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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기 정세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현장에서 미래를  제4호
한노정연

특집 2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현 시기 정세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현 정세에 대한 판단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망과 가능성에 대해 각 단체의 입장을 소개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는 현 정세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라 과거 역사적 경험에 대한 평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과 내용에 대한 입장까지를 포괄하는 문제이다.
ꡔ특집ꡕ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 나가기에 앞서 각 단체에서 ‘현 정세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여기에서 소개된 입장만이 아니라, 다른 견해가 있으면, 적극 투고해 줄 것을 기대한다.

서면 대담에 응해 주신 분은 다음과 같다.

■ 김태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집행위원)
■ 최규엽(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위원장)
■ 박장근(전국노동단체연합 의장)
■ 김종박(‘원칙모임’ 공동대표, 전 민중정치연합 사무국장)

< 1 > 민주노총이 결성된 후 치뤄지는 96년, 97년 선거 일정은 노동운동 진영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준) 역시 지난 10월 18일 제 12차 대표자회의에서 내년 총선을 고려하여 ‘노동자 정치 선언’을 10월 말 경에 하기로 하고, 그 범위와 내용 등 구체적인 안을 운영위원회에서 검토하기로 하였습니다.
96년 총선, 97년 대선을 중심으로 한 정치 일정에 대하여 노동진영은 어떠한 정치적 방침과 대응 방안을 가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민주노총
다가 올 총선, 대선에서 노동진영은 자신이 지지할 정당이 없는 상황속에서 정치세력화의 토대를 구축하는 방침을 전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선에서는 노동자밀집지역 등 전략지구에 소수 정예로 후보를 출마시키고, 기타 지역에서는 민자, 자민련 등의 근본적 보수정당이 아닌 야당에 대해서 노동진영이 바라는 기준과 원칙에 부합된다면 후보의 면면을 파악하여 지지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자원봉사단 등 노동자 정치대오를 형성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조직적 토대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전국연합이나 사회단체들과의 연합이나 연대도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대선에 대해서는 미리 방침을 설정하기보다는 총선 활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노동진영과 민족민주진영이 공동으로 독자후보를 추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여 전체적 합의속에서 방침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전국연합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전담해 갈 노동자 정치조직이 없음으로 인해서 어려움과 답답함이 존재한다. 우선은 공단지대를 중심으로 노동자 후보를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선은 물론이고 설사 선전만 했을지라도 평소에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노동자들에겐 훌륭한 정치교육의 장이요, 노동자들을 수준 높게 단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 마산, 창원, 인천, 구미, 포항, 구로 등의 상징적인 곳에서는 가능하면 노동자 후보를 내야 하고, 울산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상대방의 약한 곳을 우리 힘을 모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우리가 이기는 길이다.
노동자 정당은 아직 빠르고 기존 정당이나 전국연합 등 사회 단체와 후보 연합을 모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선 시기는 노동자 후보는 안되어도 소위 민족민주운동 진영과 연합하여 가능하면 독자적인 후보를 세워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노동자 정치조직을 건설하는 것이며 조합원들의 정치 의식을 대폭 높이는 일이다.

전국노련
정세 분석은 특정 세력의 이해와 분리해 진행할 수 없다. 노동진영의 정치적 방침은 96 ~ 97년의 연이은 선거 일정이 갖는 정세의 주체적 성격에서부터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련의 선거 일정은 지배세력간의 권력재편이 그 본질인 바, 지배세력 내부의 혼돈과 이완을 노동 진영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노총 차원의 후보 전술은 가능할 수 있으나, 후보 전술이 노동자 출신 또는 민주노총 조합원 출신의 후보 출마와 당선 문제로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지자체 선거 대응은 이러한 한계를 넘었다고 보기 힘들다.
문민 정부 등장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고 있지 않은 노동통제와 노동운동 탄압에 대립하는 대중투쟁의 전선 강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선거 전술은 이에 종속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 양식으로서 본격적 선거운동 시기와 대중투쟁 일정을 맞추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적극적 후보 전술이 가능할 것이다. 노동자 정치세력이 부재 한 상태에서 적극적 후보전술은 그 내용이나 방법에서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후보전술을 구사한다면 후보는 무소속 후보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후보의 임무는 현 정권과 대립하고 있는 노동진영의 이해와 요구를 선거공간이라는 연단을 통해 최대한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 참고로 민주노총의 후보는 민주노총에 철저히 복무하는 관계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의 후보전술의 결과가 아니라, 노동자 내지 민주노총 조합원 출신 후보를 민주노총이 지원하는 꼴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차원의 선거 연합은 후보간의 연합 수준이어서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선거 연합은 특정 정치세력과 민주노총간 정책 연합이어야 하며, 연합은 동등한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선거연합의 중요한 내용은 현재 노동 진영이 당면한 가장 절실한 과제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원칙모임
민주노총 원년을 경과하는 지금 노동운동과 전체 운동권은 전대미문의 도전의 기회와 시련에 직면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건설로 노동자는 하나의 사회적 계급으로 더욱 선명히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산별노조건설투쟁을 통해 노동자는 추상적인 계급이 아니라 계급의식과 정치역량을 갖춘 역사적 실체로서 계급적 단결을 진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는 87년 이후 민주노조운동을 통해 단련되고 배출된 노조간부와 선진노동자층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적 대안 세력으로의 정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까지 관심을 확대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통신 투쟁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올해 투쟁에 이어 96년의 노동자투쟁 역시 정치적 성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투쟁과정에서 노동자대중의 정치세력화 열망은 막연한 지향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로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노동자계급운동의 흐름과 지향에 조응하여 총선․대선 등 선거투쟁도 전개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계급 대중 투쟁을 보다 의식적으로 ‘정치투쟁’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자 사상을 세워내고 노동자가 건설할 사회변혁의 지향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적극 선전․선동해야 한다. 둘째, 사회변혁 운동의 실체로서 노동자계급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노력을 96~97년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진전시켜,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의 발전에 조응하는 정치조직을 세워내야 한다. 즉 사상과 조직을 세워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 운동은 대기업 노동자에 뿌리를 내려야 이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 대표를 기업 구성원의 손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지극히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국가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이 방안을 기본 주장으로 해서 운동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주장을 더욱 풍부하게 해야 한다. 당연히 이것을 주장하는 당을 만들어야 하고, 이 주장을 내세우는 선거투쟁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이미 늦었지만 최소한 대통령 선거 때는 당을 만들어서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정치활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일부에서 노동자들이 당장 당을 만들 수 없고, 노동진영의 위신이 떨어져 있으니까 당장은 국회의원이라도 한 명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그러려면 소부르주아들이 주도하는 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핵심 요구가 아닌 ‘3김 청산, 지역 할거주의 타파’와 같은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투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땅에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상황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전략을 잘못 짜고, 조직을 잘못해서 운영한 탓이 크니까 그것을 개선해야 한다. 소련이 망했다, 사람들이 보수로 돌아섰다는 식으로 상황을 탓할 게 아니라, 진리를 갖고도 이기지 못한 우리 문제를 찾아봐야 한다. 원칙에는 손댈 필요가 전혀 없다. 대생산시설을 사회화하고 민중이 정권을 잡는 것은 역사의 진리다. 또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 주장할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원칙을 강화하면서 세부 문제를 가다듬는 것이다.


< 2 > 지난 87년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시도. 특히 92년 총선․대선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력에 대하여 어떠한 평가를 하고 계십니까?


민주노총
기존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시도는 근본적으로 노동자 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나서게 만들기보다 일부 단체의 회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전체 노동조합운동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과 지지, 합의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선포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실천의 경험을 축적하고 일정한 정치 대오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함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전국연합
노동자 계급을 주체로 세워서 정치세력화를 시도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80년대 지하 조직 형태로 남노련, 서노련, 한노당, 사노맹 등 노동자 정치조직을 시도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고, 민중당의 경우 지식인 중심의 소부르주아 정당으로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정치노선의 오류, 조직내 민주집중의 실패,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사상적 지조를 지키지 못하고 당을 청산적으로 해산하고 변절한 것이다.

전국노련
질문의 문맥으로 보아 백기완 선거운동본부를 뜻하는 것 같다. 백선본의 선거 강령적 기치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선본 자체의 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는 지면상의 한계가 있다. 다만 백선본이라는 선거 국면의 계기적 실천과 공동활동이 곧바로 정치세력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 일정과 독립하여 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력은 진행되어야 하며, 이를 부분적으로 보완 내지는 결과로서 선거에 대한 계기적 대응을 위치지워야 할 것이다.

원칙모임
한마디로 실패다. 과거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의 전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울러 노동자를 중심에 두는 조직운동을 하지 못했다. 각개 약진하는 지역운동을 중앙집중으로 모아내지 못했다.
87년 민중의 당 때에는 지도부들이 사상에서도 흔들렸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에 뿌리를 둔 조직 운동다운 조직 운동을 하지 못해서 실패했다. 실력도 사상도 없으면서 노동자․민중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지도부들이 노동자를 속인 것이다.
92년 선거는 두 축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민중당 흐름이요, 또 하나는 다른 노동진영의 흐름이다.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 민중당이나 또 다른 노동진영 모두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잠재된 요구를 드러낼 사상과 조직운동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여전히 상황 탓이라기보다 운동을 해 왔던 주체들이 능력과 전망, 이에 기초한 확신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이것은 92년 대선에도 이어졌다. 대선에서는 그나마 국가를 이끌고 갈 기본 상을 ‘기간산업 국유화, 대기업 노동자 자주관리’라는 체제 강령으로 마련했지만 그것을 노동자계급속에 보급하기에는 합의상태가 약했고, 지도부조차 합의한 체제 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공개 상태에서 국가 경영 기본상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그 상은 뼈만 앙상한 것이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조직운동을 이끌 능력이 없었다. 그 때문에 대선에서는 후보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 이 점은 전체 운동의 한계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노동자 운동이 성공하려면 사상이 있어야 하고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 양축을 이끌지 못하면 노동자 운동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노동자들로서는 주어진 조건에서 당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은 조건이 갖춰지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은 조건을 만들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 3 > 노동자계급이 정치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강화․발전시키는 ‘정치세력화’ 과정을 밟아가기 위해 해결하고 가야 할 제반 법적․제도적 장애물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민주노총
노동조합법 12조의 정치활동 금지조항, 정치자금법의 노동조합 정치자금 금지조항, 통합선거법상의 사회단체 선거운동 금지조항 등이 우선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근본적인 제약은 분단체제와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사상의 자유 박탈에서 찾을 수 있다. 나아가 결선투표제가 없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도 아직 미약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제약하고 있다.

전국연합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단결을 가로막고 있는 노동조합법 3조 5항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노조의 정치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전면 삭제 등 노동악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국가보안법 폐지, 정당법 개선, 통합 선거법 개정, 공무원(공공부문 노동자)의 정당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개정이 되어야 한다.
전국노련
법적․제도적 장애물이 무엇이냐의 질문 의도가 더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진보정당 건설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꼴이라면 제반 정치관계법이 문제가 될 것이고, 계급 정당의 꼴이라면 국가 보안법 및 노동관계법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모임
장애가 되는 법과 제도는 없다. 법과 제도는 조건일 뿐이다. 심할 때는 악법이 있기 때문에 운동이 잘될 때도 있다. 박정희의 긴급조치가 있을 때 민중운동은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전두환의 철권통치가 있었을 때 운동은 이념적 깊이까지 더해 가며 성장했다.
모든 법이 사회주의자에게 유리한 소련과 동유럽이 무너지기도 하고, 법과 제도가 자본가에게 극히 유리한 사회에서 사회주의가 승리하기도 한다.
조건은 조건일 뿐, 그것이 주체 운동을 제약하지는 않는다. 악법과 제도는 활용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크게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고 뛰어 넘지 못할 벽이 되기도 한다. 법과 제도는 힘에 따라 바뀌는 것이지, 법과 제도에 힘을 맞출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 제 3자 개입 금지법, 노동자 정치활동 자유 봉쇄, 정당법․선거법 상의 각종 제약들이 문제일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법 자체에 있지는 않다. 조직은 능히 그런 장애를 부순다. 또 그 정도 장애를 부숴야 전체 운동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 4 > 최근 김대중씨의 정계복귀 이후 정치개혁시민연합, 30대 젊은 연대 등 80년대 운동권 세대들이 포괄되어 있는 조직들이 중심이 되어 「개혁적 국민정당」을 결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3김 세력의 청산과 세대교체를 주장하면서 이후 진행될 총선, 대선 등의 정치일정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건설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노동자계급 운동의 현재 발전 수준에서 3김 세력 청산과 세대 교체를 주장하는 「개혁적 국민정당」이 어떠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민주노총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혁적 국민정당은 그 추진 주체의 측면에서 주로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 명망가 및 30대 중간적 지식인층이 중심이고, 노동운동이나 민족민주운동에서 헌신해 온 운동가들이 대부분 참여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나아가 개혁과 국민적 정당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으나 구체적인 정강, 정책의 측면에서는 기존 야당의 것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개혁적 국민정당은 기존의 인물중심, 지역주의에 기반한 보수정치를 일정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하겠으나 노동운동의 측면에서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은 이들에 대해 독자성을 견지하면서 일정한 지지와 비판, 연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연합
정당의 성격은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개혁적 보수 세력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은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막고 있는 1차 장벽인 지역 할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근대적, 붕당적, 1인 지배의 정치문화 극복 등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강한데 그것은 총선용 정당으로 총선 후 어떤 형태로든지 해산될 가능성이 높아 앞날이 불투명하다. 김영삼씨와 손을 잡을지, 민주당과 통합을 이루어낼지 모르겠으나 개혁 신당이 우선 생존하려면 무조건 민주당과 통합을 이루어내고 친 김영삼의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선거 시기 일시적으로 연합하는 선거 연합적 차원에서 후보들의 결합을 신중하게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소속의 어려움, 새정치 국민회의의 급격한 보수화, 부후화 문제 때문에도 그렇다.

전국노련
개혁적 국민정당 건설론이 노동자계급의 이해 및 노동운동에 미치는 정치적 의미는 극히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국민정당이냐 계급정당이냐의 근본적 문제제기를 차치하고라도, 이 입장이 제기하고 있는 개혁이란 3김 청산, 부정부패 척결이 전부라는 점이다. 기층계급의 이해와 정치적 진출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기치의 세력화는 자본의 자기 합리화에 뒤쳐져 있는 정치구조 합리화의 한 흐름이라는 성격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이 독자적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라 보며, 결국 현재의 지배블럭들간 세력재편의 한 부분으로 흡수․통합될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측면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지 못한 현재, 기간의 민주노조 운동에 대한 견인의 노력이 진행될 것이다. 이미 이태복씨가 100여 명의 노동계 인사들과 정개련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점은 그 대표적 예이다. 견인의 노력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혼돈의 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칙모임
개혁적 국민정당을 추진하는 이들은 기존 보수 진영의 틈새를 비집고 개혁을 명분으로 지역 할거주의에 편승하는 세력이다. 그들은 3김 청산, 지역 할거주의 타파를 내세운다. 그런데 이 구호야말로 대중들의 지역 할거주의를 뒤쑤셔 빈틈을 노리는 수법이다. 지역 할거주의를 타파하자고 하면 할수록 지역 할거주의는 강화된다.
이들은 그것을 반대하는 극소수에 기반하여 세력화를 노리는 운동을 하게 된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할 생각이 아예 없다. 새로운 역사의 주인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이 지상 과제로 삼는 지역 할거주의를 부수는 문제만 해도 사회 전체를 노․자 대립이라는 사회의 근본 문제를 중심으로 구도를 만들어 가야 부술 수 있다. 비겁한 짓이다.


< 5 > 노동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노동자계급이 민주적인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되어야 한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노동자계급이 ‘정치세력화’된다는 것에 대하여 다양한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는 노조운동만 열심히 하고, 정당운동은 정당활동가에 맡기면 된다는 생각에서부터 노동자가 직접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있습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며,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진 궁극적 모습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가 사회속에서 명실상부한 하나의 세력으로서 자리잡는 것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조직-궁극적으로는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출범은 자주적 민주노조 진영이 하나의 사회 세력으로서 결집하였다는 점에서 정치세력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을 건설하여야 하며 이는 노동조합적 활동의 차원을 뛰어 넘는 실천과 투쟁, 조직적 단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 차원에서 사회개혁 투쟁, 당면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투쟁, 노동법 개정 투쟁, 지역 생활 정치에 대한 실천, 선거 투쟁 등 대중적 정치투쟁을 벌여 나가며 노동대중이 참여하는 정치적 대오를 건설하여 조직과 투쟁의 기초를 튼튼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 이외의 노동단체나 민족민주운동 조직들에서도 정치적 실천을 통해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토대를 건설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직적 기초와 함께 정치조직으로서 사상적 기초를 튼튼히 하고 사상적 통일성을 이루어내도록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직적․사상적 기초가 튼튼히 마련되면 정당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과 노동조합의 관계는 지도․피지도의 관계라기보다 상호 독자성속에서 지지와 협력, 연대의 긴밀한 동맹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인 정치세력화는 노동자 정당이 정치적으로 집권하여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적 이해를 대변하여 자주․ 민주․ 통일․진보와 개혁을 실현하는 것이다.

전국연합
정치세력화라는 말은 사실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노동조합을 주체로 놓고 볼 때 또한 노동조합 운동의 합법칙적인 발전 과정을 놓고 볼 때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서 노동조합의 투쟁 형태는 경제투쟁­조합주의적 정치투쟁­변혁적 정치투쟁 등 크게 3단계로 발전해 간다고 볼 수 있으며, 두번째 단계까지는 노동자 스스로 가능할 수도 있으나 3번째 단계는 정치조직의 안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두번째 단계인 법과 제도를 고치는 대정부 경제투쟁을 성과있게 전개해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기업별 노조의 틀을 벗고 산별 조직의 틀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이 투쟁을 올바르게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단계가 노동운동의 궁극적인 모습인데, 한 사회의 주요 모순과 기본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투쟁이 될 것이다. 남한 사회의 주요 모순은 외세에 대한 민족의 주체화이고, 자주․민주․통일이며, 기본 모순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모순이다. 여기서 반드시 중요한 것은 정치조직이 있다 해서 노동조합이 정치투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합원 하나하나를 올바른 정치의식으로 각성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의식 개조, 인간 개조 없이 노동자가 이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며, 된다 하더라도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국노련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였고, 현재에도 그러하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는 그 정치조직적 표현으로는 계급 정당이다. 계급정당이란 노동자 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제반 통제와 탄압으로부터 계급을 엄호하며 나아가 정치적 안내의 임무를 지는 정치조직이다. 이 정치세력은 노동자 계급의 일부분이어야 하며 그 선진부분이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질문 내용처럼 노동자는 노동조합의 일만 열심히 하고 정당활동은 정당 활동가에 맡기면 된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며, 노동자의 계급정당은 노동자 계급의 부분 집합으로서 구성․운영되고 실천하여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계급정당은 노동자계급의 일부분이면서도 노동자 대중조직과는 그 구성, 운영, 활동 전반에 걸쳐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으로, 노동조합 운동내로 해소되지 않는 조직을 의미한다. 나아가 현재 노동운동의 가장 중심적 화두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87년 이후 남한 노동자 계급은 대중적 투쟁을 통해 진출했고, 90년 전노협이라는 전국조직을 건설함으로써 계급 형성의 주체적 조건을 확보하였다. 이번 민주노총-산별 노조 건설은 계급 형성의 대중적 완숙도의 표현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운동의 계급적․민주적 강화 발전의 과제와 더불어 계급 형성의 마지막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로서 정치세력화 문제가 전면화되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87년 이래 발전한 민주노조 운동의 대중적 역량을 토대로 하면서, 남한 노동운동 역량의 총단결과 총동원 과정을 통해 건설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대중적 지도자들, 기층계급 운동의 훌륭한 지도자들, 87년 이래 배출된 걸출한 노동자 출신 활동가들, 직업적 노동운동가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동의하고 이에 지원․결합하고자 하는 많은 지식인, 양심세력, 청년학생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원칙모임
우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제도 정치권에 대응하고 의회로 진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협소한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민자당이건 민주당이건) 어떻게든 정치권에 많이 진출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정치투쟁은 정당이, 경제투쟁은 노동조합이’ 한다는 역할 분담론에 이르기까지 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발전과 변혁 주체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마찬가지로 제도정치에 대한 대응이나 정당 건설 문제를 경시하는 것도 편향된 생각이다. 정당은 노동조합 운동이 발전한다고 저절로 건설되지 않는다. 노동조합 운동의 계급성․변혁성이 아무리 강화되어도 노동조합이 정당을 대신할 수는 없다.
노동자가 국가의 주인, 기업의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단결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조직화하며, 제 계급․계층을 일상적으로 지원하여 그들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갖도록 하는 일 등 무수한 활동을 원활히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전반이 노동자 정치활동이고, 이를 보다 앞서서 이끌어 나가는 집단이 바로 정당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 정치활동을 정당이 전적으로 담당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 대중, 그리고 제 계급 대중속에서 대중의 요구에 기초한 투쟁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권력의 주체로 서 나가도록 때로는 길잡이 역할을, 때로는 선봉대 역할을 하는게 바로 당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운동의 정치, 대중의 정치가 바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올바른 모습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조심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노조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최소한 민주노조 진영에는 없다. 이것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간혹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노동자는 노조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는 노동운동가나 노조 지도자의 말을 정확하게 해석하면, 아직은 지지하고 참여할 만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말이다. 정치세력이 제대로 활동하면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개별 노동자라도 당연히 참여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정치 활동가들이 자기 잘못을 감추고, 마치 노동조합 지도자나 노동운동가들이 노동조합을 정치에서 차단하려 하기 때문에 정치세력화가 늦어지는 것처럼 주장하는 데서 생기기도 했다고 본다. 한/노/정/연

1995-10-2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