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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같으면 해결하는 방법도 같은거 아니요

현장에서 미래를  제53호
이희택

칼 럼


이 희 택
현대자동차 조합원





나는 요즘 98년의 악몽 같은 그 불안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정리해고라는 분노 속에서, 사측의 관리자를 때려죽이고 싶었던 분노 속에서, 그래도 냉정을 되찾고 어떻게 싸웠는지 돌아보면 스스로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때 우리는 모두가 하나같이 불안에 떨었고 서로서로 이끌며 감싸준 동료들이 있었던 까닭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때처럼 조합원의 전체가 자발적으로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서 갈라지고 찢어지고 분열되어 있다. 오늘 구조조정의 위기 또한 알고보면 전체의 문제고 전체의 위기다. 그것도 지난날의 정리해고보다 더 교활하고 치밀한 위기가 음모처럼 다가오는 위기다.

얼마 전에는 시트사업부를 매각한다더니 이번에는 부품사업부 양도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우리 모두가 새빠지게 일하며 생산해 공장을 늘렸더니, 또한 품질 올려가며 경쟁력 높여주었더니 또다시 구조조정이란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위기는 그다지 다를 게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착취와 탄압의 형식만 다를 바이지 놈들의 이윤 추구 목적에는 하나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모든 조합원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부품사업부가 넘어가면 그후 시트사업부, 엔진기어, 센타와 지원부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뿐이 아니라 전주공장은 독립체산제로 연구소개발은 통합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 그리고 기아중공업의 공작기계 같은 생산라인 이외의 공장은 인수, 합병, 양도, 매각을 통해 우리가 피땀으로 일궈놓은 공장을 이리저리 흩뜨려 이윤을 철저히 분리시키겠다는 짓이다. 또한 전체적인 문제를 철저히 각계격파시키면서 노동자를 하청으로 외주화로 넘기며 관리하고 이윤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정갑득 위원장을 비롯해 8대집행부는 부품사업부 양도를 기필코 저지하고 이후 있을 구조조정을 박살내겠다고 선언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양도저지를 위해 비대위를 꾸렸고, 대의원 전원은 결의문을 외쳤으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5%의 찬성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오늘 노동조합에서 한 일은 대의원 출투가 전부였고 유인물로 조합원을 달래는 것이 모두였다. 자동차4사 공동대응으로 3말 4초(3월말에서 4월초)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조합원과 나는 믿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부위원장과 사무국장은 너무 광범위하게 처들어오는 사측의 공격에 부품사업부 양도 하나만의 문제로 노동조합의 간판을 걸고 싸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부품양도를 인정하냐고 물으면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양도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래서 집행부의 삐뚤어진 대응에 대의원대표는 임시대의원 장으로 이 문제를 가져오게 되었다.
사실 말이지, 지금 조합원 동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파업하는 것은 무리는 무리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현실이 아니라, 그 동안 집행부가 해왔던 부품양도 저지투쟁의 과정이고 대응이다.
우리는 부품이 넘어가면 이후 넘어갈 사업부가 한두 곳이 아니라고 다 알고 있다. 분명 생산라인의 인원축소와 직영이 하청으로 넘어가며, 어느 날 갑자기 외주화로 전락하고 마는 사측의 구조조정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측의 구조조정은 전조합원의 문제이고 전조합원의 위기다.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수없이 많은 입장을 들었다. 집행부는 부품 이곳 하나에 목숨을 걸게 아니라 3말 4초 투쟁에 사활을 걸고 막겠다고 장담한다. 부품사업부 대의원대표는 조합원의 현실을 말한다. 60%가 넘는 조합원이 일자리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정공이든 어디라도 빨리 일자리가 안정되는 곳을 원하고 있다며 협상이면 협상, 투쟁이면 투쟁을 하자고 말했다.
앞에서 이번 투쟁에 있어 문제는 과정이고 대응에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나에게 노동해방을 위한 현실성과 가능성의 문제로 다가왔다. 석 달이 지나고 있는 지금 대의원 출투와 유인물 홍보는 너무 미약한 투쟁이었다. 잔업거부투쟁을 시도하긴 했지만 며칠이 되기도 전에 공장순번에 따라 돌아가면서 하는 순환거부로 투쟁수위는 낮아지고 말았다. 부품사업부가 사실상 넘어가고 있는 판국에도, 부품사업부 조합원의 불안이 날로 더할수록 오히려 투쟁수위는 낮아지고 있었다. 부품조합원은 스스로 현대정공으로 넘어가겠다는 동의서를 쓰는 사람이 생겼고 대의원도 감당하지 못할 혼란이 벌어졌다. 어떤 조합원의 호소가 인터넷에 올랐다.

제목:씨바…정공으로 가면 병원도 못간다.…현대맞나…씨
번호691읽은수147글쓴날2000.02.13오후7:48:46글쓴이부품조합원< br />
애구…썩을 집행부야
너건 너거 먹을 꺼 챙긴다구 정신없재…
좆빠는 소리 그만하구…
씨발 우리는 어짜고…
우린 병원가도 안됀다(의료보험이)
현대자동차 퇴사자라고 나오는데…
이기간에 아픈 사람은…다 죽어라 이소리가…
맨날 뒷북치더니만…너거들 일 아니니깐에…이런일이 생기재.
씨발 갈란다.…너거 믿다간 좃도 씹도 안다갰다 고마.
그나마 믿고 있던 내같은 놈만 회사에 찍히고 머꼬 이거…
정갑득선배…
참 믿었었는데…
이젠 아니요…가열차게 정공갈라요…
도저히 선배의 놀음에 따라갈 자신이 없소
이젠 선밴…노동자의 적이 곧 됄꺼요.

간접부서가 넘어가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생산라인에서 투쟁의 열기는 더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투쟁수위는 3말 4초로 이미 정해놓은 상태고 집행부의 의지를 믿어달라고 했다. 지금 전면파업은 위험하다는 말이었다. 좋다. 나 또한 사실 위험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동안 투쟁을 위해 준비했더라면 과연 지금 진짜 위험한 투쟁이 될까? 나는 적어도 의지가 있었더라면, 그 의지를 가지고 구조조정을 저지할 투쟁의 준비를 했더라면 지금 이 지경이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이제 다시 집행부 의도에 따라 나는 3말 4초투쟁을 준비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리해고보다 더 지독한 탄압이 도사리고 있다. 김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엄청나게 밀려온다. 단지 정규직의 노동자를 비정규직의 노동자로 전환시켜 노동력을 더 높이고 전환배치와 값싼 임금으로 자본의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이 처들어오고 있다.
하나의 대응 앞에 우리는 과정과 대응을 달리하면서 운동권의 분열을 가져왔다. 이것은 현실성과 가능성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본다. 나는 오늘의 우리 노동자 현실이 이렇게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데도 말이다. 슬그머니 사라지고 없는 노동해방의 깃발을 다시 올려야 한다. 이 정부를 원망하는 현실성은 엄청나고, 따라서 우리의 해방 가능성 또한 엄청나다. 한/노/정/연

2000-03-10 00:00:00

☞ 원문 : [ http://kilsp.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2&item=&no=839 ]