음 두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남한 변혁운동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동지들간에 조직문제를 둘러싼 인식과 의지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주요간부, 노동현장에서 가장 구체적 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동지들, 노동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직업적 노동운동가 그룹들, 그리고 대학교수를 비롯한 주요 연구자 그룹들 등간에 조직문제에 대한 의지를 모으는 과정은 운동환경의 차이, 역사의 차이, 존재의 차이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 물론 이러한 문제는 지금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이지만 준비모임의 창립은 그 성과의 한 표현이지요. 즉 노동자의 힘 준비모임은 남한 변혁운동의 주요영역과 역량간의 합의의 결과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조직 건설 전략의 문제인데 그것은 당면 진보정당 건설운동과 새로운 정치조직 건설 간의 관계문제 이었습니다. 적극적 개입론과 개입 무용론이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전자는 진보정당(추)가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의거한 대중적 공간으로써 활용의 적극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후자는 조직의 독자적 경계를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었지요. 조직건설전략으로서 독자성과 대중성 어느 하나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양 견해의 적극적 의미를 반영한 결정을 함으로써 논쟁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조직의 독자적 건설과 진보정당추진위에 대한 개입전략을 병행한다는 것이지요.


2. 오랫동안 노동운동의 대중적 화두였던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이제 현실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성격, 그 지향성에서의 차이를 떠나 ‘현실화되고 있는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합니다.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중심으로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8월 29일 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했고, 노동자의 힘 준비모임이 발족했으며 이미 청년진보당은 활동중에 있습니다. 각자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올바른 내용과 방법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조직건설의 문제까지 발전해왔음을 실감합니다.
먼저 정치세력화를 조직건설문제로 한정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는 자본과 정권의 이해 실현을 위한 대상에서 스스로 독립하여 남한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96~97년 총파업투쟁이 김영삼 정권의 해체를 유발했고 가속화 시켰듯이 말입니다. 남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매우 급속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확대는 정권과 자본에게 이익의 축소를 뜻하고 노자간의 전선의 확대와 심화를 의미하며 노동자 민중에게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이해와 민주적 권리의 확장을 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본과 정권은 노동운동에 대한 회유와 탄압, 무력화기도를 항상적으로 획책하고 있는 반면 노동자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한 노동운동은 제도적, 조직적으로 대단히 확대되고 전면화, 전국화됐지만 대중운동을 지휘하는 정치적 지도력의 위기를 동반하는 양 측면이 동시에 있습니다. 특히 96~97년 총파업이후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98, 99년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냉소가 팽배하고, 노사정위원회로 인한 투쟁전선의 교란, 노동조합 지도부의 관료적 경향의 확대, 일부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친자본적 정권에 투항 등 위기의 한 단면들입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갖는 오늘의 의미는 이러한 구체적 고민에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조직 건설이 현단계 노동운동의 위기극복의 유력한 방법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노동운동의 계급적 발전을 위한 유력한 수단이자 도구로써 정치조직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자들은, 결국 과거를 반복할 운명에 처할 것이다”
정치세력화를 대리정치로 전락시켜서는 안됩니다. 현실의 노동운동과 노동자투쟁 현장에 있는 정치여야 합니다. 정치조직은 정치투쟁을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을 하는 것으로 분담되어서는 안되지요. 노동자의 정치조직은 노동자계급의 일부분이어야 하며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위한 모든 투쟁의 한복판에 있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정치조직만이 하는 정치란 노동자의 정치가 아니라 아마 자본의 정치에 그 친화성을 갖는 정치일 것입니다. 선거정치를 중심적 정치활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그것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운동의 멀지않은 과거로부터, 세계 노동운동의 많은 사례로부터 배운 교훈입니다.
정치세력화의 방향으로 이른바 제 3의 길에 대한 깊은 숙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진보정당 건설에 관련한 일부 논자들은 영국의 노동당, 프랑수의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 나아가 브라질의 PT당에 이르기까지 제 3의 길을 제창하고 있는 정당들에게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노골적 보수정당의 정치적 보완물로써 역할하고 있으며 나아가 신자유주의 하위 동반자로써 지위를 갖고 있는 제 3의 길에 대한 비판적 극복이 요구됩니다. 만일 민주노동당 준비위원회가 제3의 길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민주노총의 결합여부에 상관없이 노동운동의 계급적 발전과는 소외되고 계급적 토대로부터 분리 될 것입니다.
노동자의 정치가 무엇인가? 노동자 총파업투쟁 그 현장, 투쟁하는 노동자들 속에 노동자 정치가 있다. 이것을 볼 수 없는 자는 아무 편에 서있지 않은 평론가이든지 자본가 일 것입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자의 직접적 실천을 가장 기본적인 원천으로 하며 이를 조직적인 힘, 정치적 힘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과 무기를 만들고 보다 큰 싸움을 준비하는 전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3. 80년대 노동자 정치운동, 90년대 중반기까지의 노동자 정치운동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조건을 인정하지만 이후 노동자 정치운동의 발전을 위한 관건적 과제를 어떻게 놓고 계신지, 그 해결의 가능성과 조건은 어떠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남한 노동운동은 대중투쟁을 통해 발전해왔고 그 전통의 한가운데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독자적 정치총파업의 경험을 통하여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반면, 구조적 위기는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자본의 노동운동에 대한 무력화 및 체제내화 시도는 집요하고 일관된 전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상층에 대한 분리견인과 협소한 노동조합주의적 이해에 근거한 포섭전략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고 있지요. 1, 2기 노사정위원회에 이어 3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정치적 단속을 강화활 것이 충분히 예견되고 있으며, 노동운동을 정치적 출세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일부 야심사들에 대한 음모적이고 추잡한 정치적 거래들이 광범위하게 기도되고 있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의 전통을 단절하고, 노동자 투쟁의 선봉부대로써의 위상을 물타기하기 위하여 한국노총과의 조직통합을 하려는 기도가 노동운동 내외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자본과 정권은 이러한 상층포섭전략과 더불어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과 조직력을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현장장악력을 둘러싼 노자간의 싸움은 ‘노동조합이 살아 숨쉬는 노동자조직으로 자기 발전할 것인가, 한낮 이익집단으로 전락할 것인가’에 대한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격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부족했으며 여전히 그러합니다. 이는 노동운동 발전전략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으며, 민주성, 자주성의 위기, 계급적 단결과 조직기반의 위기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발전전략의 수립과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게 요구 됩니다. 단위 현장에서부터 전국적, 정치적 수준에서 당면문제에 대한 전술적( 실천적)대응의 조직화, 전국적 전선의 설치와 운영, 선진노동자의 체계적 훈련과 조직화, 광범위한 정치선동 등이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실천되어 야 할 것입니다. 특히 98년 99년 대중투쟁은 전선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후퇴했습니다. 전선에서의 열세는 노동운동 내부의 혼돈과 위기를 증폭시 킬수 있습니다. 따라서 96-97년 총파업투쟁이후 전선의 열세를 시급히 극복해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정권의 증대되고 있는 전리품의 요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적 위기를 주체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전열의 재정비와 투쟁전선의 복구가 관건적 문제입니다. 모든 노동자 정치조직 건설은 이것을 중심과제로 해야합니다.


4. ‘진보정당과는 결이 다른 조직’ 이라는 진단이 문건에서 발견되는데 우선 진보정당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며 - 그 성격과 역사적 자리매김 등 - ‘다른 결’ 이라고 할 때 그 초점을 어떻게 잡고 계신지 정리해 주십시오.

일단 진보정당운동을 구체적으로 민주노동당 준비위원회에 대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준비위원회 결성문서를 갖고 논평할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문서에 의한 것보다는 역사적 맥락과 지금까지 조직 건설과정에서 보인 사실적 맥락에 근거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준)은 80년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했던 시도가 마감하고 90년대 들어서 다시 추진되기 시작한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의 한 흐름에 있으며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결의와 참여를 그 주요한 동력으로 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내부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민주노총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 정치적 주도력은 상당히 취약한 상태라고 판단됩니다. 이는 지난 대선 전부터 그 이후까지 민주노총 외부에서 결정된 사안을 민주노총 내부에서 추인, 동의하는 형식으로 정치적 일정을 진행한 데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선에서 나타났던 ‘동원적 기능’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입니다. 이는 민주노동당(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국민승리21이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나, 스스로 내세우는 정치조직으로서 역할을 준비하기에는 대단히 협소하고 조급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발기인대회에 총발기인의 25%인 1600명만이 참석한 것도 그 단적인 예입니다. 국승21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기초한 극복으로써 민주노동당(준)이 아니라 그 계승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준)’은 계급연합당의 모습을 띠고 건설되고 있고, 현시기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표체로 스스로를 위치지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경과를 보건데 의지의 과잉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99년 일년동안 진보정당추진위원회가 보인 현단계 노동운동의 위기, 특히 지도력의 위기를 타개하는 대안적 모델로 자기 정립을 검증하는데는 노력하지 않고 노동전선의 외부에서 대중조직의 지원과 협조만을 요청하는데 열중했다는 점에서 정치조직이 가져야 할 정치적 지도력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조직으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어떻게 획득하는가 하는 점에서 현재의 ‘민주노동당(준)은 대중조직의 공식적 결의를 담보로 대중성을 획득하려 하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전망의 제시, 현실 계급투쟁에의 개입과 이를 통한 지도력의 강화 등은 보이지 않고 선거일정을 염두에 둔 창당드라이브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민주노동당(준)은 자본주의의 극복,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정치나 현실 사회주의 정치 모두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정치의 길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그 대안으로 열린 진보적 상상력과 창조적 실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창조적 실험 정치란 참여민주를 추구하는 대의정치와 민주변혁을 추구하는 운동정치를 지속적으로 결합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거투쟁과 대중투쟁의 결합을 외쳤던 국승21의 주장을 보다 우아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선거투쟁을 위해 대중투쟁을 포기했던 국승21를 분명히 극복하고 그 올바른 결합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더 노력하지 않는 한 국승21에 대한 부정적 상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올바른 결합에 대한 실험은 멀지않아 보입니다. 2000년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대의정치와 운동정치의 올바른 결합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기대해 봅니다.
노동자의 힘(준)은 민주변혁을 위한 운동정치를 중심에 놓고 참여민주를 위한 대의 정치를 부차적이고 종속적인 지위에 놓고 있습니다. 노동자 대중의 직접적 실천에 의한 정치를 근본으로 하고 가진자들에게 일방적인 게임인 선거 정치는 그 유효성이 분명한 경우에 한하여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이 이전에 진행되었던, 지금 추진되고 있는 ‘진보정당과 결이 다른 조직’으로서 ‘노동자의 힘(준)’입니다. 노동자의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차이는 조직의 가장 근본적 성격에 대한 것입니다. 진보정당이 지구당을 중심으로 조직편재을 한다면 노동자(힘)은 노동자 민중의 긴장과 투쟁이 있는 곳에 조직의 근간을 가질 것이며, 진보정당이 선거 상품성(?)에 지도력의 안배를 하고자 한다면 노동자(힘)은 모든 노동자와 민중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 투쟁하며 사소한 문제까지 전 계급적 이해로 조직하고 투쟁하는 지도력을 지원하고 발굴하고자 온힘을 다 기울일 것입니다. 한/노/정/연

1999-09-07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7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